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에 자리잡고 있는 웨스트민스터신학교는 북장로교 신학의 본산인 프린스톤신학교에서 정통보수주의의 기수로 이름을 날렸던 메이첸 교수가 1929년 설립한 학교다. 메이첸 교수는 자유주의 신학을 포용하기로 한 북장로교의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며 프린스톤신학교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웨스트민스터신학교는 개혁신학의 전통 위에 자유주의 신학과 세속적 도전으로부터 기독교 교리 전통을 방어하는 기독교변증학적 성향을 강하게 보여왔다. 웨스트민스터의 이러한 성향은 국내 신학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쳐 웨스트민스터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국 보수주의 신학의 맥이 형성되게 되었다. 한철하 박사(Th.M 조직신학 아세아연합신대 명예총장)는 “웨스트민스터신학교는 국내에 바른 신앙, 즉 보수정통신학을 수립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웨스트민스터가 설립된 것이 1929년이기 때문에 초기 한국 교회 지도자들 중 웨스트민스터 출신을 찾기란 쉽지 않다. 웨스트민스터에서 수학한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자는 성경주석가로 잘 알려진 정암 박윤선 목사. 박목사는 1979년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졸업생 중 처음으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전 연세대 교수였던 한태동(B.D 교회사) 박사와 총신대 교수로 활동하다 내수동교회에서 24년간 사역했던 박희천 목사(Th. M)도 웨스트민스터에서 수학했다. 현 예장고신 교단 총무인 전호진 박사(선교학)와 새생명운동본부 대표본부장, 예장 장신총회 부흥사회 대표회장 등을 역임한 이주영 목사, 전주대학교 초장을 역임했던 서울교회 이종윤 목사도 웨스트민스터 출신.
또한 서울대 교수이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인 손봉호 박사,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이자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옥한음 목사, 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이자 강변교회 담임목사인 김명혁 목사(Th.M) 등도 웨스트민스터에서 수학한 사람들이다. 이밖에 신성종(제2 대전중앙교회) 권성수(대구동부교회) 장은일(전주서문교회) 나선균(성북중앙교회) 목사도 웨스트민스터 출신이다.
박일철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 홍창표 미네소타 주립대학 은퇴교수는 웨스트민스터에서 수학한 후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한 신학자들.
한편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수학한 현직 신학과 교수로는 고신대 황창기(현 고신대 총장) 박영돈(Ph.D 교의학), 개혁신학연구원 손석태(M.Div M.A.R 현 개혁신학 연구원 원장), 광주신학대 정규남(현 광신대 총장), 서울기독대 이강평(D.Min 실천신학 현 서울기독대 총장), 아세아연합신대 김준수(D.Min, M.Div 목회상담학) 박응규(M.Div Th.M Ph.D 역사신학) 원종천(M.Div Ph.D 교회사) 한상화(Ph.D 조직신학) 허주(M.Div 신약학), 천안대 성종현(D.Min), 장동민(Ph.D 조직신학), 총신대 김인환(M.Div Th.M 구약학) 김정우(Th.M Ph.D 구약학) 김의원(Th.M 구약학) 유상섭(M.Div 신약학) 서철원(Th.M 교의학) 김길성(Ph.D 조직신학) 김광열(M.Div, Ph.D 조직신학) 박희석(Ph.D 교회사) 황규명(Th.M, D.Min 상담학) 신국원(M.Div, Th.M 기독교철학) 이상원(Th.M 조직신학), 평택대 이광희(Th.M D.Min 실천신학), 칼빈대 김의환(현 칼빈대 총장, 전 총신대 총장 역사신학), 한국성서대학교 이호우(Ph.D 교회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박형용(Th.M 신약학 현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유영기(Th.M 신약학) 김재성(Ph.D 조직신학) 정승원(M.Div, Ph.D 조직신학) 오덕교(Ph.D 역사신학) 등이 있다.
웨스트민스터에서 최초로 박사학위 받은 국내 신학자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오덕교 교수로 알려졌다.
웨스터민스터신학교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졸업생들에 따르면 그동안 웨스트민스터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보다는 학문탐구 쪽에 훨씬 무게중심을 두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의 세속적 도전들에 대해 어떻게 서든지 기독교 신앙을 지키겠다는 강한 신념에 따른 결과. 그러나 최근 들어 웨스트민스터는 목회자 양성과 선교 등 실천신학 분야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박응규 교수는 “웨스트민스터에서도 본문비평, 역사비평 등을 비판적으로 가르친다”고 전제한 뒤 “일각에서는 웨스트민스터가 무조건 보수적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개혁신학 전통에서 제대로 공부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웨스트민스터를 선택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인터뷰/웨스트민스터신학교 행정부총장 J. 스탠포드 카슨
“21세기 웨스트민스터, 목회자 양성·현장 바탕으로 한 실천적 사역에 관심”
“한국학생들은 정말 훌륭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 분위기도 활기있게 만들지요.”
최근 방한한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스탠포드 카슨 행정부총장은 한국학생들이 공부뿐만 아니라 기도도 열정적으로 하고 노래도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학문탐구에 있어 창의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는 43개국에서 온 7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학생들은 100여개 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여학생도 100여명에 이른다. 한국인 2세들을 포함한 한국 학생은 130여 명. 카슨 행정부총장은 “전임교수는 23명이며 다수가 장로교 출신이지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동의하는 타교단 교수들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임교수 중 아직까지 여성은 없는 실정. 카슨 행정부총장은 “신학적인 이유 때문에 웨스트민스터는 여성안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교수로는 받아들일 수 있다”며 “여건이 형성되지 않아서 채용하지 못할 뿐 일부러 여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슨 행정부총장은 “웨스트민스터에서는 그동안 헬라어 히브리어를 전 과정에서 요구했으나 최근 M.A(Master of Arts)과정인 도시선교, 기독교교육, 성경적상담학에는 헬라어와 히브리어 과목 이수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는 문화적으로 민감한 목회자를 키우기 위해 학문성보다는 실천적인 것을 강조하자는 새로운 흐름에 따른 변화”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슨 행정부총장은 “그동안 웨스트민스터는 학문성을 매우 강조해왔으며 세속적인 도전으로부터 기독교 신앙을 고수하기 위해 조금은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그러나 21세기 웨스트민스터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 현장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사역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카슨 행정부총장은 프린스톤신학교과의 관계에 대해 “내년 학기에 우리 교수 한 사람이 프린스톤에서 가르치기로 했다”며 “상호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슨 행정부총장은 웨스트민스터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한국 학생들이 영어뿐만 아니라 헬라어, 히브리어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하나님의 종으로서 헌신하겠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 목회자로서 준비가 된 사람들이 웨스트민스터에 오면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