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이야기 여섯번째로 게국지를 소개하겠습니다.
게국지는 태안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며 전국에서 유일한 김치입니다.
게국지라는 이름은 게국..... 즉 게장을 담갔던 국물로 담근 배추김치를 뜻합니다.
게국지는 김장철에 담가 한겨울 동안에 먹는 김치이며 생으로 먹지 않고 찐지처럼 쪄 먹는 김치입니다.
게국지를 담그기 전에 게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야 되겠네요.
게국이란 꽃게장을 담근 국물을 말합니다. 요즘에는 꽃게장... 하면 간장으로 담근 꽃게장을 떠올리는데 사실 태안지방의 전통 꽃게장은 간장으로 담그지 않고 소금물로 게장을 담갔습니다.
꽃게가 살이 오르는 계절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입니다. 태안에서는 10월부터 꽃게로 꽃게장을 담그는데 방법은 소금물을 팔팔 끓였다가 식힌 다음 항아리에 꽃게를 넣고 끓인 소금물을 붓고 돌을 눌러 놓습니다. 그러면 소금물이 꽃게에 배어드는데 대개 10일정도 지나면 꽃게가 알맞게 간이 배고 숙성이 됩니다. 이게 바로 태안지방의 전통 꽃게장입니다. 소금물로 담근 꽃게장은 간장게장처럼 색깔이 검지 않고 단맛이 없어 꽃게 고유의 맛이 살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겨우내 꽃게를 담가 먹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꽃게를 담가먹던 게국 항아리에 능젱이(칠게)를 담가 먹습니다. 그러다 가을 김장철이 되면 그 게국에 포기가 시원찮은 푸른배추(갈포기)를 따다가 씻어 늙은 호박과 함게 담갔다가 금방 투가리에 쪄 먹는 게 게국지입니다.
게국지는 오래 담가두면 배추가 절여져서 질기기 때문에 배추에 간만 배면 쪄 먹습니다. 그러면 물렁거려 입에서 슬슬 녹습니다.
일년 동안 꽃게를 반복해서 담갔다 꺼내먹고, 다시 능젱이를 담갔다가 꺼내먹기 때문에 게국에는 게 특유의 맛이 배어있습니다. 이런 구스름한 맛이 나는 게국에 푸른배추를 담갔다가 쪄 먹으니 게국지 맛이 일품이지요. 요즘 식당에서 게국지를 파는 집들이 더러 있는데 진짜 게국지는 아닙니다. 소금물과 까나리액젓이나 새우젓국에 배추를 담갔다가 쪄 낸 게국지입니다.
진짜 게장이 사라지고 간장게장이 득세하니 자연히 진짜 게국지도 사라지고 급조된 게국지가 진짜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으깬 꽃게와 버무린 푸른 갈포기배추 ▲ 완성된 게국지 항아리
진짜 게국으로 게국지를 담그지 못한다면 간단하게 게국지 고유의 맛을 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꽃게는 비싸니까 아가리 난 꽃게를 구입하여 절구로 대충 으깬 다음 푸른배추와 섞어 항아리에 담갔다가 쪄 먹으면 됩니다. 꽃게 으깬 것만 넣으면 간이 싱거우니까 배추와 버무릴 때 까나리 액젓이나 새우젓 국물로 간을 하면 좋습니다. 약간의 고추가루를 넣으면 칼칼한 맛이 납니다. 전통 게국지만큼 깊은 맛은 없지만 그래도 소금물과 조미료로 벅범한 게국지에는 댈 게 못됩니다.

게국지 투가리입니다. 맛이 일품입니다. 게국지가 조금 짜면 쌀뜨물을 부어 간을 맞추면 됩니다. 질감이 물렁거려서 노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밥 반찬입니다. 김치찌개와는 또 다른 맛입니다. 꽃게탕 맛도 아니고 게장 맛도 아니고 오묘한 바다내음이 밴 태안의 별미입니다.
첫댓글 드디어 올리셨네요... 많이 기다렸습니다.
아하~~!! 어릴적에 먹기만 하고 담그는법은 몰랐는데...저도 한번 게국지 담그기에 도전해 봐야겠어요.
말로만 듣던 게국지네요 우리남편이 늘 자주 얘기하던게 바로 이거군요 반갑네요 게국지가
게국지 먹고시포~ 게국지 담고싶어도 꺼리가 없네요~무조 배추도 구경하기 힘들어요~올해엔 김치도 못먹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