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속살 드러내고 바람의 목욕 장흥 휴양림 여행
| 기사입력 2013-07-25 17:06
 |
장흥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의 방문객이 해먹에서 풍욕을 즐기고 있다. | 박용하 기자 |
깊은 숲 속, 울창한 나무 사이로 흰 속살이 드러났다. 해먹 바깥으로 매끈한 다리와 허벅지가 삐져나오고, 숲길을 지나는 남성은 가슴과 배를 훤히 드러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자 사람들 속살에 맺힌 땀방울이 공기 중에 흩날린다. 땀 냄새는 사라지고 사방에 진동하는 숲의 향기. 이들 모두 바람으로 목욕을 하고 있다. 이른바 ‘풍욕’(風浴)이다.
 |
편백숲우드랜드의 누드 산림욕장 ‘비비 에코토피아’ 내부 | 박용하 기자 |
장마철이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풍욕과 산림욕의 계절이 찾아온다. 하늘을 덮는 나무의 녹음은 보기만 해도 서늘하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은 더 이상 따갑지 않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더위를 피하고 건강도 잡는 1석2조의 휴식. 최근 도시인들 사이에 풍욕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 속살까지 휴식하는 곳, 편백숲우드랜드 = 최근 전국에 수많은 풍욕장이 들어섰지만, 이 중에서도 전남 장흥의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가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힌다. 우드랜드는 억불산 자락 100만㏊ 편백나무 숲에 들어섰다. 숙박시설과 산책로, 풍욕장 등이 조성된 휴양단지다. 이 중에서도 풍욕장 ‘비비 에코토피아’는 개장 당시 누드 산림욕장으로 화제가 됐다. 기획 당시에는 알몸으로 숲을 걷는 콘셉트였지만, 논란 끝에 지금은 짧은 간소복을 입고 출입하고 있다.
 |
편백숲우드랜드에서 볼 수 있는 편백나무. 나무줄기의 주름이 이채롭다. | 박용하 기자 |
비비 에코토피아 곳곳에는 쉴 수 있는 의자와 해먹, 움막 등이 들어서 있다. 곳곳에 드러난 사람들의 발바닥, 하얀 속살은 처음 가본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 하지만 속살이 튀어나와도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이곳에서 속살은 무례가 아니다. 피부도 호흡을 해야 혈액이 맑아지고 면역력도 강해진다. 사람들의 속살은 이곳에서 ‘숨 쉴 기회’를 얻은 셈이다.
풍욕장을 제대로 즐기는 순간은 해먹에 누웠을 때다. 눕는 순간 세상과 격리된 느낌이다. 사람들의 소리는 잦아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 소리, 새들의 지저귐소리만 대지에 가득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해먹은 기분좋은 졸음을 부추긴다. 하늘은 나무의 녹음으로 완전히 가렸다. 세상과 단절된 완전한 휴식이다.
 |
편백숲우드랜드에 조성된 숲길. | 박용하 기자 |
이 곳에는 한옥과 통나무집, 황토집 등 숙박시설 28개 동이 마련돼 있다. 하루 200명이 묵을 수 있는 규모지만 늘 만원이다. ‘누드 풍욕’이 화제가 돼 방문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 ‘캠핑·레포츠도 OK’, 유치자연휴양림 = 편백숲우드랜드에서 머지 않은 장흥군 유치면 월암마을 산자락에는 또다른 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1996년 전남 최초로 조성된 휴양림인 ‘유치자연휴양림’이다. 이 곳은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백화점식 휴양림’이라 할 만하다. 편백숲우드랜드와는 또다른 매력을 지녔다.
 |
유치자연휴양림은 산과 계곡을 끼고 있어 매력적이다. | 박용하 기자 |
이 곳은 계곡·폭포 등이 휴양림 안으로 들어와 있어 산을 통째로 빌려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앞산인 옥녀봉에서 내려온 물줄기는 ‘무지개폭포’와 ‘옹녀폭포’를 만들고, 협곡이 만든 각종 기암괴석은 장엄한 풍광을 이룬다. 산길 길섶에는 칡덩굴과 야생화가 원시적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한여름 찾아드는 수많은 반딧불이는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이다.
나무들도 무성하다. 비목나무와 가래나무, 비자나무, 굴피나무 등 400여종의 온난대림 식물이 분포한다. 숙박용 가옥도 편백나무로 만들었다. 지은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새 집 페인트 냄새’ 대신 편백의 향이 가득하다. 편백은 한약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상쾌한 내음을 지녔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줘 입욕제로도 쓰인다. 여느 목욕탕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히노끼탕’이 그것이다.
 |
유치자연휴양림 내 조성된 야영장 | 박용하 기자 |
유치자연휴양림은 40~50동의 텐트를 수용할 수 있어 캠핑족들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물놀이장과 놀이터, 야영장, 족구장 등의 시설도 구비돼 있다. 주말이 되면 텐트를 짊어진 가족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계곡과 물놀이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 번뇌를 놓고 가는 곳, 보림사 숲길 = 장흥은 이밖에도 천관산 자연휴양림, 억볼산 산림욕장, 보림사 비자나무 숲길 등 여러 숲길들을 보유했다. 다른 지역보다 숲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휴양림을 즐기는 이들에게 행복한 도시다.
 |
휴양림 앞에 솟아있는 옥녀봉의 모습. | 박용하 기자 |
사찰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 이들이라면 보림사 숲길도 가볼만하다. 보림사는 해발 510m 가지산 깊은 산자락에 자리잡았다. 스님들이 많지 않은 조용한 절이다.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석탑과 석등이 여름날의 꽃들과 예쁜 안뜰을 이루고 있다.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며 걷기 좋은 곳이다.
절 뒤편 구릉에는 60~400년생 비자나무 600그루가 오솔길을 이뤘다. 한때는 지자체에서 ‘아름다운 길’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관리가 잘 된 편은 아니다. 다만 보림사 방문객들에게는 속세의 번뇌를 떨치는 산책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변비에 좋은 비자나무 열매는 보너스다.
 |
전남 장흥의 보림사, 경내에 석탑과 여름철 꽃이 예쁜 뜰을 이루고 있다. | 박용하 기자 |
■ 힐링여행의 종착점은 남도의 진미 = 숲길을 걷는데 지쳤다면 장흥 특유의 먹거리를 찾아보자. TV에도 소개된 ‘장흥삼합’이 유명하다. 장흥 특산물인 한우·키조개·표고버섯을 함께 먹는 음식이다. 단순히 조합한 음식인데, 그 완성도가 상상 이상이다. 키조개의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혀에 돌더니 한우 육즙의 고소함이 묻어나오고, 표고의 향긋함이 뒷맛을 정리한다. 맛도 영양도 일품이다.
된장물회도 먹어볼 만하다. 어린 농어나 돔의 속살을 약간 시큼하게 익은 열무김치와 된장, 매실과 막걸리를 숙성시킨 식초 등과 버무려 내놓는다. 맛은 한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달콤하면서도 시큼하고, 된장의 구수함과 고추의 매콤함이 한 곳에 담겼다. 어쨌든 좋은 점은 얼음을 동동 띄워 시원하다는 점이다. ‘더위도 피하고 몸도 생각하는’ 힐링여행의 종착점으론 안성맞춤이다.
 |
보림사 뒷편으로 나 있는 비자나무 숲길. | 박용하 기자 |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경향신문 [오늘의 인기뉴스]
 |
남도의 진미 장흥삼합(위)과 된장물회(아래). | 박용하 기자 |
첫댓글 휴가 다녀왔니


부럽넹
캬~~~~~ 좋다
함 가고잡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