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클럽 디자인~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사용자 경험(UX)과 디자인을 최우선시 하는 애플이
얼마 전부터 자사 아이폰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삼성을 맹공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공격을 받는 기업이 여러 곳인데다 디자인 외적인 부분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싸움이라
일반 소비자들은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죠.
사실 애플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조나단 아이브도 산업디자인계의 전설 디터 람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남들에게 도용이나 모방 의혹을 제기할 입장은 아닌 듯 싶습니다... ㅠㅠ
휴대폰이 아니더라도 어떤 제품에서건 독창적 디자인은 시장 선점에 큰 역할을 합니다.
골프 클럽 제작에서도 신소재 개발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핑 1-A처럼 혁신적 디자인 한번이면 50년 동안 세계 퍼터 시장을 평정할 수도 있구요.
치열한 특허 전쟁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을 잃고 남들이 엄청난 부를 차지하는 모습을 멍하는 바라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클럽 제작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제품들과 어쩌면 그 제품의 원류일지도 모르는
안틱 클럽들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제작사들을 폄하하거나 디자인 도용을 의심하는 글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순수 아마추어 콜렉터 입장에서 클럽 디자인만 비교해봤어요. ^^
먼저 우드부터 시작합니다.
1. 보어 스루
캘러웨이,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샤프트가 힐 근처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을 잘 아실겁니다.
샤프트가 헤드를 관통했다 하여 보어-스루 디자인으로 부르는데요,
판매 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다양한 장점이 있답니다. 장단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냥 디자인의 독창성만 살펴볼게요.
과연 옛날에는 헤드를 관통해서 샤프트를 장착하지 않았을까요?
예전에도 있었네요.
1896년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4대 클럽 메이커 중 한 곳인 Wright & Ditson 사의 2번 우드 (브라시)입니다.
1900년대 초반 제작된 우드도 이미 보어스루 방식으로 샤프트와 헤드를 결합했습니다.
2. 하이보어 아이언
클리브랜드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아이언'이라는 슬로건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입니다.
지금은 형에게 넘겼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했던 클럽인데요.
아이언 전 세트가 모두 고구마처럼 생겼습니다. 속이 빈 중공구조라 아이언이라기보다 쉬운 우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고구마 아이언 세트는 클리브랜드가 최초로 만들었을까요?
그건 아니네요.
70년대 이미 윌슨과 스팔딩이 아이언 세트 전체를 고구마로 만들어서 판매했고,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3. 슈퍼 스틱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게 뭐야?' 라고 하시겠죠.
아이언 한 자루로 모든 클럽의 기능을 구현하는 '슈퍼 스틱'입니다.
간단한 조작으로 페이스 로프트를 조절해서 퍼터부터 3번 아이언까지 만들 수 있는 일명 트랜스포머 아이언이에요.
단 한 자루면 아이언 세트와 퍼터를 대체하다니 정말 대단하죠?
옛날 사람들은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만들기만 했으면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텐데요.
사실 지금부터 7~80년 전에도 로프트를 변형시킬 수 있는 클럽은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제작사의 광고와는 달리 클럽의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망한 것 뿐이죠.
하긴 클럽 길이와 라이각은 전혀 무시한 채 로프트만 조절해서 다양한 클럽의 기능을 구현한다는 것이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
4. 에일리언 웨지
출시 당시 '벙커에서 한번에 탈출하지 못하면 환불!' 이라는 엄청난 광고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던
에일리언 웨지입니다.
넓은 솔, 동그란 페이스로 꽤 특이한 디자인에 환불이라는 강력한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많은 판매량을 자랑했습니다.
디자인 특허도 여러 가지 보유했다니 설마 이 디자인은 다른 클럽에서 가져오지 않았겠죠?
흠....
19세기 말에 제작된 히코리 샤프트 클럽이 왠지 에일리언과 닮아 보이는군요. 우연이라 믿고 싶습니다.
5. 투다리 퍼터
국내 업체가 200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각종 특허출원 중이며
구입만 하면 '5타'를 줄여준다던 마법의 투다리 퍼터입니다.
토우와 힐을 단단히 잡아주며 임팩트시 헤드의 비틀림을 줄여주기 때문에 직진성이 뛰어난 제품이죠.
국내 메이커가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니 왠지 제 마음까지 뿌듯했습니다.
설마 이 디자인은 예전에 없었겠죠?
아~~~! 이게 뭔가요....
안틱골프 콜렉터스 가이드에서 찾아낸 퍼터입니다. 100년 전에도 다리 둘 달린 퍼터가 있었군요. ㅠㅠ;;;
6. 투볼 퍼터
캘러웨이 코리아에서 퍼 온 사진입니다. 출처 밝혔으니 불펌 용서 바랄게요.
오딧세이 투볼 시리즈가 첫 출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시리즈로 발전하며 이제 쓰리볼 퍼터까지 나왔습니다.
성능은 전 세계 수백만 구매자들이 모두 인정할 정도로 대단하죠.
헤드가 무거워서 거리 조절이 약간 힘들지만 직진성은 타의 추총을 불허합니다.
그린 속도가 느린 코스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습니다.
혹시 투볼이나 쓰리볼 퍼터와 유사한 디자인은 없었을까 찾아봤습니다.
있네요. ㅠㅠ;
숏게임과 퍼팅 교습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데이브 펠즈가 자신의 학생들을 위해 만든 퍼터입니다.
플라스틱 공 3개를 이어 붙여서 얼라인을 쉽게 만들었고,
샤프트를 후방으로 휘어 임팩트부터 공이 전진 회전으로 구를 수 있게 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생각에 USGA 승인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했어요.
이유는 헤드 길이보다 꼬리 길이가 더 길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펠즈의 이름을 딴 제품 출시는 무산되었고.
데이브 펠즈는 자신의 쓰리볼 퍼터 디자인으로 처음 기대했던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없었어요.
오딧세이가 데이브 펠즈의 디자인을 샀는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투볼 퍼터를 개발했는지는 모르겠네요.
더 깊은 사연은 여러분께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과연 데이브 펠즈의 오리지날 쓰리볼 퍼터의 성능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