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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디지털 퍼스트’ 또는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 기자/아나운서/시사교양피디가 갖춰야 할 능력과 직무 역량은 이전 시대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 1.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뉴스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종이 신문은 기자가 기사를 써도 신문이 발행돼야만 뉴스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가 기사를 쓰면 곧바로 모바일 또는 PC를 통해 송출된다. 언뜻 보기엔 언론의 보도 방식이 전체적으로 진화를 이룬 것 같지만 실상은 오히려 퇴보의 길을 걷고 있다.
종이 신문의 최대 단점인 시간적⦁공간적 제약에서 해방된 언론사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디지털 퍼스트에 뛰어들었다. 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 퍼스트의 최대 장점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에서의 해방이다. 새롭게 형성된 뉴스 시장 속에서 언론사들은 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 퍼스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신속한 보도를 지향했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빨리빨리 문화는 결국 뉴스 보도에까지 영향을 미쳐 언론사 간의 속도 경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경쟁에 쫓기던 언론사들과 기자들은 점점 ‘일단 내고 보자는 식’의 보도 방식을 취하게 됐다. 다른 무엇보다도 정확성과 사실성을 제1 요소로 써져야 할 기사가 신속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쓰이다 보니 오보와 오(誤)자가 빈번히 발생하게 되었고 그 결과, 기자와 언론은 신뢰를 잃어버리게 됐다. 2020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21%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최하위로 집계됐다. 시대가 지날수록 한국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점점 퇴행하는 것이다.
디지털 퍼스트의 도입으로 언론의 보도 방식은 한 차례 진화를 겪은 것이 맞다. 그러나, 언론 보도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인 사실성과 정확성에서의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현시대의 언론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언론과 기자가 어떻게 언론의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언론과 기자는 그 자체로 신뢰를 받아야만 건전한 민주적 공론장을 형성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며 뉴스를 소비시킬 수 있다. 언론이 신뢰의 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종이 신문 언론에서부터 고수해왔던 역할과 책임에서 점차 멀어지는 꼴이다.
이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편승한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이전 시대보다 더 발 빠른 정보 파악 능력과 사안을 분별할 줄 아는 역량이 필요하다. 속보와 가짜뉴스가 판치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빠른 정보 수집과 무엇이 핵심인지 분별할 줄 알아야 사실성이 확보된 뉴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퍼스트 뉴스 시장 속 기자의 기사는 곧바로 대중 앞에 전달되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보도에 더 엄중한 책임감이 요구될 수 있다. 민주 국가에서 기자의 보도는 국민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힘을 가진다. 따라서 기자가 보도할 사안에 대해 신중하지 못하고 마구잡이식으로 보도하게 된다면 국가와 국민은 잘못된 여론에 휩싸여 심한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언론 보도 방식의 진화에 맞춰 기자의 책임과 역량도 진화되어야만 언론이 진정한 진화를 이룩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2.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가 내걸고 있는 기치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만들어진 뉴스 플랫폼이 등장한 것을 보면 언론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와 달리 정보 생산 주체가 다원화돼 있다. 언론계만이 독자적으로 사회 현안을 둘러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화한 시대가 기자에게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은 그것을 뛰어넘을 역량을 갖춰가고 있는지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와 같이 등장한 ‘기레기’라는 비난은 그것이 부재하다는 국민의 판단이다. 정보의 수용자와 제공자가 불분명한 사회에서, 기자들만 가능한 일은 뚜렷하지 않다. 그러므로 기자들은 역량 강화를 꾀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기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첫 걸음은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은 그 다음이다. 흔들리는 사실 위에 유의미한 해석은 없다. 사실이 부족할 때 이를 채우기 위한 ‘사실 대용’으로 해석을 집어넣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해석할 만큼의 사실을 쌓지 못했다면 해석 자체를 말아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 장점은 첫째도 신뢰도, 둘째도 신뢰도다. 다원화된 플랫폼 속에서도 국민이 레거시 미디어를 찾아보는 이유는 하나다. 적어도 틀린 사실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언론은 미래가 없다.
둘째로 기자는 인간적 가치에 매달려야 한다. 단순히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나 유가족의 슬픔을 담고,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파헤치고,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언론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성이 강화됐다. 과거보다 속보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 속에서 기자들은 단독 보도 확보를 위해 더욱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기자의 특종에 대한 열망이 공적 역할을 벗어날 때 이기적인 미디어 하이에나로 전락하고 결국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와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돼 갈수록 신문과 방송의 인기는 식고 있다. 2002년 유료 부수 발생 수가 175만 부에 달했던 조선일보는 2012년 135만 부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40만 부 이상 줄어든 것이다. 발생 부수가 줄어들고 광고 수익까지 떨어지고 있다. 2011년에는 온라인 뉴스 이용자가 신문 구독자 수를 넘어섰다. 특히 유튜브, SNS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뉴스를 재생산해 언론의 역할을 점거해 나가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언론만이 뉴스의 최강자를 고집할 수 없다. 대안은 기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뢰와 도덕을 회복해야 한다. 신뢰와 도덕이 사라짐과 동시에 직업언론인도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3.
더 이상 시민들은 종이신문과, 저녁에 고정적으로 방송되는 뉴스를 통해 기사를 접하지 않는다. 대부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올라오는 기사를 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신문기사 이용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신문기사 구독 경로를 묻는 질문에 10대의 3.7%, 20대의 1.4%, 30대의 2.8%, 40대의 2.6%만이 종이신문으로 기사를 접한다고 답했다. 특히 10~40대는 대부분(90.4%)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읽었다. 저널리즘의 목적은 시민이 자유로울 수 있고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공급하는 일이다. 언론사와 기자는 이러한 시민들의 변화에 맞춰 나가야 한다. 더 이상 과거 아날로그 뉴스 산업방식이 아닌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맞는 뉴스 산업방식을 바꿔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시민들은 단순히 한 정보만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보다 하나의 정보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얻고 싶어 한다. 디지털 시대에 시민들은 능동적으로 소셜 미디어, 구글 검색 등 자신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단순히 정보전달에 그치는 기사는 시민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게 되는 단순한 정보 이외에 것을 원한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가 되면서 많은 신문사들이 종이신문의 기사를 단순히 옮겨 웹 사이트에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시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디지털 전달 방식이 갖는 특별한 강점이 있다. 이는 기자가 과거 전통적 방식의 기사쓰기를 또는 전통적 서사 구조에만 제한되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과거 전통적 방식의 기사쓰기를 벗어나 디지털을 활용해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기자가 갖춰야 할 새로운 직무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픽,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합 편집한 뉴스 콘텐츠를 인터랙티브(interactive) 기사라고 부른다. ‘뉴욕 타임즈의 스노우폴’ 기사는 중간 중간 현장 사진과 함께 인터뷰 영상, 시각화한 데이터, 모션 그래픽, 슬라이스 쇼 등을 제공한다. 6일 만에 280만 명의 독자가 이 기사 사이트를 방문해 35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고 SNS에서도 총 8만 건이 넘게 공유됐다. 이 디지털 기사로 2013년 퓰리처상 기획 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그 뒤를 이어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파이어스톰’기사가 인터랙티브 기사로서 ‘스노우 풀’에 버금가는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인터랙티브 기사들이 호응을 받는 현상은 시민들이 더 이상 정보전달수준에 그치는 기사를 보고 싶지 않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기자의 책임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기자는 뉴스의 존재 양식과 표현 방식을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맞춰 다듬되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에도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가 생태계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기자가 아니더라도 미디어롤 통해 자신의 의견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가짜뉴스가 만연해지는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실 확인의 규율이다. 이것은 각 시민들이 주장하는 개인 의견과는 다른 저널리즘만의 차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기자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변화에 맞춰 시민들의 요구에 부흥하는 변화를 갖추면서도 기자 본연으로서의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4.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 레트로 열풍 속에도 아날로그의 상징성을 가진 종이 신문은 그 궤를 같이하지 못했다. 특히나 한국은 더 그렇다.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 국가, 스마트폰 이용률 1위 국가로 당당히 ‘디지털 퍼스트’를 선도하는 국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뉴스 소비 형태도 달라졌다. 정보의 홍수 사회에서 원하는 정보를 간결하게 발췌·요약하는 ‘클리핑 신드롬’이 나타났다. 이 클리핑 신드롬은 결국, 인쇄물의 쇠퇴, 디지털의 진보라는 필연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즉, 디지털 퍼스트는 언론에게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기자의 직무 역량도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간신문 혹은 9시 뉴스를 위해 취재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뉴스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바쁜 한국인에게 긴 줄글형식의 기사는 사치다. 간결해야 뉴스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정보 전달의 ‘신속·간결성’이 기자가 가져야하는 최우선 역량이 됐다. 여기서 기사의 본질이 훼손된다. 신속하고 간결한 정보 사이에서 사라진 ‘정확성’은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밑바닥까지 끌고 갔다. 로이터저널리즘 센터에서 발표한 국가별 언론 신뢰도에서 한국이 2016년부터 매번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기자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신속·간결성만을 추구한 결과이다.
디지털 시대에 기자가 갖춰야 할 능력이 변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 기자는 신속·간결성과 함께 정확성을 가져야 한다. 이는 언론인의 숙명이며, 예나 지금이나 추구해야하는 불변의 원칙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결국,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뉴스소비자가 긴 줄글을 원하지 않는다면 간결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인포그래픽 형태의 기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기자의 역할이 더 확대된 것을 의미하지 결코 이전과 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 지원 없이 기자에게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언론은 국민의 기본권 수호에 선봉에 서있으며 권력 감시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언론 신뢰도 하락과 기자의 역량 부족의 책임을 모두 언론사의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언론의 감시자는 시민이며 정부이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정부와 시민이 합심할 때 비로소 디지털 역량을 갖춘 기자를 양성할 수 있다. 정부는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교육과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언론 신뢰도 1위인 핀란드는 국민 중 63%가 종이 신문이나 디지털 신문을 구독한다. 이처럼 양질의 저널리즘을 갈구하는 시민이라면 기꺼이 값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페이월(Pay wall)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루에 10건의 기사만 무료로 이용하고 추가 기사를 보려면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기자로 하여금 책임감을 높였고, 독자는 지불의 대가로 양질의 기사를 제공받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한국 언론의 ‘신속·간결성’ 그리고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예로 작용할 것이다.
# 5.
디지털 퍼스트 시대, 우리는 오히려 멍청해졌다. 미국의 문화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인간의 여러 지능 중에서도 ‘맥락 지능’을 강조했다.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여러 정보들 사이에서 숨겨진 ‘맥락’을 짚어내는 지능이다. 안타깝게도 현대인은 맥락 지능이 취약하다는 것이 스턴버그 교수의 진단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디지털 퍼스트 이전, 기사에는 ‘맥(脈)’이 있었다. 기자는 구조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맥락을 기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했다. 신문과 방송에서 기사는 항상 전후에 다른 기사와 함께 붙어 다녔고 그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이뤘다. 때문에 독자들은 개별 기사 하나하나를 넘어 기사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에 집중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도래 이후, 언론사가 늘고 매체가 다양해졌다. 언론사들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일환으로 온라인 기사 생산을 늘렸다. 전후 맥락보단 부분적 정보만을 전달하는 단발성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학자 미첼 스티븐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지털 시대는 ‘탈맥락화’됐다. 단발성 기사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이 기사가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지 못한다. 정보의 총량이 늘었음에도 현대인의 맥락지능이 떨어진 이유였다.
파편화된 속보에 지친 디지털 퍼스트 시대, 해답은 본질에 있다. 디지털이란 단어에 놀라 잠시 잊고 있었을 뿐. 기자의 핵심 역량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맥을 짚는 능력’이다. 특히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전문분야에서 기자의 역량은 빛을 발한다. <비디오머그>의 ‘인보사 미스터리’는 주목할 만하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제약회사와 의약계의 구조적 폐단을 드러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각종 의학 용어로 점철된 속보성 기사에선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맥락’을 제시했다.
맥락에 대한 감각만 있다면 기자는 다양한 시각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 <경향신문>의 ‘그놈 손가락: 국가기관 2012년 대선개입 사건의 전말’이 눈길을 끈다. 사건을 설명하는 그래픽, 동영상, 사진을 동원해 서사를 시간흐름에 따라 풀어낸다. 긴 타임라인을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단발성 기사 여럿보다 시각 기술의 지원을 받은 맥락 콘텐츠 하나가 더욱 효과적이다.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촌’ 기획기사는 360도 VR카메라를 동원했다. 길게 이어지는 기사 중간마다 열악한 빈민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맥락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적재적소에 기술력을 배치해야 한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신기술도 활용할 수 없다.
한때 언론사들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일환으로 ‘카드뉴스’나 ‘뉴스레터’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정보의 질이 떨어지고 단편적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맥락이 없는 단순 정보성 컨텐츠는 오히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외면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바쁜 현대인은 언제나 빠르고 효율적인 정보만을 원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그들은 맥락과 구조적 통찰을 원한다. 디지털 퍼스트에 잠시 가려지긴 했지만, 원래 ‘기자’가 하던 일이다.
# 6.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한 언론사지만 지면 뉴스를 제작할 때와 별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디지털이라는 외형에만 쫓기면서 디지털 문법에 맞는 뉴스 콘텐츠 제작엔 소홀했다. 지면 뉴스 링크를 자사의 디지털 채널에 그대로 옮겨 붙이는 것이 단적인 예다. 카드뉴스와 영상을 제작하더라도 뉴스 원본을 별다른 변형 없이 옮기는 정도다. 이처럼 기사 송고의 최종 목적지로 디지털을 이해한다면 디지털 퍼스트가 아닌 ‘디지털 라스트’로 불릴 뿐이다. 진정한 디지털 퍼스트로 거듭나려면 디지털에 어울리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종이신문 중심의 뉴스 생산방식에서 벗어나는 게 첫걸음이다.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뉴스를 제작해야 한다. 독자가 어떤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한 뒤 뉴스화해야 한다. 기자 편향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거나 알았으면 하는 뉴스에만 높은 가치를 둬선 안 된다. 독자가 뉴스를 얼마만큼 흥미롭게 읽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기자가 뉴스 생산에 주도권을 쥐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기자 중심적인 뉴스 생산만으로 충분했을지 모른다. 당시에 독자들은 정보 획득 경로가 제한적이어서 지면 뉴스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자가 뉴스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체제가 해체되었다. 뉴스 주도권은 뉴스 소비자로 이동했다. 독자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자유롭게 획득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콘텐츠가 아니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독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쫓기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자칫 독자의 클릭만을 유도하는 선정적인 뉴스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홍수 속에서 자극적인 뉴스가 독자의 관심을 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느 가십성 콘텐츠처럼 자극적인 정보로 뉴스를 남발하면 독자들은 뉴스가 지니는 차별성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뉴스를 외면하는 상황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뉴스가 가십성 정보와 구분되는 이유도 사건을 확인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는 논쟁 사안과 관련하여 쏟아지는 정보 중에 믿을 만한 정보가 무엇인지 검증하는 일에 철저히 해야 한다. 발생한 사안에 대한 배경과 맥락을 다각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놓쳐선 안 된다.
뉴스 생산을 넘어 확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독자가 흥미로워 할 뉴스라도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면 그 가치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좋은 뉴스는 독자에게 알아서 전달될 거란 낙관과 SNS 계정을 무한정 만들어서 물량으로 승부하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뉴스 형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딱딱하고 정형적인 형식 위주의 스트레이트 기사 외에도 내러티브형식의 기사 작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소설 같은 서사구조를 가진 기사가 독자의 감성을 파고들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감성과 흥미를 쫓는 디지털 콘텐츠의 속성에 부합한 뉴스인 것이다.
이 모든 건 데스크와 분리된 디지털 뉴스팀을 생성할 때 실현 가능해진다. 데스크에 종속될 경우 지면 제작 문화에 영향을 받기 십상이다. 디지털 뉴스는 지면 기사를 단순히 디지털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처음 기사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다르다. 나아가 데스크에서 신문 부수를 잣대삼아 디지털 뉴스팀에 조회 수를 단기간에 올리도록 압박할 우려도 따른다. 전문화된 기자와 회사의 이름값만 갖췄다고 디지털 뉴스 콘텐츠도 쉽게 성공할 거란 생각에서 말이다. 디지털 뉴스팀은 트래픽을 의식한 나머지 조회수에 목매면서 저품질 기사를 쏟아내고 디지털 독자들에게 선택받을 뉴스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서 기자들은 독립된 디지털 뉴스팀 내에서 협업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디지털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영상 제작 및 디자인 담당자와 원활히 협업해야만 디지털 독자에게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7.
퓰리처상은 미국의 권위 있는 언론상 중 하나다. 국내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언론상들은 세부적인 차이는 존재하나 공통의 심사기준이 있다. 권위에 맞서 세상에 진실을 밝히고 공익에 힘쓴 언론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기자는 사실을 파헤치고 보도하며 사회의 올바른 변화에 이바지하는 사람이다.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에게 필요한 능력임은 자명하다. 인쇄 매체가 도입된 시기부터 대중은 기사를 통해 정보 격차를 줄이고 가치관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신문이나 방송만으로 소식을 접하지 않는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도래는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수용하고 창조하는 프로슈머를 만들었다. 현대 언론의 입지는 좁아졌고 시대의 흐름에 앞장서던 기자는 도리어 미디어에 딸려가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 속에서 기자의 역량은 마치 공신력이 아닌 상업성에 있어 보인다. 인터넷 언론은 수익의 원천인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 낚시성 기사로 대중을 현혹한다. 기사의 소재는 사건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그저 자극적인 하나의 조각에 주목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는 단순 소비의 성격을 보이며 공익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언론의 전문성 상실이 오히려 미디어 전파 속도가 급증한 시대에 더 빠르게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기자의 상업적 이윤이 그들의 성과로 인정될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이 모바일의 빠른 정보 순환은 마치 신속한 보도만 살아남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기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이 디지털에 종속되었다. 빠른 보도에 치중하는 태도는 가짜뉴스의 시발점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누리소통망 발 기사가 포털사이트의 뉴스토픽을 장식하는 실정이다. 보도자료를 별다른 검증이나 사실 확인 없이 대량으로 찍어내는 현상인 ‘처널리즘’은 오늘날의 기자를 떠올리게 한다. 신속하기만 한 기자를 우위에 두면 신뢰는 떨어진다. 대중은 더이상 해당 언론을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매체의 속성을 따라서 기자의 가치를 바꾸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기자는 과거와 같이 여전히 객관성을 기준으로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려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특히 개인 미디어가 유사언론의 기능까지 하는 지금, 기자는 더욱 새로운 가치보다 본래의 전문성을 단단히 쌓아야 한다. 개인 미디어는 정파적 편향성이 짙고 사실 검증이 어렵지만, 그 수는 점차 급증하며 언론과 뒤섞여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대중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강조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미디어 연구에서도 대중의 가려내는 능력은 디지털 퍼스트 시대가 발달할수록 더욱 중요해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본래 기자는 언제나 국민에게 시대의 흐름의 가장 최전선에서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했음을 떠올려야 한다. 언론은 이제 지금의 오판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신속성에 치중한 개인 미디어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손쉬운 접근성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주체적인 능력까지 나아간다면, 기자는 다시 공익 추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 8.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귀향하던 오디세우스 일행은 세이렌의 섬을 지나게 된다. 오디세우스는 밀랍으로 동료들의 귀를 봉하고, 자신을 돛대에 단단히 묶으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오디세우스는 동료들과 함께 세이렌의 섬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디지털 퍼스트 사회는 세이렌의 섬과도 같다. 뉴미디어들은 세이렌처럼 대중의 심리를 자극하여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유인한다. 그런데 뉴미디어는 ‘사실’을 말할 의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의견만 선택적으로 대중에게 들려줄 수 있다. 급격하게 뉴미디어의 물살을 탄 우리 사회는 왜곡된 정보를 제재하는 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뉴미디어는 그들의 주장을 신속하게 콘텐츠화 함으로써 입지를 다졌다. 그들은 우후죽순 대중의 흥미를 돋우는 콘텐츠를 양산했다. 뉴미디어의 콘텐츠가 대중의 이목을 끌자 위기의식을 느낀 일부 전통언론은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화 속 세이렌의 유혹에 함락된 선원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현재의 미디어 사회는 뉴미디어에 의해 팩트체킹 안된 정보가 난무하는, 흑백의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는 디지털퍼스트 시대를 관통하는 무기를 새로이 갖춰야 한다. 오디세우스에게는 중요한 무기들이 있었다. 그것은 분별력과 소통능력이다. 세이렌 목소리의 위험성을 인지한 오디세우스처럼 기자는 분별력을 갖고 산재한 팩트들을 찾아내야 한다. 유튜브, 소셜미디어, 인터넷 매체들이 늘어놓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팩트 체킹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허위 내용들을 차단해야 한다. 시민들이 팩트 기반 위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언론은 속도에만 집착하여 오보를 일삼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전통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신문기자는 대중들이 언론을 신뢰할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오해나 왜곡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오디세우스는 비록 돛대에 묶여있었을망정 세이렌의 노래를 피하지 않았으며, 동료들이 자신을 제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였다. 기자는 귀를 열어 뉴미디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지 보고 들어야 한다. 최근 대중이 신문을 포함한 기성 언론을 멀리 하는 이유는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그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에게 뉴스는 여전히 어렵다. 게다가 특정 이슈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더해지기 때문에, 매일 신문을 접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맥락과 흐름을 배제한, 새로운 소식만을 쫓는다. ‘당연히 알 것이므로, 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기자들의 생각은 일종의 선민의식이다. 나날이 축적되는 신문의 톱뉴스는 대중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가기 보다는 오히려 피로감만 더하게 된다. 보도되는 사안의 맥락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언론은 대중의 시선에서 그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종래에는 그들로부터 완전히 유리될 것이다.
디지털퍼스트 시대, 세이렌의 노래에 빠져 침몰되지 않도록 모두가 각성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통 매체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뉴미디어의 유혹에 빠져 전통매체로서의 가치를 잃고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른다. 기자는 본연의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 뉴미디어 시류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양질의 취재원을 통해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해야 한다. 정보를 손에 쥐고 독주하는 자세를 버리고, 대중과 발맞춰 세이렌의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 9.
앨빈 토플러가 ‘제 3의 물결’을 말한지도 벌써 30년이 지났다. 이미 세상의 많은 부분은 정보화의 물결이 잠식하여 넘실거린다.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정보가 되어 가상의 공간에 저장된다. 단절되었던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망으로 연결되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은 점차 무의미해진다. 이러한 ‘정보의 바다’에서 ‘수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바다에 뛰어들지만, 그 물결은 너무나도 거세다.
이런 시대에서 저널리즘 역시 변화의 필요성에 맞닥뜨린다. 이는 뉴스를 둘러싼 사회의 제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우선 뉴스 소비자들의 성격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호모 스마트포누스(Homo Smartphonus)’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스마트폰은 인간 삶의 양식을 총체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사람들은 잠에 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보다가, 다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스마트폰은 이미 ‘도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스마트폰이 기존 미디어들을 통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TV, 신문 등 ‘레거시 미디어’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한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언론 역시 우후죽순으로 등장한다. 특히 유튜브의 ‘신의한수’, ‘알릴레오’ 등의 채널들은 백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고,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기존의 언론을 대체하고 있다.
언론이 뉴스로 삼던 대상들 역시 변화했다. 상상하지도 못한 곳들에서 ‘뉴스 가치’를 지닌 것들이 튀어나온다. 공인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개인 SNS 게시물이 뉴스가 된다. 기존에는 언론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을 사건들도 인터넷을 통해 우선적으로 공론화되고 그것들이 다시 뉴스가 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은 부정의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해당 청원에 참여하면 언론사들은 그것을 주제로 뉴스를 생산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기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우선 ‘속도’가 더욱 중요해졌다. 보통의 사람들은 뉴스를 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안다. 그러나 기자는 그것보다 빨라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 인터넷이라는 초고속의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스기사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도 빠른 ‘포착’이 요구된다. 가만히 앉아 제보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다. 이제는 직접 뉴스가치를 찾아나서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언론 스스로도 뉴미디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본래 언론은 권력인지라, 변화에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새로 생겨난 대안언론들이 강세를 보이는 지금 시대에 이를 무시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사 스스로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여야 한다. 국민일보 뉴미디어팀의 프로젝트 ‘취재대행소 왱’은 대표적 예이다. 이 프로젝트는 유튜브 댓글 등을 통해 구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를 취재하여 영상의 형태로 게시한다. 기존 언론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 디지털 시대의 독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가 기자, 나아가 언론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고 해도, 기존 저널리즘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속도가 중요하다고 해도, 보도의 정확성은 지켜져야만 한다. 수집한 정보를 재확인하고, 크로스체크를 해야 한다. 또한 전문성 역시 수호해야 한다. 아무리 대안언론들이 강세를 보이고 정보 생산의 주체가 다원화되었다고 해도, 저널리즘 고유의 영역은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자들 스스로가 전문의식을 가지고 양질의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기성 언론이 대안 언론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보할 때, 등을 돌린 독자들도 다시 되돌아올 것이다.
# 10.
시대 흐름에 따라 쓰이지 않는 단어는 소멸한다.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온리 시대에 접어든 지금, ‘본방 사수’라는 신조어가 사라질 수순을 밟고 있다. 시청자의 채널 충성도가 낮아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늘날 시청자는 시간, 공간, 프로그램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가 됐다. 편성표와 채널이라는 TV의 선형적인 구조는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 취약한 시스템이 됐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어떤 방송국의 프로그램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다. 시청자가 TV 앞으로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다. 시청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능동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단어 열풍을 불러일으킨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레 피디가 된 셈이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초래한 주체의 변화는 피디에게 새로운 창구의 발견을 요구한다. 색다른 소재만을 찾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플랫폼과 시스템에 맞춰 프로그램을 유동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표현법을 찾는 것이 PD가 지녀야 할 필수 역량이다. KBS1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밤의 시사 토크 더 라이브(이하 더 라이브)’는 좋은 예시다. 더 라이브는 생방송으로 그날의 시사 이슈를 다룬다. 동시에 유튜브 라이브에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을 TV 자막으로 보여준다. 촘촘히 구조화되고 기획된 TV 플랫폼과 시청자의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한 유튜브 플랫폼 특성의 결합이다. 실시간으로 시사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든 시청자가 공유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판단의 장을 열 수 있다. 이는 민주적인 여론 형성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피디에겐 전통적인 TV 플랫폼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움을 적절히 조화시킬 역량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저널리즘의 실현이다. 방송은 우리 사회의 공익증진을 목표로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시대다. 동시에 가짜뉴스 피해가 속출한다. 피디에겐 그사이의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과 알아야만 하는 것의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서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자극적인 이슈를 찾기보다 TV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해야 한다. 사회적 정서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질 좋은 방송은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를 보일 수 있다. KBS1의 다큐멘터리 ‘순례’는 4부작으로 비교적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짧고 빠르며 자극적인’ 것들이 인기인 모바일 퍼스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호평이 연 이어졌다. 이는 아직 TV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송의 힘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시대는 시간과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탓에 TV 프로그램의 주목도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되레 다양한 플랫폼으로 아무 때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인다. 피디는 이런 부분을 기억해야 한다. 차별화된 질 좋은 방송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하여 더욱 많은 사람에게 보여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것이 시청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길이다.
# 11.
지난 2009년, 뉴욕 인근 허드슨 강에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을 제일 먼저 대중에 알린 이는 팔로워 170명을 지닌 한 청년이었다. 그가 트위터에 업로드한 비행기 추락 현장 사진은 순식간에 리트윗되며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된다. 이후 CNN을 비롯한 많은 기성 매체들이 그의 트윗을 인용해 허드슨 강 비행기 추락 사고의 사건을 전달한다. LA 타임즈는 이를 ‘실시간 시민 보도의 가장 두드러진 최초의 사례’라 언급한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서는 취재 권한이 없는 일반인들도 손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취재를 통한 속보성 전달은 큰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디지털, 모바일 시대의 기자는 이전 시대의 기자의 역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역량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취재 권한은 기자가 일반 시민과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에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기자의 고유한 영역을 활용하여 전문성을 높인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모바일 시대의 독자들이 선호하는 기사는 분석적이고 긴 형태의 스토리텔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이 디지털에서 짧은 글이 인기를 끄는 현상과는 대조적 흐름을 띤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와 복스 미디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분석적인 방법을 시도하여 신문의 위기를 무색하게 한 바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사망사건 990건을 분석해 흑인 피살자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바가 있다, 복스 미디어는 지난 2016년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난 2016년 선거 예측을 정확하게 이끈 보도를 진행하였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한 장문의 기사가 독자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매체가 되고 있다.
뉴스 생산 단계의 확장 역시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차이점이다. 기존 뉴스 생산 과정은 선택과 통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의제를 선택하는 게이트 키퍼의 손을 떠나면 뉴스 생산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현 시대의 뉴스는 기자의 생산 과정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해서 변화한다. 특정 소수 전문가에게만 의존하여 뉴스가 만들어졌던 레거시 미디어와는 다른 양상이다. 현재의 흐름에 맞추어 기자는 독자와 소통하며 개방적이고 타인 개입적인 뉴스 구성을 이루어야 한다. 댓글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댓글을 통해 기사는 끊임없이 수용자의 도마 위에 오르며 평가된다. 감시자의 역할을 자처했던 언론과 기자가, 현 시대에서는 감시의 대상이 되어 버린 셈이다.
제임스 기어리 하버드대 부큐레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환경에서도 전통적 저널리즘의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종이신문의 뉴스콘텐츠를 인터넷에 그대로 옮기는 퍼나르기식의 뉴스는 디지털, 모바일 시대의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렵다. 이에 기자의 저널리즘 역량을 기본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능력이 추가로 개발되어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과 뉴미디어 플랫폼을 기사의 새로운 재료로 충분히 활용하여야 할 때이다.
# 12.
이제 신문은 짜장면 먹을 때나 필요한 것이다. 어렵사리 취재원을 구해 밤새워 기사를 작성해봤자 정작 인쇄된 글은 춘장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오탈자 검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행위이며 발행일마다 진행되는 평가 회의는 자기들만의 리그다. 데스크는 이미 앞으로의 세대는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굳어버린 조직구조와 취재습관을 쉬이 고치긴 힘들 것이다.
이미 언론은 2000년대에 들어서 거대한 전환을 맞이했다. 포털의 등장과 함께 온라인 콘텐츠 관련 부서를 조직하고 그 팀을 ‘뉴미디어부’라고 명명했다. 이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직면하겠다는 힘찬 포부처럼 보였지만 그 속내를 들춰보면 1면에 대한 고집은 여전했다. 세상은 발 빠르게 변화했지만, 기성 언론의 인식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던 것이다. “해야 할 거 같지만, 그래도 우리가 잘하는 걸 하겠다.” 식의 태도는 아집이다. 2010년대 후반에 해외언론은 크로스 미디어를 선보이는 것에 익숙했다. 반면 한국언론은 ‘스노우 폴’이 미래 언론의 해답이냐는 질문만 던지고 있었다. ‘좋은 기사’를 쓰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며 믿으며 스스로 고립된 것이다.
세상에 새로운 뉴스는 없다. 한 저널리즘 학자는 “뉴스는 반복되어 서술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뉴스는 대중에게 읽힐 때마다 새로워진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도 뉴스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선 또 한 번의 전환을 겪어야 한다. 제작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상용되는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시도다. 이미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기자에게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데, 글쓰기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예로 씨네21 기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다혜 기자의 21세기 씨네픽스>는 시의성 있는 영화를 소개하며 작품 속 사회의 배경과 지식을 전달한다. 또 대중과의 소통도 꾀하여야 한다. 팟캐스트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는 젊은 층이 많이 듣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어려울 수 있는 텍스트를 말로 풀어서 조리 있게 설명하는 점이 특징이다. 때론 기자가 대중에게 ‘친구’라고 지칭하며 시사라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에 친밀감을 부여했다.
종이신문의 완전한 철수는 아니다.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취재와 논리적인 글쓰기는 새롭게 만들어질 콘텐츠의 양질의 자료가 된다. 그러나 결국엔 기자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나아가 사회의 변화에 따르는 것을 넘어,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새로운 덕목이다.
# 13.
디지털·모바일 퍼스트 시대에 기자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생존’에 관한 것이다. 기사의 품질이나 신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이전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기사의 품질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만 잘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겹고 따분한 줄글 기사 대신, 사람들은 친절하고 재밌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선택한다. 정보의 독점 구조가 깨졌고, 신문의 대체재가 차고 넘쳐난다.
그러나 주목할 건,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경로로 뉴스를 접하는 경우를 합친 ‘결합 열독률’은 전년대비 상승했다. 기사를 읽는 통로만 지면·방송에서 디지털·모바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디지털·모바일 시대에도 뉴스의 소비가 줄지 않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사람들은 신선한 ‘내용’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뉴스를 원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성언론들은 기사를 싣는 플랫폼을 디지털·모바일로 바꿨을 뿐, 이전 시대의 기사쓰기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육하원칙이나 역피라미드형 기사가 그 예시다. 품을 많이 들여 ‘내용’ 측면의 새로움을 보강한 탐사보도도 마찬가지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훨씬 이전 시대의 것이다. 맥루한은 “전자 시대가 도래하면 활자 시대에 와해됐던 구술문화 시대의 다양성을 다시 찾을 것”이라 말했다. 기자들은 지면기사와 방송 리포트를 위한 기사쓰기가 아닌, 뉴스 소비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을 전달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이야기 만들기’가 아니다. 디지털이 복원한 ‘구술성’을 기사에 담아내는 것이다. 기자는 흡인력 있고 잘 읽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 작성 단계부터 편집 과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미지나 동영상, 인포그래픽을 어떻게 조합해야 뉴스 소비자들이 사안과 관련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사건과 관련된 기존의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내용도 친절하게 추가해야 한다. 요컨대, 기사를 ‘잘 쓰는’ 역량에 더해 ‘잘 재구성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Trump fortune story”를 참고할 수 있다. 트럼프가 상속을 받아 재산을 축적하고 세금을 회피한 과정을 추적한 이 기사는, 1만 3천 단어로 구성된 매우 긴 탐사보도였다. 사람들은 너무 긴 기사를 끝까지 읽지 않았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를 웹과 모바일에 맞도록 쪼개, 중요 결과 중심의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했다. 독자에게 글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말을 건네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처럼 ‘활자적 사고’가 아닌 ‘구술적 사고’를 하는 역량이 기자들에게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은 어디까지나 기자의 스토리텔링을 돕는 부차적 요소다. 활자 시대의 기자쓰기 관습이 유지된다면 인터랙티브 미디어 같은 화려한 기술도 효과가 적다. 기자들은 사실확인과 진실추구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역량은 유지하되, 스토리텔링을 위한 구술적 문법을 내재화해야 한다.
물론 언론사 내부의 변화도 필요하다. 가장 ‘안 읽히는’ 기사인 단신 쓰기 업무를 줄이고, 그렇게 확보된 인력을 디지털·모바일에 적합한 기사 작성에 투입해야 한다. 전체 보도본부의 조직 개편도 필요하며, 제3자 플랫폼에서의 유통 전략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과 조직 자체의 혁신이 동반될 때만 새 시대에서 기사가 '읽힐' 수 있다.
# 14,
“신뢰하는 언론매체 5위권에 유튜브 첫 진입” 미디어 신뢰도 조사 결과 보도에 달린 헤드라인이다. 우리 사회가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기사는 여러 형태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검색 포털 사이트에 낯선 매체의 기사가 실리고, 유튜브에는 시민기자가 활동한다. 기존의 뉴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고 가짜뉴스가 난무한다는 ‘유튜브’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건 기성 언론 기자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단 사람들이 내 기사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
종이 신문 때나 지금이나 기자의 역할은 똑같다. 권력 감시, 탐사보도, 뉴스 생산. 차이점이라 한다면 이제는 기자만 기사를 생산하지 않고 소비자도 생산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가짜뉴스가 많고 빨리 퍼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기자는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왜곡 없는 팩트를 수요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기자는 기성 언론 매체를 활용해 가짜뉴스를 자신 있게 반박해야 한다. SBS의 ‘사실은’, JTBC의 ‘팩트체크’는 방송 기자들의 팩트체크 코너이다. JTBC는 국내 유일한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 인증사이기도 하다. 이 같은 팀을 만들어서 기자들은 뉴스를 검증해 소비자에게 팩트를 전달한다. 사실 확인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기자는 뉴스를 공급했다. 이러한 코너를 활용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요를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뢰의 기반을 탄탄하게 유지해야 한다.
지난 7월 KBS 뉴스9가 보도한 이동재-한동훈 녹취록 관련 리포트는 이후에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오보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KBS가 검언유착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공영방송 자격을 의심받았다. 잘못된 보도는 해당 언론매체에 대한 신뢰도 훼손시키고, 소비자가 더욱더 진실을 궁금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기자는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기자는 펜을 들기 전에 먼저 양 당사자의 입장을 모두 경청해 신뢰할 수 있는 기사만을 생산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해내야 신뢰를 얻고, 수요가 따르며 공급을 할 수 있다.
# 15.
‘VDT 증후군’ 은 손목터널증후군, 거북목증후군, 안구건조증 등을 포함하는데 현대인들 사이에서 쉽게 발병하는 질병이다. 이는 디지털매체에 대한 현대인들의 이용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으로는 종이의 시대가 이제는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즈가 올해 2분기 매출에서 디지털 부문이 최초로 지면 매출을 뛰어넘었다. 이로써 언론사들이 앞으로 주력해야할 부문이 디지털이라는 건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국내 신문사들의 지속적인 구독율 하락, 유료화의 실패, 그리고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퍼스트’ 시대는 언론사와 기자의 역할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는 곧 두려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을 시대를 맞이했던 당대 노동자들의 심정에 감정을 이입해봄으로써 그들이 느꼈을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예측해볼 수 있다. 노동자들의 기계파괴운동은 그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기사를쓴다는 ‘로봇 저널리즘’의 등장은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사람보다 기사를 더 정확하게 잘 쓴다는 ‘기계’의 등장은 현존하는 기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도 기계와 협력해 일할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이어져 왔듯이 언론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로봇 저널리즘, 즉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는 기자에 대한 수요는 유효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기자들에게는 작문 능력보다 인공지능, 개발자, 디자아너와 같은 전문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요구될 것이다. 신속한 보도와 비주얼적인 요소가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뉴욕타임즈의 자사 실험 결과를 통해 증명되었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핸한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는 국민일수록 가짜뉴스 및 허위정보에 대한 우려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 언론사는 뉴스 기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기사를 쓸 수있다는 점을 이점 삼아 기자는 취재 아이템 발굴 및 취재 과정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이때 뉴스의 질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 덕분에 기자는 기자로써의 본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자에게 ‘기레기’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붙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속보 경쟁에 의한 오보, 그리고 마감시간에 쫓겨 깊이 없는 기사를 남발하는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구독자들의 실망감들이 한 겹 두 겹 쌓여 ‘기레기’라는 한 단어에 응축된 것일테다. 이제는 그 응어리를 풀어야 할 때다. ‘디지털 퍼스트’시대로의 전환, 그리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은 그간 그릇되게 흘러온 언론사의 관행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공지능과 기자의 협업은 기자의 소명의식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해줄 하나의 방책이다.
# 16.
지난해 종이신문 열독율은 12.3%에 불과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열 명 중 한 명만이 종이신문을 읽는다는 처참한 수치를 담은 2019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그보다도 현저히 낮은 6.4%를 기록했다. 종이신문이 저물고 ‘디지털 퍼스트’가 떠올랐다. 디지털 퍼스트는 종이신문에 중점적으로 투입하던 인력과 자산을 디지털 콘텐츠 제작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과거 지면에 실릴 기사를 중심으로 일의 구조를 짰다면 디지털 퍼스트는 디지털 기사를 우선시하는 생산구조를 적용한다.
주요 한국 언론은 디지털 퍼스트 방식으로서 디지털 관련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로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소재에 대해 재미있는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14F나 비디오 머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이슈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계속해서 기사를 반복적으로 재가공하는 것이다. 클릭수를 높이기 위함이다. 두 방식 모두 중심 기사와 보도는 기존의 형식을 유지하되, 온라인에 대응하는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하는 것이다. 이때 디지털 혁신은 혁신 없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다. 기자에게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특별한 역량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과중된 노동을 버틸 체력만이 필요해진다.
디지털 시대에 기자는 이전 시대보다 강화된 ‘데이터 분석’ 능력과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분석과 시각화를 활용한,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형식의 혁신적인 보도가 가능해진다. 디지털 시대, 기자는 지면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한된 분량과 형식에서 자유로워진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은 데이터의 제시와 다양한 활용을 용이하게 했다. 종이신문의 제한된 지면에서는 한정된 데이터만을 일정한 방식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원하는 방식으로 제약 없이 나타낼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 기자는 기존의 형식과 보도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경향신문의 인터랙티브 부문이 이에 해당한다. 일방적인 내용 전달의 보도가 아닌, 독자가 참여함으로써 전달이 이뤄진다. 가령 반지하 거주 실태에 관한 기사가 있다. 스크롤을 내리면 내용에 맞는 이미지가 움직이는 형태로 등장한다. 그래프를 클릭하면 해당 영역에 대한 수치와 설명이 나타난다. 궁금한 동네를 입력하면 입력 값에 대한 반지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재가공하고 시각화하여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더 깊은 수준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더 가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그래픽을 사용한 것이다. 기자의 데이터 분석 능력과 새로운 표현 방식에이 조화를 이루어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기사를 읽는다는 응답자의 81.3%가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읽었다. 독자들을 포털사이트 온라인 기사 창이 아닌 자사 홈페이지로 유입할 요인이 필요하다. 깊은 데이터 분석과 참신한 형태의 기사 전달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종이신문 열독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독자들은 언론사명이 아닌 포털사이트 이름을 기억하는 시대. 디지털 퍼스트는 언론사에게 골칫덩어리가 아닌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다.
# 17.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도래로 앞으로의 언론 성장 가능성을 논하는 여러 관점 간 충돌이 발생했다. 논쟁의 쟁점은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것이 언론만의 역할인가 하는 것이다. 미디어와 통신기술의 발달은 정보 제공과 민주주의 토론의 장 마련이라는 언론이 가졌던 전유물의 상실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감시, 정보 생산, 메시지 전달 등의 주체는 개인과 기업 등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게이트 키퍼였던 기성 언론의 입지가 좁아진 이 상황이 오히려 현시대 기자의 직무 역량에 대해 일깨운다는 것이다.
시대가 언론에 제안하는 성장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대중의 요구 파악이 선행 되어야 한다. 정보 수용자는 이전과 변함없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얻고자 한다. 신속성은 정확성을 전제로 한 후에 충족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로 언론과 기자에 바라는 능력 수준은 한 차원 위로 제고되었다. 이제는 사실의 검증과 신속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만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국내 신문, 방송사는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거치는 디지털 뉴스를 ‘퍼스트’로 생산하게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한 언론 산업의 당연한 변화이다.
산업의 변화 속에서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기자의 직무 역량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무궁무진한 플랫폼의 발전은 기자에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정보를 빠르고 밀도 있게 전달하는 데에는 시각적인 콘텐츠가 효과적이다. 카드 뉴스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시각화된 정보 콘텐츠를 생산해내지 못한다면 기성 언론과 기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없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기자의 정보 접근성과 신뢰도에 콘텐츠 활용 능력을 더했을 때 비로소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언론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정보가 대중에게 닿는 수단이 아무리 변화해도 기자 고유의 정체성은 여전하다. 유튜브와 SNS 등 뉴미디어 콘텐츠는 공익적인 가치의 포함이나 저널리즘의 윤리로부터 자유롭다. 반면 기자는 사회 의제를 제안할 수는 있으나 싸움을 부추겨서는 안 되고, 이 때 공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 기사의 신뢰도나 정보의 양 등을 따져보았을 때 기자와 언론의 자리가 한 순간 완전하게 위협받기는 어렵다. 아침마다 새로운 정보를 갈망하며 포털 언론사 페이지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점이 확인된다. 허나 정체성과 별개로 기자가 글만 쓰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기자에게 디지털 퍼스트 시대는 대중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충족시키는 때인 것이다.
# 18.
2004년 이후 미국에서 약 1,800개에 달하는 신문사가 폐간했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했다. 전 세계 언론에 위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소식이었다. 지금 전세계 대부분의 언론은 디지털 뉴스 생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며 출판 시장도 언론사만큼 두려움에 떨었다. 2010년, 전자책이 대량 공급되며 ‘종이가 종말할 것이다’라는 선언이 출판 시장을 뒤덮었다. 2020년, 이제 그 선언은 틀렸다는 의견이 주류다. 종이책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종이책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10대들도 종이책을 전자책보다 선호한다. 오랜 기간 살아남은 서점, 새로 생겨나는 독립서점들이 각국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출판계는 디지털 전환은 실패했으나 종이를 지켰다. 언론은 종이를 지키기보다 디지털 시대로의 총체적 변화로 나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종이 신문이 ‘위기’라는 빨간 딱지를 떼지 못하는 것은 혁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라는 막강한 상대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자는 뉴스의 내용뿐만 아니라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뉴스를 보게 하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 종이책 시장의 성공은 ‘종이’라는 물성이 가진 매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손상의 위험이 적고, 들고 다니기 편하고, 충전할 필요 없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특히 종이책은 디자인, 큐레이션 등에 신경써 ‘들고 다니고 싶은’ 책, ‘가고 싶은 서점’을 만들었다. 종이책 시장은 성공적인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 덕분에 전자책 시장을 역전할 수 있었다.
종이 신문은 휴대성과 디자인 모두 변화가 없다. 매일 아침 집 앞으로 배달된다는 엄청난 장점을 살릴 수가 없다. 간편한 디자인으로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고 싶은, 출근 후 책상에 두고 싶은 신문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아무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부스럭대는 신문을 펼치고 접어가며 읽지 않는다. 그랬다간 아마도 ‘민폐 승객’으로 찍히지 않을까.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오프라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과 디자인 차원의 부지런한 고민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커피잔을 들고 다니고 싶어 하는 것처럼, 종이 신문을 들고 다니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시장은 이미 레드 오션이다. 영상, 그래픽, 사진, 음성 등 다양한 콘텐츠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프로’들은 이미 많다. 어떤 뉴스가 ‘훌륭한’, ‘멋진’ 디지털 뉴스인지 이미 많은 표본이 존재한다. 디지털 뉴스의 완성도도 계속 갱신된다. ‘어떻게 뉴스를 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차별화된 고민이 필요하다. 유통과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디지털 시장에서도 중요한 것이다. 디지털의 장점은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독자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자와의 유대감을 쌓으며 친근함을 갖추는 것이 ‘디지털 퍼스트’시대의 차별화 전략이다.
매체의 특성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변치 않는 뉴스의 가치가 있다. 바로 ‘내용’이다. 저널리즘의 가치와 본질은 뉴스가 어떤 매체를 통해 전달되더라도 잃어서는 안된다. 디지털 시장에서 콘텐츠는 오히려 평등한 경쟁 시장에 놓였다. 소비자들은 키워드를 검색해, 본인이 원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본다. 어느 때보다 뉴스가 내용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문화도 일반화되었다.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받을 수 있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면 독자들은 돈을 낸다. 뉴스 시장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 기자가 갖춰야 할 역량 역시 더 광범위해졌다.
# 19.
6.4%.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종이신문의 구독률이다. 2000년 가구당 60%에 달했던 구독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문보다 유튜브를 찾아보는 시대라지만 신문의 의미를 생각하면 처참한 성적이다. TV 뉴스 이용률도 다르지 않다. 2010년도 하루 평균 50분에서 2018년에는 30분대로 떨어졌다. 뉴스수용자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PC와 스마트폰의 사이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미디어가 뉴미디어에 자리를 내준 것도 있지만, 대다수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뉴스 보도의 질적 차이가 대동소이한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회에 고학력자 비중이 높아지는만큼 뉴스를 접하는 수용자의 지적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에 맞춰 뉴스를 생산해야 하지만 아무 변화 없이 관행적으로 뉴스가 생산되고 있다. 특히 ‘받아쓰기 저널리즘’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 또는 국회 등 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추가로 첨삭하지 않고 베끼는 식으로 보도하는 형태가 여전하다. 기자는 스스로 취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국회의원실 등 기관과의 ‘온 더 레코드’를 통해 연명한다. 탐사보도나 기획 기사, 심층취재는 주변부로 멀어졌다.
‘클릭 베이트’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노출이 목적인 기사는 과장된 표현과 자극적인 제목, 선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를 끌어들여 조회 수를 늘리고 광고수익을 얻고자 한다. 포털에 의해 기사가 소비되므로 실시간 뉴스 키워드에 맞춰서 무차별적으로 저급 기사를 양산하거나 앞선 기사를 베껴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이는 기자가 아니라 AI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일부 신문사는 기사를 매개로 한 ‘광고 영업’을 주문한다. 특정 제품의 홍보를 목적으로 기업은 돈을 주고 매체의 지면을 사고, 기자는 기사형 광고를 통해 시민의 눈을 속인다. 공공기관도 공공정책 홍보에 기사형 광고를 활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노동 개혁에 대해 광고를 받은 언론은 정부 입장에만 근거한 기사를 쏟아내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출입처에서 받아쓰기에 집중하는 초년 기자의 모습과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다.
정치적, 경제적 현안을 독립적, 비판적으로 기획하고 취재하는 기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정부도, 삼성도, 시민도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근거가 신뢰할만한 것인지 언론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변상욱 대기자는 기자가 육하원칙에 맞춰 기사를 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육하원칙 외에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얼마나, 언제까지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건 발생의 구조와 숨은 진실, 재발 방지를 위한 솔루션을 작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사 작성의 초점이 달라지면, 전달해야 할 사실은 더 풍부해지고, 냉철해진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직무의 역량마저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권력형 범죄들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는데, 기사가 프로의식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던 유명한 기업가의 말이 생각난다. 입으로만 위기를 부르짖는 언론이 새겨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렴한 뉴스에 언론은 자생하지 못하며, 그런 언론에 미래란 없다.
# 20.
‘버즈피드’ ,’복스’, 모두 종이나 방송이라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전파방식을 타파한 뉴미디어를 대표하는 매체들이다. 그리고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기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뉴스생산자의 위치로 올려놓았고 1인 미디어를 탄생시켰다. 이제 대중들은 새로운 뉴스를 접하기 위해 더 이상 신문을 펼치거나 티비의 뉴스보도를 기다리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하고 유튜브를 검색한다. 대중들이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범위와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었고 전통적 방식 언론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디지털 퍼스트 시대’가 가져온 변화가 기자가 갖춰야 할 능력과 역할까지 변화시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기자로서 항상 추구해야 할 것은 정보의 진실성이다. 디지털로의 전환이 이러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까지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요즘은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을, 개개인의 ‘카톡’ 메시지함을 가득 채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서 대중에게 누구보다 더 빠른 소식을 전하는 것만이 뉴스의 목적인 양 서로가 속도다툼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진실에 대한 검증 여부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 사이에서 대중이 무엇이 진짜 뉴스인지를 감별해내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가짜뉴스’ 혹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을 가져다주었다. 과다한 정보의 공급이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뉴스의 결핍을 가져다 준 셈이다.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AFP 통신이 최근 ‘AFP 팩트체크 코리아’를 런칭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중들 또한 ‘가짜뉴스’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검증된 ‘진짜뉴스’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하고 다수의 언론사가 참여한 팩트체크 오픈플랫폼 역시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사실검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정보의 진실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책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셈이다.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취재와 사실의 확인과정에서 요구되는 기자의 전문성 역시 과거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재에서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를 파악하기는 그만큼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가짜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것의 진실성 여부를 대중이 판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가짜뉴스’가 더 교묘해지고 진실과 주장이 혼재하는 세상에서는 이를 분별해내고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의무다. 이를 분별해낼 전문성과 역량이 부족하다면 기자 역시 거짓정보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전달 매체가 변화한다고 해서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뉴스를 어떻게 큐레이팅하고 독자에게 접근할 것인가는 본질이 아닌 부수적인 문제이다. 올바른 정보와 대중에게 전달할 양질의 컨텐츠가 부족하다면 ‘디지털 프렌들리’한 큐레이팅이나 신속한 보도는 무의미하다. 기자들은 여전히 진실과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최우선 원칙임을 되새기며 기자로서 갖춰야 할 직무 역량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21.
‘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개념의 집합체를 말한다. 현재 언론은 ‘지면 퍼스트’에서 ‘디지털 퍼스트’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 실시간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것이다. ‘실시간 패러다임’에서 모든 정보는 초 단위로 전달된다. 눈 깜짝할 사이 ‘news’는 ‘olds’로 변해있다. 정보의 풍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따라서 실시간의 시대에는 짧은 시간 안에 고품질의 정보를 내보내야 한다. ‘저시간 고정보’ 즉, 효율성의 극대화가 핵심이다.
‘지면(紙面) 퍼스트’ 시대는 녹화방송 무대였다. 심층 취재를 하고 내용을 정리해 지면에 싣기 전까지 편집할 시간이 존재했다. 뉴스가 하루 단위로 전달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디지털 퍼스트’ 시대는 생방송 무대다. 심층취재나 편집을 할 겨를도 없이 속보를 내어 클릭수를 확보해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의미 있는 정보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편집은 사치다. 뉴스는 실시간 단위로 전달돼야 하므로 모든 준비 과정은 압축적으로 변했다. 이렇듯 ‘실시간 패러다임’은 시간의 단위를 바꾸었다. 초 단위 뉴스를 전달하기에는 지면보다 온라인이 효율적이다. 이에 따라 매체의 전환이 일어났다.
시간 단위의 변화와 매체의 전환, 두 가지는 실시간 패러다임이 바꿔놓은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콘텐츠의 생산자인 기자의 능력이다. 기자는 사회 현상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관찰력과 이를 효과적으로 선보일 기획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와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은 변했지만 콘텐츠를 생성하는 과정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속도가 압축되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도 기자 본연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 시대 기자로서의 역량이 현재에도 유효하며 다르지 않은 이유다.
‘패러다임’ 개념을 처음 제시한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은 완전히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 위에 다시 생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처럼 ‘디지털 퍼스트’ 시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역량 위에 실시간 패러다임을 접목하여 구현한 세계다. 따라서 기자는 본연의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새로운 시대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효율성이 극대화된 ‘디지털 퍼스트’ 세상에서 콘텐츠는 시간 대비 정보의 가치가 높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것을 ‘가성비’ 있다고 표현한다. 이제 기자는 관찰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가성비’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가 돼야 한다.
# 22.
종이 신문을 읽는 시대는 가고 누구나 포탈 사이트에서 입맛대로 뉴스를 골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른바 ‘언론 뷔페’가 문을 연 것이다. 이제 획일적이고 평범한 콘텐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 전략이란 기업들이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차별성 있는 제품이 없는 기업은 성공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는 일반 기업뿐 아니라 언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기자들은 이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기자는 혁신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차별화된 콘텐츠는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참신한 콘텐츠가 곧 차별화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서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독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한다. 독자들이 한눈에 많은 언론들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참신한 것을 바로 가려낼 수 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의 ‘체헐리즘’은 기자가 다양한 삶을 체험해보고 후기를 전해주는 콘텐츠다.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전해주기 때문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었고 기사들을 묶어 책까지 출판됐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재밌는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에서 기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재미를 주려면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
현대 사회가 다원화되며 사람들의 니즈도 다양해졌다. 기자는 독자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맛집’같은 존재가 돼 제대로 차별화를 시킬 수 있다. 독자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콘텐츠는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의 젊은 기자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듣똑라’는 2030 세대에 맞는 콘텐츠 제공으로 큰 성공을 이뤘다. 2030 세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주제에 대해 동세대 기자들이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느낌을 줬다. 이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해 기존의 딱딱하고 어려운 시사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기자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항상 신중해야 한다. 깊이 있는 내용을 고민하기보다 돋보이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면 차별화된 콘텐츠가 아닌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일시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올 수 있지만 이는 긍정적인 관심이 아니다. 취재윤리를 외면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기자로서 책무를 버리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개그맨이 자살 전 남긴 유서를 유가족의 의사에 반해 공개한 조선일보의 기사는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옳지 못한 기사였다. 조회수는 올라갔을 지 몰라도 많은 비판이 쏟아졌고 언론으로서 신뢰에 금이 갔다. 이처럼 자극적인 콘텐츠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도 없고 내용에 특별한 이야기도 없어 차별화된 콘텐츠라고 말할 수 없다.
# 23.
기자에게 요구되는 제1의 원칙은 검증된 진실을 객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서 기자는 트렌드에 맞추는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고, 신속하고 가시적인 정보 전달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게 되면서 저널리즘의 본질은 간과하게 된다. 특히 인포그래픽 자료 등 시각적으로 표현한 뉴미디어 콘텐츠 형태로 보도할 경우 정보를 간편화하면서 그 위험성이 높아진다.
시대가 변화하고, 독자층의 요구가 변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본질은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사안에 대해 종합적이고 객관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자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이 있고, 대중은 여전히 주요 언론의 취재력과 정보 수집력을 신뢰한다. 기사의 정확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신속하고 가시성있는 콘텐츠라고 해도 독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단순히 트래픽과 페이지뷰가 아닌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이야말로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기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최상의 콘텐츠만이 가장 확실한 무기라는 점에서 디지털 퍼스트시대에서 기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 수용자도 일정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서 기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신속하고 가시성있는 콘텐츠 생산이라는 디지털 직무 역량이 아니라 오히려 기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기자다운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디지털 퍼스트시대의 언론이 집중해서 키워야 할 역량은 생산된 뉴스콘텐츠의 관리와 유통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서 요구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정보 전달의 방향성을 기존 매체를 통한 보도가 아닌 뉴미디어 등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기자가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해도, 생산된 뉴스를 어떤 기술을 적용해 유통하고, 구조화되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검증된 진실을 제공하고, 객관성을 추구하는 기자에게 디지털을 매개로 독자에게 빠르고 쉽게 다가갈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콘텐츠를 빛나게 해줄 비디오 그래픽 전문가, 데이터 전문가 등 기술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 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즈니스 전담 인력들도 총동원해 융합적인 매체 환경을 주도할 기술 역량을 키워내는 것이 디지털 퍼스트시대에 언론사에게 1순위 과제다.
기자를 비롯한 조직 전체 구성원의 업무와 역할을 세부적으로 재정의하여 기자 직무의 본질인 품격있고 신뢰있는 저널리즘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재능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빛나게 해줄 마케팅과 비즈니스, 기술의 협력이 필요하다.
# 24.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시대의 기자에겐 이전과 다른 역량이 추가로 요구된다. 물론 본질적으로 갖춰야할 능력은 다름없다. 취재, 기획, 작문의 능력이 있어야 하며 윤리적 능력이 있어야 하고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사실을 가공한 형태의 정보로 제공한다는 기자의 본질적 역할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시대가 달라지며 달라진 것은 미디어 환경이다. 정시에 정해진 형태로 제공되는 레거시 미디어에 추가로 새로운 미디어들이 범람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매체의 종류와 형태가 다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자의 숫자도 늘어나고 경계도 그 이전보다는 흐릿해졌다. 시민기자의 등장과 다양한 플랫폼을 언론처럼 활용하는 개개인의 폭발적 증가가 그 예시다.
기자에게 가장 먼저 더 빠른 대처능력이 필요해졌다. 24시간 언제나 뉴스를 송출할 수 있기 때문에 속보를 바로바로 내보내야 조회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1보, 2보, 3보를 쓰는 일에 기자들이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반응을 볼 수 있기에 보도-반응-피드백의 시차도 훨씬 줄어들어 미디어의 양방향성이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빠르게 대중의 반응을 확인하고 다음 기사에 반영할 수 있는 순발력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바뀐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미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해졌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요구되지 않았던 동영상 편집, 인포그래픽 제작, 카드뉴스 제작 등 다양한 매체 자체를 직접 생산하는 일이 기자가 하는 일로 넘어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자라는 역할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걸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환경에서 기자의 전문성은 이전보다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범람하는 정보와 가짜뉴스 속에서 전문성 있는 기자의 취재력과 관점으로 구성해낸 신뢰성 있는 정보가 담긴 기사는 오히려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 25.
뉴스 콘텐츠를 10명 중 8명이 모바일로 보고, 소수만 신문을 구독해 읽는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뉴스를 접하는 시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시대, 이제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다. 신문 구독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뉴스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결합 열독율은 2018년 79.6%로 증가했다. 종이 신문의 하락세에도 불구, 모바일과 같은 다양한 경로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 소비 방식이 달라졌을 뿐, 기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기자는 정보의 유통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이다. 대중의 달라진 뉴스 소비 패턴과 무관하게 기자의 핵심 업무는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취재를 해서 이를 전달하는 것. 신문, 방송, 모바일처럼 전달 방식이 달라지고 변화할 수 있어도, 기자는 모두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를 내보낸다. 내보낸 기사로 독자와 소통한다. 소통으로 취재하고, 소통을 위해 기사를 내고, 그 기사는 다시 한번 사회에 소통이 된다. 기자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직무 역량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다.
시대가 변화하며 기자의 능력과 역량이 달라져야 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플랫폼이 변화하니 적응해야 한다. 모바일 온리 시대, 시류에 편승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능력과 역량이 변화하는 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에 맞춰갈 뿐이다. 신문에서 텔레비전으로 플랫폼이 바뀔 때, 새로운 능력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TV에 맞춘 소통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바일에 맞춘 소통을 해야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등장,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퍼지는 정보들을 고려하면 그에 맞춘 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착시 현상이다. 기자는 대중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이다. 언어가 과거 신문에서 영상이 추가됐고, 이젠 모바일에 맞춘 텍스트, 영상, 인포그래픽 모두를 요구한다. 대중의 언어가 변화했을 뿐이다. 그에 맞춰야 하는 기자의 소통 범위가 증가했지만, 본질 자체가 변화했거나 추가된 게 아니다. 이른바 ‘정보의 스모그’로 가득한 세상에서 기자의 존재는 유효하고 변함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정제화된 정보의 요구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 기자의 중요한 책임은 주류 사회가 들어주지 않는 사람과도 소통하는 것이다. 정부의 부정을 드러내는 일과 함께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을 조사해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언론의 역사는 말해준다. 기자 정신은 일제의 총칼도, 전쟁도, 독재 정권도 막을 수 없었다. 엄혹한 통치 속에도 할 말을 했고, 위정자들이 입을 막아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만일 불의에 눈 감고 부조리에 귀먹었다면 지금껏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역동 속에 변하지 않는 기자의 역량과 능력, 책임은 변하지 않는다. 소통은 기자의 숙명이자 당위다.
# 26.
지금은 바야흐로 정보 과잉시대다. 종이신문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시기는 바로 정보가 결핍된 시기였다. 현재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셀 수 없는 정보가 과잉 제공되고 있고 종이신문은 밀려나고 있다. 소비자는 모바일 속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를 선택한다. 이러한 상황 속 언론사는 ‘디지털 퍼스트’를 지향한다. 종이신문보다 온라인에 먼저 뉴스를 게재하는 것이다. 기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바로 신속성과 창의성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기자는 신속해야 한다. 이제는 이슈가 생기면 즉각 포털과 소셜미디어, 영상 플랫폼에 정보가 올라온다. 속도에서 뒤쳐지면 소비자들의 터치 혹은 클릭을 받지 못한다. 이미 소비자들의 알고자 하는 욕구는 채워졌기 때문이다. 부산일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자체SNS를 운영하며 실시간 제보를 통해 신속하게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 8월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논란이 있었을 때, 부산일보는 다른 매체보다 재빨리 영상 기사를 작성한 덕분에 조회수 52만 건을 기록했다. 반면 JTBC와 YTN의 영상은 조회수 약 20만 건에 그쳤다. 부산일보의 신속성이 돋보인 사례다.
이전에도 속보 전쟁은 존재했다. 지금은 속도는 물론이고 내용의 재미까지 요구된다. 기자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 즉 창의성을 갖춰야 한다. 기자는 글로 대중들과 소통한다. 그러나 이제는 텍스트를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를 반증 하듯 기자가 직접 영상에 나와 사건 설명을 하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글쓰기 능력은 물론이고 말하기 능력까지 요구되는 셈이다. 모바일을 겨냥한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능력도 필요하다. 모바일은 신문과 다르다.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2012년 미국의 대표 지면 신문이였던 뉴욕타임스는 시각적 효과를 이용하여 영상과 텍스트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기사 ’스노우 폴’을 내보였다. 이 기사는 단순한 기사라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뉴스 콘텐츠로, 한 편의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글만 잘 쓰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기자는 하나의 크리에이터로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때로는 신속하게 재미있는 내용을 생각해내야 한다.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디지털 퍼스트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기자가 역량을 다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과 신문의 완벽한 분리가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작성하는 기자는 지면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오로지 디지털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수뇌부의 디지털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은 레거시 미디어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필요조건이다.
디지털 전환기의 시대. 우리는 겪어 보지 못한 큰 변화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적응, 생존, 성장의 과정을 순조롭게 겪지 못한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어쩌면 기자는 이러한 변화에 가장 최적화 된 직업일 수 있다. 지식노동자로서 기자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접하며 변화 흐름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자는 ‘디지털 퍼스트’를 통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27.
미국의 로이터, 포브스 등 언론사에서는 로봇 저널리즘을 활용해 스포츠, 금융, 날씨 관련 속보와 단신 기사를 제작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성되는 이 기사들은 사람보다 훨씬 빨리, 정확한 내용을 담아낸다. 디지털 기술이 언론인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기사 작성에까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자의 역할은 더이상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전달에만 있지 않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변화하는 뉴스 제작과 소비 환경에서 기자만의 역량을 발휘해야 유의미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시점이다.
한국의 신문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지 오래다. 신문 기사의 소비 행태는 이미 변화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6%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PC 등의 다양한 수단으로 신문 기사를 읽는 결합열독률은 약 89%에 달한다. 이는 신문이 여전히 대중 매체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디지털 구독 부문 매출이 종이 신문 매출을 최초로 추월했음을 알렸다. 뉴욕타임스 구독자의 88%는 온라인 구독자이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받아들여 고품질의 디지털 저널리즘을 생산해낸 결과다.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가 기자와 언론사의 생산 방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포털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뉴스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특히 활발히 증가하고 있는 1인 뉴스 생산자는 부정확한 정보와 가짜뉴스를 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이렇게 온라인 뉴스 소비자와 1인 뉴스 생산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시점에 레거시 미디어는 양질의 디지털 뉴스 상품 제작에 힘써야 한다. 기자는 가치 있는 뉴스를 객관성, 신뢰성, 정확성까지 확보하며 전달한다는 기존의 역할을 여전히 수행해야 한다. 그런 동시에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기자가 디지털 기술을 몸소 익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자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떤 형태로 기사를 전달했을 때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자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구상을 현실화하는 능력과 태도가 요구된다. 기자가 스스로 각종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 범위를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제작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뉴스 소비자의 접근성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시각화와 정보 그래픽은 어렵고 학술적인 단어들과 달리 대중친화적이다. 자연히 기사의 전달력과 독자의 이해도는 높아진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소비하기에도 적절한 형태이다.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2014년부터 단순히 읽는 뉴스를 벗어난 보고, 들을 수 있는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획 기사에 국한되어 있다. 디지털 뉴스 소비자는 많아지고 있지만 양질의 디지털 저널리즘 생산은 부족한 현 상황에 기자가 정확성과 신뢰도를 담보하는 디지털 뉴스 제작의 역량을 갖춰야할 이유다.
# 28.
디지털 퍼스트를 내걸은 뉴욕타임즈의 혁신 보고서가 공개된 2014년 이후 언론에는 빠르게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자리잡았다. 포털 뉴스에는 1보 기사가 차고 넘친다. ‘1보’ 기사는 소식을 처음 전하는 뉴스로 속보로도 통한다. 이전에는 주로 통신사나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만 사용했지만 지면과 방송에서 모바일로 뉴스 환경이 옮겨가면서 속보 이후 계속해서 후속 보도를 내는 흐름이 흔한 기사 형태가 됐다. ‘단독성’보다는 ‘속보성’이 강하다보니 몇 글자만 다른 1보 기사가 여러 매체에 동시에 게재된다.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을 더 잘 보도하는 것은 순전히 기자의 역량이다. 다 아는 내용을 독자가 다시 읽게 하기 위해서는 기자의 ‘1보 전진’이 필요하다. 전통적 저널리스트와는 다른 역할 모델과 역량이 필요하다.
디지털 이전의 언론에서 기자는 가치있는 뉴스를 선별하는 판단력과 빠른 정보의 수집과 전달력을 필요로 했다. 지면과 시간의 제약으로 실을 수 있는 기사가 한정적이었다. 시의성 있고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명확한 판단 기준으로 골라 선별하는 것이 기자의 자질이었다. 시민들이 쉽게 많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정보를 모아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했다. 현재는 높은 관심을 받는 콘텐츠가 뉴스로 부상되고 수용자의 반응과 공유를 통해 기사가 완성된다. 정보의 다원화와 대중화로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일반인도 전문가와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뉴스 생태계에서는 깊이 있는 내용을 새롭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언론사들이 탐사 보도 강화에 힘쓰는 이유는 ‘기사의 브랜드’가 곧 언론사의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MBC의 ‘로드맨’, ‘법이 없다’, SBS의 ‘끝까지 판다’, ‘마부작침’, 한겨레의 ‘한겨레in’처럼 고유의 의미있는 스토리가 있는 뉴스들이 주목 받는다.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활용도 필수적이다. 동영상, 빅데이터, SNS 등 기자들은 새로운 기술로 수용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뉴스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허핑턴포스트 대표 아리아나 허핑턴은 기사만 쓸 줄 아는 기자는 ‘좀비’인 시대라고 표현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술을 갖춰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디지털 저널리즘 환경에서 기자의 능력은 달라져도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뉴스의 전달 방향과 수단이 바뀌었을 뿐 뉴스를 보도하는 이유는 같다. 사회의 그늘을 알리고 약자를 위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진실성과 시민에 대한 충성,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저널리즘 원칙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새로운 뉴스를 보도해도 ‘1보 후퇴’할 뿐이다.
# 29.
“기자님 솔직히 14층에 가둬놓고 소비더머니 계속 찍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현용 MBC 디지털컨텐츠팀 기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소비더머니’에 달린 댓글이다. 조 기자의 영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기업과 제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조 기자는 영상마다 새로운 내용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취재하며 준비한다고 한다. 300만 조회수와 조 기자를 향한 칭찬 일색의 댓글들. 모두 기자로서 그의 전문성이 낳은 결과다. 이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도 기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다르지 않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서 기자는 전문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뉴스 제공은 더 이상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뉴스 출구의 증가로 언론의 뉴스 전달 기능은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많은 만큼 중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골라내기란 쉽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기자는 중요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솎아내고 검증하는 지적인 정보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기자에게 요구되는 직무 역량이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전략을 위한 2020 혁신 보고서에서 고품질의 저널리즘과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그 결과, 뉴욕타임스의 구독자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달리며 여전히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결국,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도 기자 본연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디지털 퍼스트는 단순히 매체의 전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 본연의 임무에 대한 성찰이 없는 섣부른 디지털 매체로의 전환은 역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2019년에 ‘디지털 강화’를 외치며 유튜브 기반의 라이브 뉴스 ‘한겨레라이브’를 시작했다. 하지만 16억의 예산이 무색하게 프로그램은 3개월 만에 위기를 맞이했다. 수용자는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유튜브라는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서 뉴스 수용자들이 언론에 바라는 것은 깊이 있는 탐사보도나 인사이트를 담은 논평과 같은 언론 고유의 영역들이다. 영상 편집, 웹사이트 관리 등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역량보다 기자 본연의 임무인 좋은 기사 쓰기가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결국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을 추구하는 자세이다. 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기자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의 덕목이다. ‘신문윤리강령’에서 기자는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적해야 함을 명시하듯이, 기자는 진실 확인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기자가 주체가 되는 언론의 존재 이유다. 이는 특히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언론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더욱 쉬워진 만큼 가짜뉴스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더욱 기자가 ‘발로 뛴’ 진짜 정보에 목말라 하고 기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맞는 미디어 환경을 찾기보다 기자 본연의 자질을 먼저 키워야 하는 이유다.
# 30.
현대 미디어의 방향은 디지털 퍼스트 시대로 흐르고 있다. 기존의 신문이나 TV를 위시로 한 레거시 미디어에서 진화하여 인터넷,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로 콘텐츠를 생산 할 수 있는 시대다. 잠재적 시청자들은 소비하는데 시간 소요가 많은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기 시작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 채널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기존 콘텐츠에 편집을 더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한국 역시 100분 토론, PD수첩 등 기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클립 형식으로 올려 시청자들이 TV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시사・교양 PD의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그들이 만드는 것은 지금도 시사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교양 있는 시민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도 다르지 않다. 또 PD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다르지 않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시민들의 견문을 넓히고, 교양 있는 시민이 되도록 돕는 것이 시사・교양 PD가 해야할 일이고 이는 방송이 존재하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특성 때문이다. 방송이 대중에게 가지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수익만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역할이 같기 때문에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도 시사・교양 PD가 갖춰야 할 능력이나 직무 역량은 이전과 같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 시민들에게 그 콘텐츠를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란 시사 이슈를 기본 지식이 없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만든 콘텐츠, 민주사회 시민이 갖춰야 할 교양 지식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콘텐츠를 스튜디오 리포트로, 혹은 다큐멘터리로,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시사・교양 PD가 갖춰야 할 능력이다.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현대사의 사건을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친근하게 역사적 사건을 말해주는 방식으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 SBS 교양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12만명 정도인데 가장 최근에 올라온 요약 영상은 조회수가 54만회가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루는 내용은 주로 현대사의 유명 사건이다. 현대사, 이전에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루던 소재이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는 정보,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를 바꿨다. 그리고 대중이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게끔 바꿔놓았다. 하지만 시사・교양 PD가 소재로 삼을 콘텐츠는 바뀌지 않았다. 소비하는 대중, 생산하는 매체는 바뀌었지만 콘텐츠는 바뀌지 않았다. PD가 우선시 해야할 능력 역시 바뀌지 않을 것이다.
# 31.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온라인 뉴스 플랫폼 오마이뉴스의 문구다.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정보를 전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찾아왔다. 실시간 콘텐츠도 늘고 있다. 갑자기 벌어진 사건 사고 소식은 페이스북에, 트위터에, 유튜브에 가장 빨리 노출되기도 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때론 신속성에 있어 언론 매체와의 경계를 허문다. 독자들은 포털이나 SNS를 통해 뉴스를 본다. 누구나 빠르게 정보를 전할 수 있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는 언론 매체에게 과제를 던져준다. 정보화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과의 명확한 경계와 생존전략이 시급한 것이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본질을 돌아봐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저널리즘의 경계는 사실 명확하다. 바로 ‘신뢰성’이다. 저널리즘의 신뢰성은 언론사를 통해 검증된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 속 정보는 검증된 바를 알 수 없다. 더욱이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언론에게 사실을 전제한 정확한 정보는 핵심 요소다. 결국, 기자는 정보를 판단하고 자신만의 필터로 정제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단편적인 저품질 기사는 온라인 플랫폼과 다를 바가 없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건 사고 속 ‘왜’에 대한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신뢰의 기반이자 고품질 전략으로 독자들이 깊은 이해를 위해 기사를 찾게 만드는 수단이다.
그러나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전문성만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트렌드도 봐야한다. DMC 리포트에 따르면 인터넷 접속 시간대는 6시 이후, 퇴근 이후가 가장 접속률이 높다. 이동수단에서 짧게 소비하는 흥미 위주의 스낵컬처 형태의 콘텐츠가 트렌드인 이유다. 기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흥미’다. 지루한 사안도 쉽게 풀어나가는 새로운 형식의 기사가 필요한 것이다. 기자가 추구할 수 있는 재미는 스토리텔링이다. EBS 펭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스토리텔링이 꼽힌다. 2030세대 사회초년생들에게 펭수의 ‘연습생’ 신분이 공감과 동질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기사에도 스토리가 담겨 쉽게 읽힌다면 독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이 있다. 언론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언론의 힘은 독자로부터 나온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독자에 의한 언론의 과제는 결국 독자를 위한 해답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자가 ‘독자적인’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를 유연하게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 32.
최근 한겨레 21의 정은주 편집장이 “뉴닉(Newneek)”에서 단기 인턴을 한 사실이 화제가 되었다. 뉴닉은 국내외 시사 정치 뉴스를 대화체로 정리하여 이메일로 보내주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뉴닉은 2018년에 출범하여 비교적 단기간에 20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그녀는 단기간동안 인턴 체험을 하며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차이를 찾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뉴닉과 정은주 편집장의 사례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미디어 환경과 수용자에 영향을 미치며. 기성 언론 역시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저널리즘의 주축이 되는 기자에게 이는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일 것이다. 기자는 언론의 목소리를 내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기자의 주 업무이지만, 이를 수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 역시 기자의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언론사에서 디지털 뉴스부 직원을 따로 채용하고, 기자 채용 시 뉴미디어 활용 능력을 묻는 것도 이러한 경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기자가 취재의 내용뿐만 아니라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틀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의 변화에 따라 저널리즘의 형태는 변해간다. 다만 저널리즘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기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 역시 다르지 않다는 사실 역시 인지해야 한다. 기자는 특정 현안에 대해 현상적인 분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사건을 사회의 구조와 연결지어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역량은 기자가 활용하는 매체에 상관없이 반드시 기자에게 필요한 것이다.
여러 대중적인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유사 언론과 가짜 뉴스가 등장하는 지금, 기자는 더욱 본연의 능력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을 표방하는 1인 매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정보를 앞세운다. 그리고 이를 누구보다 빠르게 전달하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자 한다. 기성 언론은 이러한 유사 언론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자는 이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러한 신뢰의 부재는 기성 언론이 이러한 유사 언론들과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오늘날의 기자에게 어쩌면 이전 시대보다 한층 치밀한 분석력과 통찰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기자들이 사용하던 취재 수첩을 보며 오늘날의 사람들은 감동과 전율을 느낀다. 권위주의 정부의 억압에서도, 진실을 향해 다가가고자 한, 대중들의 알 권리를 되찾고자 한 저널리즘 정신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람들이 현재 기성 언론에게 원하는 건 이러한 시대 정신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기자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언론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 한 번 주목을 받은 후 날아가 버릴 휘발성 있는 지식이 아닌,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의제를 생산해야 할 것이다.
# 33.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뉴욕타임즈. 이 세 매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각각 영상 시장에서, 오디오 시장에서, 텍스트 시장에서 디지털 구독 모델을 선도하고 있는 매체다. 뉴욕타임즈가 2014년 혁신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퍼스트’를 천명한 뒤 7년이 흘렀다. 올해 뉴욕타임즈는 처음으로 디지털 사업 부문이 인쇄업보다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냈다. 더 나아가 뉴욕타임즈는 이제 저널리즘을 넘어 디지털 시장 텍스트 부문 선도주자로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 언론 역시 2014년 혁신보고서가 유출된 후 너도나도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하리만치 다르다. 같은 목표 아래 다른 결과가 발생한 원인은 디지털 퍼스트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됐다.
뉴욕타임즈에게 디지털 퍼스트의 궁극적 지향점은 무게중심을 바꾸는 것이다. 내일 신문을 만드는 관행에서 탈피해 오늘 나온 뉴스를 웹사이트에 싣고 그 기사를 토대로 내일의 신문을 결정하는 시스템의 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단단한 축은 단연 ‘저널리즘’이다. 기자가 디지털 퍼스트로 이행에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저널리즘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디지털로의 전환에 기자에게 저널리즘이 아닌 다른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PV에 집착해 과도한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를 남발하고 선정적 보도를 격려하며 오보에 무책임하다. 실제로 국내 신문사의 스트레이트 기사는 84%에 이르고 분석‘해설 기사는 10%에 불과하다. 반면 뉴욕타임즈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20%, 분석’해설 기사가 60%에 이른다. 수치가 보여주듯 한국 언론에게 디지털 퍼스트는 PV 퍼스트다.
기자가 저널리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된 뒤 필요한 역량은 독자와의 소통이다. 한국 언론에서 디지털 퍼스트에 대해 범하고 있는 다른 오류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식의 단순화다. 독자들이 무슨 콘텐츠를 원하고 어디서 어떻게 소비하는지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저 비슷한 양식의 콘텐츠를 재생산하며 유튜브, 페이스북에 올려버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 하더라도 독자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콘텐츠의 함정에 빠진 기자들은 ‘기사만 잘 쓰면 독자가 알아서 본다’고 여긴다. 소위 말하는 공급자 마인드다. 특히 한국은 포탈 중심 유통구조로 인해 언론과 독자의 연결이 더욱 제한돼 있다. 언론은 이제 직접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 독자의 니즈를 분석하며 이를 넘어 만든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까지가 디지털 시스템의 완성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언론과 기자의 변화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변화는 기자 개인의 역량이 아닌 조직과 업무 시스템 체질 개선에서 나온다. 독일은 코로나 19 봉쇄조치를 내릴 때 기자를 필수직종에 포함했다. 기자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거나 일상의 영웅이 될 수는 없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 최전선에서 두려움과 맞서는 데 책임감이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양질의 정보는 여전히 높은 가치와 수요를 지닌다. 디지털 퍼스트에서 역시 저널리즘이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 단단한 기초 위에 독자들과의 절실한 소통이 이뤄질 때 비로소 디지털 퍼스트는 가능하다.
# 34.
디지털퍼스트는 2014년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 유출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보고서가 유출되자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디지털퍼스트를 위한 기반이 채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변화를 따라가기 바빴다. 당시 한국 언론은 수익구조 악화와 더불어 포털에 뉴스유통자의 자리마저 내어준 상태였다. 클릭 수 확보를 위한 속보 경쟁과 이가 불러온 오보의 대참사는 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명칭까지 심어주었다.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도입된 디지털퍼스트 전략은 기사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 방식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디지털을 이용했지만 품질은 낮은 카드뉴스가 등장했다. 이는 디지털퍼스트가 뉴스 제작과정을 디지털로 변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 독자가 양질의 뉴스를 경험하도록 함을 망각한 태도이다.
한국 언론의 디지털퍼스트는 독자중심이 아니라 수익중심에 있다. 과거 종이신문은 구독자와 광고를 기반으로 수익구조를 형성했다. 의제설정과 게이트키핑은 종이 신문의 특권이었다. 언론은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들 중 중요한 것을 취사선택하여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인터넷과 포털의 등장은 이들의 역할과 수익구조에 1차적 타격을 입혔다. 인터넷은 콘텐츠로의 접근을 무료로 만들었다. 광고주는 종이신문대신 인터넷을 택했다.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언론은 게이트 키퍼의 자리마저 내주었다. 결론적으로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한 연성기사 작성, 선정적인 헤드라인, 연관 검색어 기사작성과 같은 결과를 낳았고, 저널리즘 측면에서 품질 하락과 신뢰성 저하를 가져왔다. 모바일과 SNS의 등장은 전통 언론에 치명타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신문을 소비하지 않게 되었고 뉴스 소비자에서 나아가 생산자의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2000년대 60%에 달했던 신문 구독률은 2019년 6%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종이신문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갔다.
언론사는 디지털퍼스트를 주장하기에 앞서 기존 관행과 조직구도를 개선시켜야 한다. 기자들에게는 디지털 시대에 맞춘 유연함, 디지털 마인드를 강조하지만 언론사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언론사 조직도에 뉴미디어팀, 데이터저널리즘팀이 하나 둘 생겼지만 팀 당 배치된 인력은 5명도 채 안된 곳이 다수였다. 이들은 뉴스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담당해야한다. 마감 시간 내에 기사를 완성해야 하는 기자들의 업무 피로도는 증가한다. 양질의 콘텐츠가 등장할 수 없다. 국내 언론이 따라가고자 하는 디지털퍼스트의 대표 주자 뉴욕타임스 조차도 자사 편집국의 전통 위계질서와 부족한 디지털 역량에 대해 비판했다.
하루가 달리 변화하는 시대를 붙잡을 순 없다.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것도 기자의 몫이다. 그러나 시민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의 기자의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기자는 시민 중심의 뉴스를 제작해야 한다. 디지털퍼스트 기사는 단순히 기사에 디지털을 적용하는 게 아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여 독자들이 뉴스를 읽는 것에서 나아가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독자 중심의 기사이다. 저널리즘의 1차적인 목적은 시민들이 자유로울 수 있고, 그들이 자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