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대충 재웅이 뮤지컬 보고 온 후기임
20200802 펀홈 낮공
오늘은... 보통 중소극장이 모여있는 대학로(혜화)로 간 게 아니라 동국대학교 안에 있는 극장으로 가야 했어...
아무튼... 처음에 재웅이가 이 뮤지컬 한다고 했을 때 완전 기절 작렬이었음...
왜냐하면 재웅이의 유부 모먼트만 쪽쪽 빨아먹었던 시기여서... 응? 차기작이 뭐? 장의사에 영문학 교수인... 아버지? 평범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 이거는 그냥 뭐... 예진아~ 어서 나를 보러 와~ 하는 거죠 그냥
근데 소개글에 응?스러운 게 하나 있었음... 뭐요? 게이인 걸 숨기고? ...? 왜...?
당신... 아버지라면서...
극 소개 보니까 그냥 무슨... 표지는 가족 뮤지컬인 척 노랑 초록 아주 그냥 밝아가지고 가족 단위로 오세요~ 하는 것 같던데... 실화 기반(자서전 만화)의... 뭔... 주인공 앨리슨이 레즈비언인데... 게이인 아빠를 회상하며... 어쩌고 대충 회고록...? 일단 여기서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근데 내가 연말에 라만차를 보려고 모아둔 돈이 있어가지고... 그거 안 깨려고 스위니토드처럼 안 보고 보내려고 했어 걍 집에서 후기 보면서 배 아파 죽으려고 했다구... 왜냐하면 우리 집이 뭐 뮤지컬 보라고 서울 잘 보내주는 집도 아니고 게다가 무슨 뮤지컬이냐고 물었을 때 강경 기독교 집안에서... 일단 생각만 해도 너무 아득한 거임 ㅋㅋ 보고 왔을 때면 몰라도... 그래도 저렴한 프리뷰 공연을 가려고 했어... 사십퍼 할인이었거든 근데 날짜 보니까 시험 직전이네? 눈물 지으며 에휴 내 팔자야... 하고 있었지... 게다가 표가 다 매진이었음 ㅠㅠ
그래서 낙심한 채 티켓팅도 잊고 살았는데... 트친이 1열 중앙 표를 잡았다네? 와~ 이거 진짜 대박인 거지 1열이면은... 근데 내가 양도를 처음 받아 본 거임... 그러면 어떻게 된다? 이 표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길고 긴 소설을 써야 하는 거임... 아무튼 여차저차 가상의 뮤지컬 좋아하는 친구까지 만들어서 설명함...
그렇게 트친들이 제일 첫 공연을 보러 갔는데... 내가 보러 가면 진짜 기절한다는 거임... 내가 기대가 돼 안 돼... 애를 뭐 얘야 아가 부른다는데... 아무튼 나한테 구구절절 장담함 극 자체도 울림이 크고... 아 진짜 쓰다가 보니까 미칠 것 같네 스킵 스킵
비가 존나게 내리는데 엄마랑 친척 분이랑 같이 갔다... 엄마 일행은 동대 근처에 남산 타워 가고... 뭐... 근데 진짜 딱 예매한 두 달 전에가 진심 일주일 정도는 실실대고 기뻤는데... 지금은 뭐... 걍... 실감도 안 나는 거임... 걍 내가 서울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걍 실감이 안 나서 심장도 안 뜀... 재웅이 뽕이 살짝 빠져서 그런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심지어 거기 도착해도 정말 아무 느낌이 안 들었음... 뮤지컬 보러 갈 때마다 그런 듯 전날까지 난리 부르스한 다음에 보고 나면 기억 휘발 되는 거
아무튼... 가서 표 수령은 쉬웠음 양도 처음이라 개쫄았는데... 굿즈는 원작 살까 키링 살까 하다가 키링 삼 원작은 다음에도 살 수 있으니깐~ (둘다 만오천 원임... 양아치) 처음으로 플북도 사고 뭐 아!! 그리고 트친도 만남 ㅎ 보자마자 알아채고 한 3년지기마냥 입 털어서... 웃기다... 텐션 올라서 더 나대고 싶은데 참는 중이라고 하니까 트친: 응? 이미 충분히... 이게... E라는 거야? 이러고 ㅋㅋㅋ 네...
아무튼 좌석 가서 딱 앉는데... 어우... 생각보다 더 가까웠어 발 뻗으면 무대에 닿는 수준? 걍 일 미터 차이도 안 나 나랑
갑자기 막 상상하니까 정신이 아득한 거임... 아니 이렇게 가까울 수가 있나? 만약 내 앞으로 온다면...? 진짜 일어나면 코 닿을 거리... 글케 감격하고 있는데 극이 시작함... 애기 앨리슨이 나와서 아빠 나와보라니깐~ 나 비행기 탈래~ 비행기 태워주~ 하는데 ㅋㅋㅋㅋ 아!!!!!!!!!!!!!!!!!!!!!!!!!!!!!!!!!!!!! 정면에서 상자를 들고 김예진 남편/아빠 등장... 첫 감상: 사진이랑 진짜 똑같이 생김... 그리고 생각보다 짧음. 와 말을... 연기를 하는데... 그 찐 아빠 모먼트 알아? 씨팔 잠시만... 깊생
후기만 주구장창 봐서 예민 편협 지랄충인 줄 알았는데 방싯방싯 잘 웃더라... 이건, 쓰레기. 이것도... 쓰레기. 이러다가 갑자기 린넨~ 하면서 노래 부르는데... 아... 아빠... 근데 등장부터 처음 오 분은 얼굴에 감탄해서... 그냥 앞에 있는 게? 너무 벅차가지고 팔 꼬집으면서 쳐다본 듯... 극 내용 하나도 안 들어옴 일단 최재웅이 내 앞에 있음 마스크 없었으면 큰일 날 뻔 ㅋㅋ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재웅이가 진짜...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코 앞에 있는 거야... 진짜 내 바로 앞에서 노래 부르고 있음... 진짜 강냉이 십만 개 단독 공개할 뻔... 근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남 그의 푸슬푸슬하고 얇은 머리칼만이 기억에 남음 ㅋㅋ
일케 말하기는 하지만 진짜 작품이... 되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해... 일단 처음부터 아빠가 게이? 근데 그걸 엄마가 알고 있었고? 내가 그 자식 중에 한 명이면... 난 진짜 그 집에서... 아니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40대인 현재의 앨리슨이 만화를 그리려고 아빠의 기억을 더듬는? 내용이라 7세의 앨리슨 19세의 앨리슨이 뒤죽박죽 섞여서 나오는데 이해하기 어렵진 않았고 오히려 정신없는 게 이... 극 분위기에 잘 맞는 것 같아
아버지인 브루스는 고등학교 영문학 교사이자 장의사 그래서 아이들이 장례식 일을 돕는데 여기서 제목이 나옴
원래는 funeral home인데 아이들끼리 fun home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거임 ㅋㅋㅋㅋ 여기서 나오는 아이러니지... 장례식장은 절대 fun하지 않은 곳이니까 그리고 브루스는 시체를 관리하고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니까 죽음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겠지 딸 친구의 아빠의 죽음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목이 부러져서 죽었다고 전하는 것도 그렇고... 그냥 일거리 중 하나 그저 그뿐 근데 그런 사람이... 죽음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자살 아 난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그리고 난 다른 건 모르겠고... 엄마의 솔로 넘버가 하... 그게 너무... 엄마는 딸이 커밍아웃 했을 때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음 아빠도 썩 좋은 반응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딸과 단 둘이 얘기하는데 아 엄마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거야 딸의 편지를 보고 어땠을까... 감도 안 잡힌다 딸이 왜 엄마는 내 커밍아웃에 대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거냐고 호소하는데... 네 아빠는 바람을 피웠단다, 남자들이랑. 이 소리 하나에 그냥... 아오 개비 새끼 진짜 용서가 안 되네... 자신의 제자라던 청년 정원사랑도 아내가 있는 집에... 방에서 그 짓(...)을 했고... (이 장면은 내용에도 있음 갑자기 최재웅이 이 정원사랑 하하... 이러다가 분위기 심각해지더니 셔츠 벗어. 이러길래 물음표 존나 떴음) 또 고등학교 제자랑 어케 해보려고 차에 태워 맥주 먹이고 (졸업반인 줄 알고 준 거임... 알고 보니 미자라서 경찰서 체포됨 ㅋㅋ) 군대 동료를 만나야 한다며 파리로 아내와 여행을 떠났을 때도 자신의 애인을 만나러 간 것이며 여러 군데 여행을 다닌 것도 다 외도를 위한 것이었다는 걸 딸에게 알려줌... 회상에도 가족들이랑 뉴욕으로 여행을 가서 딸이 잠에 드는 걸 보고 밖에 나가려다가 애 깨니까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자장가도 불러주다 나감... 원래 안 하는 짓이지 자장가 같은 건... 브루스의 곁에 있는 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 대사 하나 하나가 다 눈물 났음... 나도 그에게 설레일 때가 있었는데... 하면서... 이 시팔놈 클로짓 게이? 지랄하네... 자식들 빼고 다 알 듯 ; 앨리슨은 화도 났겠지만 아빠에게 직접 듣고 싶은 것도 있었을 거야... 그 얘길 듣고 나서 이 얘길 왜 엄마에게 들어야 하냐고 화도 냈으니까... 앨리슨은 그래도 게이인 아빠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았을 것이고 그 입으로 듣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비겁하게 아무 말 않고 죽어버린 게 너무... 또 그 마저도 브루스 같아서... 그래서 그 마지막 곡이 정말... 이건 진짜 설명도 못 하겠음 직접 봐야 함 ㅜㅜ
그... 이 집은 정말 무언가 어긋나있어 끊임없이 완벽한 집에 대해 강박이 있는 아빠... 가스라이팅도 오지게 함 (드레스 안 입을 거야? 그래, 마음대로 해. 하지만 그곳엔 너 빼고 모든 여자 아이들이 드레스를 입고 있을 거야. 너 혼자 청바지를 입고 있을 거고. 아주 창피하겠지. 그래도 입을 거야?) 극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미친 사람처럼 완벽한 집에 대해 집착함 그게 브루스는... 가족의 구성원들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가정 그 자체를 갈망한 것 같애 그래서 계속해서 집을 고치고 게이임에도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낳은 거겠지 그래서 막... 극후반부엔 이리저리 헤매고 그림 액자도 부숴버리고 공구 하나가 안 보이는 것 하나에도 아내에게 크게 고함을 지르고... 그런 혼란스럽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하얀 조명이 한가운데 모이면서 큰 소리가 남... 트럭에 뛰어들어 자살한 거를... 트럭 없이... 조명으로만 너무 잘 보여줌 나도 깜짝 놀라서 그 정적이 흐르는 동안 멍해있었음...
현재의 앨리슨은 만화를 그리는 입장이라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고 구석에서 음~ 그땐 그랬지 이러고 있음 캡션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초반엔 명확히 단정 지으면서 캡션, 아빠는 게이이다. 나도 게이이다. 하는데 후반부엔 캡션, 캡션, 캡션... 잘 모르겠다. 하면서 단정을 짓지 못함... 자살하기 몇 주 전까지도 꾸준하게 편지를 보내는 아빠를 회상하면서 아빠, 왜 그때 말하지 않으셨어요? 트럭에 뛰어드신 이유가 뭐죠? 하면서 분에 받쳐 물어본다 답을 얻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연출이 진짜 대단한 게 여기 나오는 아빠는 회상 속 존재라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둘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게 진짜... 앨리슨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편지를 보내는 아빠의 내면도 더욱 불안해짐... 자신이 자살할 것을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앨리슨에게 편지를 보내는 목소리가 막 떨리는데... 연기 진짜 존나 잘함... 디어 앤, 디어 앤, 디어 앤...!
애드립은 쉽게 볼 수 없는 극이지만 그래도 무겁지만은 않아 ㅋㅋㅋ 아역들 노래도 너무 귀엽고 뭐... (그 다음 장면이 진짜 충격이긴 하지만) 제일 귀여운 건 19세 앨리슨임 진짜 너무너무 귀여움 ㅜㅜ 하... 이것도 봐야 이해가 됨 첫 쇠악스 후 빤스만 입고 노래 부르는데 (대충 내 전공을 쇠악스로 바꾸겠고 부전공은 키스라는 내용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솔직히 걍 1열이라길래 재웅이 보러 간 건데 너무 양질의 극을 보고 와서... 배우들도 다 연기 노래 잘하고 난 이런 오타쿠극 아닌 게 좋더라~ ㅋㅋ 근데 보고 나와서는 걍 오타쿠 같은 것만 생각 남 얘야 아가야 하는 재웅이... 목마 태우고 비행기 태우는 재웅이... 양치하는 재웅이... 아이들 보고 뿌듯하게 웃는 재웅이... 수술복 입은 재웅이... 화내는 재웅이... 바닥을 기는 재웅이... 안경 쓴... 어휴 그만하자 분명 뮤지컬을 보고 온 건데 개인의 욕심만 채우고 온 기분 근데 생각보다 노래를 잘 하더라? 소리에 힘이 있고 탄탄함... 그리고 성량이 개오짐 막 소리지르는 씬에선 레알 깜짝 놀람 흐미~ 뮤지컬 배우인 줄 알았어요!! 입도 작아서 웅얼웅얼 말하는 것 같은데 음향이 안 좋아도 발음이 대단하더라... 신기하게 다 들림 다른 건 몰라도 딕션 하나는 정말... 아! 그리고 대본 특유의 번역체가 정말 정말 잘 어울림 진짜 뭔 소설 읽는 것 같고 외국 영화 자막 읽는 느낌인데... 그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대사들이 너무 잘 어울려... 아무튼 코앞에서 보고 온 지금도 잘 안 믿김... 실감도 안 나
아무튼 잘 보고 왔따~ 또 보고 싶구만... 내 작은 머리로 이 극을 한 번에 통달하긴 힘들다... 빈 자리 텅텅 있는 게 이해 안 갔음 이 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