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4
해녀이야기로 탈바꿈한 <해녀의 딸>의 공간, 탐라국 종달리는 자료를 기반으로 창조한 이야기다. 지명의 분위기와 실제 종달리 분위기가 동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염려가 있었다. 걱정은 2021년 11월 말과 12월 말, 두 번의 제주도 구좌읍 종달리 집필 답사로 채웠다. 첫 번째 답사는 글로 쓴 종달리, 생개납 돈짓당, 불턱, 용눈이오름의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어촌계장을 통해 양승필 이장을 소개받고 이장을 통해 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와 종달리 태생의 심방 고보살을 만났다.
옛이야기에 필요한 중요인물을 연결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보여 주신 양승필 이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김하원 대표를 통해서는 해녀의 지속적인 미래를 창조하는 청년 CEO의 열정을, 해녀의 부엌 공연을 통해서는 90세 권영희 삼춘의 삶과 해녀들의 깊숙한 이야기를 들었다. ‘종달리 엄마’라 생각하라며 고구마며 김치 등을 챙겨주신 우봉선 삼춘은 옛이야기 말미에 깨알재미로 등장시켰다. 세화리로 찾아가 만난 고보살은 무당, 즉 심방이 되기까지의 운명적인 삶과 심방의 언어, 역할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와의 인터뷰 덕분에 옛이야기에서 심방의 분위기를 읽고 묘사하는 것이 수월했다. 사람들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알아주며 병자를 고치는 심방 고보살의 이야기에 감동, 즉석에서 생전 처음 신점을 봤다. 옛이야기의 심방 좌씨는 이윤옥심방을 모델로 삼았다. 실제 칠머리당영등굿 예능보유자인 김윤수심방의 배우자다. 방송을 통해 이윤옥심방의 삶과 소리 실력, 집필한 책을 보다가 이 분이다 싶어 성을 바꿔 주요인물로 창조했다.
전 이장인 한창식 선생님의 특별한 친절과 배려도 잊을 수 없다. 우연히 종달리 사무실에서 뵈었는데, 차를 태워주시며 불턱도 설명해주시고 꽤 먼 거리인 용눈이오름까지 태워주셨다. 오후 한 시 조금 넘어 용눈이오름에 도착했는데, 잠시 내려 용눈이오름을 올려다봤다. 마침 햇살이 용눈이오름을 비쳤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할 것처럼 웅장하고 신비한 기운을 느껴 한참 바라봤다. 이무기를 환송하러 종달리 주민들이 오르기에도 나지막해서 더 좋았다. 아쉽게도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어 오를 수는 없었다. 2023년 1월 말까지 2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다. 용눈이오름을 직접 오르진 못했지만, 바로 눈앞에서 본 것만으로도 이무기 승천 장소로서 확신을 얻었다. 이제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시기에 해녀박물관으로 간다고 했더니 다시 하도리 해녀박물관까지 태워주시곤 점심 대접도 사양하셨다. 두세 시간을 해녀박물관에 머물며 제주 해녀를 느끼고 탐라 잠녀들을 상상했다. 글의 중심이 되는 해녀들의 삶과 일터, 일상의 먹거리 등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어 옛이야기에 추가하거나 수정자료로 삼았다.
두 번째 답사 전에 양승필 이장님께 메일로 옛이야기 초고의 중요 부분을 제주어로 바꿔주시도록 부탁드렸다.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인데, 이장일로 바쁜 중에도 답사에 맞춰 마감해주셨다. 막상 받고 보니 생소한 제주어가 너무 많았다. 일일이 주석처리하면 가독성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원래대로 두었다. 괜한 수고를 끼쳤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다. 다음 날에는 종달리에서 거리가 멀고 일정이 빠듯한 탓에 첫 답사에서 놓쳤던 돌문화공원에 갔다. 설문대할망을 만나러 왔다고 문화해설사께 집중적인 설명을 부탁드렸다.아름다운 곶자왈 원시림을 지나 거대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상징탑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