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집
오르골 캐롤 소리가 들린다. 창문으로는 눈이 내려온다.
엄마: 소원 빌었어?
딸: 응, 빌었어.
엄마: 무슨 소원 빌었는데?
딸: 비밀이야.
엄마: 엄마한테 비밀이 어디 있어.
딸: 몰라, 몰라. 케이크 먹어도 돼?
엄마: 몇 조각 줄까?
딸: 많이!
엄마: 건강에 안 좋아. 일단 한 조각만.
딸: 치…… 알겠어.
엄마: 엄마는 무슨 소원 빌었나 안 물어봐?
딸: 매번 똑같잖아. 나랑 엄마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엄마: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려운 건데.
딸: 나도 매번 똑같은 거 빌어.
엄마: 무슨?
딸: 눈이 보이게 해 달라고…….
(폭죽 터지는 소리)
엄마: 메리 크리스마스!
딸: 크리스마스는 내일이거든?
엄마: 그렇다면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딸: 케이크 한 조각 더 먹을래.
엄마: 자고 일어나면 근사한 선물이 올 거야.
딸: 그런 건 없어. 케이크 한 조각 더 줘.
엄마: 왜 없어. 있을 수도 있지. 기대 안 돼?
딸: 딸기도 올려 줘.
엄마: 오늘은 기분이다! 맘껏 퍼 먹어. 크리스마스는 즐거워야 돼.
딸: 크리스마스 같은 건 하나도 기대 안 돼. 그냥 케이크를 먹는 날일 뿐이야.
엄마: 그래도…….
딸: 배부르다. 들어가서 잘래.
딸,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 그래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야!
딸: 뭐…… 그래. 엄마도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 노란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고 난로에 넣는다.
2장
짜장: 야, 야! 주문 왔다. 다들 좀 일어나 봐.
쿠팡: 아, 또 왜. 나 밤새 새벽 배송 뛰었거든?
배민: 새벽에 몰아서 하는 주제에 엄살은.
쿠팡: 뭐라고 했냐?
짜장: 어이, 싸우지들 마시고.
쿠팡: 무슨 일인데.
짜장: 배달 메시지가 왔어.
배민: 무슨?
짜장: 그, 좀 이상한데, 가장 빠른 배달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탁한대.
쿠팡: 열두 시 전에 결제했어?
짜장: 그게.
배민: 한 집 배달이지?
짜장: 좀 들어봐. 이 주문, 구매 내역이 없어.
배민: 그게 무슨 소리야?
짜장: 그냥 이게 다야. 가장 빠른 배달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탁한대.
쿠팡: 그냥 취소해.
짜장: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는데.
배민: 그렇다면 리뷰 순으로 봐야겠네. 역시 크리스마스는 피자지. 뭐, 도미노? 피자헛?
쿠팡: 너 바보냐? 선물은 물건을 받아야지. 많이 팔린 순으로 확인해 보면…… 어, 곰 인형 주면 되겠네.
짜장: 피자에 곰 인형? 오케이. 준비해 주면 내가 갈게.
배민: 왜 네가 가는데?
짜장: 가장 빠른 배달을 원했으니까. 근본 배달은 나잖어.
배민: 아, 얘 세상 물정 모른다니까. 야, 요새는 중국집 배달도 다 배민에서 하거든.
짜장: 니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셔요. 중국집 배달에는 낭만이 있다고.
쿠팡: 낭만은 무슨 얼어죽을 소리 하네.
짜장: 온가족이 주말 아침에 도란도란 모여 배달 책자 펴 놓고 짜장면 시켜먹는 맛을 왜 몰라.
쿠팡: 어, 곧 역사 교과서에서나 나올 것 같은 구석기 시대 배달 시스템이군.
짜장: 에헤이, 너는 새끼야, 이사도 안 해 보셨어? 원래 이삿짐 사이에 신문지 펴서 먹는 배달 짜장이…….
배민: 빈 그릇 밖에다 번거롭게 놓는 그 헛수고?
짜장: 됐다, 됐어. 쿠폰 열 장 모으면 탕수육 나가는 서비스의 정을 니들이 알겠냐.
배민: 리뷰 이벤트 쓰면 열 번까지 안 시켜도 서비스 나가는데.
짜장: 얌마. 주문 받고 픽업 배치 받고. 네가 택시냐?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뛰는 게 효율이지요.
쿠팡: 하하. 말 잘했다. 쟤들은 그냥 택시지, 택시.
배민: 뭐라는 거야. 너야말로 네가 배달이냐? 택배지.
쿠팡: 우리도 이제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작했는데?
배민: 그래 봤자 우리한테 밀리죠?
쿠팡: 회원은 저희가 더 많죠?
짜장: 아이, 왜 또 싸우고 그러시나.
배민: 아니, 쟤가 아까부터 시비를…….
쿠팡: 맞는 말만 하니 반박할 게 없으시겠죠.
배민: 맞고 싶어서 하는 말?
쿠팡: 그 속도로는 못 때릴 듯?
짜장: 아오, 좀! 그만 좀 해라, 그만 좀. 그래서 뭘 주겠다고?
쿠팡: 곰 인형.
배민: 피자.
짜장: 그런 거 말고.
배민: 그럼 뭐?
짜장: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선물이란 거 말이야.
배민의 어릴 적 회상.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린다.
영상 통화.
배민: 여보세요?
엄마: 아들~ 뭐 하고 있어?
배민: 나 그냥 티비 보고 있었지.
엄마: 엄마 오늘 늦을 것 같은데.
배민: 괜찮아. 티비 보고 있으면 돼.
아빠: 아들!
배민: 네, 아빠.
아빠: 가지고 싶다고 한 게임기 내일 사서 갈 테니 집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배민: 네.
엄마: 게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영상 속 웅성거리는 소리와 밝은 화면 속 재촉하는 아빠의 말.
배민: 많이 안 해.
엄마: 책상 위에 올려 둔 돈으로 뭐 시켜 먹고.
배민: 그럴게.
엄마: 내일 갈 테니까 문 잘 잠그고 자고.
배민: 이제 끊어.
엄마: 그래, 아들. 메리 크리스마스!
배민: 응, 메리 크리스마스.
게임 소리와 화면에 티비 소리가 겹쳐서 들린다.
배민: 아무래도 나 때는 닌텐도였지.
짜장: 와, 니 부자 아들이었네.
배민: 그런가? 사 달라는 건 다 사 주셨어서.
쿠팡: 이래서 오냐오냐 큰 애들은.
짜장: 야야, 지금은 그 게임기 없냐? 나 한 번만.
배민: 돈 벌어먹고 살기도 바쁘다. 게임은 뭔 게임.
첫댓글 배달
짱개가 마지막에 고딩 딸 불러서
이것저것 훈계하고 끝남
걍 쿠키만들고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