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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도시 문경새재를 다녀와서
♥ D-Day : 신청한 날로부터 떠나기 전날까지
몇년전부터 문경새재란 곳이 가보고 싶었지만 친정 시댁 통털어 경상도땅엔 친척 그림자도 없는 우리집이기에 이차저차 미루고 있던 차에 경북관광개발공사에서 주체하는 경북 체험가족여행은 나와 우리식구에게 다시없는 기회였다.
더욱이 여행비의 50%를 지원해주는 이런 찬스를 대한민국 아줌마의 대표, 아니 솔직히 무늬만 아줌마이긴하나 아줌마의 위력을 발휘하여 마지막 턱걸이로 선정되었다
헛! 선정의 기쁨도 잠시, 중학교 2학년인 큰아이의 방학식이 하필이면 여행 떠나는 7.23일 이었기에 나는 또 한번 대한민국 아줌마의 위력을 발휘하여 ‘현장체험학습 신청서’와 여행 다녀와서 제출하는 ‘현장체험학습 보고서’까지 아들이 아닌 엄마인 내가 완벽히 작성하여 제출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짐가방을 꾸렸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때면 캠프를 많이 가는 편이다. 지금 중학생인 창우는 초등학교 5, 6학년 시절 여름방학 40일중 30일정도를 캠프에 참여했다.
캠프 다녀와서 더러워진 옷과 신발을 선풍기에 밤새 말리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배낭메고 또 캠프가고,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 상우 역시 예외는 아니기에 방학기간중 5개의 캠프를 참여할 예정이고 문경캠프는 첫 번째 캠프고 특히 가족이 함께하는 캠프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 1일차 ♥
새벽 5시20분, 우리식구는 겨우 고양이 세수를 한채 졸린눈을 비벼가며 수원에서 강남역가는 3000번 버스를 타고, 양재역에서 내려 3호선으로 갈아타고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이틀전 맛있는 여행사에서 알려주신대로 우리 식구는 2호차에 타고 마지막 턱걸이로 선정된 가족답게 좌석 역시 맨 뒷좌석으로 배정받았다.
드디어 문경새재를 향해 버스 출발!!! 그런데 우리차에 웬 하마? 아니 레스링선수? 유도선수? 오! 마이 미스테이크, 맛있는 여행사의 가이드이신 낑가선생님(이름도 성도 모름)이시란다. 관광버스의 통로를 꽉 메운 듯한 여성분이 이틀간의 문경에서의 일정을 설명해 주시는데 오~~~~ 말씀을 어찌나 잘하시는 지, 베테랑 가이드이신란걸 첫 눈에 알아볼 수 있었기에 (사실은 이때 졸려서 눈앞이 가물가물 했음) 우리식구는 3시간 후 문경과의 첫만남을 기대하면서 버스가 출발하기 무섭게 꿈나라로 향했다.
참! 맛있는 여행사에서 여행에 대한 사전 전화공지시 둘이 먹다 한명 죽어도 모를정도로 맛있는 떡이 준비되어 있으니 아침 걱정은 하지 말라던 충고가 있었기에 버스가 출발하기 전 떡부터 먹어보니 정말 기대이상으로 맛있었다.
▶ 새도 넘기 힘든 고개 - 문경새재 도착
도립공원인 문경새재에 도착하니 경북관광개발공사 선생님과 문경시청 서원과장님께서 마중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애들과 어른들을 따로 구분하여 애들은 낑가 선생님 인솔하에, 어른들은 경북도청 서과장님의 인솔하에 드디어 문경에서의 첫 체험이 시작되었다.
공원 입구에서 서과장님은 문경새재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과 곁들여 낑가 선생님 언니처럼 생기신 아주머니 한 분을 소개한 후 노래를 시키셨는데 아니! 이럴수가, 외모는 꼭 논에서 일하시다 금방 나오신 듯한 모습이셨는데 문경아리랑을 너무 멋드러지게 부르셨다.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는 아주머니이신데 문경을 찾는 단체관광객을 위하여 수고를 해 주신다니 직접 가이드로 나서신 서 과장님과 카메라로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시던 경북관광개발공사 선생님과 더불어 문경을 관광의 도시로 알리려는 문경 시민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백두대간(백두산∼지리산)의 등뼈를 이룬 고산준령이 병풍처럼 이어져 충북과 도계를 이룬 천험의 요새인 조령(鳥嶺)은 새재계곡을 따라 제3관문(주흘관, 조곡관, 조령관)까지 이어진다. 조선시대부터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큰 대로(영남대로)로서 '영남'이란 명칭도 조령의 남쪽지방이란 뜻이다. 조령의 다른 이름인 '새재'는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 또는 억새풀이 많은 고개로 풀이되고 있으며 '고려사'에는 초점(草岾),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조령(鳥嶺)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당시의 교통여건으로는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가장 짧은 고갯길이었던 새재는 영남의 선비를 비롯한 보부상, 영남의 세곡과 궁중 진상품 등 각종 영남의 산물이 새재길을 통해 충주의 남한강 뱃길과 연결되어 서울 한강 나루터에 닿았으니 새재는 한강과 낙동강의 수운을 활발하게 연결시켰던 교통의 요충이었고 또 조령산성 조령원터를 비롯하여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며 '신립장군과 새재 여귀', '새재 성황신과 최명길에 관한 전설' 등 숱한 사연이 전해져 오고 있는 곳이다.
특히 공원입구에 들어서니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곳을 와 보시고 흙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는 것을 우려하여 향후에도 흙길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셨다고 하니 미래을 내다보는 그 분의 혜안에 대해 다시한번 경탄을 하면서 제1관문인 주흘관에 도착했다.
제1관문인 주흘관 앞마당에는 성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공성용(攻城用) 장치들을 전시해 놓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개울문을 흘려보내던 수구문은 청개천 복원을 추진하신 서울 시장님께서 아이디어를 얻어간 장소라고 서과장님이 농담하셨다. 그런데 수구문에는 사람의 형상으로 된 돌 기둥이 있었는데 멀리 있는 적들이 밤에도 사람이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돌담에는 그 당시 성을 신축한 사람과 감독관의 이름을 새겨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요즘 시행하는 실명제이기에 선조들의 뛰어남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관문을 들어서면 지금의 도지사격인 관찰사와 시장군수격인 현감의 선정비가 늘어서 있는데다른 것은 돌로 되어있는데 그 중 한개는 무쇠로 되어 있었다. 전문 문화해설사를 능가하는 서과장님께서 직접 고서를 찾아보니 무쇠 선정비의 주인은 다른 이들과 달리 요즘 우리의 화두인 혁신을 많이 한 현감이기에 후세사람들이 그 공을 인정하여 선정비도 혁신적으로 무쇠로 만들었다고 한다.
주흘관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는 6.5㎞의 거리로서 차는 다닐 수 없으며 길 주위에 주막들이 있었다고 한다. 주흘관에서 조곡관 쪽에 있는 조령원터는 옛날 출장중의 관리에게 숙식을 제공했던 곳으로 조선 후기에는 일반 나그네도 이용했으며 물물교환 장소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조령원터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니 떠나는 관찰사와 신임 관찰사가 만나 직인과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교구정(交龜亭)이 있는데 그 곳에 있는 안내도를 보니 인수인계 그 자체가 커다란 행사였고 지금은 일년에 한번 그 행사를 재현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시간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제2관문도 가보지 못한채 교구정 앞에서 유턴하여 2000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태조 왕건’ 을 시작으로 현재에도 사극을 촬영 중이라는 KBS 촬영장을 간다.
특히 왕이 기거하는 백제궁과 고려궁은 비록 드라마을 위한 세트장이긴 하지만 왕궁인 만큼 우리나라의 유명한 지관을 불러 지었다고 하는데 보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났다. 그리고 이 세트장으로 인해 문경시에서의 관광수입이 몇배나 늘었다고 하니 유치하기 위해 애쓴 문경시청의 직원들에게 다시한번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참! 문경새재의 백미는 맨발로 걷는 것이다. 특히 애들은 낑가선생님의 유혹(스티커 - 스티커를 많이 모으는 아이는 상을 준다고 꼬셔놨음)으로 올라갈 때 내려갈 때 뒤뚱뒤뚱 오리걸음을 해 가며 맨발로 걷는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지금 생각해도 저절로 웃음이 난다.
쉬어가라고 유혹하는 맑은 계곡물과 편히 누울 수도 있을만큼 편편한 바윗돌을 뒤로 한 채 문경새재 입구에 있는 TV에서도 촬영해 갔다는 주인장의 자랑을 곁들인 청포묵조밥을 먹었다. 애들은 처음 먹는 청포묵조밥의 맛보다는 새벽 5시부터 서두른 탓에 어지간히 배가 고프고 또 낑가선생님의 스티커 유혹에 넘어간 듯 한 그릇 거뜬히 해 치웠다.
▶ 막사발 아니 찻사발의 고향 - 문경도자기 전시관
문경도자기 전시관, 도자기하면 청자니 백자니 주로 항아리 모양의 도자기를 주로 봐왔고 살고 있는 곳도 직장도 경기도인 나는 도자기 하면 오로지 이천 · 광주 · 여주 지역만 알던 차에 문경도자기는 신선한 충격마저 안겨주었다.
서과장님께서 ‘문경은 서민들이 쓰던 도자기를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라고 하셨지만 광주는 조선시대 사옹원의 분원이 설치되어 운영되던 유서깊은 도자기의 고장이다. 분원이란 왕실의 어기와 관청에 공급하던 도자기를 생산하던 곳으로 광주나 이천은 관요(官窯)인데 반해 문경은 조선 초기부터 6.25까지 서민들의 그릇을 구워낸 민요(民窯)가 발전해왔고 따라서 생계 수단과 연결되어 서민의 애환이 그릇에 담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화려함과 기교보다는 실용적인 면을 고려하여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문경의 막사발은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도자기가 현대적 기법 및 세련미에 바탕을 둔것에 반해 유일하게 전통적인 방식에 의한 도자기 제작에 그 가치의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전시관을 지나 우리나라 특유의 칸 가마인 망댕이가마에 갔다.
내가 보기엔 경기도에 있는 가마와 별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서과장님은 경기도의 가마와 비교하면서 입에 침이 마를정도로 자랑하시는 동안 나는 아담하게 지어진 정자에서 한낮의 노곤함을 잠시 잠깐 풀었다.
▶ 물레도자기체험, 천연염색체험, 승마체험 - 성보예술촌
2003년 폐교를 이용해 만들어진 성보예술촌에 도착해서 물레도자기체험, 천연염색체험, 승마체험 등 3가지 체험에서 한가지만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무엇을 할까 차량이동시 식구들이 고민을 했건만, 웬걸 그룹을 편성하여 모두 다 체험한다니 이 행사가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쓴것인지 다시한번 느끼면서 우리식구는 먼저 물레도자기체험을 했다.
사실 도자기는 다른 곳에서도 만들어 봤지만 물레는 처음이었기에 애들만 시키지 않고 나도 직접 물레를 돌려봤다. 아니! 선생님께서 물레 시범을 보이실때는 흙이 너무 너무 부드러웠는데 막상 내가 돌려보니 웬 돌뗑이! 애들이 물레를 돌릴때 ‘이렇게 해봐’‘저렇게 해야지’ 라고 옆에서 잔소리를 했건만 내가 직접 해 보니 장난이 아니었으니 도자기 만드시는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창우는 사발을, 상우는 컵을, 나와 애들아빠는 막걸이 마실 때 쓰려고 막걸이 잔을 공들여 만들고 혹시나 나중에 다른 집으로 보내지지 않을까 우려되어 도자기마다 꼼꼼히 주소를 적어놓고 다도실습과 예절을 배우러 2층으로 향했다.
문경전시관에 전시된것과 비슷한 찻사발에 차를 따르는법, 마시는 법을 배우고 곁들여 떡가지 준비해 주신 성보예술촌 관계자분들께 글로 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이번엔 천연염색체험장으로 갔다.
마당에 설치된 천연염색체험장은 꼭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풍경처럼 보였다. 우리 식구는 우선 염색할 재료로 티를 선택하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나무젓가락과 고무줄을 이용해 모양을 만든 후 창우는 황토염색을 우리 부부와 상우는 양파염색를 하기로 했다.
나름대로 머리굴려 가며 나무젓가락을 동여메고 여기저기 고무줄로 꽁꽁매서 염색물에 15분 가량 주무르는 동안 나는 빨랫줄에 걸린 예쁜 스카프에 필이 꽂히는 바람에 1인당 1개씩만 염색하는 것을 선생님 몰래 스카프까지 노오란 양파염색으로 만들었다.
염색물에 주무르고 다시 무슨물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다른물에 또 주무르고 마지막으로 맑은 물에 헹궈 고무줄과 나무젓가락을 푸는 순간 아!!!! 나와 우리애들의 천재적인 감각이 꿈틀꿈틀 살아난 듯했다. 우리는 빨랫줄에 나란히 널어놓고 마지막 체험장인 승마체험장으로 향했다.
애들은 말을 몇 번 타본 경험이 있지만 겁이 많은 우리 부부는 사실 말을 타본 경험이 없어 애들만 태우려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가격을 알리는 안내판을 본 순간 과감히 타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단체 어른 10,000원, 개인 15,000원)
날씨가 장난이 아니기에 잠시잠깐 말이 힘들어 하지 않을까 고민은 됐지만, 말등에 올라서는 순간 에구 에구 떨어질까 무서워 손잡이를 꽉잡고 반바퀴를 타보니 나머지 반바퀴는 그나마 여유가 생겨 힘들어 하는 말의 갈기도 만져주고 카메라를 향해 손도 흔들고 나름대로 폼도 잡아봤다. 하지만 무섭긴 무서웠다.
우리 부부가 말을 타는 동안 먼저 탄 애들은 장수풍뎅이 키우는 교실로 가더니 몇 년전부터 사달라고 조르던 장수풍뎅이가 있다고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장수풍뎅이 부부가 알을 낳고 애벌레가 되고 다시 장수풍뎅이가 되고, 사실 사주고 싶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망설였던 차에 할인해 준다고 해서 덥썩 암, 수 두 마리를 먹이를 끼워놓는 나무토막과 같이 사서 지금 수원에서 잘 크고 있다.
▶ 하루의 피로를 씻어준 - 문경온천
성보예술촌에서의 체험은 애들보다도 어른들이 더 신나했고 떠나는걸 아쉬워 했지만 섭섭함 을 뒤로 한 채 약산성칼슘과 중탄산천 2개 성분으로 이루어진 국내 최고의 보양온천인 문경온천으로 향했다.
집에서 미리 이태리타올까지 준비했건만 목욕시간은 달랑 한시간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섭섭해 하면서 우선 성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흙탕물처럼 생긴 온천 중 따스한 물에 온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곤이 싹 풀리는 듯 하다. 다시 옆에 있는 원탕 흙탕물에 들어가니 시원함에 온 몸이 긴장됨을 느끼는 순간 나의 시선은 시계로 향했다.
휴~~~ 여자들은 목욕가면 최소한 2시간인데 옷입는것까지 한시간에 끝내야 하니 욕탕안을 구경해 볼 새도 없이 3개의 탕을 오가며 저녁에 먹을 돼지약돌구이를 떠올리며 후다닥 끝내고 나오니 낑가선생님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왜 온천 안하셨어요?’ 낑가선생님 왈 ‘예전에 할머니들 모시고 와서 등 밀어들이느냐고 하두 고생을 해서....’ 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흐드는데,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힘하면 절대 남한테 뒤질 것 같지 않은 하마(?)만한 분이 얼마나 고생했으면......
▶증기탕과 화생방훈령장의 돼지약돌구이와 이웃사촌들
서둘러 한 목욕이지만 그래도 개운함을 만낏하면서 숙소인 문경호텔 근처에 있는 돼지 약돌구이집으로 갔다.
돼지고기를 약돌에다 구워 먹는줄 알았는데 맥반석 비슷한 약돌을 갈아먹인 돼지라고 하면서 물병에 있는 까맣고 작은 것이 약돌이라는 주인장의 설명과 함께 여기 저기 테이블에서 고기 굽기 무섭게 웬 증기탕에서의 화생방훈련? 온천물에 목욕한 보람도 없이 더위와 연기속에서 땀으로 범벅이 되가며 모두들 약돌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고 우리식구는 한 접시 더 추가해서 왕성한 먹성을 자랑했다.
2호차에 탑승한 몇 몇 가족들은 한나절의 동행이건만 어느새 이웃사촌이 되어 문경소주인 참소주로 건배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우리도 영천시청에서 벤치마킹 하러 오셨다는 가족과 인천에서 오신 유희네 가족, 서울에서 온 막둥이 아들을 둔 가족까지 가세하여 문경에서의 추억을 만들었다.
1차를 돼지 약돌구이로 마친 네 가족은 2차를 약속하고 숙소인 문경호텔로 향했다. 산밑에 위치한 문경호텔은 우리의 여행을 환영하는 듯 유난히 밝은 별빛으로 시끌법적거리며 웃고 떠드는 여행가족들을 비쳐주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있으려니 벌써 유희네 가족이 2차 가자며 찾아와 호텔 근처 식당주변의 노상에 모여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마치 오래된 이웃인양 정다운 대화를 나누었고, 남자들은 2차도 부족해서 3차까지 이어지고, 이래서 여행이 좋은것인지도 모른다.
♥ 2일차 ♥
▶ 불안감이 스릴로 전이되는 철로 자전거 체험
여행자에겐 모닝콜은 필수라는걸 다시한번 느끼면서 서둘러 애들을 깨워 아침을 먹고 문경여행 일정에서 가장 많은 흥미와 재미를 유발시켰던 철로 자전거체험 장소로 향했다.
도착했을땐 기차역과 쭉 뻗어있는 철로만 덜렁 있고 자전거가 없어 어! 이상하다 했는데, 웬걸 형형색색의 깃발을 꽂고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철로 자전거를 보니 모두들 어머~ 어머~ 탄성을 질러가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무 너무 신기해 했다.
우선은 창우와 애들아빠가 양쪽에서 페달을 밟고 나와 상우는 가운데에 앉아 관리자분이 알려주신대로 안전밸트를 확실히 매고 드디어 출발! ‘야~~~ 움직인다 움직여, 아빠 기아 1단, 페달을 더 빨리 밟으셔야죠, 2단~~~~, 어 어 부딪친다 부딪혀 브레이크 아빠 브레이크, 상우야 꽉 잡아’ 이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앞 팀과의 거리를 충분히 벌려놓고 시속 20Km까지 가는데 무섭기도 하고 재미도 있고, 아무튼 불안감이 스릴로 전이되는 순간 문경 철로자전거의 재미는 단순히 페달을 밟는 것에 있지 않다는 여행책자의 설명은 그 이상도 이하도 없이 군더더기 하나도 없는 정확한 표현이다.
영남대로의 관문이던 문경에 철로자전거가 등장한 건 4년 전 폐선으로 전락한 가은선을 활용하자는 한 시민의 아이디어가 문경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강원도 정선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히트상품이 됐다.
4명까지 탈 수 있는 철로자전거는 양쪽에 앉은 사람이 브레이크 조절과 페달을 밟는 커플 자전거 방식으로 만들어 졌다.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도 가볍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할 수 있으니 위험물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앞 팀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 중간 쉬면서 사진도 찍고 철로를 따라 웅장한 산세도 둘러보고 아주 오래전에 설치된 듯한 철교도 지나치고 귀신 나올 것 같은 굴도 지나갔다. 범상치 않은 기암괴석과 층암 절벽, 강 위에 놓인 철교, 낙동강 지류인 가은천과 조령천이 영강에 합류했다 돌아가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호사로운 수채화를 관람케 해준다.
종점에서 자전거를 한바퀴 돌려 되돌아 올땐 나와 상우가 페달을 밟았는데 상우 좌석을 조정해주지 않아 자전거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약간의 긁힘만 있는 상처였기에 우리는 여전히 스릴을 만끽하면서 다시한번 이 여행에 참여하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 벼루돌을 포개놓은 듯한 고모산성
문경엔 고모산성도 있고 이모산성도 있다는 낑가선생님의 설명을 들어가며 고모산성에 도착했다. 고모산성은 상주~함창~점촌을 거쳐 문경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동·서편에 구축된 전략적 요충지로 축성 시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고모 할미와 고부 할미가 경쟁하며 하룻밤 사이에 쌓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일행들이 긴 행렬을 만들어 산성에 올라가는 모습이 작년에 가본 중국의 만리장성 축소판인것처럼 느껴졌다. 고모산성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머릿 속을 각인시켜 아직 기억이 새록새록할 정도다.
▶ 사시사철 수확하는 완숙 토마토 농장과 쇠고기 샤브샤브
우리나라 최대의 유리온실로 된 토마토농장에 갔다. 비닐하우스로 된 토마토농장은 여러번 보아온 터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농장의 규모와 시설, 토마토덩쿨의 크기, 일년내내 수확한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시설이 기계화되어있어 너무 깨끗했고 아직 익지않은 퍼런 토마토와 주홍빛의 토마토들이 어쩜 그다지도 반질반질하고 윤기가 흐르는지, 순간 우리 경기도 농촌에도 이런 시설을 도입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토덩쿨에서 직접 따서 옷에다 쓱쓱 문지러 먹는 맛이라니, 국물이 줄줄 흘러 손이 끈적거리긴 했지만 탱탱한 싱싱함이 우리 입안을 즐겁고 달콤하게 했다.
우리는 한 가족당 한 상자씩 토마토를 직접 따긴 했지만 농장주의 철저한 품질관리 정신에 따라 농장에서 별도로 준비해준 토마토와 요즘 뜨고 있는 웰빙식품인 새싹 한 상자씩을 공짜로 받아들고 토마토농장을 나섰다. 토마토농장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그때 제대로 못 드렸는데 이 글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침 일찍부터 철로 자전거와 고모산성 등반으로 어지간히 어기진 우리는 쇠고기 샤브샤브로 점심을 먹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낑가선생님의 너무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기에 마무리 볶은밥까지 밥 한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 치운 후 가은읍의 한 폐광업소를 활용하여 실제 광업소 분위기와 갱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라는 문경석탄박물관으로 향했다.
▶ 전국 유일의 실제갱도 문경 석탄박물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실제갱도를 이용한 박물관은 탄광촌에서의 생활, 출갱장면, 장비 등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갱도에 들어설때는 어렸을적 TV를 통해 탄광촌 사고를 여러번 본 기억이 있고 아직도 진폐증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함에 앞서 아릿한 마음이 앞섰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광부가족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광원사택전시장 앞에 애들이 하수구처럼 생긴 바닥으로 들었갔다 나오는게 보였다. 원 세상에 냉장고 아니 에어컨이 따로 없었다. 10살 안팎의 애들만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건만 탄광굴과 연결되어 바람이 나오는 것인지 상쾌하고 시원한 자연바람이 정말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이 바람을 긴 통으로 연결하여 전시장에 천연바람으로 냉방을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여행의 마지막 행로인 선유동계곡으로 향했다.
▶ 우리의 보살핌이 필요한 선유동계곡
선유동계곡은 약 2km 남짓한 길이의 그리 길지 않은 계곡으로 바위의 형태가 아주 다양하면서도 아기자기해 신선이 놀았다는 뜻의 선유동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계곡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행사에서 꼼꼼하게 준비해 준 수박 반통과 돗자리를 가지고 계곡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런저런 냄새로 신선의 기대가 일순간 무너졌다.
계곡 중간중간에 낮은 담들이 형성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적당했으나 널려있는 음식물 쓰레기와 삼겹살과 삼계탕 굽는 냄새가 진동하여 선뜻 돗자리를 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애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신나했지만 나와 애들아빠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거리다 어차피 한 시간은 보내야 했기에 적당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수박을 먹었다.
이번 여행의 최악은 당연히 선유동계곡이다. 조금만 관리를 잘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을 남긴채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틀간을 신나게 놀면서 먹으면서 따라다닌 애들은 서울로 오는 내내 불편한 자리이건만 꿈속에서는 아직도 문경에 있는지 행복한 표정으로 침까지 흘려가며 자는 모습이 보니 이런 것이 우리네 사는 행복이요 여행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 열정과 사랑이 있는 관광도시 경북을 기대하며
우리 가족에게 행복과 여행의 기쁨을 주신 문경시청 서과장님, 경북관광개발공사 선생님들, 그리고 맛있는 여행사의 낑가 선생님, 양갈래로 머리 땋으신 가이드 선생님 그리고 1호차 가이드 선생님, 운전기사분, 각 체험장에서 도와주신 분들 모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문경새재 입구에서 문경아리랑을 불러주신 문경 아주머니, 지금 당장 TV에 나오셔도 될 것 같은데 언제한번 문경편 전국노래자랑에 나오시면 어떨까요? 만약 나오시면 꼭 알려주세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의 젝웰치 회장은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는 표현을 썼다.
백화점에 가서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좋은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교육원에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 주차장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라는 비서와 전화를 하면서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사장의 친절은 전달되지 않는다.
조직의 접점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모든 문제와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에게 다가가는 한 단계 업 그레이드 되는 경북도정의 행정 품질 관리를 기대해 보며, 조직의 접점에 있는 사람들의 열정이 경북을 최고의 관광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출처: 경북관광개발공사, 차정순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