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삼성을 2위로 예상했었다. 신명철-강영식 트레이드가 있었으나 전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배영수와 하리칼라가 빠져나간 선발진은 불안하지만 권오준-오승환이 지키는 중간-마무리가 건재하다는 판단 하에서였다. 타선 쪽에서도 이렇다하게 누수라 할 만한 곳은 없었고, 오히려 심정수가 부상에서 복귀한다는 게 희망이라면 희망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우승을 했던 프리미엄까지,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지만 삼성은 여전히 강팀으로 지목되었으며, 전문가들도 대부분 삼성을 우승후보로 지목했다. 단 한 사람, '삼성은 이빠진 사자'라 말한 이병훈 해설위원을 제외하고.
그런데 시즌 초반부터 삼성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믿노라 하던 권오준이 뜻하지 않은 구위난조와 부상이 겹치며 2군으로 강등된 것. 거기에 지난 2년간 철벽마무리 자리를 지키던 오승환도 비록 실점은 없었지만 구질이 노출되며 점점 맞아나가기 시작했다. 배영수와 하리칼라가 빠져나간 선발진은 도무지 에이스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상승세가 이어지지 못하고 자꾸 끊겼으나, 근본 전력이 있는 팀이엇기 때문에 승률은 그럭저럭 계속 유지해 나갔다. 4월 타선이 의외로 잘해준 덕이었다. 10승6패로 초반 나름대로 순항하던 삼성은, 그러나 천적 현대에게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준 것을 비록, 7연패를 당하며 한때 꼴찌까지 떨어지는 낭패를 당햇는데, 그 와중에는 믿노라 하는 오승환이 사직에서 역전패를 당한 것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7연패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투수진이 좀 살아나니 타선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선동열감독 이후 타선침묵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올해와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삼성은 현재 엘지와 전혀 반대로 팀타율 꼴찌, 팀방어율 2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따지면 삼성이 엘지보다 승률이 훨씬 좋아야 하나, 실상은 엘지보다 반걸음 뒤에 쳐져 있는 것이다. 예년의 삼성이라면 이맘때 쯤에는 최소 중위권팀들은 4~5게임차 정도로 따돌리고 상위권에서 선두다툼을 해야 하나, 지금은 4위 내에도 들지 못한 채 5할승률에서 근근이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이렇게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것일 듯하다. 아무리 중간, 마무리에 든든한 에이스가 버티고 서 있어도 선발에 에이스가 없으면 한계가 있는 것이다. 지난 해까지의 삼성은 중간도 좋았지만 선발진에서 브라운-하리칼라라는 두 용병과 배영수가 든든한 에이스 역할을 해 주었다. 특히 배영수의 존재는 삼성팬들에게 '완소'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엘지로 옮겨서 부진한 하리칼라는 차치하더라도, 배영수가 아예 뛸 수 없는 것이 삼성 마운드의 구심점을 잃게 한 원인인듯 하다. 그렇다고 하리칼라의 대안들이 훌륭한 것도 아니었다. 윌슨은 1승6패를 마크한 채 5월 중순 퇴출당햇으며, 이후 교체된 용병으로, '봉미미('봉중근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미미한 투수는 알지 못한다'고 대답한 데서 유래)'라는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 매존은 2승4패에 방어율 4.08로 더한 부진이다. 현재 삼성 최다승 투수는 6승을 거두고 있는 브라운으로, 이는 각팀 최다승 투수들 중 제일 적은 수치이다. 심지어 꼴찌팀 기아도 신용운이라는 7승투수가 있다. 이렇게 되니 팀방어율에 비해 중심은 서있지 못한 투수진이 되는 것이다. 방어율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불펜은 여전히 건재하다. 비록 권오준은 5홀드에 그치며 활약이 예전만 못하지만, 권혁이라는 만년 유망주가 올해는 만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3경기에 나서 13홀드에 방어율 2.45. 특히 51.1이닝을 던져 삼진을 무려 78개나 잡아낸 것이 눈에 띈다. 불펜의 중심축이 권오준에서 권혁으로 옮겨간 것이다. 만약 권오준이 제 컨디션을 찾고, 최근 발진을 시작한 윤성환까지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한다면, 삼성의 불펜은 지금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더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승환 역시 예전에 비해서 약간 맞아나가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이다. 18세이브에 방어율 1.18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중간, 마무리가 아무리 강해도 선발이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올시즌 유독 5회 직후에 가차없이 선발투수를 많이 내리는 선동열감독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만 하다.
삼성의 타선은 올시즌 최악의 모습이다. 팀타율뿐 아니라 팀득점 역시 최하위이다. 그야말로 '양준혁과 아이들'이라 부를 만하다. 16홈런 50타점 타율.326으로 타율 홈런 4위, 타점 공동 3위에 랭크된 양준혁을 제외하고는 타격 랭킹안에 들어간 선수조차 보이지 않는다. 심정수는 13홈런 45타점으로 그럭저럭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230의 타율이 보여주듯이 정확도와는 거리가 먼 '공갈포'의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실제로 심정수의 삼진갯수는 59개로 리그 2위. 팀내 최고의 타자로 성장하리라 믿었던 조동찬, 조영훈의 성장세도 생각보다 더뎌 삼성팬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양준혁과 더불어 또 한명의 프랜차이즈스타인 김한수 역시 1홈런 7타점의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야구는 투수놀음'이라지만 이 정도면 너무 심각한 것이다. 삼성 타자들은 이 격언이 꼭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둬야 하겠다. 지난해 샌디에이고는 극강의 마운드를 가지고 있었으나, 극약의 타선으로 인하여 포스트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에 허무하게 물러났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팀방어율 2위를 기록하고도 팀타율 꼴찌를 기록하며 6위에 머문 2003 엘지의 예를 볼 수 있다. 그당시 엘지의 상황이 지금 삼성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전통적 공격야구'로 대표되던 삼성의 팀컬러였으나, 올시즌 팀사상 최저 타율을 경신할 위기에 몰린 삼성의 팬들은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그나마 03년 엘지는 이병규, 김재현, 김상현등이 줄부상당하며 손쓸 방법이 없었지만, 그것도 투수진과는 달리 타선에서는 어차피 별로 활약도 못하고 시즌아웃된 박종호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부상선수도 없고 빠져나간 선수도 없는데 이렇게 되고 있는 것이라 근심은 더하다.
올시즌 전반기를 통해 나타난 삼성의 과제는 역시 '세대교체'였다. 백인천감독이 97년시즌 이승엽을 중심으로 세워놓은 삼성의 10년타선은 그동안 괴력을 발휘하였으나, 이제는 양준혁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진하였다. 그당시 백인천감독도 한 시즌을 버려가며 리빌딩 작업에 성공했는데, 선동열감독에게도 그 정도의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지금의 삼성에게 '시즌포기'는 말도 안되는 말이겠지만, 어차피 여기서 더 나빠질 것도 없는 타선이고 보면 순위의 향방은 투수들에게 맡기고 젊은 타자들을 과감히 기용해 보는것도 시도해볼 만한 일인듯 하다.
6. 현대(팀타율 1위, 팀홈런 3위, 팀도루 8위/팀방어율 7위, 최소실책 8위)
현대는 6위로 예상되었었다. 비록 김재박감독을 비롯한 정진호, 김용달 등의 주요 코치들이 엘지로 빠져나가 김시진 신임감독의 지도력이 미지수였으나, 김재박감독 시절 우승의 맛을 4번 본 선수들이 남아있어 '이길줄 안다는 것'이 이 팀의 가장 큰 힘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03,04년 현대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인 브룸바까지 돌아왔다. 하지만, 재정의 파탄으로 인하여 구단 분위기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어 6위까지가 한계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현대는 농협, 그리고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모 기업에 의해 두 번이나 '낚시질'을 당해서 선수단을 더욱 낙담케 했으며, 팀 존속 여부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엇으나, 올해는 예전보다 줄어든 현대가의 자금지원+KBO의 중재로 인한 차입금으로 시즌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전문가들 역시 현대를 하위권으로 예상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대의 전신인 삼미, 청보부터.. 가깝게는 전주의 쌍방울까지.. 자금파탄을 겪은 팀 치고 제대로 시즌을 꾸려나가는 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즌이 개막되자 예상은 여지없이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롯데와의 홈개막 3연전에서 현대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 끝에 스윕당했다. 그리고 '꼴찌 라이벌'이었던 두산에게마저 1승2패로 밀리면서 '올해는 진짜 안되겠구나'하고 생각케 했다. 특히나 현대가 자금난을 무릅쓰고 큰맘먹고 데려온 브룸바는 오랜만에 온 한국이 낯선듯 헛방망이질만 거듭했으며, 정민태의 부활 역시 요원한 얘기였다. 6승11패로 초반 고전하고 있던 현대였으나, 삼성을 스윕하고 그당시 잘나가던 엘지-에스케이에게 4승2패를 거두며 '이대로 끝나진 않겠구나' 하고 희망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13승 13패, 승률을 딱 5할에 맞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팀이 간신히 좀 안정되려나 하는 찰나에 삼성-기아-SK-한화를 상대로 당한 8연패.. 이로 인하여 현대는 단독 꼴찌로 떨어졌으며, 이번에야말로 이대로 무릎을 꿇는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후 3번의 3연전에서 각각 2승1패씩을 거두며 분위기를 안돈시키는데 성공하였고,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스윕한것을 포함 5연승을 거두며 다시금 5할승률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최근 7경기에서는 또다시 1승6패로 부진하며 5할승률에서도밀려나는 등, 올시즌 현대만큼 파란만장한 행보를 보이는 팀도 없다.
일단 현대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정도로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힘은 팀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타선에 있을 것이다. 비록 김용달코치는 나갔지만, 그의 팀배팅을 전수받은 선수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김용달코치의 전, 현 소속팀이 각각 팀타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용달 매직'의 힘을 느끼게 한다. 현재 현대에서 팀타율 3할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무려 4명, 전준호 이택근 김동수, 그리고 지금은 비록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그 전까지 리딩히터였던 이숭용이다. 그러나 현대 타선의 중심은 뭐니뭐니해도 브룸바로, 그는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퇴출설까지 시달렸으나, 슬로스타터인 그의 성향답게 4월말부터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으며, 특히 6월에만 10홈런 29타점 타율 .346을 기록하였다. 이 외에 다른 선수들도 저마다 팀배팅을 할 중 아는 선수들로, 현대가 이 정도라도 버틸 수 잇는 원동력이다.
반면 올시즌 현대를 완전히 올려주지 못하고 한계점에 묶에놓는 것은 마운드와 허약한 수비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현대는 '투수왕국'으로 불려 왔다. 특히 00년에는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이 한꺼번에 18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도 조용준 이동학 오재영 등 신인투수들이 꾸준히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시즌 현대는, 일단 팀내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들 중 제일 좋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가 김수경으로 3.86이다. 방어율 꼴찌팀 엘지 선수들도 그 위에 두 명이나 있다(박명환 최원호). 초반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 장원삼은 5월부터 갑자기 난타당하기 시작하며 현재는 방어율 4.14의 부진한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김수경 이 외에는 선발진이 전반적으로 난조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년연속 에이스로 활약했던 미키 캘러웨이는 2승6패 4.18의 부진한 성적만을 남긴 채 6월 6일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이다. 아마도 퇴출이 유력시된다. 게다가 현대에서는 제4번발이지만, 투수진 좀 허약한 팀에 가면 제1선발을 할 정도 기량이라 평가받았던 전준호 역시 5점대 방어율로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다. 충분히 선발로 쓸 수 있는 손승락의 부상 역시 아쉽다. 팀내 최고의 구위를 자랑하는 황두성은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29경기 무려 70이닝을 가깝게 던졌지만, 내용은 4.41로 그다지 좋지는 못하다. 그래도 주전 선수들이 빠졌을 때 땜빵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는 점에서 황두성의 노고는 결코 무시되어선 안될 것이다. 이 와중에서도 40경기에 등판해서 11홀드에 1.58방어율을 올려주는 조용훈, 그리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박준수를 대신해 본격적으로 마무리에 나서 9세이브를 올리고 잇는 송신영은 현대 마운드에 있어서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가뜩이나 안좋은 방어율에 고비 때마다 나오는 실책 역시 현대의 발목을 잡는 요소이다.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외로 선전하며 반환점을 돈 현대의 후반기는 다행스러운 일과 불행한 일이 공존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원조 마무리' 조용준과, 원포인트릴리프 이상열, 마일영 등이 본격적으로 복귀하면서 투수 운용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펜 난조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에는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수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선수들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야구 전문가들은 현대 인수 문제는 7월 정도가 데드라인이라 봣는데, 인제 그 7월이 찾아온 것이다. 현대가 좋은 주인을 만나서 모처럼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에도 도움이 되엇으면 하는 바람이다.
7.롯데(팀타율 3위, 팀도루 5위,팀홈런 7위/팀방어율 5위, 최소실책 7위)
본인은 올시즌 롯데를 꼴찌 후보로 예상했다. 강영식을 받아오고, 카브레라 박석진 최향남 등의 나름대로 건실한 투수들을 영입한 정도는 있었지만, 눈에 띄는 개혁의 의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신과 꼴찌 라이벌이었던 엘지구단이 꼴찌 한번하고 나자 얼음물을 맞은듯 정신차리며 맨발로 뛰었던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비단 엘지뿐이 아니었다. 다른 팀들은 모두 나름대로 전력보강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유독 롯데만 정체된 분위기였다. 그리고 강병철감독의 전술 역시 현대 야구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즌이 개막하고는 내 예상이 빗나가나 싶었다. 롯데는 07시즌의 스타트를 매우 산뜻하게 끊었다. 수원에서 현대를 스윕한 것이다. 그 후에도 젊은 선수들이 잦은 실책을 저지르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 내용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럭저럭 5할승률에는 맞춰 나갔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타력보다는 투수력의 팀이었으나, 올해 초에는 전문 타자들이 이 상승세를 이끌어 나갔다. 연일 홈런포를 쏘아댄 이대호를 위시하여 이승화, 정보명, 이원석, 강민호 등이 그 주인공이었으며, 박현승 역시 '회춘타'를 보이며 자기 조카뻘 되는 선수들의 활약에 화답했다. 임경완-카브레라 계투는 초반에는 다소 불안했으나 어느덧 필승계투로 자리잡았다. 이에 사직구장은 연일 2만 이상의 관중으로 가득찼으며, 5월 4일에는 삼성의 철벽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이대호가 역전홈런을 뿜어내며 이 열기에 보답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롯데에 빨간불이 켜진 건 한화와의 홈 3연전. 첫경기에서 믿노라 하는 임경완-카브레라 계투조가 불을 지르며 이겨야 할 경기를 8-6으로 역전당한것을 시작으로 3경기를 모두 무기력하게 스윕당하며 시즌 처음으로 5할승률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 다음날 기아전에서도 4-0에서 8회초 대거 7점을 뽑아내며 7-4로 역전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믿노라하는 최대성이 불을 질러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2회초 2점을 더 뽑아내 승리를 굳히는가 싶은 그 순간 이왕기가 역전을 허용하며 불안한 계투진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1주일 후, 또다시 한화가 사직을 방문하였는데, 롯데는 거기서 또다시 무기력하게 전패했다. 특정팀에게, 그것도 홈에서 6전패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이때부터 5월초까지의 선전에 묻혀 있던 롯데팬들의 분노는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작년과 같이 강병철감독을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였으며, 롯데 팀분위기 역시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롯데는 6월 12~14 현대와의 홈 3연전을 스윕당한 후 현재까지 5할승률에 복귀하지 못하고 잇으며, 오히려 밑으로 자맥질을 계속하고 있다. 강병철감독은 '반환점을 돌 때 승패마진이 -5정도면 선방'이라고 했는데, 현 롯데의 승패마진은 그보다 하나 더 많은 -6이다. 지난 주만 해도 문학에서 SK에 스윕당하는 등 1승4패로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급기야 며칠전 삼성과의 사직경기에서는 강병철과 프런트를 성토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이제는 초반 선전-중반기 들어 부진이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듯한 국내 최고의 인기구단 롯데 자이언츠. 그들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일단 타선을 살펴보면 외양은 괜찮다. 지난해 급성장한 이대호는 말할것도 없고, 이승화 정보명 이원석등의 젊은 선수들이 타격 30걸에 들어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해 홈런왕 이대호는 17홈런 46타점의 말이 필요없는 활약으로 올해도 역시 말이 필요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게다가 1달간의 부상으로 규정타석에는 미달되어 있지만 박현승 역시 .360의 화끈한 타격으로 '회춘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선수들이 종합되어 만들어진 팀타율 3위도 상당히 좋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속빈 강정'이다. 일단 롯데의 올시즌 타선 패턴을 보면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중간에 딱딱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1번자리를 후배 이승화에게 내주고 2번으로 눌러앉아 있는 정수근은 계약 4년차인 올해 역시 전혀 감을 잡지 못하며 팬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도루 역시 올해는 단 4개이다. '미래의 30-30'재목으로 평가받았던 김주찬은 불안한 수비에 찬스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으로 롯데 공격의 맥을 끊고 있다. 호세가 예전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그를 퇴출시키고 데려온 리오스는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공격에서 전혀 생각하는 타격을 하지 않으며 지난해 기아의 스캇시볼을 연상케 하고 있다. 요즘은 대타로 나오고 번트도 많이 지시받는데, 용병이 번트를 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일 것이며, 지난해와 같이 개악(改惡)으로 끝난 롯데의 용병교체로 인하여 롯데 스카우터들은 또다시 도마위에 올라가 있다. 그리고 롯데의 공격을 끊어놓는 원인은 벤치의 상황에 맞지않는 번트지시와, 경험 부족에서 속출하는 주루사 등도 원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아와 더불어 최고를 다투는 잔루 역시 롯데팬들의 가슴을 타게 한다. 그나마 최근 대타로 출전하며 중요한 타점을 많이 올려주는 손용석은 롯데팬들의 희망이다.
마운드는 그 사령부가 무너지며 요즘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데, 그 사령부라 함은 바로 손민한을 일컫는다. 05년 늦은 나이에 MVP를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년연속 롯데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손민한이며, 올시즌에도 6월초까지 나무랄 데 없는 피칭으로 '손민한이 나오면 이긴다'는 신뢰를 롯데팬들에게 심어줬다. 하지만 최근 3경기에서는 3패에 7.63이라는 매우 부진한 피칭으로 난조에 바져 있으며, 특히 최근 등판한 문학경기에서는 올시즌 처음으로 1.2이닝만에 강판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시즌 12승을 올리며 FA먹튀에서 자유로워지나 싶었던 이상목은 올시즌 1승4패에 그치는 실망스러운 피칭을 보이고 있으며, 초반에 좋던 염종석 역시 최근 4연패 등 1달이 넘게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좋지 못한 모습이다. 그나마 그동안 부진하던 최향남이 6월들어 3승을 올리며 분발하는듯 하나,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이다. 엘지와 마찬가지로 '선발투수진의 엇박자'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그나마 요즘은 엇박자를 넘어 동반 침체로 가고 잇는 것이다. 팀내에서 손민한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올리고 잇는 이가 바로 5승의 중간계투 임경완인 것이 현실일 정도로 롯데의 선발진은 붕괴되어 있는 것이다. 언더핸드의 임경완과 155의 강속구를 던지는 정통파 최대성이 지키는 중간계투, 그리고 가끔씩 불안한 투구를 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뒷문단속을 잘 하고 잇는 카브레라의 마무리진은 상당히 우수하다. 특히 중간계투진의 물량이 어느 팀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풍부하다. 그들은 5월까지 선발진이 붕괴되엇을 때 나왔으나 별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들이 좀 안정궤도에 접어들려니 선발진의 난조로 기회 자체가 찾아오지 않고 있다. 또한 초반보단 안정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안한 수비진 역시 롯데의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자이언츠 팬들이 무엇보다도 실망하는 이유는, 그들의 홈승률, 특히 사직승률일 것이다. 올시즌 롯데의 홈승률은 12승 20패. 특히 그들의 본구장인 사직에서는 8승 19패의 아주 처참한 성적이다. 홈에서 자꾸 져서 그런지 연일 만원을 이루던 사직구장 관중들 역시 점점 거품이 빠져간는 추세인듯도 하다.자이언츠에 대한 팬들의 성토는 연일 커져가고만 있다. 지금이야말로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때이다. 아직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1위 SK와는 10.5게임차라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힘들지만, 4위 LG와는 아직 3.5게임차.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게임차이다. 미국물을 먹고 5월에 돌아왔으나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던 송승준의 후반기 활약과, 결국 퇴출된 리오스의 대체용병이 이번에는 '이대호의 우산'이 되어줄 수 있냐도 문제이다. 호세가 활약하던 시절에는 비록 부진하기는 했으나 그 위압감 때문에 이대호를 쉽게 피하지 못했는데, 리오스가 들어오고 나서는 이대호가 집중견제받기 시작하며 현재 홈런, 타점 페이스가 시즌 초반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 상태이다.
8.기아(팀타율 7위, 팀홈런 4위, 팀도루 6위/팀방어율 6위, 최소실책 5위)
본인의 예상이 가장 크게 빗나간 바였다. 본인은 시즌 개막 전 기아를 우승 0순위로 꼽았었는데, 이는 06시즌 기아가 별다른 전력보강 없이도 05년도의 꼴찌에서 일약 4위로 점프한 데서 보인 가능성 때문이었다. 오히려 젊은 유망주들이 유망주 수준에 머물지 않고 즉시 전력감으로 성장해준 것이 컸다. 전병두, 윤석민, 정원, 이상화 등이 그랬으며, 한기주 역시 초반에는 난조를 보였으나 마무리 전환 이후 그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타선은 그리 강하지는 못했으나 이용규가 3할을 치며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리고 올해는 빅뱃이 없던 타선에 서튼까지 보강하고, 전년도 제대로 된 등판이 별로 없던 신용운이 올시즌에는 풀타임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되며 기아의 시즌 전망은 매우 밝아보였다.
그런데 개막 직전부터 불길한 일이 벌어졌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내정되어 있던 에이스 김진우가 갑자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그래도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잠실에서 열린 엘지와의 개막전에서 첫경기는 패했으나, 그 후 두 경기에서 완승을 거두며 가벼운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에는 계속 5할 언저리에서 엎치락뒤치락 했다. 그런데 왠지 5할승부를 하는 팀답지 않게 매 경기 의욕이 보이기보다는 매 경기 퇴보해가는 느낌이었다. 윤석민 에서튼 신용운 한기주 등 투수진이 나름대로 분전했다. 또한 오랜만에 돌아온 '왕년의 에이스' 이대진 역시 기대를 뛰어넘는 호투를 보여주며 기아팬들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타선의 침묵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이용규 장성호 이종범 서튼이 모두 좋지 않았으며, 홍세완 이재주 정도가 분전했을 따름이었다. 어쨌든 4월을 '5할본능'으로 잘 넘겼을 무렵,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인 야수 최희섭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 기아의 사기는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게 왠걸. 공교롭게도 기아는 그 소식이 들린 이후부터 최희섭이 돌아오는 순간까지 급하락세를 탔다. 5월 3~5일 한화와의 대전 3연전을 스윕당한 후 엘지-SK에도 3패를 안으며 6연패에 빠지며 꼴찌로 추락한 것이다. 그리고 최희섭 복귀 소식에 자리가 애매하던 서튼과 제대로 된 구위를 보이지 못하던 에서튼이 한꺼번에 모두 교체되었다. 기아로서는 최희섭이 컴백했을 시 연쇄효과에 의해 잘한다고 한 일이었으나, 그 후가 좋지 못했다. 에서튼을 스코비로 교체한 것은 잘한 일이었으나, 나쁘지 않은 중간계투진에 F로드를 영입한 것은, 역대 한국 용병들 중 프랑코 다음으로 화려한 경력의 용병을 영입한 것이라 이슈거리는 됐지만, 현명한 투자는 못 되었다. 메이저리그 생활동안 단 1번의 선발등판밖에 없던 그를 선발로 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전형적인 중간계투 체질 투수인 신용운을 선발로 돌리는 좋지 못한 수까지 두게 된 것이다. 더욱 나쁜 것은, 팀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것이라 큰 기대를 모으고 복귀한 최희섭은 단 3경기 출장 이후 부상때문에 지금까지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를 보기 위해 만원을 이룬 잠실구장의 노란 물결(기아의 풍선 색은 노란색이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선발진에서 잘 버텨주던 이대진마저 갑자기 부상을 당하며, 기아의 전력은 손쓸 수 없는 상태로 가기 시작했다. 윤석민-스코비를 빼고는 자신있게 선발로 내세울 수 있는 투수가 없었으며, 윤석민-스코비마저 잘 던지고도 승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타선의 서포트가 전혀 없었던 탓이었다. 특히 팀내 주장이자 최고참 이종범은 사상 최악의 부진으로 통솔력을 잃었다. 기는 한때 현대의 8연패에 편승하여 탈꼴찌에 성공하기도 했으나, 결국 5월 29일~6월 3일의 6연전에서 1승5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기아는 이 후 단 한번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경기내용마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조범현코치를 배터리코치로 영입하고 1-2군 코칭스태프를 맞바꾸는 등의 수르 써 보았으나, 아직까지는 별 효과가 없는 듯하다.
올시즌 기아의 부진은 , 투타의 총체적 난국이 원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팀 수뇌의 잘못된 선수단 운용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위에 말했듯이, 한창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최희섭을 영입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보여진다. 설령 영입을 했더라도 당장 경기에 출전시키기보다는 봉중근처럼 1년동안의 적응기를 주고 다음 시즌에 기용하는 게 나았었다. 서튼이 전형적 슬로우스타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기아는 아까운 용병교체 카드 하나만 버린 셈이다. 게다가 그 뒤는 더욱 더 한심했다. 그때까지 기아의 중간계투진은 신용운의 힘으로 비교적 잘 버텨주고 있었다. 선발진도 썩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불펜이 기량을 발휘할 기회는 얻을 정도로 돌아갔다. 그러나 F로드를 영입하면서 신용운은 자신에게 별로 맞지 않는 않는 선발자리로 가야 했고,중간에서 솔리드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선발진에서 고전하고 있다. 마침 이대진까지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대안을 찾아봤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나름대로 에이스노릇을 해주던 김진우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5선발자리는 아예 무명급 투수들이 들락날락 하는 상황이라, 그나마 기아의 자랑거리였던 투수진, 특히 선발투수진은 의욕을 잃고 추락하는 중이다. 펠릭스 로드리게스는 기대만큼의 구위를 선보이고 있지만, 좀처럼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셋업다운 셋업'으로서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며, 한기주도 매우 괄목할만한 구위를 보여주고 있으나 팀의 침체로 인하여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는 편이다. 요즘은 세이브상황보다는 컨디션 점검차 올라오는 경우가 많으니 안스러울 따름이다.
타선은 더욱 한심하다. 안그래도 강하지 못한 타선이지만, 그 안타들마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대팀보다 많은 안타를 치고도 패하는 경기가 허다하다. 이는 현 팀의 최고타자 장성호의 스탯에서부터 나타난다. 장성호의 스탯은 11홈런 .307로 과연 중심타자답지만, 득점권타율은 2할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현재 팀내 리딩히터인 이현곤 역시 .331의 고타율에도 불구하고 타점이 15개에 그치며 팬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다. 나머지 타자들은 모두 2할대 초,중반에 그치고 있는 상황인데, 특히 지난시즌 .318에 38도루를 기록하는 폭발적 활약을 보여던 이용규가 부상으로 인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이다. 90년대의 '야구천재' 이종범은 눈에 띄게 떨어진 뱃스피드를 보여준 끝에 1할대의 부진한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 2군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이다. 그나마 이용규를 대신해서 주전으로 나서며 분전하고 있는 김원섭이 기특할 따름이다.
그러나 기아를 고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전력적 요인은 아무래도 배터리진일 것이다. 기아에는 포수가 4명 있다. 김상훈 송산 차일목 권윤민. 그러나 넷 중 누구도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김상훈은 그나마 강점이던 도루저지도 약해진 상태이며, 투수리드에서는 차일목이 비교우위이긴 하나 도루저지가 매우 형편없다. 송산은 이미 포수로서의 생명은 포기한 상태이며,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의 권윤민은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 배터리진을 개선하기 위한 일환으로 전 SK감독이자, 박경완의 은사로도 유명한 조범현 배터리코치를 영입했는데, 아무리도 포수로서의 능력은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야이므로, 올해보다는 내년이 기대된다.
현재의 기아는 사실상 07시즌이 어려운 상황이다. 1위 SK와 어느덧 16게임차까지 벌어진것은 물론, 4위 LG와의 게임차도 9경기차. 7위 롯데와의 게임차조차도 5.5게임차이다. 4강진출은 커녕 꼴찌탈출도 버거운 상황인 것이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기아는 기대 요소가 많은 상태였다. 김진우 최희섭 등의 복귀가 예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진우는 부진한 투구 끝에 또다시 2군 신세가 되엇으며, 최희섭의 컴백은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어차피 서정환감독은 현재 기아 구단으로부터 신임을 받은 상태이다. 지금 현 상태에서 무리한 4강 도전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지난해 LG의 양승호 감독대행을 벤치마킹하여 기아의 미래를 위한 전력을 발굴해 나가는 것이 남은 시즌 그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올해 8개구단을 돌아봤는데..
올해의 순위다툼이 어느 해보다도 치열하다 보니 본인의 평 역시 언제 바뀔지 모른다.(2위-7위의 게임차는 고작 6.5게임차)
지금 이 글이 올시즌 끝나면 '아 이 구단이 이런 적도 있었구나'하는 참고 자료라도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