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보물창고, 스페인의 ‘마드리드’
우 석 자*
스페인은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유럽의 가장 오래된 민족 국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스페인은 그 지형적인 특성상 유럽 다른 나라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지니고 있다. 일명 ‘태양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남국적인 특성이 짙게 배어 있으며, 스페인 특유의 투우와 플라멩코에서는 이 나라 사람들의 예술적 특성과 정열을 엿볼 수 있다. 스페인 여행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다양한 문화와 자연이다. 수도인 마드리드를 비롯해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등과 같은 도시들이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넓은 국토만큼이나 끊임없이 다양한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스페인은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 스페인 국기 ▲ 스페인의 주요 도시
▲ 레알 왕궁 내부 ▲ 레알 왕궁 전경
마드리드는 명실공히 스페인을 대표하는 도시이다. 과거 스페인의 수도는 마드리드에서 70㎞쯤 떨어져 있는 ‘톨레도’였지만 펠리페 2세에 의해 1561년에 수도가 된 이후로 마드리드는 스페인 정치ㆍ경제ㆍ종교ㆍ교육 중심지로 자리를 잡았다. 400여 년 동안 스페인의 수도로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마드리드에는 수많은 유적과 중세풍의 건물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 가운데 하나인 레알 왕궁은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해서 1764년에 완공되었다. 모두 2,800여 개의 방이 있으나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50여 개만 개방하고 있다. 펠리페 5세가 세운 건축물은 전체 길이 131m에 이르는 내실의 규모와 화려함이 특징이다.
왕궁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계단을 올라가 옥좌의 방(알현실)으로 들어간다. 방 가운데 한쪽으로 왕과 왕비의 옥좌가 있고, 그 뒤 벽에 금실과 은실로 짠 왕실 문장이 있다. 방 내부의 벽과 천정 그리고 거울장식은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다.
이 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1696- 1770)가 천정에 그린 프레스코화다. 티에폴로는 당시 최고의 프레스코 화가로 전 유럽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1764년 작품으로 에스파냐의 영광을 표현하고 있다. 에스파냐의 아메리카 지배를 묘사함으로써 전 세계로 진출하려는 그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티에폴로는 유럽에서 바로크 양식으로 그림을 그린 마지막 화가였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특히 나폴리의 예술가 마티아스 가스파리니의 아름을 딴 ‘가스파리니의 방’이 유명하다.
가스파리니는 이탈리아의 건축가로 카를로스 3세의 초빙을 받아 방을 완성했다. 방은 내부 장식이 완전히 로코코식이다. 화려한 샹들리에, 벽난로 앞의 시계, 춤추는 인형, 피리 부는 목동 등이 아주 섬세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벽면은 은실로 수놓은 비단으로 장식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풍의 느낌도 난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로코코 양식에는 중국풍이 선호되었다. 바닥, 벽, 천장이 특수 효과를 내며 보는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방은 도자기의 방과 연회장이다. 도자기 방에는 부엔 레티로 도자기 공방에서 만들어진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부엔 레티로는 당시 도자기 선진국이던 이탈리아 기술을 도입하여 만든 에스파냐식 도자기다.
연회장은 알폰소 12세 때인 1879년에 만들어졌다. 145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대형 연회장이다. 이곳에도 천정화가 있는데, 콜룸부스가 에스파냐 국왕 부부에게 신대륙을 바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왕궁을 나오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광장이 유명한 ‘스페인 광장’이다.
스페인 광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흔한 광장 이름이다. 이곳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광장은 일종의 공원 같은 광장으로 나무와 물 그리고 동상과 건물이 잘 어울린다. 스페인 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동상이다. 동상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 동상을 보고 있자니 책으로만 보던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 세르반테스 기념비
그 뒤로는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석상이 보인다. 이 작품은 발레라라는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세르반테스는 목에 레이스를 두른 옷을 입고 앉아서는 뭔가 사색에 잠긴 듯하다. 오른손으로는 <돈키호테>로 보이는 책을 잡고 있다. 돈키호테 석상 좌우로는 <돈키호테>에 나오는 여인 둘씨네아 공주와 농부의 아내 알돈싸 조각상이 독립적으로 세워져 있다.
그리고 세르반테스 석상 뒤로는 탑이 세워져 있는데, 탑 꼭대기 조각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구를 등과 머리로 받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6대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읽고 있는 모습니다. 세르반테스 문학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미치고 있음을 표현하려는 것 같다.
이 탑 좌우에는 눈에 띄는 건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탑의 바로 뒤에 있는 ‘스페인 빌딩’이고, 다른 하나는 탑의 왼쪽에 ‘마드리드 타워’이다. 이들은 오타멘디 형제에 의해 1950년을 전후해 세워졌으며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마드리드 중심가에 있는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은 마드리드 시민들이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공간이다. 광장 이름인 `푸에르타 델 솔은 ‘태양의 문’이라는 뜻인데 예전에 태양을 새긴 문이 있었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푸에르타 델 솔’은 마드리드 관광의 출발점이다. 그냥 ‘솔’ 이라고도 불리는 광장은 1808년 스페인을 침략한 나폴레옹군과 교전을 벌인 곳으로 스페인의 도로원표가 있는 곳이다.
푸에르타 델 솔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남서쪽으로 100m쯤 걸어가면 ‘마요르 광장’이 나타난다. 1619년에 만들어진 이래 국왕의 취임식과 종교의식, 투우와 교수형 등이 있었던 마요르 광장이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건물들로 둘러싸인 마요르 광장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신다.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는 분위기. 스페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1층에 낭하(廊下)가 있는 4층짜리 건물에 둘러싸인 스페인의 전형적인 광장이다. 예전에는 종교재판, 화형식, 투우 등이 열리기도 했으며 광장 한가운데에는 스페인 왕이었던 펠리페 3세 기마상이 세워져 있다.
건물의 중심은 광장 북쪽에 있는 ‘파나데리아 하우스’다. 파나데리아 하우스는 우리말로 빵집이라는 뜻이다. 처음 이곳 1층에 빵집이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파나데리아 건물 밖 벽에는 의미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1992년 카를로스 프랑코가 그린 프레스코화다. 이 그림에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그려져 있다. 페르세포네, 디오니소스, 에로스, 키벨레 등이다. 그림을 보니 신화상의 인물들이라 그런지 모두 벌거벗었다. 상당히 에로틱하다.
▲ 마요르 광장
현재, 마요르 광장은 마드리드 시민들의 모임 장소이자 행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마드리드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가운데 ‘프라도 미술관’이 있다. 예술의 보물창고 같은 마드리드에서는 시벨레스 광장과 카를로스 3세 광장 사이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과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소피아 왕비 미술관 등을 놓쳐서는 안 된다. 프라도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으로 엘 그레코,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프라도를 보는 것으로 스페인 여행의 반은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미술관은 단일 미술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본래 18세기 중엽에 자연과학 박물관으로 처음 문을 열었으나 1819년에 왕립미술관으로 다시 개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프라도 미술관은 1819년 페르난도 7세 때 문을 열었다. 원래는 스페인 왕실의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68년 혁명 후 국가 소유가 되면서 12~19세기의 회화 8,000여 점을 소장한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 됐다. 스페인의 자랑거리인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등의 작품을 마음껏 볼 수 있다.
▲ 프라도 미술관 ▲ 고야의 동상
프라도 미술관을 제대로 보려면 1주일 넘게 걸린다. 스페인 화가 엘그레코의 ‘그리스도의 세례’, 벨라스케스의 ‘궁녀들’, 고야의 ‘마드리드, 5월 2일’등이 대표작이다. 문외한도 미술의 세례를 흠뻑 받은 듯 충만감으로 뿌듯해진다.
▲ 고야 ‘옷 벗은 마하’ ▲ 고야 ‘마드리드의 처형’
미술관의 도시, 마드리드는 1992년 개관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은 세계적인 컬렉터인 티센 보르네미사 남작의 수집품 8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반 에이크의 ‘수태고지’ 등 명품이 즐비하다.
스페인의 현대미술을 보려면 소피아왕비 미술관으로 가야한다. 2차대전 때 독일군의 게르니카 폭격을 지원한 프랑코 총통의 만행을 고발한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품을 볼 수 있다.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피카소 등 세계적인 화가를 배출한 나라답게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의 양도 방대하다. 따라서 하루나 이틀 만에 마드리드의 미술관을 순례하겠다는 과욕은 부리지 않는 편이 낫다.
생동감 넘치는 마드리드를 만나고 싶다면, ‘라스트로 벼룩시장’으로의 여행을 권한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라스트로는 스페인을 벗어나 모로코,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 중국까지 여행하는 기분을 갖게 해준다. 그야말로 코스모폴리탄 벼룩시장이다. 가격은 소품의 경우 2~10유로지만, 역시나 파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마드리드에는 세월의 때가 묻은 오래된 건축물,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과 시대를 초월한 예술작품,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다. 코발트빛 하늘과 황금색으로 빛나는 건축물, 세기의 미술작품 등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 대전 출생, 세계여행 전문가, 한밭대학교 ‘세계문화기행’ 지도교수, TJB 모닝와이드 라이프 인 출연,
seoksa1095@hanmail.net, cafe.naver.com/trip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