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8)
2008-01-07 11:51:04
174차 도드람산기(신년산행)
1. 일시 : 2008. 1. 6(일)
2. 곳 : 이천 도드람산
3. 참가 : 상국(대장), 문수, 인섭, 부종, 펭귄, 광호, 재일, 상호, 병욱, 덕영, 택술, 규홍, 경남(13명)
30산우회의 4공이 출범하고 첫 산행.
4공의 황회장님이 신년산행은 멀리 가지 말고, 경기도 이천에 있는 도드람산에서 샤부샤브나 해먹고 간단히 헤어지기로 한다는 공지를 올렸겠다. 이름이 4자로 된 산은 무조건 문수가 대장한다는 룰이 있었는데 닉네임 산지기를 대장으로 임명한 걸 보고 잠시 머리를 굴린다. 투덜거리다간 황회장한테 찍힐 것 같아 울면서 대장을 맡았더니 문수가 이상한 말을 한다. 블로거 본문에 올리면 산지기란 이름이 뜨는데 그게 자기를 지칭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울면서 대장을 맡겠다고 하니까, 대장 자임하겠다는 걸 어찌 막을 수 있겠냐며 나보고 그냥 대장하란다. 윽... 성질 급한 놈 손해본 꼴.
게시판에 도드람산 공지가 올랐으나 신청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도드람산은 높이 350미터급의 아주 낮은 산, 게다가 작년 신년 산행으로 다녀온 산, 호기심이 반감하는 탓일 게다. 도드람산이 만만하게 보였는지 근래 산에 뜸하던 광호가 제일 먼저 입질을 한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광호와 맨날 말싸움하면 깨지기만 하는 뱅욱이도 부산에서 신청하고, 일산의 재일이와 상호 정도. 대장을 맡긴 맡았는데 너무 숫자가 적으면 보기도 좀 그렇고 해서 몇 명에게 호객행위를 해봤으나 8명 넘기기가 힘들겠다.
아침 8시 정확하게 보정역에 닿았다. 지난 납회산행 때 북한산 입구에서 119에 실려갔던 인섭이가 한쪽 콧구멍을 인두로 지지는 수술을 받고는 거즈로 틀어막은 요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언제 봐도 넉넉한 솔고 부종이가 나타나고, 아침 6시 25분부터 알아듣도 못하는 말로 씨부리던 펭귄이 전철을 타고 오고 있단다. 이때까지만 해도 펭귄의 심각한 상태(?)를 몰랐었는데 막상 약속시간 25분이나 지나서 그것도 죽전역에서 내려버린 펭귄을 차에 태우는 순간, 이거는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아직 술이 덜 깼는지, 펭귄 그 특유의 "wE, Tv... wE, Tv, &^%$#@*&^%$#....."
모두들 기가 차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부종이 좀 달래준다..
“펭귄아! 니.... 요즘, 세상이 얼마나 계산적이고? 그런데 요새 요로코롬 순박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랄 따름이다! 하지만 몸 조심해야지, 까딱했으몬 우리 모두 산에 못가고 펭귄 니초상치러 갈 뻔 핸 거 아이가?”
펭귄이 훨훨 날아다니다가도 부종이랑 같이 산을 타는 날이면 늘 헤맸는데 오늘도 예외가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1월 5일 혼자 관악산에 갔다가 내려와서 바둑관계자들을 만나 술을 한 게 끝도 없이 이어져 아침에 정신을 차려보니 강동구 명일동인가 상일동인가 어데 주차장에 꼬구라져 자고 있었던 모양. 노숙자가 따로 없다.
따뜻한 국물이나 먹고 올라오지 말고 그냥 차에서 기다리라 했는데도 펭귄은 죽어도 산에서 죽는다며 따라온다.
도드람산 입구에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총 13명. 신기하게도 작년 신년 산행 숫자와 꼭 같다.
9시 20분, 멧돼지 조각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 좀 오르니 쉬운 길, 힘든 길, 두 개로 나뉘어 진다. 알고 보니 작년엔 쉬운길로 올랐더니 1봉을 지나쳤었고, 올해엔 힘든 길을 올랐더니 진짜 비탈이 심했지만 1봉으로 직통 연결된다. 펭귄은 1봉 직전에서 부종이가 우회하는 길로 인도하고, 또 2봉입구에서 3봉가는 길은 내가 동행하여 우회한다.
-12월 30일에 등장한 규홍, 그래도 재일이캉 입문 동기다! 크크
작년에 오지 않았던 친구들은 ‘이천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드람산의 봉우리타는 데 재미를 붙이고 주변 경관을 구경하느라 즐겁다.
3봉 근처에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많이 눈에 띈다. 부종이 자진하여 솔선수범, 일일이 쓰레기를 수거, 봉지에 담는 착한표 학생! 복 받을 끼다.
돼지굴로 이동한다. 철제 난간을 올라가니 아무도 없다. 아직 식사시간이 멀었지만 툭 트인 전망도 좋고 무엇보다 조용해서, 여기서 전을 펴자는 황회장의 명령이 떨어진다.
버너에 불을 붙이고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준비해온 샤브 국물과 야채, 오뎅, 고기를 넣는다. 냄비 바로 옆, 명당자리에 앉은 병욱이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좀 있으니
“아, 이거... 맹당이 아니고 완전 뺑이치는 자리다! 내는 한 개도 못 묵고, 계속 전달만 해주네!”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제일 많이 먹었을 끼다.
조금씩 알아서 준비해오라 했는데 얼마나 많이들 준비를 해왔는지 야채도 넘치고, 오뎅도 넘치고, 칼국수는 아예 넣어보지도 못했다. 샤부 먹는다고 도시락을 가져갔지만 아예 두껑을 열지도 못한 친구들이 많다. 부종이가 싸온 주먹밥이 인기 있었다. 한 주먹씩 엥겼는데 그거 하나 묵으니 배가 볼록 일어선다.
- 자세히 보면 갓쓴 선비처럼 생겼제?
즐겁게 식사를 하고 하산,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이제 겨우 12시 30분이다. 2차 입가심을 하러가자는 의견도 나올 뻔(?) 하였으나 카리스마의 황회장이 한 마디로 일축해버린다.
“앞으로 4공에는... 회비를 좀 남겨야겠다. 많이 남가가꼬 강용이 가가 들고 댕기는 지피에쓰 좋은 거로 바까주고 말이지, 2차는 가자고 말 꺼내는 사람이 다 내는 거로 한다!”
황회장 차로 오면서 계속 졸았는데 눈 떠보니 우리 집앞이고, 집에 들어가니 1시 40분. 집에서는 아이들과 강아지까지 뛰어나오면서 전부 다 놀란다.
“아빠! 산에 갔다온 거 맞아요?”
“나도 모리겠다. 산에 가기는 간 기가? 그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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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7개월 만에 나왔다는, 그것도 배가 나와서 마나님한테 밀려서 나왔다는 산우회 이빨 갱남이가, 진달래와 물안개 씨리즈로 웃겼는데 가장 인상적인 거 두 개만 기억하자.
소주(소문만 안내면...)
물안개(물어보지도 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