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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 치료를 받은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H운수분회 정아무개 분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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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에서 노동조합에 불만은 품은 비조합원이 대낮에 망치와 칼로 노조위원장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준 데 이어, 이번엔 택시회사 사장이 소주병을 깨 노조 분회장 머리를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상식 이하의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반(反)노동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인천 서구 레미콘공장 안에서 대낮에 차량 진출입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운전자가 이 회사 노조 간부 2명을 흉기로 찔러 한 명은 숨지고 다른 한 명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등은 "사측이 상조회 등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해오던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천의 대표적 택시기업인 H운수 사장이 이 회사 노조 분회장을 불러내 술을 먹다가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친 데 이어, 병을 깨서 머리를 찌르는 사건을 일으켰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H운수분회 정아무개(46) 분회장은 사측이 시행 10년차에 접어든 택시 '전액관리제'를 위반하고 세금포탈과 부가세 감면분 부당 편취 등의 위법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인천시에 특별감사를 요구해왔다. 정 분회장은 인천시청 후문에서 두 달 넘게 농성을 해오고 있었다.
7일 저녁 H운수 A(48) 사장은 정 분회장에게 전화해 이야기 하자고 제안했으며, 둘은 이날 롯데백화점 부평점 근처 찻집에서 만나 2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A 사장은 정 분회장에게 농성을 그만두라고 종용했고, 정 분회장은 노조탄압 중단과 '촉탁제(=1년 미만 단기 계약 근로자)' 중단, 전액관리제 시행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 둘은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A 사장은 찻집에서 나와 정 분회장에게 맥주 한잔을 하자고 제안, 둘은 인근 술집으로 이동해 술을 마셨다. 자정 무렵 술에 취한 A 사장은 자신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가격하다가 앉아 있는 정 분회장의 머리를 두 차례 가격했다. 그런 뒤 소주병을 깨서 정 분회장의 머리를 찔렀다. 정 분회장은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뒤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A 사장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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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전액관리제 위반 등의 혐의를 특별감사해 달라고 인천시에 요구하며 시청 후문에서 농성하고 있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H운수분회 정아무개 분회장.<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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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운수 노사는 지난 3년 전부터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노동청으로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발 조치를 당했다. 또한 회사는 인천 남구청으로부터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두 차례에 걸쳐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남구청은 지난달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과태료 1000만을 부과한 상태다. H운수가 추가로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되면, 운행 차량을 최대 5배까지 줄이는 행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노조는 '2009년 택시요금이 인상돼 기사들의 매출액이 증가됐음에도 부가세가 줄어들어 회사가 매출액을 고의로 누락시켜 신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8월 중부지방국세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H운수는 최근까지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8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정 분회장은 "술을 마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병으로 머리를 가격하고 그것도 모자라 찔렀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사측이 비상대책위를 통해 노조를 탄압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폭행까지 저질렀다"고 말했다.
사건을 접수한 부평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아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 "다만 가해자가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자세한 것은 대질심문 등을 통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해자인 A 사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A 사장은 "급한 일이 있다, 통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뒤 전화,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인천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부자감세 정책과 반노동 정책으로 인해 노조탄압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분위기는 상식 이하의 노조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