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걷는 길은 지리산둘레길 제4구간입니다.
1박2일에서 엠시몽이 걸었든 길이구요, 칠선계곡 입구인 의탄마을에서 시작합니다.
감자꽃과 다래꽃도 찍어보고 한신계곡과 칠선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합쳐 흐르는 엄천강가 숲길을 걷는 좋은 길입니다.
엄천강은 일부구간을 휴천강이라고 부릅니다.
협곡을 힘차게 내려오든 물이 넓고 평지인 지역에서 잠시 쉬어간다고 붙혀진 이름이라네요.
8시 40분을 전후하여 마천초교의탄분교(폐교)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2명씩, 5명씩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150명이 넘었다.
허엽 노인회장께서 의중마을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의중은 '의탄리의 가운데 마을'이란 뜻이란다.
지리산만인보가 모인 이곳은 한국전쟁시기 마을사람들이 숙소로 사용한 곳이며
아침 10시부터 낮 4시까지만 농사짓는 것이 허용되어, 나머지 시간엔 이곳에서 공동생활을 하였다고 했다.
전쟁 후 마을을 복구하여 지금껏 잘 살아왔는데
지리산댐을 만들어 우리를 쫓아내면 이제 어디서 살아야 하느냐고
말과 표정과 손짓에 노여움이 가득했다.
허엽 노인회장님과 허해인 이장을 따라
마천초교의탄분교를 출발하여 의탄교를 지나 언덕을 넘어 의중마을로 들어섰다.
감자꽃
의중마을을 지나 만인보는 논기을 지나 숲길로 접어 들었다.
소나무다리
시원하고 깨끗한 엄천강가의 숲길
다래꽃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1시간쯤 걸으니 용유담이 나왔다.
엄천강 상류에 있는 용유담은 함양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에 있으며
용이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한다.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고도 하고, 마적도사 전설, 가사어 전설 등이 전해지는 용유담은
사계절 내내 짙초록빛을 띠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 한다.
용유담은 함양의 자랑이자 지리산의 자랑이다.
이곳에 이명박 정부는 지리산댐을 짓겠다고 한다.
이곳에 전봇대 10개 높이의 댐이 들어서면 백무동은 입구부터 물에 잠긴다.
지리산댐은 경관 파괴는 물론이오, 지리산 생태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리산댐이 들어서면 지리산에 깃들여 사는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그러니 대다수 주민들은 지리산댐을 반대한다.
용유담 주변에서 낮밥을 먹고
용유담가에 사는 혜원스님(반야정사)으로부터 용유담과 지리산댐 이야기를 들었다.
용유담가에 사는 스님의 기원처럼 지리산댐이 지어지지 않으려면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고, 손발을 움직여 지리산댐에 반대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용유담을 떠나 모전마을로 접어들며 지리산만인보 9일째 날 오후 걷기가 시작되었다.
모전마을에서 세동마을로 넘어가는 옛길은 사람의 오고감이 없어 밀림이 되어가고 있었다.
싸리꽃
옛길을 걸어 세진대에 도착할 즈음 '버섯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노랑망태버섯(분홍망태버섯)이 보였다.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귀한 버섯이란다.
용유담과 엄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세진대.
세속의 먼지를 털에 내느 곳이라고 붙혀진 이름이다.
정결 님 (구례농고 1년)과 우솔 님 (남원송동초 6년)이 기타를 치며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불렀다.
정결 님은 노래부르기에 앞서 밥 딜런과 'Blowin` In The Wind' 이야기를 했다.
'Blowin` In The Wind'는 밥 딜런이 1963년 발표한 곡이라고
밥 딜런의 애칭이 '저항의 시인'인데 그 애칭을 만들어준 대표적인 곡이 'Blowin` In The Wind'라고 했다
세진대를 떠나 세동마을을 지나 송문교까지 걸었다.
송문교에서 운서마을 방향으로 300m쯤 걸어가니 새참을 차려놓고 천주교 문정공소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떡과 수박, 해물전과 막걸리까지
6월 12일은 지리산만인보가 길을 나선 후 가장 푸짐히 새참을 먹은 날이었다.
모두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알뜰히 먹었다.
운서마을과 동강마을을 지나 자혜마을 보호수까지 걸었다.
개망초. 몇몇은 달걀 후라이꽃이라고 한다. 가장자리는 하얗고, 중앙은 노랗다.
동강마을을 지나 자혜리 보호수까지 걸으며
강과 논과 마을과 밭과 산이 차례로 펼쳐진 모습에 한없이 감탄했다.
자혜마을 보호수 아래서
조미옥 선생님과 진주여고 학생들, 고양에서 온 명남순 님, 부산에서 온 이승 님이 소감을 나눴다.
오늘 걸음이 행복하였다고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자연을 벗 삼아 용기를 갖고 대안적 삶을 살아가겠다고 했다.
지리산만인보 9일째 날은 의중, 모전, 세동, 운서, 동강, 자혜마을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