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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 11차(돌장고개 - 남해고속도로)
*2004년 7월 11일(일요일)
*날씨 : 흐린 후 비
지난 6월 6일 20:00경 하산주를 마신 후 헤어졌던 돌장고개를 한달이나 지나서 만난다.
태풍 디앤무가 우리의 바쁜 갈 길을 묶었고, 남해안 호우경보 발령으로 애를 끓다가 이제사 왔다.
들뜬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그동안 산행을 할 수 없어 온몸이 근질근질 했다며 “경주대간” 철자 아줌마는 상기된 얼굴이다.
간만에 “길우”도 왔고, 회장님의 소개로"김 사장님" 이라는 분도 처음 참가 하셨다.
어디 철자 아줌마뿐이랴? 모두들 간만에 만나 하는 종주라 가벼운 흥분 속에 채비를 하며 몸을 풀고 있는데 회장님의 성화는
“빨리 안가고 머하노!” 또 시작이다.
들머리를 오르니(09:25) 그리 굵지도 않은 잡목들과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인해 등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밀림(?)을 헤집고 서서히 경사를 더하니 호흡이 갚아온다. 땀도 맺힌다.
그동안 산행을 못한 결과이리라.
빽빽한 소나무 사이를 지나 산등성이 줄기를 회복하니 왼쪽으로 휘어지며 방향은 북서진이다. 좌, 우로 한 구비 돌고 신록을 읽고 힘없이 서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다 조금 가파르게 오르니 274봉이다(09:58).
왼쪽은 사천시 사천읍이고 오른쪽은 진주 문산 금곡면이다. 인근에 마을들이 있을 법한데 흐린 날씨와 우거진 녹음으로 인하여 가시권이 짧아 볼 수가 없다. 마을의 개들이 짓는 소리만 들려온다.
먼저 도착하여 쉬고 있던 학순이 형님이
“어이! 차 기자(사진을 찍으며 산행기를 쓴다고 듣기 좋게 불러주는 별명 인갑다)여기 와 봐라”
“와 그라십니까?”
“내 올라 오다가 벌에 손을 쏘였다 아이가”
“와! 형님! 진짜임니까? 오늘밤은 형수님 옆에 얼씬도 하지마소 홍콩 보낼라”
“쏘인 자리를 보니 벌도 꽃 심는 사람을 알아보나 보네 예” 듣고 있던 여성 회원들이 역성을 던다.
아니! 정말이네. 엄지와 금지사이를 그것도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학순이 형님일까?
잠시들 쉬고는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지며 내려간다. 다시 오르막이다.
굵지도 않은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나 잡목들의 녹색 보다 힘이 없다. 잡초가 무성한 무덤을 지나 별 특징은 없고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여 겨우 등로만 지나가는 봉우리에 오르나 지도상의 무선산(277.5)으로 짐작만하고 오른쪽으로 휘어 북동쪽으로 조금 가파르게 내려간다(10:39).
안부에 이르니 다시 방향은 북서진이다.
한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가 소나무 사이를 미끄러지듯 내려가니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봉전고개다(10:59).
지도상에는 없는 도로다. 아마 임도를 도로로 확장 포장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나 보다. 사천 양달 마을과 문산 상인담 마을을 잇는다. 도로를 가로질러 시멘트 절개 벽을 올라 무덤들을 지나쳐 오른다. 찌푸린 날씨에 후덥지근하게 온도는 높고, 습도가 높다보니 약간의 오르막에도 온통 땀범벅이다. 22번 철탑을 지나 잠시간 오르다 무성한 잡초 밭을 헤집고 봉우리에 올라선다. 키 작은 나무에 새파란 밤송이가 주렁주렁 이다. 야산의 잡목 속에서 자라 열매를 맺느라 생존 경쟁이 심했으리라. 한 구비 돌아서 잠시 내려서는데 치렁치렁한 넝쿨에 연분홍색의 과자가 주렁주렁 달렸다. 야생화가 꼭 골무과자처럼 생겼다. 배가 출출해서 과자로 보였나?
출발 시간을 조금 당겨서 이른 아침을 먹었더니 서서히 시장기가 온다. 잡초들을 헤집고 전진 하다보니 스치는 찔레의 가시에 눈 덩이를 할 뀐다. 방향이 약간씩 자주 바뀐다. 등로의 고도차는 별로 없어 잡초들의 방해만 없다면 꼭 트레킹 코스 같다. 오른쪽으로 금곡면을 지나 문산읍을 통해서 남강으로 흐르는 영천강이 희미하게 잡힌다. 우리나라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몇 안 되는 강이란다. 높지도 않은 봉우리를 몇 개 넘는다. 지루할 정도다. 연록의 잎이 남달라 자세히 보니 잣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다. 잣을 열려면 몇 해를 더 자라야 할 것 같다. 170.1봉에는 삼각점도 있다고 했는데 덤불 속에 찾을 수 없다. 오른쪽에 밤나무 단지를 끼고 내려가다 철망 울타리를 만나 울타리를 따라 오른쪽으로 우회를 하여 내려서니 2차선 아스팔트 도로의 계리재다(12:07).
사천시 점촌면과 진주시 문산읍을 연결하는 도로다.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잠시 오르니 진주시 축협 사업장 입간판이 왼쪽에 서있고 잠시전의 울타리는 이곳의 과수원 부지 이었나 보다.
오른쪽으로 도로벽 위로 무덤이 몇기 있어 점심을 먹기로 하고 올라간다. 조경이 잘 가꾸어져 있다. 잔디는 꼭 새파란 융단 같다.
무더운 날씨 탓에 지친 몸을 쓰러지듯 융단에 눕힌다. 점심이고 뭐고 이대로 한심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계리재 - 남해 고속도로(13:15 ~ 16:45)
식곤증에 푹신한 융단 잔디에 누워 쉬다보니 눈이 저절로 감긴다.
달콤한 휴식 시간에 마지막 종주때 쫑파티와 코스 및 일정에대한 토론으로 어느새 1시간이 지났다.
출발 신호를 예고하는 총무의 음성이 오늘따라 훈련소 시절 조교의 “휴식 끝”하는 구령처럼 들린다.
무덤을 비스듬히 올라 소로를 따르니 산속의 등로가 갑자기 감나무 과수원 속을 지나간다. 과수원을 벗어나 시멘트로 포장된 소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왼쪽에는 널따란 참깨 밭이고 오른쪽은 감나무 과수원이 계속 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며 선두가 돌아선다. 그러고 보니 표지기들이 하나도 없다. 모두들 되돌아서 시멘트 소로를 마저 내려가니 아스팔트 도로와 만나 왼쪽으로 내려보니 저만치 점심을 먹었던 그곳이다. 점심을 먹고 무덤위로 올랐던 것부터가 알바다.
나쁜 사람들! 왜 다른 길에다 표지기를 달아 노았노!
오른쪽으로 잠시 도로를 따르니 왼쪽으로 산등성이로 오르는 소로에 표지기들이 많이 달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허비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낙남 원류를 회복하여 나란히 있는 무덤들을 지나 잠시 오르막을 올랐다 내려서니 또 2차선 도로가 지나간다. 지도에는 없다.
아마 추측컨대 지도에 늦게 난 도로를 표시하다 보니 휘어지는 부분에 세심한 주의를 주지 못하여 종주 등로와 엇박자가 났나 보다.
오른쪽으로 쭉 가면 조금전 지나온 계리재를 지나가리라. 궁금해 하며 내쳐 오른다. 오른쪽에 감나무 과수원을 끼고 서서히 경사를 높인다. 잠시간 또 왼쪽이 감나무 밭이다. 등로가 과수원과 경계를 이루며 간다.
확 시야가 뚫리자 왼쪽으로 휘어지니 과수원 한쪽이 도라지 밭이다. 밭을 따라 내려가니 등로는 과수원의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널따란 농로다. 한그루의 풍개나무에 앙증스럽게 열매가 익어서 달려있다.
이번에는 배나무가 보기 좋게 도열해 있는 과수원의 한 복판이다. 낙남종주길이 이제는 개인의 과수원으로 변해있다. 과수원을 나서니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간다(14:37).
왼쪽으로 저 멀리 계리재로 가는 사거리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문산읍을 알리는 도로 표시판이 서있다.
도로를 가로 질러 산길로 들어서 올라가니 여기도 감나무 과수원이다. 아마 가을에 이 코스를 지난다면 일반 간식은 없어도 될 것 같다. 야트막한 동네 뒷동산 같은 등로를 내려서니 작은 소로가 지나가니 전형적인 시골 동내 진입로다(14:48).
오른쪽에는 과수원 입구에 살림집이다. 먼저 도작한 선두는 과수원집 수도꼭지에 세수도 하고 나온다. 잠시간 숨을 돌리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모두들 일어선다.
잠시간 산길을 지나니 포장된 소로를 따라 감 선별장인지 농가가 왼쪽에 있고 오른쪽 창고에는 트랙터며 작은 포크레인이 녹슬어 방치되어있다. 아직은 제 철이 아니라서 인가?
다시 포장 소로가 끝나고 오른쪽으로 야산 길을 따르다 내려서 작은 안부를 지나 올라서니 널따란 파밭이 펼쳐지며 저만치 산불감시초소가 뎅그러이 서있고 태극기도 휘날리고 있다.
초소에는 초소 장은 안계시고 초소 장의 가슴 찡한 환영 간판이 주인을 대신하여 유달리 반긴다(15:18). 작은 정원도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두었다.
먼저 지나간 다른 팀들도 감명을 받았는지 형형색색의 표지기들을 메달아 놓았다. 저 멀리 희뿌연 안개 속에 진주도 보인다.
김 선생은 자기가 연수를 받았다는 경상대학의 캠퍼스라며 감회가 새로운가 보다.
지나가시던 할머니 한분이 초소장이 계셨다면 여간 반가워하지 않았을 거라며 소개를 한다. 자식은 서울서 법대를 나와 잘 되어 있고, 겨울에는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손수 커피도 타주며 대접도 하시는 좋은 분이시란다.
간만에 우리도 다들 모여 배경을 잡아 기념사진을 남긴다.
학순이 형님은 이 다음 겨울에 삼겹살이라도 사가지고 와서 놀다 가자고 한다. 낙남종주만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진한 감동을 받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한다.
밭길이 끝이나니 또 과수원 이다.
앞선 선두의 흔적을 따르나 등로가 없어진다. 다시 돌아 나와 과수나무(복숭아) 옆을 조심스럽게 지나니 검은 망 사이로 중학생 또래의 아이가 나무 밑에 않아 있다 불쑥 고개를 내민다. 깜짝이야! 아마 등산객이 지나치며 복숭아에 손을 대나 보다.
복숭아밭을 지나 오솔길의 야산이 잠시 이어 지더니 이제는 대나무 밭 사이로 등로가 이어진다.
동주 형님이 대나무는 특히 남자의 정기에 좋단다.
“그래요? 그라만 우리 대나무 밭에서 앉아 놀다 갑시다!”
오 이런! 갈 길의 여정 때문에 안타깝다.
꿀통이 잘 정열되어 있다. 날씨 탓에 다행히 꿀벌들은 몇 마리 날지 않는다. 조심조심 종종걸음으로 살짝 지나쳐 내려오니 농로가 시멘트로 포장된 사거리 한쪽에 수도꼭지가 있어 머리에 물을 뒤집어 썬다(15:53).
컨테이너로 간이 살림집이 있고 우리네 토종 꽃들로 작은 화단을 만들어 놓았다.
백일홍, 파리꽃에(나의 어릴 적 기억에 따라) 나리꽃에, 색색의 봉숭아에. 어릴 적 우리 집 화단을 생각하며 사진으로 담아 본다.
과수원이 끝나고 오솔길을 잠시 올라서니 철탑이 서있다(16:14). 뒤쳐진 달영씨를 기다릴 겸 배낭을 풀고 풀밭에 않는다.
뒤미처 당도한 달영씨가 여간 힘들어하지 않는다.
남은 오이로 간식을 마저 하고 일어서니 아직 덜 익은 고추잠자리가 나뭇잎에 앉아 졸고 있다. 요놈 바라! 한가하게 졸고 있어? 놀래주어야지. 후레시를 터트리며 사진기를 눌러 본다.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져 내려오니 제법 커다란 의금부도사 김해 김씨 비석이 서있는 무덤을 지나치고, 계속하여 경연당 거사 이공 지묘라고 새긴 비석이 거북이 석상에 서있는 납골당이다. 내리막을 내쳐 내려서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모산재다(16:31).
오른쪽 아래에 민가가 몇 채 모이고 작은 저수지도 보인다. 가로 지르니 널따란 임도를 따라 오른쪽에는 경사면에 또 과수원이다, 개인 농지에 과수원들이 있다보니 이번 구간은 등로를 따르기에 많이 헷갈린다. 작은 봉우리에 철탑을 지나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오니 마산의 무학산을 오르며 가로 지르며 헤어졌던 남해고속도로가 3번 국도와 나란히 달리며, 북쪽으로는 연전에 대전으로 새로이 난 고속도로가 안개 속에 펼쳐져 있다. 봉우리 아래로는 통영까지의 고속도로를 만드느라 중장비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봉우리를 지나 절개지를 내려서니 넓은 운동장이다(16:43).
고속도로가 지나갈 자리다. 완공이 된다면 종주를 위해서는 한참을 우회하여 돌아야 할 것 같다.
횡단을 하여 왼쪽으로 소로를 따르니 닭백숙이 익는 냄새에 갑자기 배가 고프오니 오늘의 종착지에 용케도 찾아온 우리의 주황색 애마가 더욱 반갑다(16:50).
너무나도 행운인 것은, 오늘을 시작할 때 모두들 걱정했듯이 많은 비를 피했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참고래 회원님들의 평소 산을 사랑하시는 지성을 하늘도 알고 계시기 때문일까?
*산행후기
오늘도 어김없이 하산주 장만하시느라 이수형님 내외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오늘 갑작스러운 회사의 부름을 받은 철수덕(?)에 다양한 메뉴도 감동 이였지요.
저번 날에 철수가 집안내력이라며 닭백숙을 먹지 않고 홀로 외따로 있는 것이 안쓰러웠다며 고래 수육을 따로이 장만 하셨단다. 그리고 라면이라도 끓여서 먹이려고 작은 냄비도 준비하시느라 오늘 주방 짐이 평소보다 많았단다.
“철수야! 니 이수형님 내외분의 아우들에 대한 내리사랑을 알만 하겠제?”
“우리도 그 사랑을 본받아 아우들을 사랑하는 전통을 만들자!”
이제는 천둥 번개에 억수같은 비도 안 무섭다.
농장의 스레트 지붕이 그 정도 비로 무너지겠나.
왜냐하면 하산주를 마시는 이곳 자리 또한 안성맞춤 이니까.
무엇보다도 우리의 산과 우정과 사랑의 전통을 다지는 이자리가 너무도 자랑스럽기 때문에.
*실수 : 사진속의 시간이 25분정도 늦게 세팅이 되었읍니다.
*참고 : 현재까지 총 도상거리 : 158km(연숙이와 함께 가는 낙남정맥 참조)
첫댓글 차기자 산행기와 사진 잘보았소 ....!
기자다운 좋은내용 잘이노 읽었소이다..마지막 하산주는 간만에 즉석도라지주 묵은는거 와 빼뿟노...
현욱이형님~낙남11차산행기잘봤습니다.산행기볼 떄마다실감나게잘쓰네요~ 그리고여름휴가지리산 산장신청해주세요~울산시중구다운동다운아파트201동1010호
아이구 맞네요! .........난 안묵었나? 백숙만 묵고ㅎ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