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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께하는교회♥ 원문보기 글쓴이: 경배자
독서를 통한 영적 치료
송광택(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그리스도인에게 독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스도인은 독서의 일반적 유익을 향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경과 기독교고전, 신앙서적과 양서를 읽음으로써 기독교세계관에 기초한 독서경험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은 독서를 통해 영적 성숙과 영적 치료라는 도움도 얻을 수 있다. 본 소고에서는 독서를 통해 영적 성숙과 영적 치료(치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살피고자 한다.
1. 그리스도인과 독서
1) 독서의 의의와 목적
독서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은 ‘책을 읽음’이라고 매우 간단히 정의하고 있다. 1970년 미국의 독서관계 전문가 회의에서는 독서에 대해 정의하면서 세 가지 면을 언급했다. 즉, 독서는 1)읽을 자료 2) 독자의 지식 3) 생리적 지적 활동이 서로 상호 작용하여 일으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독서는 글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해독하는 과정이다.
독서(讀書)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로 표상화된 문장이나 글을 이해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한 권의 책도 인간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인간만이 아니라 세계를 변혁시킨 책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창조적 변화를 위해서는 읽는 사람 자신이 자기 나름의 문제를 찾아 나서야 한다. 문제의식을 품고 자기의 해결에 다가가야 한다. 앎을 통한 깨달음은 삶을 변화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독서는 자기 교육이다. 자기 교육이란 현재의 자기를 미래의 자기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독서의 목적(目的)은 무엇인가? 누구나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독서를 하면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식은 지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앎을 통해서 정확하게 판단할 줄 알고, 생각할 줄 알고, 느낄 줄 아는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 된다. 독서는 하나의 변화를 예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읽는 행위에는 어느 정도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완전히 수동적인 독서란 있을 수 없다. 진정한 독서는 저자와 독자의 정신이 만나는 곳에서 절정에 이른다. 적극적인 독서는 우리의 ‘얕은 이해’를 ‘깊은 이해’로 끌어올린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독서를 통해 ‘발견’하기도 한다. 발견이나 이해를 위해 읽을 때에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독서는 책(冊)이라는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참을성이 필요한 외로운 작업이다.
2) 그리스도인과 독서
기독교의 역사는 책의 역사이기도 하다. 초대교회의 변증가들은 기독교를 변호하고 진리를 밝히기 위해 많은 글을 썼다. 교부(敎父)들의 수많은 저작은 신학의 기초를 놓았고, 바른 전통을 계승하는데 이바지했다. 또한 책은 교회개혁과 부흥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박해 당하는 성도들의 위로자가 되고 진리를 찾는 자들의 안내자가 되었다.
기독교고전과 양서들은 하나님의 귀중한 선물이다. 독일 경건주의의 아버지 필립 야곱 스페너는 영국 청교도들의 글을 읽고, 그들의 실천적 경건을 통해 도전을 받았다. 감리교의 존 웨슬리는 1738년 5월 24일 저녁 모라비아 형제단의 집회에 참석했다가 누군가가 루터의 <로마서 주석> 서문을 읽는 것을 듣고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였고, 구원의 복음을 만났다.
교회사를 보면 기독교고전은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어거스틴의 고백록,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Imitation of Christ), 파스칼의 팡세(Pensées), 존 번연의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과 같은 책들을 통해 많은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거나 영적 자유를 얻었으며, 주님께 헌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과 책은 서로 나눌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특히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에게 있어서 독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독서는 단순히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는 하나님나라와 그 의를 추구하는 열정을 가지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른 독서관과 독서 자세를 갖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19세기 영국의 설교자 찰스 스펄젼은 디모데후서 4:13 하반절1)을 강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울은 성령 충만함을 받았으나 책을 원했습니다. 그는 적어도 30년간을 설교했으나 책을 원했습니다. 그는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원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책을 원했습니다. 그는 셋째 하늘에 이끌리어 올라가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말을 들었지만 그러나 책을 원했습니다. 그가 신약성경의 많은 부분을 기록했음에도 그는 책을 원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당시의 두루마리 책(my scrolls, NIV)을 가져오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주석가들은 그 책이 ‘구약성경’의 일부이거나 당대의 고전 작품이라고 추측한다. 스펄젼은 바울의 이 부탁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스펄젼 자신에게도 책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3살 때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천로역정>의 삽화를 보고 독서경험을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2) “내가 처음 그 책을 보았을 때 한 신자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목판화 그림을 보고는 너무도 측은히 여겼습니다. 그가 오랜 순례 끝에 그 짐을 벗어버리는 순간 나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3)
아버지 존 스펄젼은 아들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찰스는 늘 책을 읽었죠. 다른 아이들처럼 정원에서 흙을 파고 놀거나 비둘기를 기르지 않고 말이죠. 언제나 책, 책만 읽었습니다. 만약 그 애의 엄마가 그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그녀는 아이를, 책이 수북히 쌓여져있는 나의 서재에서 틀림없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영적 지도자 만들기>의 저자 로버트 클린턴은 많은 지도자의 생애를 연구하다가, 그들의 생애에 책이 끼친 영향을 발견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생애에서 책이 간접경험의 통로였음을 고백하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성경 동화책을 매일 내가 잠들기 전에 읽어 주셨다. 또 어머니가 공립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첫 번째 대출 카드를 만들어준 것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독서하는 습관을 일찍 갖게 되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책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 간접 경험 과정을 통해서 나의 생애에 많은 것을 주셨다."
로버트 클린턴의 말대로 “많은 위대한 지도자들이 전기(傳記) 등 여러 종류의 책들에 기록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4) 간접경험 과정이란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의 기록(책)을 통해 지도자에게 교훈을 주는 과정을 말한다.
기독교는 책의 종교요, 교회사는 하나님께서 책을 그의 도구로 사용하셨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교회공동체의 경험은 독서가 그리스도인에게 필수적인 과제임을 증거하고 있다.
그러면, 왜 그리스도인은 책을 읽어야 하는가?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① 성경을 사랑하고 읽고 그리고 이해하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성경은 문자로 된 말씀이다. 기록된 말씀을 읽고 생각하고 해석하여 이것을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이다. 그런데 만일 문자로 된 글을 경시하고 책을 소홀히 하는 풍조가 만연된다면 그것은 곧 성경을 읽지 않는 풍토를 조장하게 되고 나아가 신앙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명백하다.
얼핏 생각하면 신앙을 돈독히 하기 위한 독서라면 성경 자체를 반복하여 숙독하면 될 것이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성경의 말씀과 원리는 때로 오묘한 함축성과 포괄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 뜻을 깊이 연구한 학자들의 해석이나 또는 그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시켜 본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설명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기독교고전은 성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예를 들면, 마틴 루터의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정독해보면 성경 말씀의 깊이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남을 사랑하고 남을 섬기는 행위를 통하여 하나님의 노예가 됨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진리가 루터의 힘찬 문장 속에 명시되어” 있다.5)
② 신앙을 심화 확대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기독교고전은 현세에서의 올바른 신앙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역설해준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기 위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어떤 평신도가 오랜 세월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한 가지 문제를 책을 통해서 해결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그 책(‘상한 감정의 치유’)을 권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③ 풍성한 삶을 발견하고 누리기 위해 책을 읽는다.
사람은 곧 그가 읽은 책이다. 우리 내면에 아름답고 고상한 것을 저장할 때 아름다운 언행이 나타날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말하기를, “독서는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그리스도인은 풍성한 삶을 누리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풍성한 삶은 의미 있는 삶이요, 목적과 소명이 인도하는 삶이다. 그리스도인은 전인의 균형 있는 성숙을 추구함으로써 영적으로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독서는 전인의 성숙에 이바지할 수 있다.
④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스도인은 진리 안에서 자유를 누린다. 그리고 오직 성경적 진리만이 참 자유를 준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진리를 추구하는 순례자의 삶이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분별하고 그리고 실천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러한 독서는 경건서적만 읽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이 시대와 역사를 어떻게 인도하시는지를 알기 위해 폭넓게 독서해야 한다. 그는 관심분야의 폭을 넓혀가며 독서해야 한다. 기독교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철학과 역사 그리고 문학에 관한 관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독서해야 한다. 또한 미래 사회의 삶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독서도 요구된다.
⑤ 진리를 바르게 가르치고 선포하기 위해 독서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성경을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작업에도 영향을 끼친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본다. 성경이 보여주는 대로 보기보다는 내 위치와 관점에서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받아들인다. 이것은 모든 사람의 한계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래도 역시 한계는 있다. 흑인 신학자 제임스 콘(James H. Cone,1938-)6)은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나의 신학적 한계와 내가 흑인들의 사회적 조건에 밀착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복음의 진리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우리의 입장과 처지와 경험 그리고 선입관이 말씀을 보는 우리의 눈을 제한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바와 같이 같은 말씀이라도 우리 영혼 안에서의 울림이 다를 때가 있다. 평안할 때는 무심히 지나친 말씀이 고난의 때에는 마음 깊이 다가올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말씀이 우리에게 말씀하는 대로 다 듣지 못한다. 그러므로 신앙의 스승들과 선배들이 더 분명하게 그리고 더 깊이 보고 발견한 것들로부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신학적 입장이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도 독자의 능력에 따라 유익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독서는 진리를 바르게 가르치고 선포하는 일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이다. 뿐만 아니라 독서는 교사나 설교자의 언어능력(언어감각, 어휘력 등)을 향상시켜 주기도 한다. 한 설교자는 현대적 언어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신간 소설 같은 문학도서를 매월 두 권씩 읽는다. 가르치는 자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도 잘 알아야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독서 치료의 의의와 역사
<비블리오테라피>의 저자 조셉 골드는 독서가 ‘두뇌의 보건체조’이며,7) '예방주사‘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문학에 담긴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을 증명해 왔다.8) 독서치료에서 문학 독서는 매우 중요한 데, 이는 문학이 “독자에게 행동, 문제해결, 생존, 용기 등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9)하기 때문이다.
테베의 도서관에는 “영혼을 치유하는 장소”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스위스의 한 중세 대수도원 도서관에서는 “영혼을 위한 약상자”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옛사람들은 -비록 학문적으로 정립된 정교한 이론은 없었지만- 책이 정신적(내적) 치유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1) 독서치료의 정의
독서치료(Bibliotherapy)란 말의 어원은 biblion(책, 문학)과 therapeia(도움이 되다, 의학적으로 돕다, 병을 고쳐주다)란 그리스어의 두 단어가 결합된 복합어로서 문학이 치료적인 특성을 가졌다는 기본 가정에서 출발한 용어이다.10)
일반적으로 독서치료는 문학을 사용하여 정신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그 치료는 문학이 치료적 특성을 가졌다는 기본 가정에서 출발한다. 가장 단순하게 정의를 내린다면 “책을 읽음으로써 치료가 되고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11)
웹스터 사전은 독서치료를 "직접적인 독서를 통한 개인적 문제의 해결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한편 Berry와 같은 학자는 문학작품을 강조하여 독서치료를 정의하는데, "문학작품을 서로 나누는데 기초하여 ... 촉진자와 참여자 사이에 상호작용을 구성하기 위한 일련의 기술들"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사회사업 분야에서도 독서치료를 임상적 활동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독서치료는 책을 통해 사람의 정서적 사회적 정신적 부적응 문제를 치료하고자 하는 임상 상담의 한 분야이다. 여러 세기 동안 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분야에서 조용한 상담 자로서 역할을 해왔다. 책을 통하여 독자들은 새로운 역할로 완전히 빨려들어 갈 수 있다. 즉 그들은 책을 통하여 자신의 편협한 관점을 넘어서서 다양한 삶과 삶의 스타일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이해와 통찰은 독서요법의 중요한 목표이다. 치료자가 독서요법에서 문학을 사용할 때 환자들은 그들 자신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인물들에 관하여 읽게 된다. 즉 그들은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그렇게 하는 가운데 그들 자신들의 동기와 느낌들, 그리고 생각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등장인물의 갈등들과 지각, 그리고 정서적인 반응에 관하여 읽음으로써 환자들은 그들의 문제되는 상황에 대한 통찰을 얻게된다. 독서요법은 두려움과 죄책감, 혹은 수치심 때문에 토론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문제에 관하여 비교적 저항을 받지 않고 이야기하도록 자극하는데 탁월한 기술이다. 문학 작품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인물들을 읽는 것은 문제에 대한 느낌들을 입으로 상담 자에게 표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파르덱(John T. Pardeck)에 따르면, 좋은 문학작품은 독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다루는데 도움이 되는 모델들을 제공한다. 독서치료는 환자들에게 그들과 비슷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작중 인물들을 읽을 때 그들에게 현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직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러한 신체적 조건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장애인들은 같은 문제에 직면한 다른 사람들이 그들과 비슷한 실패를 경험했지만 어느 정도 성공하는 길을 발견하고, 장애에 대하여 자신을 개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12)
독서치료는 임상과 발달 양면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즉 독서치료를 교육에 활용하면 예방적이고 발달적인 적용이 되며 임상적으로 활용하면 치료적 적용이 된다. 임상적 치료과정에서 먼저 중요한 것은 내담자와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 심리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문제가 진단되었으면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지식이 문헌탐색 기술이다. 선정된 책을 가지고 내담자와 실제 과정 중에서는 문학적 지식과 교육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독서지도와 독서치료는 동전의 양면처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독서치료연구회는 독서치료가 “발달적 혹은 특정하고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참여자가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매개로 하여 치료자와 일대일이나 집단으로 토론,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적응과 성장 및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피치료자의 ‘치료’와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13)
2) 독서치료의 역사
독서치료가 고대로부터 알려지고 실시되어 왔지만, 그 용어 자체의 기원은 20세기초에 등장했다.14)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독서치료에 대한 정의가 심리치료에서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학교에서 교사나 상담자가 교육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구별하기 시작했다.15)
(1) 미국의 경우
독서치료에 관한 연구가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독서치료가 일찍 발달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로는 종교적인 영향으로 환자들에게 성경과 종교서적을 읽게 한 것이며, 둘째로는 전쟁에 의한 영향으로 제 1차 세계대전 후에 육군병원의 발달과 더불어 학자들에게 도서관 봉사가 실제화되기 시작하였고, 뒤이어 일어난 세계 2차 대전은 독서치료 연구가 기초를 확립하게 하였다. 셋째로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영향을 받아 독서치료의 이론과 실제연구가 체계화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독서치료가 오늘날처럼 발달한 것은 미국의 시골 곳곳에까지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의 발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20세기초에는 처음으로 훈련받은 사서가 있는 병원 도서관들이 설립되었다. 그 후 미국 도서관 협회는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무장한 군인들에게 잘 짜여진 도서관 서비스 프로그램을 후원하였다. 의회는 부상당한 군인들의 보호를 위하여 그 후원금을 승인했고, 전쟁 후에 재향 군인 원호국은 재향군인들에게 병원을 관리하게 하고 도서관 서비스도 제공하였다. 이 시기에 Delaney는 Alabama에 있는 Tuskegee 재향 군인병원에서 훌륭한 공헌을 한 도서관 사서였으며 독서치료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녀는 1938년에 "병원이 독서치료를 할 수 있는 장소(The Place of Bibliotherapy in a Hosptal)"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해야할 때가 올 때까지 책을 읽을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에서 정신과 환자들을 독자로 만드는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Pomeroy는 1930년대에 독서치료에 대한 많은 글을 발표하였으며, 1937년에는 62재향군인 원호국 시설 안에 있는 1,538명 환자의 독서 흥미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였다.16)
독서치료에 대한 관심은 1940년대에 많은 증가를 보였고 그것은 1950년대까지 독서치료에 대한 논문이 약 400편에 이르도록 하였다. 세계 제 2차 대전은 군대와 재향군인병원들에게 도서관 서비스의 새로운 활성화를 가져오게 했다.
독서치료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연구는 1949년 Shrodes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독서치료에 대한 첫 번째 박사 학위 논문을 썼는데, 그 논문에서 그녀는 이론적이고 임상적인 연구를 다루었으며, 독서치료가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59년에는 Greifer가 시 치료(poetry therapy) 집단을 브룩클린에 있는 병원에서 조직하였다. 그 때 이후로 많은 병원과 임상기관에서 비슷한 집단들을 만들었고 그러한 움직임은 널리 확산되었다.
1962년에는 Tews가 편집자로 있으면서 독서치료에 많은 공헌을 한 [Library Trends]가 발간되었다. 이어서 1964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미국 도서관 협회의 연례 회의와 함께 독서치료에 대한 워크샵이 개최되었다. 이 워크샵은 정신의학, 임상심리학, 정신의학 간호, 사회사업 관련분야의 대표자들과 레크리에이션 작업치료 실무자들, 그리고 도서관 사서들과 관련된 32개의 부서에서 온 관찰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참여한 것으로 유명했다.
인디애나 주의 앤더슨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과장인 Clear(1966)는 태도와 가치관을 발달시키기 위해 그의 수업에서 소설과 전기를 사용했다. 뉴욕 주립 도서관에서는 그의 자료를 도서관후원 프로그램으로 제안하여 발행하였다. 심리학적이면서도 사회학적인 관점을 나타내는 책으로 Porterfield(1967)가 쓴「적응을 위한 거울>(Mirror for Adjustment)을 들 수가 있다. 이것은<거울, 거울: 책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것에 대하여>의 개정판이었다.
교육적인 관점은 Zaccaria 와 Moses(1968)가 쓴<독서를 통한 인간 발달의 촉진: 가르치고 상담하는 과정 중 독서치료를 활용>이라고 하는 책에서 발견된다. Leedy(1969)는 <시 치료(Poetry therapy),라는 책을 편집하여 출판하였다. 이 책은 시 치료 운동의 역사와 발달상황을 살펴보았고, 시 치료자들의 국가적인 연합을 제안하고 있으며, 시 치료자들을 훈련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독서치료와 치료적인 도서관 서비스 확대에 대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관심은 양적으로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하며, 현재 사용하는 자료와 방법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게 하였다. Zaccaria 와 Moses(1968)는 독서치료가 다른 치료 기술들을 대체할 수도 없으며, 독서치료가 모든 목적들을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2) 일본의 경우
일본에서는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를 ‘독서요법’이라고 번역하여 1937년경부터 사용하였으며 독서치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50년에 阪本一郞가 쓴 <독서지도>라는 책에서부터라고 아려져 있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여 임상 쪽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독서치료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부적응 아동을 책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기술하였다. 일본에서 실시된 독서치료와 그 연구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는데, 하나는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성격과 생활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즉 학생지도와 관련하여 성격지도 방법으로서 독서치료를 도입, 전개되어 왔다는 점이 미국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실제 현장에서 특히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한 사례들을 다루는 것이다.
(3) 한국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의 독서치료의 연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에서 이루어진 독서치료에 대한 연구들은 일본에서의 연구흐름과 같이 고등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들과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소넌원에 수용되어 있는 원생 등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17)가 주류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1985년 이후에는 그 외에도 병원의 신경정신과와 병원도서관에서 독서치료가 어떻게 실시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연구한 논문18)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1990년도 후반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아개념과 인간관계를 증진시키며,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을 줄이는데 독서치료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문이 나와있다.19)
독서치료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언급이 된 저서로는 손정표의 <독서지도 방법론>(학문사, 1985)과 황백현의 <독서심리학개론>(국민독서운동회, 1988)이 그 정의와 역사 및 기본적 원리와 방법 뿐 아니라 외국의 사례를 들어 소개한 것이 있다.
독서치료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독서치료 이론서로는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의 독서치료연구회의 <도서치료>(학지사, 2001)20)가 있다. 이 책에서는 독서치료의 정의, 과정과 방법, 자료, 독서치료자와 참여자 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조셉 골드의 <비블리오테라피>(북키앙, 2003)21)이 ‘독서치료, 책 속에서 만나는 마음치유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되었다(저자 조셉 골드는 런던 태생으로, 위스콘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39년간 대학 교수로 있는 동안 24년을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미국 결혼생활 및 가정 치료 협회의 임상회원으로 있으며, 2003년 현재 북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개인 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또한 문학작품을 교육과정의 중심에 두려는 투쟁을 오랫동안 해왔다).
3) 독서치료의 목표
파르덱(John Pardeck) 부부를 비롯한 많은 독서치료학자들은 독서 치료의 주된 목표를 다음 여섯 가지로 규정한다.22)
첫째: 문제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둘째: 문제들에 관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
셋째: 문제들에 관해서 토론을 자극하는 것
넷째: 새로운 가치들과 태도들을 나누는 것
다섯째: 비슷한 문제들을 경험한 다른 사람들이 있음을 자각케 하는 것
여섯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등이다.
한편 돌과 돌(B. Doll & C. Doll)23)은 독서치료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일곱 가지로 말한다:
첫째: 독서치료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준다.
둘째: 독서치료는 독자에게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한다.
셋째: 독서치료는 독자들에게 그들이 겪는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넷째: 독서치료는 타인과 상호작용 하는데 있어서 태도를 변화시킨다.
다섯째: 독서치료는 다른 사람과 효과적인고 안전한 관계를 촉진시킨다.
여섯째: 독서치료는 청소년들이 그들의 동료들과 헤어지는 특수한 문제 상황에 직면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곱째: 독서치료는 읽는 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두 사람의 견해가 거의 비슷하지만 후자가 독서요법이 읽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24)
독서치료의 목표는 독서치료의 정의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다. 만일 기독교적 관점에서 독서치료의 목표를 세우고자 한다면, 먼저 기독교적(성경적) 세계관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구속사적 관점의 정립과 성경적 인간 이해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