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지긋지긋하게 쏟아붓던 비가 그쳤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오염된 물은 빠지지 않고 심한 악취와 파리 모기떼만 득실거렸다. 마산교구 진영본당(주임=최재상 신부) 한림/장방공소 주변 마을은 그야말로 썩은 수중도시 그것이었다.
열흘 이상 내린 집중호우로 1959년 사라호 태풍 이래 최악의 물난리를 당한 경남 김해시 한림면 소재 21개 마을은 20일 현재까지도 2~3m의 의 물이 고여있어 본격적인 피해복구는 물이 어지간히 빠지는 주말쯤에야 진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자들이 물 위로 솟은 전신주를 표지 삼아 40여 신자 및 주민들이 대피해있는 한림?장방공소를 찾았을 때도 신자들은 물에 잠겨 썩어가는 마을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장방공소 김종호(루도비꼬) 회장은 물이 먼저 빠지기 시작한 장방리 쪽은 『가축 사체 썩는 냄새로 식사가 어려운 것은 물론 밤잠도 설칠 지경』이라며 피부염이 온통 번지고 감기몸살 등으로 사람들이 기진해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고지대에 위치한 공소는 물에 잠기지 않았지만 나인환(루도비꼬)씨가 빚까지 내서 임대한 연근밭이 몽땅 상하면서 2억여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을 비롯해 김병찬(베드로)씨의 문전옥답 4000여평, 장세용(요한)씨가 키우던 젖소 100여두를 몽땅 잃는 등 신자가정의 크고 작은 피해가 수십억원에 이른다.
진영본당 관할 공소신자들은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형편. 이번 수해로 종자까지 말라버린 이들은 미흡한 정부 지원 등으로는 어떻게 재기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또한 김해시 일대 본당들이 전체적인 피해를 입은 가운데 특히 함안본당(주임=이상원 신부) 관할 내 신자들도 심각한 농경지 피해를 입었으며 전금자(예비신자)의 된장공장이 1억여원의 피해를 당했고, 항평섭(요엘)씨의 개농장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민심이 갈수록 험악해져가는 것. 수해가 나자 처음엔 서로를 위하며 물자도 나눠쓰고 하던 이웃들은 침수 기간이 길어지자 라면 한박스에도 싸움이 벌어지고, 자신들의 집이 상할까 집 근처로 구조보트가 지나가는 것도 막는 실정이었다.
진영본당 주임 최재상 신부는 『현재로선 그 어떤 말로도 이들을 위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정부의 피해조사와 지원 등이 겉핥기식으로만 이뤄져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해가 나자 폭우에도 아랑곳않고 고무보트 등을 이용해 신자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있는 최신부는 『무엇보다 이웃간의 사랑이 식어가는 것도 큰 걱정』이라며 각종 구호물품이 이어지긴 했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실정인 수재민들을 위한 신자들의 기도와 나눔을 호소했다.
교구장 박정일 주교, 부교구장 안명옥 주교, 교구 사제들을 비롯해 타교구 본당 등지서 보내온 위로에 그나마 한숨 돌리는 공소 신자들. 고립된 상태, 이웃집에 더부살이하면서도 성모승천대축일과 주일엔 공소예절로 미사를 대신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 이들에게 공동체의 사랑과 기도가 절실하다.
※도움주실분 : 농협 843-01-070-856 재단법인 마산교구, 외환은행 074-13-14027-1 천주교 마산교구
이웃의 손길이 가장 따뜻
수마가 할퀴고간 상처 속에서도 신자들의 사랑은 더욱 빛을 발했다. 거의 보름째 고립돼 있는 공소신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복구에 급급하기보다 이웃들의 피해를 먼저 걱정하는 분위기.
갑작스레 밀려온 물에 집이 거의 잠길 듯하자 한림공소 정윤경(마리아)씨는 자신의 물건을 챙기진 않고, 공소회장 서달생(시몬)씨의 문구사로 달려가 노트하나 연필 한자루라도 더 건져야한다며 정신없이 도왔다.
김해시에 거주하는 한림공소 총무 하택용(바오로)씨도 휴가를 포기하고 고무보트를 갖고 달려와 140여명의 고립 주민을 구조하는 활약을 보였다. 특히 마을 지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하씨는 고립된 독거노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구호품도 전달해왔다.
육군 제2171부대 부대장 김성진(안드레아) 대령, 양용승(요셉?군수지원단 보급대장) 소령 등도 각자의 위치에서 수해복구에 전력을 다하는 것과 더불어 수시로 주민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또한 함안본당 신자들도 제방 복구 등 각 지역에서 자원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마산교구로는 20일 현재까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긴급재해복구기금 3000만원, 대전 춘천 원주교구에서 각각 2000만원의 지원금이 답지한 것을 비롯해 각 교구 및 본당 기관 단체가 물적?인적 지원의 뜻을 밝혀오고 있다.
진영본당으로도 직접적인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교구 내 거제본당과 고현본당은 교구 2차헌금과는 별로 모금한 지원금을 보내왔다. 진영본당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반송본당 신자들도 즉시 시급히 필요한 가전제품 등을 모으고 있고, 서울 시흥4동 등 타교구 내 본당들도 지원금을 보내왔다.
특히 오순절 평화의 마을 오수영 신부와 신자들이 수해지역을 직접 찾아 1000만원의 피해복구기금을 전달했으며, 대구 샬트르 성바오로 수도회 본원장 김정희 수녀 등도 공소신자들을 찾아 위로하고 수녀들이 함께 단식하고 모은 수재의연금 200만원과 된장 30통을 전달했다. 또 대구 대명,인천 산곡4동본당 신자 등 개인의 정성도 이어졌으며, 마창기술봉사단의 농기계 등 수리지원과 마산 파티마병원의 의료지원 등도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