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세종병원 노사분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2006.03.09
최근 부천세종병원의 노조탄압 문제가 사회 쟁점화 되고 있다.
세종병원의 노조탄압행위는 지난 2005년 임단협 교섭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2003년 12월 초 고액연봉의 계약직(1년 단위) 노무관리자를 채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무법천지 세종병원, 실태는 이렇다
노무관리자가 채용된 이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영진이 내보내려고 했던 20여 년간 열성적으로 일했던 모 간부의 사무실을 빼앗고 복도에 책상을 내놓게 하고 결국 사표를 내게 만든 것이다.(당시 노조는 병원의 모 부장을 명백한 사유 없이 퇴직을 하라고 한 것에 대해,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데 경영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인사 조치라며 강력히 반대해 사퇴처리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일방적으로 보직임기제를 만들어 팀장들에게 2년에 한 번씩 보직 사임서를 내게 하고 그간을 평가해 그대로 둘 수도 있고, 팀장자리를 박탈 당할 수도 있게 만들어 팀장들을 명령에 철저히 복종토록 만들었다.
이후 부서장들을 통해 조합원들의 신상을 이용해 압박과 회유로 탈퇴공작을 일삼아 왔고, 노조간부와 조합원을 분열시켜왔다. (예 : 사측이 노조지부장의 민주노동당 도의원, 국회의원 출마 시 사측 이사장과 대표이사가 십 수 명의 간부들을 대동하고 선거사무실을 찾아와, 경영진은 병원이름으로 그리고 간부들은 부서장 이름으로 각각 정치후원금을 전달하고 당선을 기원하기도 하고, 당사무실에 에어콘(1년 된 중고)을 기증하기도 하는 등 많은 지원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꾸어 노조지부장이 노조활동을 이용해 개인적 발전을 위해 정당 활동을 하고 있고, 정당 활동은 노조활동이 아니라며 급여 중 30만원을 일방적으로 체불하는 등의 음해성 공격으로 노조원과 간부 간의 분열공작을 펼쳤고 탈퇴종용의 방법으로 활용하였음)
그 뿐 아니라 단체협약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며 조합 활동에 제동을 걸어왔다.
예를 들면, 조합원들의 잦은 부서이동, 노조간부들의 타부서로의 이동, 조합원 및 간부 징계, 홍보활동 제약(노조현수막 철거, 소식지배포 방해), 회의실제공 거부, 사무용품 지급금지, 노조전임자 축소기도, 노조사무실 병원 밖으로 추방, 노조사무실에 전기타이머 설치(오후 7시가 되면 전기가 차단되어 냉방상태가 됨), 간부 공가처리 거부, 자료요청 거부, 노조와 교섭하고 있는 과정에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 일방결정 등 노조를 완전히 무시하며 파업 이전부터 무법천지를 만들어 왔다.
폭력과 불법 남발하는 병원이 무엇을 치료하나
최근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부당감봉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단협에는 “이의가 있어 재심신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초심판결을 우선 따른다”고 되어 있으나, 대법원까지 가겠다며 복직거부) 또한, 노조사무실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여 전등, 컴퓨터, 냉장고, 커피포트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무용지물의 사무실이 되어버렸다.
그 뿐 아니라 파업농성장에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간부들의 출입은 법과 단체협약이 보장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제하고 있어 큰 집회가 있는 날이면 병원의 모든 문을 병원차량과 콘테이너 박스로 막아 환자보호자의 출입과 응급환자들마저 출입이 어려운 실정이고 이때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많은 조합원들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심하게 다친 사람은 손의 인대가 나가고, 발목이 부러지고, 코뼈가 내려앉고, 뇌진탕으로 쓰러지는 등 20명이 넘게 큰 부상자가 발생했다.(평상시에도 농성장을 침탈하여 아수라장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또 다시 부상자들이 발생하였음)
어떻게 병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이 사람을 폭력으로 다치게 만들고, 폭력은 절대 안 된다며 멱살 잡은 것을 가지고 노조간부에게 정직 10일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던 병원 측이(동일 장소, 동일사건 폭력행위 사측간부 2명은 인사위원회 회부조차 안 함) 폭력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쟁의기간 중에는 여하한 경우에도 징계는 하지 않는다’는 단체협약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을 불러들여 업무방해, 기물파손, 병원에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며 노조간부 10명 전원을 징계해고 하겠다며 인사위원회를 강행하고 있다.
정말 우스운 일은 병원 측 인사위원 4명 중 3명은 이번 노사분규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행위를 하여 노조 측에서 폭력행위로 고소한 사람들이다.
세종병원지부, 설립부터 현재까지
세종병원은 부천시 소사구에 있으며 1982년 개원한 심장병 전문병원으로서, 1년 심장수술 건수가 1300건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심장병 전문병원으로 유명하고, 병상에 입원환자 300여명, 외래환자 하루 800여명에 이르고 있어 경영의 어려움 때문에 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반면, 세종병원지부는 1987년 설립되었고,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으로 350여명 가입대상자수 가운데 현재 조합원수는 40여명이다. 조합원수가 초기에는 250여명에 달했으나, 병원 측의 끊임없는 노조탈퇴공작과 탄압으로 조합원수가 최근 40여명으로 줄었다.
파업초기에 130여명으로 조합원수가 늘었으나, 사측이 간부들을 동원하여 개별면담 등을 통해 압박하여 신규조합원들을 대부분 탈퇴시켜 버렸다.
세종병원지부는 1987년 노조 창립 후 7일간의 파업이 있었고, 1989년에는 전국 최초로 사용자측이 개악안 제시로 22일간의 파업투쟁이 있었다. 이번처럼 개악안을 내놓고 교섭을 난항에 빠뜨리고, 파업을 유도했던 전적이 있다.
2005년 6월 22일 임단협을 갱신하기 위한 교섭상견례를 갖고 2005년 단체교섭을 시작했으나, 병원 측은 7월14일 노조 측에서 요구안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사측이 단체협약 개악안을 제시해서 교섭을 난항에 빠뜨렸다.
그 내용은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노조활동 엄격제한 2. 징계강화 3. 노조측 인사위원수 대폭 축소 (노3 : 사4에서 노1 : 사6) 4. 근로조건 개악 : 월차휴가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시간외근무수당 가산율 축소(50%에서 25%로), 연차휴가 장기근속자 삭감 등 으로 20여개 조항에 이른다.
그 뿐 아니라, 세종병원 단체협약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는 기존의 단협이 유효하다‘는 특약이 체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8월2일에는 단체협약 일방 해지통보를 함으로써 2006년 2월 1일부터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그것도 교섭 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노조탄압, 한계를 넘어섰다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6개월 전에 해놓고, 불성실교섭을 일삼으며 6개월 동안(15차 교섭) 시간을 끈 뒤, 노조의 요구안은 단 한 가지도 수용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2006년 2월 1일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시켰다.
물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어 조정에 실패하고 직권중재 회부가 되지 않아 합법파업을 하게 되었다.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병원 측의 단체협약 해지통보에 맞서 부당해고자 원직복직, 단체협약 해지 철회, 환자 및 보호자 서비스개선요구, 노조활동 보장, 성실교섭을 통한 단체교섭 타결 등을 요구하며 2006년 1월 19일 파업에 돌입하여 현재 30명의 조합원이 합법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은 2005년 12월 9일 15차 교섭 이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일체의 대화와 교섭을 거부하였고, 파업 이후에는 파업참여 조합원들에게 개별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퇴거하라고 하며, 농성장을 철수하지 않으면 교섭을 할 수 없다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그것도 월 1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이면서(세종병원의 연간 순이익 2~3억) 여성이 대부분인 사업장이고 환자를 돌보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38명의 건장한 용역업체 경비원들을 계약직이라며 고용하여 상주시키면서, 조합원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르고 소식지배포조차 못하도록 막으며 탄압하고 있다.
이런 용역경비들의 상주와 폭력행위는 일반사업장의 노사분규에서도 별로 볼 수 없는 일인데, 여성이 많은 사업장이고, 파업조합원은 30명인데 용역경비들은 38명이라니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닌가!
산별투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쯤에서 고민하게 된다.
중소사업장 또는 조합원이 적은 사업장에서 이런 식으로 개악안을 제시하고, 정말 노조가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고, 근로조건이 개악당하는 정말로 수용하기 어려운 안을 던져놓고 배짱을 피우고, 미리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해놓고 교섭을 대충 해가면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다가 어느 기간이 도래하면 단체협약이 없어졌다며 노조사무실 전기를 끊고, 직장 내의 파업농성을 개별 직장폐쇄를 하여 파업조합원 전체에게 불법이라고 몰아붙이고, 용역경비회사에서 사람들을 돈으로 사들여 경비원으로 채용하고 폭력으로 제압해가면서, 조합원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한편으로는 업무방해, 폭행 등 고소를 하고, 퇴거조치, 출입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압박해 들어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종병원지부도 산별노조인 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이 아니었다면 50여일에 가까운 파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 파업이라도 해 볼 수 있었을까?
지금 세종병원지부의 투쟁은 산별노조 투쟁이라 가능하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노조는 저항할 마음조차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각 연맹이 산별노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말 산별노조를 만들고 정착시키는데 지혜를 모아야만 할 것이다. 좀 시기가 지나면 작은 노조 뿐 아니라 큰 조직을 가진 노조들도 파괴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전임자 임금미지급, 복수노조 시대가 바로 눈앞에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조합들의 총단결이 필요한 시기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 내지 통합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 노동계와 경영계의 싸움이다
세종병원 측의 노조탄압은 단협을 해지하는 신종 노조탄압과 개악안 제시, 용역경비원들을 통한 폭력을 동원한 물리적인 노조 깨기로 노조파괴의 전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세종병원의 30명 조합원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투쟁한다. 이런 노조탄압에 세종병원지부가 파괴되면 앞으로 그들의 잔치상은 여기저기서 벌어질 것이다.
우리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전국 4만의 조합원들이 하나라고 믿고(실제 전국의 조합원들이 철저히 함께하고 있음) 반드시 노조를 사수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투쟁이라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자신감으로 투쟁하고 있다.
앞서 벌어진 노사분쟁의 사례를 미리 접하며 어려운 이 숙제를 풀어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뿐 아니라 민주노총까지 함께 해야만 할 투쟁이다.
최근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까지 연대해 주고 있다.
반면 경총과 병원협회, 각 병원 노무담당자들이 세종병원을 들락거리며 사측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이제 노동계와 경영계의 싸움을 세종병원 노사가 치르고 있다.
노사상생의 헛구호를 외치며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노무현 정권이 있는 한 사용자들은 정신 차릴 수 없고, 세종병원처럼 박정희 군사정권시대에 사는 노사가 있을 것이고, 전태일 선배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의 정신은 살아 움직일 것이다.
더 많은 전태일을 만들 것이다.
이 근 선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