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월만에 다시 출근, 5년만에 다시 본업으로 돌아간지 이제 열흘이 좀 지났습니다.
건물 계단을 올라갈 때 오른쪽? 왼쪽?
내려오는 분들에게 길을 비킬 때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이해못해서 멍하니 서 있기도 하고나면 피식 웃음도 납니다.
사회에는 질서가 있고 플로어 밖으로 나가면 수 백 수 천의 더 많은 규칙들이 나를 얽매지만
오래 동안 해 온 일이고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렁저렁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제 일과 탱고와 자연과의 삶이 어떻게 균형있게 이루어질지
내 삶을 돌아보고 채근하는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 전이나 지금이나 저에게 탱고는 여여합니다.
저에게 탱고는 법칙이고 과학입니다.
그래요. Tango science라는 기치를 들고 거창하게 출발할때도
저에게 탱고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축을 기준으로 11개의 스텝이 있고 그것의 둘 조합이 있고
또 그것이 커넥션이라는 원형의 공간에서 태극의 상대적 대칭성을 띠고
그 움직임의 2차원적인 조합을 우리는 피겨라 부릅니다.
그 피겨의 전체적인 구성과 역할도 알겠습니다.
탱고는 걷기의 춤이 아니라 걷기의 조합과 배열, 걷기의 관계의 춤입니다.
거기에 높낮이(cadencia)의 변화와 뮤지컬리티(agogic과 dynamic)의 색깔을 입히면
꽤 그럴듯한 탱고가 됩니다.
대회나 공연은 그 수련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지
허황된 자기만족이나 sns에서 자기의 겸손함(척)을 보여주는 도구도 아닙니다.
때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때를 기다라는 것도 하나의 길입니다.
제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 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는 아름다움도 거기까지 입니다.
여기에 사람과의 관계가 더해지고 경쟁이 더해지고 먹고사는 문제까지 가면
저는 무지랭이고 바보가 됩니다.
춤을 추는 행위로써의 탱고가 아니라 춤으로써의 탱고에 집착합니다.
그것을 넘어서면 가르치기는 커녕 왠만한 짬밥있는 밀롱게로들의 경험에도 저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 너머의 어떤 세계가 필요하시면 저는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과학은 인간들의 마음이나 욕망과 관계가 없습니다.
세상사 고달파서 아파서 탱고에 오는 분들이
오히려 플로어에 세상사를 또 끌어들입니다.
저희 클럽은 그래서 조금은 삭막한 공간이어도 좋겠습니다.
스스로와 상대방에게 객곽적인 태도와 깊은 존중이 있는 공간이면 더 좋겠습니다.
땅게로들은 제발 가르치려고 하지 마시고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집중하십시요.
가르치고 싶으면 아파트를 팔든해서 스튜디오를 내시구요.
어떤 형태의 작은 폭력도 강압적인 행위도 하지 마시고 땅게라의 입장에서 모든 판단을 내려 주십시요.
있지도 않는 것을 심하게 자랑하다보면 몇 년후에 잠에서 벌떡 일어나 부끄러운 일이 생깁니다.
당신과 춤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춤을 추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춤보다 매너!!!
땅게라들은 감정의 도구로 땅게로를 대하지 마십시요. 다른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살펴주세요. 땅게로들 생각보다 탱고가 많이 어렵습니다.
초급 7,8,9기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초급 기수들이 선배가 되어 후배를 도와줄 수 있을 때 까지는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과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지독했던 역병은 우주의 법칙을 깨달았다고 하는 인간종에게 수치심을 남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다시 봄,
4월 수업이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어여들 오십시요. 어여!!!
* 4월 수업신청은 요기~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r25oc8Vdo97vA03hjdXc19FdzP3qaSOzWvJM4pLCjWcfpQ/viewform
* 이번 주 일요일 11-2시까지는 외부대관이 있습니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
가슴에 와 닿네요
저 자신도 다시 봄.
늘~잘되시길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