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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우치는 설[自警說] ----- 洪大容
부모의 앞에서는 반드시 얼굴은 상냥스럽게 하고 말은 부드럽게 하며, 언성을 감히 높이지 말고 웃음도 마음껏 웃지 말며, 남을 꾸짖지 말고, 코와 침도 떨어뜨리지 말며, 감히 원한(怨恨)의 마음을 품지 말고, 감히 분려(舊厲)의 기색을 짓지 말며, 음식에 대해서는 힘껏 봉양하고 질병이 있을 때에는 걱정을 다하며, 하고자 하시는 뜻은 받들어 순종하고, 싫어하시는 것은 없애기를 힘써해야 한다.
아아! 나를 낳고 나를 기르고 나를 가르치실 때에 얼마나 힘들고 수고하셨겠는가! 돌이켜 보건대, 내가 하늘을 이고 땅에 서서, 아내와 자식을 두고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으며, 한 몸이 안락하게 된 것은 과연 누구가 그렇게 만들어 주신 것인가? 이것을 잊고 섬길 줄을 모르는 자는 진실로 족히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섬기면서도 제때에 하지 못하고, 제때에 한다 할지라도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할 것인가? 세월이 감에 따라 어버이는 이미 작고하실 것이다. 인생은 재생하지 않는 법, 은혜를 갚을 곳이 없을 터이니, 그것을 매우 통념(痛念)해야 할 것이다.
무릇 부부가 동침하는 사이는 실로 도(道)의 발단하는 바요. 학(學)의 시작하는 바인 것이다. 그런데 남을 대할 때에는 무릎을 여미고 자신이 옛 도(道)를 배운다 하면서 어두운 방에서는 행동을 금수처럼 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니, 부끄러움이 이보다 더 큼이 있겠는가? 온화하고 공경하는 도(道)는 더욱 오래 갈수록 즐거움이 증가하고, 방자하고 음탕한 욕(慾 정욕)은 한 번만 지내도 후회가 생기는 것이다. 진실로 온화하고 공경함이란 도가 자신에서 이뤄져서 그 즐거움을 잃지 않고, 진실로 방자하고 음탕함이란 욕(慾)이 마음에 불타서 그 후회를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르기를, ‘도(道)로써 욕(慾)을 잊으면 즐기되 미혹하지 않고, 욕으로써 도를 잊으면 미혹하되 즐겁지 않다.’ 한다. 그러므로 도가 즐거운 것이 아니라 하고 욕이 미혹한 것이 아니라 한다면 어찌 크게 미혹한 것인 아니겠는가?
나는 딴 형제가 없으므로 동기간의 정의(情義)에는 적ㆍ서(嫡庶)를 구별하지 않는다. 비록 과오가 있더라도 반드시 부드러운 말씨로 가르치고 경계하며, 너무 꾸짖고 노여워함으로써 원한을 먹음거나 화목을 잃거나 해서는 아니 된다. 일이 끝나면 후회가 많은 것이니,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러 종형제(從兄弟) 간에 사랑하고 화목하여 절대로 시기하지 말아야 하며, 허물이 있으면 온화한 말로 경계하고 착함을 보면 내가 한 듯이 기쁘게 여겨야 한다. 친척 사이에 후함으로써 잘못됨은 드문 것이니, 순수한 마음을 돈독히 하여 후함을 따라해야 할 것이다.
어른을 섬길 때에는 반드시 공손함을 다하여 감히 성명(姓名)을 함부로 부르지 말고, 보면 반드시 절하고 꿇어앉아야 한다. 모든 부형과 할아버지뻘이 되는 일가에게는 계보(系譜)가 멀고 연치가 젊다 하더라도 노상에서 만날 때에는 반드시 말[馬]에서 내려야 한다. 비록 시골의 가난하고 천한 자일지라도 항렬이 위가 되면 반드시 공경을 다하여 귀한 자와 간격이 없이 교만한 말로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만약 지벌(地閥)이 미천하여 칭할 만한 착함이 없고, 또 세분(世分)이 없다면 반드시 다 부집(父執)으로 대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니, 이것은 때에 따라 적중하게 할 뿐이다. 오직 자신은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으로 마음을 삼으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친구를 사귐은 반드시 진실하고 믿음성이 있어야 한다. 그의 착함을 보면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따라서 드높여 주어야 하며, 그의 나쁨을 보면 마음속으로 걱정하고 따라서 규간(規諫)해야 한다. 반드시 자기보다 나은 자에게 나아가서 인도해 주기를 청하여, 허물을 들으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리고 토론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날로 쓰는 인륜(人倫)에 대한 일과 동(動)하고 정(靜)하는 신심(身心)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 천지의 바깥과 성명(性命)의 깊은 이치에 이르러서는 절대 망령된 추측으로 헛되고 먼데에 마음을 달리지 말고, 강론할 즈음에 있어서는 반드시 포용성 있게 먼저 마음에 들어 있는 소견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어리고 천한 자의 자질구레한 말이라도 반드시 귀 기울여 듣고, 그 착함을 받아 들여야 한다.
비록 존장(尊長)의 앞일지라도 반드시 질문에 따라 자기 소견을 분명히 다 함에 힘써야 하고, 절대로 구차스럽게 찬동하여 어른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질병이 있거나 상사(喪事)가 있을 때에는 그 정분에 알맞도록 조문(吊問)하고, 가난과 화란을 겪을 때에는 그 힘을 다해서 구휼해야 한다. 서로 착함으로써 권면하고 위의(威儀)를 단정히 해야 한다. 만약 말하는 것이 진실치 못하고 몸가짐도 삼가지 않는 자라면 반드시 가려서 대우해야 하고, 즐겁게 접촉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기쁘게 하려고 함은 나의 큰 병통인 것이다. 그 유폐(流弊)는 반드시 싫어하는 자도 모두 착하고 좋아하는 자도 모두 나쁘게 봄에 이를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대개 나의 자신부터 착해야만 마땅히 좋아할 자를 좋아하고 마땅히 싫어할 자를 싫어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착한 자는 자연 가깝게 되고 나쁜 자는 스스로 멀게 될 것이다. 어찌 딴 이유가 있겠는가? 또한 말하자면 제 자신에 돌이켜서 구할 뿐이다.
우리 집은 본디 화목이 두텁다고 칭해졌다. 지금 경향(京鄕)에 퍼져 있는 적서제족(嫡庶諸族)이 가난하고 미천해서 능히 생활할 수 없는 자가 많다. 마땅히 힘이 미치는 바에 따라 사랑하고 구휼하여 떨치도록 하고, 혼인(婚姻)과 초상(初喪)에 대해서도 마음껏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또 그들의 어리석은 이는 불쌍히 여기고, 착한 이는 아름답게 생각하여 몸과 이름을 보전하고 나쁜 짓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 저 모든 종족(宗族)들이 비록 멀고 가까움의 차별이 있고 은혜와 의리가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애당초의 남[生]은, 뿌리를 같이 하고 몸은 한 체(體)를 나눈 것이다. 더구나 우리의 종족은 희소함에랴? 비록 소원(疎遠)하고 미천하다 하더라도 또한 버리지 말고 서로 사랑해야 하고, 돈목(敦睦)을 숭상함으로써 종풍(宗風)을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글 읽을 때에는 반드시 옷깃은 단정하게, 얼굴은 엄숙하게, 마음은 전일하게, 기운은 평이하게 하며, 잡된 생각을 내지말고 선입견(先入見)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몸 흔들기를 자주하는 자는 그 뜻이 짧게 되고, 눈동자 굴리기를 어지럽게 하는 자는 그 마음이 뜨게 된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눈동자를 일정하게 하면 중간 마음도 반드시 공경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간직하고 앎을 다한다면 일거양득이 되는 것이다. 먼저 그 대의(大意)를 본 다음에 그 곡절을 미루어 생각하며 반드시 사업에 목적을 두어 장구(章句)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한 귀절만 보았더라도 꼭 알아야 하며, 한 귀절만 알았더라도 꼭 행해야 한다. 한번 알고 한번 행하면 발과 눈[足目]이 함께 나아가게 될 것이다. 경서(經書)와 사서(史書)이외에 이단(異端)의 잡서(雜書)는 반드시 그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취해야 하며, 음탕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공부에 방해되고 뜻을 잃기 쉬운 것이니, 절대로 눈에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정숙하게 앉는 것은 공부함에 가장 유력한 것이다. 반드시 옷을 깨끗이 입고 자세를 엄숙히 한 다음 눈을 감고 선가(禪家)에서 눈감는 것을 가장 꺼려하는 것은 아마 정신이 혼미해지면 졸음이 올까 염려를 한 모양인데, 또한 의의가 있는 듯하다. 코끝을 내려다 보면서 망령스리 움직이지 않는 것은 또한 좋은 방법인 것이다. 팔짱을 끼고서 사당[神祠]에 있을 때처럼, 엄군(嚴君 아버지의 지칭)을 대할 적처럼 한다면 고요하되 마음이 혼미하지 않을 것이다. 뜻[情]이 움직일 때에는 그 생각이 어떠한가를 살펴서 알맞지 않으면 막아 버리고, 알맞으면 따라 행하되 그 도(道)를 이미 다했다면 예전처럼 고요할 것이다.
꿇어 앉는다는 것은 비록 몸을 닦는 데에 있어서는 말절(末節)이라 하나, 두 발을 쭉 펴고서는 마음이 게으르지 않는 자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바로잡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꿇어 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만약 기운이 피곤하다면 모름지기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지라도 역시 옷은 여미고 무릎은 단정히 해야 하지, 게을리 누워서 용의(容儀)에 맞는 태도를 잃어서는 아니 된다.
거업(擧業)이란 비록 면하지 못할 것이나 또한 공부를 대강 이루면 그만두어야 한다. 정신과 힘을 다하여 반드시 얻기를 기대하면서 실학(實學)을 방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세력 다툼의 옳지 못한 길에서 명예를 구하는 것은 더러움이 도둑보다 더 심한 것이니, 절대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출세하는 초기에 이미 도둑 행동을 한다면 하물며 저 높은 관직(官職)과 아름다운 봉작(封爵)을 하고 싶음에서랴? 또한 과거(科擧)에 비할 유가 아니므로 등창을 빨고 치질도 핥을 것이니, 장차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 한국고전번역원 | 김철희 (역) | 1974
自警說
父母之前。必婉容巽辭。不敢高聲。不敢放笑。不敢叱咜。不敢涕唾。不敢懷怨恨之心。不敢作奮厲之色。飮食致其養。疾病致其憂。思所欲而承順之。見所惡而務去之。嗚呼。生我育我敎我。劬勞顧我之頂天立地。有妻有子。飽食暖衣。安樂一身者。果孰使之然耶。遺之而不知事者。固不足道。事焉而不及其時。時焉而不盡其道。日月逝矣。親戚旣沒。人生不再。報恩無地。其痛念之哉。
夫婦袵席之間。實道之所端。學之所始。對人斂膝。自謂學古。而任情暗室。行同禽獸。自欺欺人。愧孰大焉。和敬之道。愈久增樂。恣淫之慾。一過生悔。a248_075d苟和敬也。道成於己而不失其樂。苟恣淫也。慾熾於中而無及其悔。故曰以道忘慾則樂而不惑。以慾忘道則惑而不樂。謂道非樂而謂慾非惑。豈非大惑乎。
余無他兄弟。同氣情義。無間嫡庶。雖有過誤。亦必溫言敎戒。不可奮詈暴怒。以致含怨失和。已事多悔。最當銘戒。羣從兄弟。忠愛雍睦。絶毋猜恨。有過則戒之以溫辭。見善則喜之如己出。親戚之間。以厚失之者鮮矣。醇乎且篤。從事於厚。
事長必極其恭。不敢斥呼姓名。見必納拜跪坐。若諸父諸祖。則族雖遠年雖少。遇諸途必下馬。雖鄕曲貧賤。列在長者則必當致敬無間。不敢慢言欺侮。若地分微賤而無善可稱。且無世分。則不必盡待之以父執。此在隨時而酌中。唯以自卑尊人爲心。則可以寡過矣。
朋友交際。必誠必信。見其善則中心喜之。從而揚之。見其惡則中心憂之。從而規之。必就其勝己者而處焉。誘之使言。聞過必改。討論問辨。必先其a248_076a人倫日用之務。身心動靜之間。若天地之外。性命之蘊。切勿妄想臆度。鶩於虛遠。講論之際。必虛心平氣。毋主先入。雖幼賤庸瑣之言。亦必傾聽而采其善。雖尊長之前。必索言明辨。務盡己見。切勿含糊苟同。以爲欺罔姑息。疾病死喪。吊問稱其情。貧窮禍患。周恤盡其力。相觀以善。攝以威儀。若言語無實。持身不謹者。必簡以待之。不可欵接。每人悅之。實余之大病。其流必至於惡之者皆善而好之者皆惡。豈非可懼乎。大抵吾身旣善。當好者好之。當惡者惡之。善者自近而惡者自遠。豈有他哉。亦曰反求諸己而已矣。
吾家素以敦睦稱。今京鄕遠近。嫡庶諸族。多貧窮微賤。不能資生。當隨力所及。愛恤振拔。婚姻死喪。盡心周給。且矜其愚而嘉其善。使之保惜身名。恥於爲惡。彼宗族遠近雖有等。恩義雖有限。生是同根。身是分體。况吾家宗族鮮少。雖疎遠遐賤。亦當親愛不棄。以尙敦睦。以保宗風。
讀書。必整襟肅容。專心易氣。毋生雜念。毋主先入。搖身數者其志促。轉睛a248_076b亂者其心浮。竦身定睛。中心必式。存心致知。一擧兩得。先觀其大義而後推其曲。必措諸事爲而毋繳繞於章句。才見一句。便要知之。才知一句。便要行之。一知一行。足目兩進。經史之外。異端雜書。亦必捨其所短而取其所長。如淫媟不經之說。害工喪志。切勿寓目。
靜坐最有力於進學。必齋明肅莊。閉目 禪家最忌閉目。謂必昏睡。亦有意見。下視鼻端不妄動。亦自好。 拱手。如在神祠。如見嚴君。惺惺寂寂。不昧不昏。情動則觀其所思如何。不合宜則遏而絶之。合宜則處之盡其道。旣已則依舊靜寂。
跪坐雖是修身之末節。未有箕踞而心不慢者。則欲正心者必自跪坐始。如氣憊則須交股盤坐。亦當斂衣端膝。不得慢弛偃臥以失容儀。
擧業雖不免而工亦粗足而止。不必窮神致力。必得爲期。以害實學。曲逕求售。醜甚穿窬。切宜戒之。立身之初。已作盜賊之事。則况高官美爵。其可欲也。又非科甲之比矣。吮癰舐痔。其將何所不至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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