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아침
학교갈 준비마친 9살 손자녀석이 하는말
" 할머니, 김밥싸주세요 "
가장 사람스러운 손자가 말하는데
그말을 듣는다면 어느 할머니가
김밥싸기를 주저하겠는가
망설임없이 마트로 달려가서 김밥재료를샀다
그제 20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담양의 옛집에 들렀다
봄소식을 알리는 각종 나물들
신선초 취나물 달래 미나리 두릅 풋마늘친구들이
나를보고 방긋웃고있었다
그들의 피부에 상처내지않으려고 조심스레
담아가지고왔다
그런데 그나물들이 김밥재료로 사용될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12장 김밥을 싸기 시작하는데
둥기당당 둥기당당
가야금 12줄이 내 손가락에 맞춰 장단을 펼쳤다
나물 무치는데 굿거리장단이 흥을 돋아주고
단무지를 썰때는 손을 다칠까봐
중모리장단이 조금빠르게 하더니
햄 맛살 어묵 볶을때는 세개가 어우러진 세마치 장단이
김발 펼치고 밥을 얹자 차분하고 섬세한
자진모리장단이나오고
마늘향 취나물 향에 취하다보니
격정의 휘모리 장단이 나오니
둥기당당 둥기당당
어찌 어깨춤이 절로 나오지않겠는가
가야금 12줄은 12달을 표현하고
윗판 오동나무는 하늘이고
야랫판 밤나무는 땅이라니
가야금 줄을 튕긴다는것은
우주를 다스린 다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가야 우륵의
가야금소리에 신라 진흥왕도 취했으니
예술의 혼이 깃든 가락에는
국가를 따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야금 12줄은 현의 노래라 벨수도없고
그가락에 취해서 내가 싼 12줄 김밥을 칼로베니
한송이 예쁜 꽃으로 환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