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재미있는 한자(漢字) 노름
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김상국
한자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물건의 모양을 본따서 글자로 만드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묏 산(山)이나,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본 따 만든 내 천(川)자와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우리가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현문자는 그렇게 많지 않아 한자 전체의 1% 정도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두 개의 글자를 서로 합침으로서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시어머니 고(姑)자다. 이 글자를 파자하면 계집 녀(女)와 오래될 고(古)자다. 여자가 나이 들면 시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뜻(意)을 모아서(會) 새로운 글자를 만든 것을 회의문자(會意文字)라고 한다. 그밖에도 지사문자(指事文字), 형성문자(形成文字), 전주문자(轉注文字), 가차문자(假借文字) 등 몇 개의 방법이 더 있다.
이 글은 한자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나무(목, 木)과 숲(림, 林)에 대한 재미있는 한자를 모아 보기로 하겠다. 우선 목(木)자를 보자. 위에서 설명한 방법 중에서 어디에 해당할까?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가 땅위에 서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본 따 만든 상형문자다. 그러면 숲을 뜻하는 림(林)자는 무엇일까? 조금 어렵다. 그러나 나무 木자가 두 개씩이나 겹쳐 나무가 많은 것을 표현했으니 나무가 많은 숲을 표현한 회의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무가 더 많으면 어떠할까? 나무 木을 더 많이 겹쳐 놓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탄생한 것이 삼림 할 때 쓰는 삼(森)자다. 이처럼 같은 글자를 겹쳐 만든 글자는 의외로 많다. 벌래 충(虫)을 세 개 겹친 벌래의 무리를 나타내는 충(蟲), 차(車)자를 세 개나 겹쳐 시끄러운 큰소리를 표시하는 굉(轟), 말씀 언(言)을 세 개 겹쳐 만든 유창할 답(譶), 또는 지꺼릴 집(譶)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나무 木과는 관계없지만 돈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를 세 개 겹친 글자가 있다. 힘쓸 비(贔), 편들 비(贔)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편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가 보다.
다시 나무 木자로 돌아오자. 근본 본(本)자를 보자. 나무 木에 작대기(혹은 땅)를 하나 부쳐 나무의 뿌리 밑을 나타낸다. 당연히 근본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나무 위에 가느다란 가지가 하나 더 부친 미(未)자를 보자. 이 가느다란 가지는 아직 잘 보이지도 않는다 잘 자랄지도 모르겠다. 아닐 미, 잘 모르는 미래를 나타내는 글자가 된다. 붉을 주(朱)자의 옛 글자는 나무 木의 가운데에 동그라미가 있는 글자다. 즉 나무의 속을 나타낸다. 우리 전국산림보호협회 회원들은 금방 알 것이다. 나무의 중심 색은 대체적으로 무슨 색일까? 그렇다. 붉은 색이다. 그래서 붉을 주가 된다. 어두울 묘(杳)자는 나무 밑에 태양이 있으니 그늘이 지고 어둡다. 그래서 어두울 묘자가 된다.
그러나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글자는 소나무 송(松)자라고 생각한다. 한국갤럽이 2004년 조사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43.8%)로서 압도적인 1위다. 2위가 ‘은행나무’로서 4.4%, 그리고 3위가 3.6%로 가을을 상징하는 ‘단풍나무’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나무에 대한 사랑은 가히 짐작할만 하다. 그런데 소나무 송(松)자는 나무 목자 옆에 ‘변하지 않는다.’는 상(常)자와 같은 글자인 공(公)자를 부쳐 만들었다. 즉 일년 사시사철 항상 푸른색을 보여주는 소나무야 말로 우리 민족의 기질에 꼭 맞는 나무인 것이다. 다음으로 나무 木이 있는 글자로 재미있는 글자는 잣나무 백(柏)자다. 옆에 붙은 흰 백자는 단순히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지만 송백(松柏)은 우리민족의 글과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무 중 하나다. 우리의 자랑스런 추사 선생님의 갈필 국보 세한도에도 여지없이 등장하는 나무가 바로 송백이다. 국보 제 180호인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도에 유배를 간 뒤에도(즉 벼슬에서 떨어진 뒤에도) 귀한 책을 사서 보내주는 제자 이상적(李尙迪)의 변함없는 태도를 엄동설한이 온 뒤에도 잎이 변하지 않는 송백(松柏)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漢字에는 우리 전국산림보호협회의 미래를 나타내는 글자가 있으니 바로 쉴 휴, 편안할 휴, 기뻐할 휴, 좋을 휴의 休자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休자는 사람이 나무 옆에 기댄 모습 또는 나무 밑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거나 밑에 들어가서 쉬는 것이니 편안하고 좋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休자는 다양한 훈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나무의 이러한 휴식 기능을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여러번 느낀 적이 있다. 지금부터 십여년 전 어느 회사의 부탁으로 유럽 여러나라를 방문하여 관찰결과를 일지로 남기는 역할이었다. 낮에는 분주한 업무로 정신이 없었지만 밤이 되면 현지인들과 식당이나 선술집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 마시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런데 특정 몇몇 집을 갔을 때 특별히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본인이 약간 예민한 편이기는 하지만 반복적인 편안한 느낌에 주의 깊게 주위를 살펴보았었다. 그 결과 편안한 느낌을 주는 모든 집의 공통적인 특징은 거칠게 자귀로 깍은 아무 칠도 하지 않은 굵은 판자와 기둥으로 천장과 벽면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이것은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그때의 기분이 전국산림보호협회의 미래를 표시하는 하나의 가늠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협회는 부족한 산림을 보호 육성하는데 온힘을 기우렸고, 또한 성공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미래 우리 협회의 역할은 숲을 보호 육성하는 차원을 넘는 새로운 목표를 새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육성된 숲과 산림을 우리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그들이 더욱 가까이 숲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다. 즉 국가나 협회가 보호하고 육성하는 숲에서 이제 국민들이 직접 보고 즐기는 숲, 그들이 숲에 들어가 삼림욕을 하고 숲에 있는 동식물을 관찰하며,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숲으로 만들어야 한다. 보호하는 숲은 경외의 대상은 될지 몰라도 사랑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 협회는 그동안 보호하고 육성시킨 숲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숲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협회가 아니라 국민들이 숲의 주인이 되고 그들이 직접 나무와 숲을 사랑하고 보호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협회의 새로운 미래 임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