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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카페 게시글
꽃사람 문학관 스크랩 나도풍란 향이 빛나다
과천거사 추천 0 조회 87 10.06.15 11:4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비를 맞으며 산행을 했다. 왜 정상 부근에 갔을 때 비바람이 그렇게

세었는지 정말 힘들었다. 하여 능선 바람 덜 부는 곳을 골라 조금 쉬고

내려와보니, 비가 많이 개었다. 다시 나머지 오름에 올라 숲길을 즐기고

내려왔는데, 약속한 점심시간이 일러 한라수목원에 가서 이렇게 한창인

나도풍란들을 만났다. 그래 기분이 좋았는데, 축구도 이겨 거듭 감동이다.


나도풍란은 난초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로 밑에서 뿌리가 굵고,

잎은 긴 타원형이다. 6~8월에 엷은 풀색의 흰 꽃이 꽃줄기 끝에 핀다.

우리나라의 남부 지방에 분포한다.



 

♧ 蘭詩·4 나도풍란 - 홍해리(洪海里)

    

전신을 들내놓고

애무를 한다


익을 대로 다 익어

터질까 말까


농염한 나신

흐르는 젖물


천지간에 못다한

막막한 그리움이


향기 하나로

천지를 혼절시키고.



 

 

♧ 나도風蘭(풍란) - 허문영


 남해 외딴 섬에서 끌려온 나도풍란 한 촉은 한동안 뿌리를 하늘로 뻗고 울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갇힌 풍란은 잘 생긴 남한강 수석과의 동거도 마다하였습니다. 나는 바다 내음 가시지 않은 현무암을 구해다 주었습니다. 그제사 풍란 뿌리는 해초 내음을 기대고 섰다가 파도의 어깨를 붙들고 돌 틈에 서러운 마음을 붙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석부작(石附作)이라고 하는데 뿌리를 환하게 드러내 놓고 힘겹게 사는 모습을 다시 보면 객지에 사는 내 모습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나도풍란이 바위에 붙어산다느니 이슬만 먹고 산다느니 하면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불러 제끼지만 보드라운 흙과 기름진 양분이 있었다면 뿌리를 창자처럼 드러내 놓고 살았을까요. 엽기나라 사람들은 또다시 복륜이니 호피반이니 하면서 색정을 불태우는 동안 나도풍란은 떠나온 바다가 차라리 그립습니다. 며칠째 잎을 널브러뜨리고 서 있는 나도풍란으로부터 S.O.S가 왔습니다. 망망대해로 뿌리째 떠내려가는 신열(身熱)이 내 귓속의 섬 기슭에 닿았습니다.



 

♧ 나도풍란 - 임영조


남녘 끝 섬마을서 시집와

육 년 남짓 애를 갖지 못하고

죄인처럼 살아온 우리 형수가

오늘은 ‘나도’ 하고 말문을 텄다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

참았던 슬픔 모두 다 터져

하얀 분냄새로 웃는 형수여

그 웃음 깊은 속 누가 또 알리


대관절 가슴에 서린 한이

얼마나 크고 사무쳤길래

푸르고 질긴 잎에 예서체(隸書體)로 숨겼다가

오뉴월 눈시린 서릿발로 치는가


 

(참고 기다린 자 복이 있나니)

아픔도 터지면 꽃이 되는가

오랜 산고(産苦)를 비로소 풀듯

코끝 아려오는 향긋한 몸내로

세상과 눈인사를 트는 꽃이여,


나는 듣는다

우리가 밀쳐둔 기억 밖에서

절망처럼 죄어드는 세월을 감고

슬픈 씨를 수태한 여인의 개화(開花)

그 서럽고 빛 부신 이야기를 듣는다.



 

♧ 풍란 피는 새벽(316) - 손정모


심줄 같은 결기로

지난한 세월 기다려

응축되기로 작심했어도

청록의 젊은 혈기

내면으로 밭은 숨길로는

너무나 외롭고도 허허로워라.

하여, 스미는 물줄기마다

그리움 으름덩굴처럼 매달아

청아한 꽃망울 연다.

색채 너무 맑아

숨결조차 스러질레라

눈부신 백색의 꽃송이로

벼랑에서 휩쓸리는 해풍으로

눈시울 가득

눈물이 핑 돈다.

 



 

♧ 풍란 - 김희철


난집에서 5천원을 주고

풍란 두 촉을 샀다.

둥근 먹돌에

본드로 뿌리 붙으라고

두 군데 붙여 두고

매일 스프레이로 뿌려대지만

뿌리 내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가.

한 달도 안 되어

한 촉은 죽어 붙어 있고

한 촉은 수술 받은 환자처럼

하늘과 싸운다.

우리 사는 일도

저 풍란 뿌리 내리는 것 같아

풍란 두 촉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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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0.06.15 11:49

    첫댓글 꽃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시들이 참 많군요.

  • 10.06.15 19:47

    풍란의 향은... 다른 꽃에 비해서 정말 좋은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 향이 너무 좋기에 풍란에 반하기도 했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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