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장 건설에 투입된 2조원이 死藏되지 않기
위해선 프로축구 활성화밖에 代案이 없다
玉大桓 朝鮮日報 스포츠레저부 기자(os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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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회 이후 경기장의 운명은?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전국 곳곳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열띤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월드컵 열기에 묻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열 개 월드컵 경기장을 대회 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事後 활용은 경기장 건설 전에는 각 언론이 지면을 도배하면서 요란을 떨었으나 스타디움이 모두 완공되면서 곧 잊은 것 같다.
모두의 눈길은 새 경기장의 기능과 조형미, 開場 행사에 쏠렸고, 事後 활용에 대한 관심은 「열 개 경기장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와 함께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문제는 아마 대회가 끝난 뒤 새롭게 부각될 것이다. 프로 축구팀이 열 개밖에 없는 현실에서 열 개의 새 경기장, 그 중 일곱 개가 축구 전용구장인데다 다섯 개는 연고팀조차 없다는 사실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열 개의 새 경기장은 한국 스포츠의 새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거대한 상징물일 수도 있고, 자칫 두고두고 손가락질을 받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경기장에 대해 살펴보자. 열 개 경기장의 총 사업비는 정확하게 1조9503억원이 들어갔다. 1994년 미국이 풋볼 경기장을 활용하고, 1998년 프랑스가 기존 경기장을 개보수하면서 생드니 구장 한 곳을 新築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었다.
이 사업비는 순수하게 경기장을 짓는 데만 든 돈이고, 흔히 월드컵을 2조5000억원의 大役事(대역사)라고 얘기할 때는 총사업비에 경기장 주변의 기반시설에 드는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을 말하는 것이다.
경기장 관련 총 사업비의 내역을 들여다보면 국고 보조 2714억원, 기금 보조 2103억원, 광역단체 보조 1879억원, 자체예산 1조2025억원, 민간자본 782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자체 예산은 거의 지방채와 재정특별융자 등으로 地自體가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끌어들인 빚이다.
무원칙한 투자 방식
열 개의 경기장 중 서울·부산·대구·광주 대전 등 다섯 곳은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 건설을 지원하는 법에 따라 총 건설비의 30%씩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았다. 문제는 나머지 인천·울산·수원·전주·서귀포 다섯 곳. 이 다섯 곳은 국가보조를 해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월드컵 개최를 할 수 있게 했으나 각 地自體는 IMF 사태를 거치면서 취약한 지방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아우성을 쳐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건설비의 30%씩을 지원받았다. 서울은 主경기장 건립 논란과정을 거치면서 훨씬 이전에 이 기금으로 공사비의 일부를 충당한다는 원칙이 확정됐다.
광역단체의 보조를 받는 곳은 수원, 전주, 서귀포 세 곳. 기초 자치단체인 수원市는 경기도와 함께 월드컵 구장을 짓고 관리하는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경기도와 수원이 시설비를 6 對 4로 분담하고, 향후 경기장에 대한 지분도 같은 비율로 배분했다. 전주는 전라북도가, 서귀포는 제주도가 각각 454억원, 345억원을 경기장 건설에 지원했다.
서울은 총사업비 2060억원 중 600억원이 국고보조, 300억원이 기금보조, 660억원이 자체예산, 500억원이 民資로 구성됐다. 부산은 2233억원 중 670억원이 국고보조, 1563억원이 자체예산이다. 부산의 자체예산에는 지방채 807억원, 재특융자 639억원이 포함됐다. 결국 10개 경기장은 각 개최도시와 광역단체, 국가가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무리하게 돈을 끌어들여 투자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기장들은 대회 후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을까? 서울을 비롯한 각 개최도시들은 경기장 건설 초기부터 다목적 시민편의 시설과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을 추진해 왔다. 서울 상암구장의 경우 대형 할인점, 각종 스포츠센터, 전문 식당가, 열 개의 영화관, 월드컵 기념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은 축구교실, 대구는 자동차극장과 골프연습장, 인천은 어린이박물관과 유스호스텔, 대전은 수영장과 게임센터 등 다양한 시설들을 준비하고 있다.
열 개 개최도시들은 이미 외부 전문기관에 경기장 활용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고, 이를 토대로 필요 경비 충당과 수익성 확보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의 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장별 연간 예상 수지는 서울이 지출 45억원, 수입 66억원(21억원 흑자), 광주가 지출 22억원, 수입 25억원(3억 흑자), 울산이 지출 16억원, 수입 20억원(4억 흑자)쯤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는 큰 의미가 없는 숫자다.
활용에 실패한 몬트리올 올림픽경기장
현재 事後 활용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서귀포와 부산, 서울 세 곳 정도이다. 제주도는 이미 2000년 11월10일 미국의 G-TEC라는 회사와 아이맥스 극장 설치투자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획대로라면 1단계 시설은 작년 연말 완공이 됐어야 하는 데도 사업이 지연돼 아직 착공도 안 한 상태다. 다목적 전문식당가, 영상 오락관 등 2단계 시설은 대회가 끝나야 엄두를 낼 수가 있다. G-TEC이란 회사가 50년 간 부대시설 사용권을 확보했고, 서귀포 경기장 관련 사업을 하는 데 따르는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풀려나간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열 개의 경기장은 기존의 종합경기장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관리될 것이다. 최근의 한 자료는 그동안 국내 각 경기장들의 事後 활용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1999년을 기준으로 잠실경기장에서는 일년 중 불과 열흘 동안만 축구경기가 열렸다. 동대문은 33일, 목동은 29일, 광주 무등운동장은 20일, 부산 구덕운동장은 18일, 수원 공설운동장은 43일 등이다. 이 중 흑자를 낸 곳은 수입과 지출의 비율에서 잠실이 106%, 동대문운동장이 120%. 그나마 목동운동장이 70%선이었고, 나머지 지방의 공설운동장 세 곳은 수입이 지출의 절반을 넘지 못했다.
잠실구장의 흑자는 육상대회와 각종 기타행사, 실내체육관 이용을 합친 것이고, 동대문운동장 역시 야구장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렇게 보면 축구 한 종목만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1976년 夏季올림픽이 열렸던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事後 활용이 안 돼 처참히 망가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경기장은 완공됐을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들었으나 대회 폐막 뒤부터 관리비용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되어 시민들의 조세부담을 높였다.
그렇지 않아도 올림픽 때 과잉 투자로 상당한 적자를 내 市 재정이 바닥난 몬트리올市는 관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경기장은 흉물로 변해 갔다. 결국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역사적인 현장이 지금은 축산단체가 운영하는 牛시장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에 지나친 상업주의 바람을 불러왔다고 비판을 받는 1984년 미국의 LA올림픽은 이 몬트리올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새 경기장 활용 가능한 구단은 다섯 개뿐
새로 지어진 열 개의 경기장이 「2조원의 애물단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후에도 경기장을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 영화관이나 대형 할인매장, 스포츠센터 이용은 그 다음 문제다. 우선 경기장에 사람이 몰려야만 각종 수익시설도 호황을 누릴 수가 있고, 편리한 부대시설은 거꾸로 축구장의 관중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른바 축구경기와 편의시설이 서로 상승작용을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프로축구의 시스템을 살펴보면 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현재 프로축구팀은 모두 열 개다. 그렇지만 이 중 새로 건설된 경기장을 월드컵 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단은 다섯 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 1400만 명이 몰려 사는 서울에 프로팀이 없고, 인천·대구·광주·서귀포 등도 연고구단이 없다. 이 중 대구(7만140석)와 인천(5만2179석)은 대형 종합경기장이라는 점에서 한층 더 어려움이 따른다. 대구는 그동안 프로 팀 창단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인천 등 나머지 도시들도 年內 프로팀을 갖게 되기란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부대시설이 아무리 훌륭해도 年中 프로축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경기장」의 의미는 퇴색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프로축구 팀이 있는 부산, 대전, 울산, 수원, 전주 다섯 곳도 편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형편은 결코 아니다. 국내 프로축구는 구단의 全직원이 다섯 명뿐인 곳도 있을 정도로 구멍가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구단으로서는 관리에만도 연간 몇십억원이 드는 국제 수준의 경기장 하나를 떠맡아서 운영할 능력이 全無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멋진 경기장을 지어줘도 맡아서 운영하겠다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구단들이 예전처럼 사용료만 내고 경기장을 이용하겠다는 수세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해결책은 국내 프로축구 활성화로 답이 모아진다. 새 프로팀의 창단은 문화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이 2~3년 전부터 노력을 해왔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의 내부 사정상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은 열 개 구단을 각 경기장과 짝을 지워 주는 일이다. 이 역시 해당 팀들의 오랜 연고, 기존 팀들이 그동안 몸담았던 각 地自體의 거센 반발 등으로 생각처럼 쉽게 정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해결책은 프로축구의 활성화
이제 곧 월드컵이 끝난다. 월드컵이 끝나는 순간부터 경기장 문제는 가뜩이나 열악한 地自體의 재정을 옥죄면서 계속 두통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각 개최도시들이 추산하는 경기장의 연간 운용비용은 약 20억~40억원선.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地自體들은 事後 활용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응들이다. 앞으로 한 3년 간은 고전하겠지만 대형 할인매장이나 각종 시민 편의시설이 자리를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힘들이지 않고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흑자가 경기장 事後 활용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이윤재 운영국장은 경기장의 事後 활용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 점을 강조했다. 경기장의 운영을 市나 공단 등 公조직보다는 민간이 맡아야 하며, 市와 대한축구협회, 문화관광부 등은 경기장과 프로팀의 접목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 민간의 경영 마인드로 경기장을 운영해야 하며, 사후 활용도 「좀더 나은 축구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경기장의 事後 활용은 축구와 떼어 놓고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법령을 세 차례나 개정해서 월드컵 경기장에 수익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등의 노력은 흑자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경기장 운영의 적자를 보전해 주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축구협회 등 축구계에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나 심각하게 대책을 논의하는 등의 분위기는 엿보이지 않는다.
축구인들은 『월드컵이니 국가가 이만큼 축구에 관심을 두지, 월드컵이 없었다면 축구가 이렇게 특별대접을 받았겠느냐』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경기장의 事後 활용은 국가나, 지자체가 아니라 축구인들이 먼저 고민해야 할 자신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