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박은희
개울의 흐름까지 멈추게 했고, 혹독한 추위와 그 폭설을 소리 없이 이겨낸 화단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민들레와 제비꽃. 그리고 메발톱과 각종 야생화들이 앞다투며 꽃의 향연을 벌이고. 천리향까지 지나가는 바람을 유혹한다. 3년이란 긴 기다림의 설렘 속에서 봄처녀의 수줍은 미소로 천도복숭아와 먹자두. 매화꽃이 처음으로 활짝 웃음으로 보답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가맛골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이 텃밭 하우스에도 봄맞이 하느라 분주하다. 농사에 서툴기만 했던 내가, 이젠 왠만한 일들은 놉 없이도 혼자서 헤쳐 나가는 노하우가 생겼다. 겨우내 거실 한쪽에 보관했던 고구마 종자 싹 틔우느라 이중 비닐을 씌우고. 호박죽과 떡해먹기에 좋은 단호박. 정과와 나물해먹기에 좋은 동애. 그리고 방울토마토와 오이. 항암작용에 좋은 브로콜리 등......
삼겹살구이에 좋은 각종 쌈 채소와 검은 찰옥수수 포토작업을 했다. 한쪽 가장자리엔 쪽파와 열무. 엇갈이 배추도 심고. 막내 사위만 준다는 아욱도 심었다. 작년에는 참깨 심은 자리가 반절은 죽어서 노랑 참외를 심어 맛있게 먹었는데, 금년엔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따먹던 추억 속의 개구리참외를 심고싶다. 포도밭에서 구해온 거봉 포도까지 식구수가 늘어났으며 장독대 옆 처마 물받이 아래 미나리까지도 미나리깡을 이루었다.
유실수 나무들도 아이를 잉태하려면 영양분이 필요하다. 풀 약과 농약을 아니 하고 유기농으로 재배를 하려하니 쑥들이 어느새 빼곡이 뻗었다. 하루종일 호미로 쑥을 캐내고 나무 밑에 퇴비 거름을 주느라 힘은 들었지만,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다."
작년에 심었던 복분자 나무는 풀밭에 묻히여 간간이 형체를 드러내고. 몇 해 전에 심었던 단감. 사과. 배. 대추. 살구. 호두. 밤나무는 언제쯤이나 새 생명을 잉태 할 것인지...... 친정 어머니 돌아가신 뒤, 이사하며 옮겨온 어머니 감나무는 작년에 첫아이로 열다섯 쌍둥이들을 내게 안겨주어 어머니를 만난 듯 반가웠는데. 올해엔 몇 녀석들을 안겨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쑥은 자연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며 생명을 지키는 의초다. 원자폭탄의 투하로 잿더미가 된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살아난 식물이 쑥이었다고 한다. 쑥은 암 예방과 각종 성인병. 그리고 소화기가 약해 설사를 자주 하는 소음인 체질과 몸이 냉한 사람은 따뜻한 성질의 쑥이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을 갖고 있고. 쑥물로 좌욕을 해도 좋으며. 감기. 관절통증 등...... 요즈음 웰빙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식물로써 그만큼 강인하고 약효가 풍부한 쑥은 "풀의 다이아몬드"라고도 한다. 그리고 5월 단오 전에 마련하는 쑥은 연하고 독하지 않아 된장을 풀어서 쑥국 끓여 먹기에도 좋다. 나 역시 집 근처 밭 두렁에 널려있는 쑥을 일년 동안 먹을만큼 이 시기에 준비해 둔다.
봄이오면, 내가 좋아하는 쑥 개떡과 쑥 백설기가 유혹하고. 집 옆 선산머리에서 쑥쑥 자라나는 오동통한 먹 고사리들이 날마다 손짓한다. 그리고 텃밭 한쪽에서 자라나는 도라지. 당귀, 더덕, 엄나무, 오가피 약초 잎과 취나물, 부추, 미나리, 돋나물, 민들레와 쌈 채소에 잘 익은 고추장과 된장을 한 수저 넣고 참기름 서너 방울 떨어뜨려 쓱쓱 비벼먹는 새싹 비빔밥이 미각을 자극한다. 봄이오면, 또다시 풀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첫댓글 저의 삶을
몇 해 전에 책에 실린 졸필인데....
금년엔,
드디어 외가집에서 먹던 추억속의 개구리 참외와 수박을 몇그루 심었는데...
얼마나 수확을 거둘지...ㅎ
울집 텃밭에서 수확한 쌈채소와
108개의 개떡을 보시하기 위해서 혼자서 만드느라 날을 꼬~박 세우고서 녹초가 되었다는....ㅎ^^;;
세상에님의 이러한 정성이 좀더 님의 삶이
님 댁에도 가보고 싶은 맘이
정성이 대단하시네요..
108개의 쑥개떡을 만드시다니...
아마도 풀
풍성함으로 보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네요..
언제 저 채소들을 가꾸시고 거둬들이실까요
낮에하시는 일이 상당히 고되실터인데 말이죠..
한번쯤 풀
이 아침에 슬며서 차고 오르네요..
쌈야채에 보리밥...^^
향기님의 개떡은 너무 예쁘고 정성 가득이라 먹기엔 너무 아까울듯^.*
강된장 바글바글 끓여 싸먹으면 그 어느 진수성찬 부럽지 않겠는데요
며칠전에 저도 개떡을 만들었는데요...히
울 짝궁이 자꾸만 자기 손바닥처럼 크게 만들길래 제가 눈 총을 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개떡은 개떡같이 만들어야 제 맛 이랍니다
풀
그렇다고 자주 날 밤세우진 마세요.
자꾸만 더워지는 날씨에 지치않도록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 가득하세요
로즈님~!
텃밭가꾸기는 새벽과 쉬는날.
그리고 저녘에 하우스에서 불켜놓고 일하고.
때론, 달빛을 벗삼아서~~~ㅎㅎ
누추하고 초라한 집인데...^^;;
사노라면 언젠가는 그럴날도~~~ㅎ
벨라님~!
요즘 한창자란 열무에 고추장과 된장넣고
쓱쓱 비벼먹는 비빕밥도 아주~ 맛있어요~ㅎ
저는 개떡을 보약대신 만들어놓고 먹는데~~~
낭군님 말씀처럼
개떡은 개떡처럼 만들어야 제맛이란 말이 정답인거 같아요*^.^*
염려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