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김대철(45)씨는 최근에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나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빼달라고 했는데 집주인이 몇 개월째 이런 저런 핑계만 늘어놓고, 최근에는 알아서 빼가라고 오히려 큰소리만 쳐서 할 수 없이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가서 물어보아도 부채가 너무 많아 방이 빠지지 않는 실정에 설상가상으로 지방발령까지 나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왜냐하면 보증금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전출하면 종전에 가지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여 보증금을 반환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철씨는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 푹 놓고 지방으로 이사를 하여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해답은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김대철씨처럼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임차인이 주민등록이전과 관계없이 처음에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탄생한 법이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제도이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란 계약기간 만료 후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임차인이 단독으로 확정일자인이 있는 임대차계약서를 갖추어 임차권 등기를 신청하면 법원이 등기명령을 내리는 제도이다.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 등기를 한 후에 주택의 점유와 주민등록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1999. 3. 1 신설).
2. 임차권등기의 요건과 절차
① 임차기간이 끝난 임차인이 신청할 것(등기는 원래 쌍방등기가 원칙이나 이 경우는 예외적으로 임차인이 단독으로 신청 가능) ② 임차주택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청구할 것 ③ 신청의 취지 및 이유, 주택의 특징(주택의 일부만 임차한 경우에는 그 도면 첨부), 임차권 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 등(대항력 취득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 그 사실)을 기재할 것
3. 임차권등기의 효력
임차권 등기의 효력은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위 사례에서 말소기준권리는 2008년 4월 5일날 설정한 B근저당권이다. A임차인은 B근저당설정날짜보다 먼저 전입하고 확정일자를 받았기 때문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다. 확정일자부 임차이기 때문에 경공매에 있어서는 우선변제권자인 B근저당권보다 더 우선해서 임차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도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거주이전(이사)을 하면 종전에 유지하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잃게 된다. 그런데 A임차인이 2009년 4월 5일에 임차권등기를 하고 그 다음날인 4월 6일에 서울에서 광주로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더라도 2007년 3월 5일에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임차권등기효과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시가 아니라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시점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바로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전출하거나 이사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이전에 반드시 임차권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꼭 확인하여야 한다. 만약 이것이 경료되기 전에 전출하면 점유상실로 인한 불이익(대항력과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을 받을 수 있다.
2. 위 사례에서 임차권등기명령주택에 2009년 7월 5일에 임차보증금 4000만원에 새로 전입하고 기입주한 C임차인은 보증금액이 소액이더라도 최우선변제권을 받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새로 전입한 C임차인에게 최우선변제권을 인정하게 되면 주택임차권등기를 한 A임차인을 포함하여 다른 선의의 선순위권리자(B근저당권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C임차인이 확정일자를 갖추고 있다면 그 순위에 다른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3. 미등기나 무허가건물의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제를 신청할 수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적용되는 건물(주택)은 등기된 건축물, 미등기, 불법건축물을 불문하고 다 적용이 되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은 등기된 건축물만 해당하는 점이 다르다. 그 이유는 등기되지 않은 건물이나 등기가 불가능한 건물은 등기부상에 기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차권등기명령은 등기되어 있는 건물에만 해당됨을 유의하여야 한다.
4. 임차권등기는 경매신청권은 없다. 임차권등기 자체에 기한 경매신청권이 없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명령자도 경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임차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 강제경매를 신청해야 한다(반면에 전세권을 바로 경매가 신청이 가능하다).
5. 임차권등기는 배당요구가 필요 없다. 임차권등기명령을 배당요구 종기 일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배당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당연 배당자에 해당됨). 단 임차권 등기가 첫 경매개시 결정전에 등기된 경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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