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을 꿈꾸는 샘고을, 정읍
너른 호남평야에 자리 잡은 정읍은 한국 소리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백제시대 유일한 한글가요 <정읍사> 와 조선시대 최초의 가사(歌辭)인 <상춘곡> 을 탄생시킨 고장이다. 또 증산도, 보천교 등 근대 한국의 자생 종교가 태동한 지역이며, 동학농민혁명의 최초 태동지이기도 하다. 시인 김지하 선생은 이런 정읍을 가리켜 ‘우주의 배꼽’이라 칭하기도 했다.
자주와 평등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동학농민혁명기념관
1984년 반부패, 반봉건, 반외세의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목숨 걸고 관군에 맞섰던 동학농민군의 업적을 기리고자 세워졌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063-536-1892, www.donghak.go.kr)은 정읍9경 중 하나다. 기념관은 당시 관군과의 전투에서 첫 번째 승전보를 올린 덕천면 동학로(하학리 산8)에 자리하고 있다. 흡사 어느 아름다운 정원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외부의 조경미와 더불어 내부 구성도 알차다. 제1전시실은 제국주의와 세계사의 혁명들, 무명 농민군의 진혼과 애니메이션관 등으로 꾸며졌다. 2층 제2전시실은 동학농민과 관련한 여러 자료들을 빼곡하게 구비하여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기념관 앞뜰 황토재는 소담한 소나무 숲이 아름답고, 정상에는 동학농민혁명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민초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입장은 무료이며 개관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매주 월요일 휴관).
조선왕조실록과 우도농악의 보고, 정읍시립박물관
정읍시립박물관
《조선왕조실록》을 끝까지 지켜낸 정읍의 정신 위에 세워진 시립박물관은 2012년 6월 22일에 개관했다. 본래 《조선왕조실록》은 춘추관, 충주서고, 성주서고, 전주서고에 각기 분산해서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모두 소실되었고, 현재 전주서고의 실록만이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시립박물관에서는 호남 풍물의 양대 산맥인 우도농악 관련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고려시대 가마터와 고인돌군을 복원해놓았다. 정읍 문화의 다양한 면목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박물관에서는 월별, 계절별로 다채로운 특별 전시회도 열고 있다. 입장은 무료이며, 개관시간은 오후 9시~오후 5시(월요일은 휴관). 2015년부터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내장산의 아름다운 절집, 내장사
내장사
‘호남의 금강산’으로 칭송받는 내장산은 ‘산 속에 숨겨진 것이 많다’ 하여 그 신비하고 내밀한 ‘내장(內藏)’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내장사는 내장산의 심장으로 백제 무왕 때인 636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일주문에서 정혜루까지 이어지는 오색 단풍길은 봄꽃, 여름 녹음, 가을 단풍, 겨울 설경으로 사시사철 눈을 뗄 수가 없다. 특히 가을이면 호위하듯 서 있는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가히 절정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대웅전과 정혜루 사이에 자리한 삼층석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탑으로, 내장산 트레킹 코스의 주요 출발 지점 중 하나다. 내장사는 당연히 정읍 여행의 으뜸으로 꼽힌다.
서래봉 앞자락에 한 자락 바람 같은 벽련암
벽련암
백제 의자왕 20년(660)에 창건된 벽련암은 내장사의 부속 암자이다. 기록을 보면 과거에는 오히려 내장사보다 격이 높았으며, 원래 이름이 내장사였다고 전해진다. 영은암(현 내장사)이 내장사로 개칭되면서 이곳도 벽련암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후 고내장(古內藏)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가 이곳에서 지내며 직접 현판도 써 사액했으나 6·25전쟁 때 소실되었다. 내장사에서 20여 분을 올라가면 은둔한 듯한 벽련암을 만날 수 있다. 암자 뒤로 펼쳐진 서래봉이 인간세계를 기웃거리듯 벽련암을 조심스럽게 내려다본다.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가니 조용한 암자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아도 그만이다.
정읍을 길러낸 학교, 무성서원
무성서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국의 서원’ 9개 가운데 유일하게 전라북도에 있는 서원이다. 1868년 고종의 서원철폐령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전국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무성서원은 통일신라 말의 대학자이자 이곳의 군수로 재직했던 최치원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칠보면 무성리에 낮은 구릉을 등지고 한적하게 자리하고 있다. 서원에는 최치원 선생의 영정과 <상춘곡> 의 작가 정극인 외 5명이 배향되어 있다. 최치원 선생의 영정 원본은 도난과 사고를 대비해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여행정보
≫ 시티투어 정보
3~10월(신정, 설, 추석 연휴, 9월 제외) / 매주 토요일 운행 / 아성관광 063-538-6000 / 정읍역 출발 / 성인 5,000원, 초중고생·경로·장애우·군인 2,500원
≫ 기타 시티투어 정보
4월 코스 : 정읍천변 → 벚꽃길 → 정읍사 망부상 → 정읍사 오솔길 → 첨단과학단지 → 전통시장
5~6월 코스 : 백정기 의사 기념관 → 전봉준 장군 고택 → 말목장터 → 동학농민혁명기념관 → 정읍시 망부상 → 정읍사 오솔길 → 정읍시립박물관 → 전통시장
7~8월 코스 : 내장사 → 원적암 → 사랑의 딸깍다리 → 벽련암 → 케이블카(<1박2일> 촬영지) → 정읍시립박물관 & 농경문화체험 교육관 → 내장산 문화관광 → 전통시장
10월 코스 : 무성서원 → 김동수 가옥 → 산외한우마을 → 구절초 축제장 → 전통시장
※ 단체 20명 이상에 한해 코스 선택 가능
1) 정읍사 망부상 → 정읍사 오솔길 → 정읍시립박물관 → 내장산 문화관광 → 구절초 테마파크
2) 동학농민혁명기념관 → 전봉준 장군 고택 → 구절초 테마파크
≫ 한줄팁!
* 딸깍다리 : 벽련암에 살던 비구니와 원적암에 살던 스님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돌들이 부서져 내리며 만들어진 길로 이름처럼 다리는 아니다.
글 : 정의한(여행작가)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