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생육기>
글쓴이 박동원 칼럼니스트
요약
ᆞ검사출신 대통령을 만든 9할은 문재인
ᆞ무도한 국정운영, 과도한 인적청산이 검찰 키워
ᆞ사실상 문재인정권 집권 전반기는 윤석열이 주도
ᆞ집권 후반기도 윤석열에 끌려다녔다
ᆞ이는 인적 적폐청산을 통한 국정동력 확보라는
ᆞ과도한 통치 방식이 낳은 결과
ᆞ그렇게 확보한 동력으로 개혁은 하지않고
ᆞ대북정책, 소주성, 원전정책 같은 뻘짓만 했다
ᆞ그 뻘짓의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
본문
1.
희대의 잡범, 최고의 포퓰리스트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가 된건 우리 정치가 비정상이란걸 반증한다. 검찰총장 4년여만에 대통령에 오른 정치 무경험 헌법주의자 윤석열도 우리 정치가 정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본보기이긴 매한가지다. 윤석열을 대통령에 밀어올린 9할은 문재인이다. 적폐수사를 위해 그를 발탁해 세상에 내어놨고, 온갖 비정상적 통치 행위를 통해 그를 키워냈다.
2.
"문무일 검찰은 실은 제1기 윤석열 검찰이었다. 앞으로 시작되는 것은 제2기 윤석열 검찰일 뿐이다. 윤석열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혹은 기대는 접으시라. 문재인-윤석열은 한 배를 탔다. 그들은 적폐청산 수사로 인해 운명 공동체로 엮였다. 흥해도 같이 흥하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은 사치스러운 말이 되고 지금은 씨알도 먹힐 여지가 없다."
3.
2019년 6월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발탁되기 한달 전에 쓴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의 칼럼은 마치 미래를 예견한듯 하다. 2013년 10월,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윗선의 외압을 폭로하며 '강직한 검사'로 세상에 나왔다. 박근혜 정권의 명운이 걸린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정보경찰이 청와대 대응 방안을 꼼꼼하게 마련해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드러나자 윤석열은 이를 폭로한것이다.
4.
그 사건으로 '타협않는 강직한 검사'로 각인된 윤석열은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거쳐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적폐수사' 총사령부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한다. 권력에 대항해 헌법을 수호하던, 좌고우면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 윤석열을 적폐수사의 적임자로 본것이다. 이에 그치지않고 2019년 7월 야당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을 청문회 의견 채택없는 16번째 장관급 고위직 인사로 검찰총장에 앉힌다.
5.
2017년 5월부터 2년여간 박근혜 적폐수사를 통해 보수를 절멸시키려던 문재인 정권은 이명박 정권 자원외교 수사의 총사령관으로 윤석열을 앉혀 보수의 명맥을 끊어놓으려 한것이다. 조국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기치로 임기의 절반을 '특수통'을 전면에 앞세운 검찰정권이었다. 이 일방적 공간에서 월성원전 감사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등을 저질렀다.
6.
“정치권력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검찰은 정치권력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적극 확대했다.” 2011년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 나오는 대목이다. 후보시절 권력의 충견역할을 하는 검찰을 비판하며 '공수처' 신설 공약까지 했지만 문재인 본인도 예외일 수 없었다. 권력을 잡자 적폐수사 한답시고 기수파괴 파격인사를 통해 한동훈 등 소위 '윤석열 사단' 특수통 검사들을 전면에 배치시킨다.
7.
문무일 검찰총장이 있었지만 사실상 검찰을 이끈건 윤석열 사단이었다. 그래서 송평인 논설위원은 문무일 검찰을 '제1기 윤석열 검찰'이라 칭한것.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직후부터 ‘적폐청산’ 수사를 비롯해 사법농단 등 주요 수사를 이끌었다. 전임 정부의 온갖 비리를 수사하며 이명박, 박근혜, 양승태, 이재용 등이 줄줄이 구속시켰다. 모두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에 발맞춘 수사였다. 문재인 정권도 예외없는 검찰정권이었다.
8.
여기까지만 끝내고 토사구팽을 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조국과 문재인은 윤석열을 자기사람이라 여겼다. 윤석열을 여느 충직한 사냥개로 알았던 것이다. 취임식에서 "살아있는 권력도 가감없이 수사하라"던 문재인의 발언은 주인을 물지않는 사냥개를 향한 허세였다. 윤석열이 조국을 수사한건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게 아니다. 대통령과 정권을 향한 충성의 발로였다. 이걸 배신으로 받아들인 모순적 상황과 배신감이 윤석열을 정치인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9.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아무래도 집권 중후반기 국정동력 확보와 연관성이 있어보인다. 취임초 적폐청산 등을 통해 80% 고공 행진을 하던 문재인 국정지지율은 2018년 12월 중반부터 40%중반대로 떨어지며 부정이 긍정을 앞지르는 지지율 크로스가 일어난다. 부동산과 일자리 정책 등 소주성의 허구가 드러나 지지율이 서서히 감소하던 차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김정호 의원 공항갑질이 연이어 터지면서 정권의 도덕성에도 큰 타격을 준것이다.
10.
노무현 정권의 대중동원정치를 이어받은 문재인 정권은 지지율정권이다. 여론동원정치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이를 국정동력으로 삼는다.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대북정책이 파국을 맞았다. 부동산ᆞ일자리 정책실패,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유재수 감찰무마, 공수처ᆞ검경수사조정권 패스트트랙 등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통해 이명박 자원외교 수사 등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을 확보하려 한듯하다.
11.
이해찬의 20년 정권 발언에서 볼 수 있듯 부역자 처벌식 적폐청산과 보수절멸을 통해 진보의 장기집권을 노렸을 것이다. 모르긴해도 이북 원적의 민족지상주의자 문재인은 지연된 친일청산을 하려했을 수 있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이끈 충견 검찰에 대한 복수, 보수 절멸을 위한 인적 적폐청산의 사냥개 활용. 이 양가적 감정이 검찰특수부 전면 배치시켜 검찰을 키운 검찰공화국과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라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어낸것이다.
12.
만약 그때 문재인이 사적 복수심과 무도한 인적 적폐청산이 아닌 시스템 개혁에 나섰다면 검찰을 키울 일도 없었고 윤석열은 타협 않는 정의로운 강직한 검사로 명예롭게 퇴임하고 김건희랑 노후를 보내고 있을것이다. 역대 권력교체를 보면 국민들은 이전 대통령과 반대되는 캐릭터를 선택한다. 문재인 정권의 헌법에 위배되는 무도한 국정운영, 시스템 개혁없이 인적청산에 매달린 과도한 통치가 검찰을 키웠고, '강직한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에 올려놓았다.
- 어제 새벽에 떠올라 조금 쓰다 추석이라 멈췄다
오늘 다시 정리해본 오늘 아침 텐트 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