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안학교 방문 두번째 날이다. 고양시에 있는 초등학교 과정의 `고양 자유학교`이다. 지하철로 1시간 30분이면 갈것 같아 8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해보니 ㅣ시간 50분이나 걸렸다. 윤영선 선생님과 김형미선생님도 방금 도착하셨다고 하신다. 멀기는 꽤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호선 지하철 대곡역에서 내려 택시로 가려고 했는데 이곳은 택시도 안들어 온단다. 고양 자유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를 데리러 나오시기로 했다는 윤선생님의 말씀에 어떠한 모습의 선생님이실까 궁금해 하며 10분가량 기다렸다. 드디어 작은 경차 한대가 우리를 향해 멈추었다. --------어쩜 피노키오를 닮으신, 맑은 눈과 선한 웃음을 가지신 이 철국 선생님께서 내리셨다. 그 웃음에 그만 마음이 한없이 편해졌다. 가는 길에 유기농 상점에 들러 쌀을 사셔야 한다며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셨다. 이번 주는 추석을 준비하는 주간으로 내일 아이들과 송편은 빚으시기로 하셨단다. 우리도 방문 선물로 추석에 어울리는 한과를 준비했다.
가는 길은 한쪽은 대단지 화정지구 아파트가 즐비하고 다른 쪽은 들판에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도시와 농촌이 가까이 함께 공존하는 이색지대였다. 학교 바로 앞에는 짙푸른 무우청이 달린 싱싱한 무우가 쑥쑥 자라고 있었고 새빨간 고추들이 가을을 매달고 있었다. 대곡역에서 약 15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아담한 단층 양옥집 대문에 걸려있는 `고양 자유학교`란 나무팻말이 정겹게 눈에 들어왔다. 학교 주변으로는 개인 주택은 한집뿐이고 노인정과 비닐하우스등이 있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소리내어 놀아도 아직까지 아무런 분쟁도 없었다고 하셨다. 학교 위치를 잘 선택하신 듯 했다. 이 곳 집은 2년 계약으로 전세를 들고 계신데 들어올 아이들이 많이 대기해 있어서 새로운 학교 부지를 찾고 계신다고 하셨다.
마당에 들어서니 벚나무, 복자기나무, 합다리 나무, 모과나무, 감나무, 밤나무-------등 서울에서는 보기드문 여러 수종의 나무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000의 친구나무인 x x 나무`와 같이 아이들의 이름과 짝을 맺은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토종닭 예닐곱 마리가 제 세상인양 마당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고 `오목`이라는 이름의 시베리안 허스키 한마리가 우리를 보고 반갑게 짖어댔다. 현관으로 들어가려는데 토끼장에 토끼 한마리가 오물오물 풀을 뜯다 우리를 조심스레 올려보고 있었다.
거실은 한바탕 아이들이 놀다 수업에 들어갔는지 어수선했다. 한쪽 벽면은 책꽂이로 채웠고 사물정리함과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살림의 전부였다. 방 3에 부엌, 거실,화장실이 딸린 전형적인 보통의 가정집이었다. 수업을 받는지 문들이 닿혀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노크를 하시고 우리들을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소개를 하셨다. 이번 주는 추석에 관하여 모든 교과목이 짜여져 있다고 하셨다. 2교시를 알리는 종소리 대신에 큰 징을 한번 꽝 울리셨다.
이번 시간은 음악 시간으로 강강술래를 배우는데 우리도 참여해도 좋다고 하셔서 컨테이너로 만든 작은 강당으로 모두들 갔다. 음악 수업만 외부에서 선생님이 오신다고 하셨다. 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을 뺀 나머지 아이들과 둥그렇게 손을 잡고 처음에는 빙빙 돌았다. 빙빙 돌면서 여러 가사에 맞춰 손짓, 몸짓을 하는 것인데 처음해보는 것이라도 가락이 귀에 익고 춤사위가 단순하여 금방 동화 되어 따라 할수 있었다. 우리 주말학교에서도 응용하여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 손을 잘 안잡으려는 아이들도 나중에 꼬리잡기에서는 내 허리를 꽉 웅켜잡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소원풀이 종이를 주시면서 적으라고 하신다. 추석날 태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시며----기다란 끈에 소원풀이 종이를 나비처럼 매달아 강당 벽에 장식처럼 걸어 놓으셨다.
강당에서 나온 우리들은 햇살좋은 마당에서 무엇이나 물어보라고 편안히 대해 주신는 교장선생님과 한참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다. 파주자자 학교가 원류인 이 곳 학교는 개교한지는 3년쯤 되고 맨처음에는 일산의 협동조합출신들이 모여 시작하셨단다. 교장 선생님은 사대 출신으로 야호 어린이집에서 8년을 근무하시다 작년부터 이곳에 근무하신다고 하셨다. 작년에 2명의 졸업생을 냈는데 제천에 있는 간디 대안학교로 진학했다고 하셨다. 이 곳 아이들이 헤어지기 싫다고 빨리 중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한단다. 누구의 입에서고 이 곳 생활이 즐겁고 재미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 명도 도중하차한 얘들이 없단다.
추석준비 기간이라 아이들이 대부분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예쁘게 생긴 외국인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러시아에서 온 부부 근로자 의 아이란다. 무상으로 외국인 노동자 아이 한명과 장애우 한명을 받아 함께 수업을 하는데 우리들의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형제처럼 정을 나누며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웃과 사회에도 관심을 쏟으시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21명의 어린이들이 3명의 교사와 수업을 받는데 1,2,3교시는 학년별 수업을 받고 점심후 4교시는 모여서 작은 섬 두레, 무지개 두레, 햇살두레라는 예쁜 이름의 두레별 수업을 받는데 주로 텃밭가꾸기, 동물농장, 목공일들을 한다고 한다.
이곳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항상 경어를 사용하셨는데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존대말를 쓰게 되고 선생님께 존경심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별칭으로 불리우고 계셨는데 ---강아지 똥 선생님(줄여서 `강똥`),바람개비 선생님, 둥지 선생님, 토토르 선생님--------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움이 묻어 나왔다.
이 곳에 들어 오려는 학부모들은 면접을 받아야 하는데 `고양 자유학교의 철학에 동의 하는가`가 중요한 입학 조건이 되는 것 같았다. 학교 재정은 학부모가 전담하고 선생님께서는 교육에만 전념하면 된단다. 얼마나 좋으실까. 한달에 한번 운영위원회를 열어 회계, 예산, 아이들의 식단, 부식공급등에 관한 의견도 나누고 학교와 학부모들간의 정보도 공유하신단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며 교육의 주안점으로 아이들의 팀웤을 가장 중요시 하신단다. 난 우리 학교에 대해 걱정 안해요하시며 웃는 얼굴에 만족감과 자신감이 숨어 있었다. 학교가 운영되려면 교사, 학생, 학부모가 있어야 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교사라고 말씀하셨다. 교사가 주체적으로 교육할수 있어야 대안학교가 성공 한다고 하셨다. 교사공급은 준비되어진 선생님을 모셔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양성하신다고 하셨다. 대안학교에 뜻이 있는 선생님을 한학기 먼저 미리 뽑아 수습교사로 키우신다고 하셨다. 좋은 방법인 듯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의 통학은 학부모들이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맡고 계셨다.
드디어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이모라고 부르는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준비하고 계셨다. 어떤 식단으로 꾸며져 있을까? 아침부터 서둘러 나와서 배가 몹시 고팠다. 두레별로 공부하던 책상위로 식탁보가 깔리고 유기농 현미로 지은 밥과 오징어국,김치, 시금치무침, 콩자반,마른김,마늘장아찌등의 조촐한 식사가 차려졌다. 우리들은 두레별로 한명씩 들어가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점심식사를 끝냈다. 설겆이는 각자 다용도실에 설치된 세제푼물, 헹굼물등 3통을 거치면 끝내게 되어있었다. 물절약, 자원절약이 실천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시간을 우리를 위해 내어 주신 고마운 고양 자유학교 선생님과 행복한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또 다시 교장 선생님께서 운전하시는 차에 올랐다. 이번 방문으로 대안학교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어지는지 어렴풋이 알것 같았다. 교장 선생님 책상위에 붙어 있는 `마음일기`가 어느듯 집에까지 나를 따라왔다.
마음 일기
배꼽 밑에 있는 착한 내 마음 오늘도 고이고이 잘 지냈니? 배꼽 밑에 있는 착한 내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