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도 삶도 자연스럽게 자연식 밥상 2018.07.01
현대인의 대부분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 흔한 일이지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 시작과 끝의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삶’이 있다. 방송인 이효리는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결혼하고 집에서 죽는 게 나의 꿈인데 앞의 두 가지는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 꿈을 위해 가공된 식품은 먹지 않고 명상과 수양에 힘쓴다.
이런 삶의 선구자 격인 부부가 미국에 있었다. 1932년 남편 스콧 니어링과 함께 도시를 떠나 버몬트의 한 낡은 농가에서 삶을 꾸린 헬렌 니어링은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올곧게 살았다. 아흔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몸이 가볍고 기분이 밝고 활기차고 민첩한 삶을 유지했다. 두 사람은 이 삶을 <조화로운 삶>, <소박한 밥상> 등의 기록으로 남겼고 그 삶의 중심에는 ‘자연식(食)’이 있었다.
이들은 도정되고 제분되어 죽어버린 곡물이 아닌 생명력이 살아 있는 통곡식을 먹었고 발아현미, 발아통밀, 발아콩 등 ‘싹을 틔운 씨앗’을 섭취했다. 이들 곡물은 최근 항암물질과 각종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다며 각광받고 있다. 이 음식의 조리법은 ‘최소한’, 양념은 최대한 자제한다. 니어링 부부는 ‘입맛을 자극하고 거짓 허기를 유발하는 음식’을 경계했는데, “소금과 양념이 잔뜩 첨가된 음식을 먹고 나서 물이나 음료로 그 맛을 씻어낸 다음 다시 음식을 먹어 몸이 소금과 양념에 중독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진짜 허기’를 최고의 반찬 삼아 점심을 주식으로 먹고, 아침과 저녁은 채소와 과일 위주로 소식했다.
동양의 <주역>에도 “위장의 6할만 채우면 무병장수한다”는 문장이 있다. 장수와 노화를 연구한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의 40%를 줄이면 수명이 두 배 늘고 질병 저항력이 생긴다고 한다. 실제로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은 버몬트에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감기나 몸살이 오면 ‘쉬라’는 신호로 알고 과일즙과 꽃차를 마시며 몸을 다스렸다. 이들이 숨을 거둔 곳도 병원이 아닌 집이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vs 무엇을 먹지 않을 것인가
자연식에서 우선하는 일은 ‘스스로 그러하지 않은’, 즉 자연스럽지 않은 먹거리를 삼가는 일이다. 무엇을 먹어서 고친다는 생각보다 무엇을 입에 넣지 않을지를 결단하고,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면 경계해야 한다. <문숙의 자연식>을 쓴 문숙은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는 대부분 외부에서 온다. 이를 부추기는 산업과 광고, 비즈니스는 결국 이윤의 추구다.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불순물이 음식을 통해 마구 우리 몸으로 들어오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불순물은 원치 않은 곳에 쌓여 해독과 치유의 능력을 마비시킨다”고 썼다.
현재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맞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는 “흰 쌀과 흰 밀가루만 끊었는데 10개월 동안 13kg이 빠졌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흰 쌀과 흰 밀가루는 자연스럽지 않은 음식이다. 외피와 배아를 완전히 도정해버려서다. 통곡물은 외피, 배아, 배유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 영양소의 90%는 외피와 배아에 함유돼 있다. 현미의 경우 외피인 쌀겨에 29%, 배아인 쌀눈에 영양소의 66%가 함유돼 있다. 배유 부분인 백미는 5% 정도만 갖고 있다. 결국 탄수화물 덩어리가 된 이 흰 쌀과 흰 밀가루로 만든 주식과 간식을 먹으면 당질이 과다 섭취된다. 자연식 운동을 벌이는 ‘청미래’의 민형기 원장은 이를 ‘배부른 영양실조’라고 부른다. 중·노년층의 당뇨나 고혈압, 젊은 층의 난임과 불임, 유소년들의 비만과 아토피도 이런 불균형에서 온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흔하지 않던 질병이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 따르면 한 사람의 신체는 약 30조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이들 세포가 노화되거나 손상되면서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이 수는 하루 평균 6000억 개에서 1조 개다. 이 세포의 주재료가 음식이다. 병든 음식이 병든 몸을 만들고,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건 당연한 이치, 이때 건강한 음식이란 다름 아닌 ‘자연식’이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