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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용마초등학교 교문 앞.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쏟아져 나오자 1차선 일방통행로가 순식간에 꽉 들어찼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내판은 있으나마나. 불법주차 차량이 학교 담장을 따라 줄지어 섰고, 좁은 도로를 연신 비집고 들어오는 주행차량 사이를 학생들은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 학교 앞 도로엔 인도도 과속방지턱도 없었다. 박준하 군(5년)이 “차들이 빨리 달려 치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하자 이민섭 군(4년)은 “이제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이 길은 지난해 6월 한 학생의 목숨을 앗아갔고, 11월 또 다른 학생의 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다. 사고 후 선생님들이 저학년 하교지도를 시작하긴 했지만, 학부모들은 “제발 불법주차만이라도 단속해달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즐거운 학교 가는 길’은 동요 속 이야기일 뿐이다. 전국의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03년 349건(사망자 7명), 2004년 529건(8명), 2005년 588건(18명), 2006년 상반기 20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운전자가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스쿨존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단속조차 소홀히 하는 데 원인이 있다.
서울 관악구 당곡초등학교 앞 2차선 도로에는 횡단보도가 없고,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은 진입로가 아닌 정문 앞에 붙여져 있다. 영등포구 대방초, 서초구 방일초·방배초, 강북구 수유초 등은 통학로에 인도를 깔아 놓았지만, 차도보다 턱을 높이지 않아 차가 인도로 침범하는 일이 많다.
한국생활안전연합에 따르면 2006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스쿨존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97.6%가 ‘스쿨 존에서 경찰의 단속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허억 사무총장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과 함께 ‘1경찰 1학교 전담제’ 등을 통한 강력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김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