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창작동화>
꽃밥
김정배
#1
엄마는 콩밥을 좋아해요.
나와 동생은 콩밥을 싫어해요.하는 데도요.
하루는 빨강 콩밥
다음 날은 연두 콩밥.
그 다음 날은 검정 콩밥.
매일매일 콩밥을 지어요.
“이렇게 맛있는 콩을 왜 안 먹지?”
엄마는 나와 동생이 골라낸 콩까지 맛있게 먹어요.
*그림=밥그릇에 갖가지 콩밥이 담긴 식탁에서 울쌍을 하고 있는 나와동생
#2
“치, 엄마는 엄마가 좋아하는 콩밥만 지어.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밥을 지을 거야.”
“언니, 무슨 밥인데?”
“꽃밥!”
“꽃밥? 그런 밥이 어디 있어?”
동생이 눈을 반짝였어요.
“따라와 봐.”
#3
나는 부엌으로 가서 앞치마를 둘렀어요.
“도와줄 일 있니?”
엄마도 부엌으로 왔어요.
“초록물을 준비해 주세요.”
“그러마. 초록물 내가 잘 만들지.”
엄마는 주전자에 물을 부었어요.
녹차를 우려내려고요.
나는 동생과 조그만 소쿠리를 들고 앞뜰로 뛰어갔어요.
#4
아빠가 창문을 열고 말했어요.
“애들아, 뭐 하는 거냐?”
“꽃을 따고 있어요.
꽃밥을 지을 거예요.”
나는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뭐, 꽃밥? 거참, 맛있는 밥이 될 것 같구나.”
아빠도 소쿠리를 들고 나왔어요.
#5
“나는 팬지꽃 딸래.”
동생은 노란 팬지꽃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어요.
“난 목련.”
나는 눈을 감고 목련꽃 향기를 맡으며 말했어요.
아빠는 덩굴장미 앞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어요.
“아빠, 뭐해?”
“응, 네 엄마가 장미를 좋아하잖아.”
#6
우리는 꽃을 담은 소쿠리를 들고 부엌으로 갔어요.
엄마도 녹차를 우려내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꽃밥 준비 끝!”
나는 쌀을 씻어 밥솥에다 넣자
엄마가 준비한 초록물을 알맞게 부어주었어요.
다음은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담아놓은
꽃잎을 넣을 차례였지요.
#7
동생은 팬지꽃을 동동 띄웠어요.
나도 하얀 목련을 넣었고요.
아빠도 빨간 장미를 조심스럽게 넣었어요.
꽃잎들이 초록물 위에 동동 떠다녔어요.
“작은 꽃밭 같다.”
동생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어요.
#8
엄마가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주었어요.
그리고는 밥이 끓을 때까지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꽃밥이 될까, 상상하면서요.
#9
“자, 이제 열어도 될 거야.”
엄마의 말에 내가 조심스레 뚜껑을 열었어요.
“와! 장미밥인걸.”
아빠가 말했어요.
“팬지밥이네. 노란 꽃이 제일 많아.”
동생도 좋아했어요.
“어머나! 잎사귀도 예쁘네.”
엄마가 우려낸 녹차물은 초록잎이 되었지요.
“그러니까 꽃밥이지.”
나는 큰 소리로 말했어요.
#10
엄마가 예쁜 밥그릇에 꽃밥을 담아 주었어요.았어요.
“자, 먹자.”
아빠의 말에 우리는 꽃밥을 한입 가득 떠먹었어요.
몸이 근질근질,
또 한입 먹자, 몸이 작아지네요.
또 한입 먹자 겨드랑이가 간지럽더니 날개가 돋아났어요.
아빠와 엄마는 호랑나비,
나는 하얀 나비,
동생은 노랑나비가 되었어요.
꽃밥에서 빨갛고 하얗고 노란 꽃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올랐어요.
나비가 된 우리 가족은 꽃구름을 따라 훨훨 날아갔어요.
#11
꽃구름을 따라간 곳은,
채소밭과 과수나무가 있고
예쁜 꽃이 피어있는 곳이었어요.
나는 동생과 같이 딸기밭에서 놀았어요.
“어! 엄마, 아빠가 안 보여.”
동생의 말에 엄마 아빠를 찾아 날아갔어요.
아빠는 꽃밭에 있었어요.
“아빠, 엄마는?”
“나랑 같이 여기 있었는데, 어딜 갔지?”
“아빠, 콩밭으로 가 봐요. 엄마는 콩을 좋아하시잖아요.”
#12
우리는 엄마를 찾아 날아갔어요.
엄마는 완두콩밭에서 토종벌 아저씨와 얘기하고 있었어요.
“완두콩 줄기가 힘이 없어 보이네요.”
엄마가 걱정스레 말했어요.
“저 아래 사는 아이가 콩을 싫어한다는 걸 말해 주었거든요.
콩을 먹으면 건강해지는데 왜 안 먹는지 모르겠어요.”
토종벌 아저씨의 말에, 엄마는 날개를 접었다 폈다 했어요.
“언니, 우리 이야길 하나 봐.우릴 말하나 봐.”
노랑나비가 된 동생이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그런 것 같아.”
나도 괜히 괜스레 날갯짓을 했어요.
#13
이곳저곳 구경하다보니 얼마를 날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팠어요.
콩밥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생각을 하자 러자 점점 날개가 사라지는 거예요.
“언니! 원래대로 돌아왔어.”
동생이 소리쳤어요.
아빠, 엄마도 빙그레 웃고 있었지요.
“배고파요.”
“언니 나도 배고파. 엄마, 빨리 밥 주세요!”
동생이 보챘어요.
“그래, 얼른 밥 지어야겠다.”
엄마가 부엌으로 갔어요.
“콩을 많이 넣고요.”
내가 말하자,
“나도!”
동생도 말했어요.
(완두콩 줄기가 싱싱하게 뻗어 있는 그림)
나팔꽃 선생님! 참 신선한 소재네요.
많이 깔끔하게 다듬어 졌어요. 미리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