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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감상 |
설화는 노래 <공무도하가>의 배경설화로 더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의 설명도 노래를 바탕으로 해야 하겠다. 이 내용은 중국의 채옹이라는 사람이 지은 <금조(琴操)>에 전하는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송나라 때 문헌인 곽무청의 <악부시집(樂府詩集)>에는 노래만 전한다.
우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물을 건너다 죽은 사람 때문에 모든 것이 시작되었으니 죽은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를 먼저 알아보아야 하겠다. 그 동안 논란이 매우 많았는데 모습이나 거동이 예사스럽지 않은 것으로 보아 무당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술병을 들고, 미치광이짓을 하면서 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은 신들린 무당의 모습이라야 어울린다. 그런데 이 무당은 실패한 무당이다. 강물에 들어가 죽음을 이기고 무엇인가 재생을 이루는 의식(죽음의 신비 체험에 의한 자기 변용)을 거행하던 중에 죽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것을 역사적으로 보면 고조선이 국가적인 체제를 이루면서 나라 무당으로서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 무당이 불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따라서 권위를 상실한 무당이 결국은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 자리에서 공후를 타며 노래를 부르던 아내도 실은 무당이라고 볼 수 있다. 굿노래에 한 섞인 넋두리를 보탠 것이 아닌가?
또 다른 견해는 신화적 해석방법으로서 백수(白首)는 신선의 모습이므로 백수광부를 주신(酒神)으로, 그의 아내를 강물의 요정인 님프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즉 백수광부를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Dionysos)나 로마 신화의 바카스(Bacchus)로, 아내를 악신(樂神, Nymph의 하나)로 본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해석상의 이견이 분분한 것은 설화 속에 등장하는 '조선(朝鮮)'이 어디를 가리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대체로 우리의 고조선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중국의 조선현을 가리킨다는 견해도 있어 주목된다. 이 지명의 문제는 이 노래 혹은 설화가 우리의 것이냐, 아니면 중국의 것이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당시 고조선의 영역을 고찰할 때에 '조선'이 우리의 영토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수긍이 간다. 그리고 최근의 견해는 분명 조선은 중국에 있던 조선현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곳에 살던 우리 나라 사람의 비극적 이야기라는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등장인물에 대한 논의를 마친다면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삽입가요에 대한 문제이다. 과거에는 노래명에서도 이견이 있었으나 현재는 '공무도하가'는 시가에 대한 명칭으로, '공후인'은 악곡에 대한 명칭으로 일반화되어 있다(현행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공후인'으로 되어 있다). 작자의 문제는 중국의 문헌에는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라고 되어 있으나, 원작자는 백수광부의 아내로 잡고, 여옥은 단지 노래를 전사(轉寫)한 인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남편의 죽음을 당하여 어떻게 부인이 노래를 지을 수 있는가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도 있으나 설화의 문맥에 의하여 작자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이 설화의 구조를 보자. 이 설화는 두 쌍의 부부가 그 축으로 되어 있다. 즉 강에 바져 죽은 백수광부와 그의 아내, 그 광경을 본 곽리자고와 그의 아내 여옥, 이렇게 두 쌍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백수광부:곽리자고 = 백수광부의 처:여옥>으로 대응되고 있다. 결국은 동일한 입장에서 기술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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