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도 우리를 지켜주는 가신(家神)이 있다.
바로 조왕신이다.이 신은 부엌을 수호하는 신이다.
그 기원은 불을 다루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원시시대이래
불을 신성시하여 숭배한 것과도 통한다.
부엌은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음식을 만들 때 자연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과 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때로는 조왕신이 물로 상징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왕신은 원칙적으로 불을 모시는 신앙이다.
불씨를 신성시하며 이사를 갈 때
불을 꺼뜨리지 않고 가지고 가는 풍습이나
이사간 집에 성냥을 가지고 가는 풍습은
모두 불을 숭배하던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황신(荒神)을 조왕신이라 하였다.
중국에서는 염제(炎帝)를 조왕신으로 보고
부인과 여섯 딸이 있다고 하며
또 8월 3일이 생일이라고까지 인격을 가진 신으로 간주하였다.
또 조왕신에 제사를 지내고 신앙적 의례 등을 하는 점에서 볼 때
얼마나 중요한 신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조왕신앙에는 주부들이 부지런히 일함으로써
가족이 잘 되고 특히 집을 떠나
객지에 있는 가족을 수호한다는 신앙이 있다.
부엌을 관장하는 가신(家神)이다.
화신(火神)으로서 조왕각시·조왕대신·부뚜막신이라고도 한다.
부인네들이 부엌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아궁이에서 불을 다룰 때 부정한 말을 하지 않는다.
부뚜막에 걸터앉거나 다리를 올려놓지 않는 등의 풍습은
조왕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불씨를 신성하게 여겨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각별히 치성을 드렸다.
부뚜막 벽에 대(臺)를 만들어
그 위에 물을 담은 조왕보시기를 두어
조왕신을 모시는 풍습이 있었다.
조왕신앙의 풍습과 특징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한국 전역에 퍼져 있다.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조왕신이 가족의 질병과 액운을 막아주며
가운(家運)이 일어나도록 도와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부엌은 중요한 제사의 장소가 되었다.
조왕신앙은 불교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불교에서 조왕은 호법선신(護法善神) 중의 하나로
인사(人事)를 관할하여
사람이 지은 업(業)의 선악을 가려 화복(禍福)을 주는 신으로
사찰의 조왕단에 모셔지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조신((灶神)이라고도 했다.
각 집안을 가난하게 혹은 부유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또한 집안을 악령으로부터 보호해주기 때문에,
그가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될 때
집안에 화가 미치기 쉽다고 생각되었다.
매년 음력 12월말에 중국사람들은
종이에 그린 조신 상(像) 앞에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냈다.
부엌은 집안의 여러 장소 가운데 상징성이 강한 공간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엌은 음식을 준비하는 곳이고
그 음식과 더불어 가족의 유대감이 강하게 형성되는 곳이다.
부엌은 가족을 아끼고 지키는 여성의 공간이었다.
그 상징으로 조왕신이 있었다.
어머니들은 자고 나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면서
불이 잘 붙어 식구들 먹을 음식이 잘 되기를,
또 불이 활활 타듯이 집안이 잘 되기를
조왕신에게 정성껏 기원했다.
또한 안주인이 깔끔하고 바지런하면
조왕신이 어여삐 여겨
식구들이 잘되게 도와준다고 믿어
부엌을 늘 깨끗하게 했다.
집을 나가 있는 가족이 있으면
조왕신이 보살펴 주기를 바라며
더욱 정성껏 모시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