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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래킹 글쓴이 : 강 민 하 ** 서 두 아래는 2005년 1월27일부터 2월14일까지 다녀온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관한 기록입니다. 출발일 새벽부터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기까지를 일자별로 정리한 일별 기록 중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출발전 작성했던 몇가지 계획표들도 첨부합니다. ** 1월 27일 - 출발일 그간 준비해오던 과정들이 눈앞을 휘리릭 지나간다. 벌써 출발일이네. 앞으로 18일간 2월 13일이 돌아올 때까지 어떤 일들이 어떤 풍경이 내게 펼쳐질까... 나의 트레킹 일정이다. 여기 저기 자료를 찾아가면서 꼼꼼히 준비한 나의 트레킹 일정표다.
돌아오는 날까지 무사히... 지금의 행복한 마음처럼... 그렇게 돌아와야지 ** 1월29일 - 트레킹 1일차 (카트만두-(비행기)-포카라-(택시)-나야풀-비레탄티-힐레) ≪ 6:00 류배상씨 집에서 기상/ 7:00 식사/ 7:40 공항으로 출발/ 8:10 보안검사후 대기실에서 트레커들 구경/ 8:40 비행기까지 이동할 버스탑승, 한참 대기/ 9:00 경비행기 출발, 20분후 마차푸차레 보이기 시작/ 9:45 포카라 도착 ≫ 카트만두보다 훨~훨~ 아름다운 포카라였다. 짐찾아 공항을 나서고 유진(가이드)이 미리 불러둔 택시를 타고 나야풀로 향했다. 주변 모든 풍경들이 신기했다. 카트만두보다 매연도 적고 낮으막한 이쁜 건물들로 꾸며진 (나중에 알고보니 포카라는 일본인들이 많이 투자해서 발전한 도시란다. 아기자기한 일본풍이었던 것) 트레킹 포스트를 지나고 구경하면서 가는데 날씨가 워낙 따뜻하고 고갯길이 반복되니 졸려서 그만 졸아버렸다. 1시간30분 걸려 11:50 도착한 곳이 나야풀. 이곳에서 트레킹이 시작된다는데 둘러보니 차도변에 위치한 분주한 마을이다. 가게 구경, 치장한 donkey 구경, 아이들을 씻기는 여자들... 둘레둘레 보며 가다가 신발가게에서 우리는 쪼리를 샀다.^^ 바로 윗마을이 Birethanti 라는데 코 앞에 보인다. 지도속에서 글자로만 접하던 지명들이 툭툭 튀어나와 내 눈앞에 나타나니 환희에 가득차 버렸다. 비레탄티 마을 초입에서 우리는 lodge인 Moonlight hotel에 들어갔다. 오렌지색 꽃덩쿨이 흐드러진 이쁜 집이었다. 점심으로 이네들의 주식 달밧을 먹었다. (이미 서울 동대문 네팔음식점 '에베레스트'에서 시식한 음식이었다. 뿌듯함~) 2:10 밀크티까지 마시고나서 출발할까 하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들로 구성된 듯한 '뿌우웅~~'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떼로 지나간다. 닭 가득찬 장을 지고 가는 아줌마, 롯지까지 짐을 나르는 당나귀떼가 다 지나가고 우리도 길을 나섰다. 길가에서 비석뿐인 무덤도 하나보고 계곡을 끼고 도는 길을 따라 주욱 나아가 Matathanti, Ramghai를 지나 오늘의 종착지 Mamata 롯지에 도착한 건 4:00 총 걸은 시간 3시간.ㅎㅎㅎ 이건 내 예상과 너무 달랐다. ㅜ ㅜ 2층 젤 끝방. 전망이 좋은 방이 젤 좋은 방이다. 난방은 어차피 다 안되고... 짐풀고 침낭 펴놓고 옷 갈아 입고서 2층에 화장실, 샤워실이 따로 있었고 1층으로 내려가는 마치 다락오르는 거 같은 귀여운 계단을 통해 식당으로 갔다. 5:30 바로 옆 롯지에선 볕좋은 길가에서 엄마가 아이 머리를 뒤적이며 이를 잡아주는 거 같았다. 나뭇짐해온 가지더미들을 끌고 뛰노는 아이들. 그 놀이만으로도 넘치는 즐거움이 느껴진다. 저녁 메뉴는 치킨커리와 달밧을 각기 시켜 나눠먹었다. 가이드 유진으로부터 배운 네팔 낱말들을 정리해봤다. 따뜻한 물을 담은 마호병을 50Rs내고 시켰다. 물론 마호병은 나중에 반납하는 것이고. 가져간 녹차라떼를 타마시면서 그 롯지의 부엌을 구경했다. 스스럼없는 사람들이고 다들 친절하여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한다. 저녁식사이후 유진의 캉첸중가 근처 고향이야기, 연애와 결혼, 가족 이야기를 나누는데 롯지 운영자이자 주방장인 마야가 우리에게 관심이 많아보여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롯지 주인은 따로 있고 도시에 산다고 한다. 마야는 그걸 렌트하여 운영중이고 한 살 연하인 남편, 여동생과 그리고 입양한 똘똘한 아들과 살고 있다고 꺼리기지 않고 말하는데 참 선하고 행복한 가족이란 느낌이 들었다. 친해진 덕분에 그네들 사는 방까지 같이 들어가서 네팔 드라마, 퀴즈프로그램을 같이 보고나서 9시가 넘어 잠자러 2층에 올라갔다. ** 1월30일 - 트레킹 2일차 (힐레-티케르훙가-울레리-고라파니) 6:30 잠시깼다가/ 7:00 찬 공기를 마시고 짐을 꾸린 후/ 7:20 밥먹고 마호병에 남은 따뜻한 물을 수통에 담고/ 8: 25 출발 티케르훙가에서 울레리까지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가는 도중 쏟아져내려오는 양떼를 만나 우왕좌왕하고 (사실 양떼들이 우리를 더 무서워해서 길을 벗어나 밭도 마구 밟아가면서 지나가버렸다) 특이한 Music shop도 만났다. 관광객대상으로 네팔음악 테잎을 파는 곳 같은데 이런 한적한 길에 있어도 장사는 되나보다. 어차피 이 길의 태반은 트레커일테니...음... 울레리 마을 중간쯤 될라나.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봉이 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간식으로 내가 직접 만든 육포(한달 전에 만들어 냉동고에 넣어 둔)를 꺼내 길가다 만난 한국인 대학생 커플에게도 주고 가이드 유진에게도 줬다. 유진은 쇠고기는 안먹는다고 한다. 안되었군...ㅉㅉ 싶었다. 계속 오르다보니 재밌는 사실하나. 그 근방 롯지들은 대부분 안나푸르나 남봉이 살짝 보인다는 장점을 살려 이름을 지었는데 아주 비슷한 이름을 약~간씩 다르게 만들어 붙였다는 점이다. annapruna view lodge, excellent view lodge, super green view lodge ㅎㅎㅎ~ 10:30 역시 두 봉우리가 잘 보이는 annapruna view point lodge에서 또 휴식을 취하면서 차를 시켜 마셨다. 대학생 커플에게 차도 사주고 (차값이래봐야 한국돈 5~700원쯤 한다) 힐레, 울레리를 지나면서 느낀 점인데 이 곳 길에는 donkey 똥, 양 똥, 소 똥이 지천이다. 똥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똥을 밟는 게 아니라 부주의하면 당신은 똥에 발이 빠질 지도 모른다~!!! 개똥과 달라서 이 큰 짐승들이 쏟아놓은 똥은 모양 자체도 커다란 터번 모양이고 큰 만큼 금세 안마른다. 물론 해가 좋아 며칠이면 마르겠지만 매일 쏟아부어놓으니 걔중에는 덜마른 것에 봉변당했을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요주의~! 똥에 발을 빠뜨리지 말지어다. 11:43 Greenhill view (Banthanti 마을) 고도 2155. 파란지붕이 있는 이쁜 집들이 사방으로 보인다. 다 롯지들인 게다. 점심으로 달밧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희망원정대 팀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회사 후배인 기자를 만나 어제 고라파니에서 있었던 장애인 방송MC 윤선아씨의 결혼식 이야기도 전해 듣고 점심을 먹은 후 1:00에 다시 길을 나섰다. 워낙 대부대이다 보니 올라가는 도중 계속 희망원정대 팀을 만났다. 엄홍길대장도 만나고 회사 라디오국 부장도 만나고 맨 마지막으로 담당PD를 만나 인사하고 끝이 났다. 1시간을 그랬을 듯. 그래서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우리 가이드 유진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인지 친절하게 우리를 기다려주고 인사도 같이 나누곤 했다. (한국인을 전문으로 가이드해 온 경력인지라 한국어도 능숙했다) Ghorepani 마을에 도착한 것은 3:50 입구에 세워둔 함판을 보니 감개무량 하기만 했다. 이 산골짝에도 있을 건 있는 법. 아마도 서양인 트레커들이 주로 이용할 거 같은 Snooker club(당구장)이 있었다. 시설은 열악해도 나름대로 당구장 맞다. 그 바로앞에 snow view 롯지에 짐을 풀었다. 고라파니는 고갯길에 위치한 마을이라 바람도 제법 불었고 고도도 2800쯤 되는 곳이라 쌀쌀했다. 우리가 묵은 롯지에는 Dinning hall에 큰 난로가 있었다. 레몬티를 마시고 나서 저녁을 주문해 두고 당구를 치러갔다. 1게임당 30Rs(450원)에 5게임 정도 하고 나서 6시반에 롯지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메뉴는 약간 바꿔 보았다. Veg. Fried Rice, Veg. Egg. Fried Rice, French Onion Soup(->이게 아주 훌륭했다). 낮에 만난 영국인 처녀 미란다와 함께 내가 싸간 고기 볶은 고추장도 맛보고 난롯가에서 수다를 한참 떨다가 9시가 다되어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이날은 난로인지 뭔지로 뎁혔을 물로 샤워도 했다. 나른해 져서 곤히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가벼운 몸으로 6:00에 푼힐전망대를 오른다. 이 곳에서 3~40분 걸린다고 한다. 아침 식사는 내려와서 8시에 먹을 수 있게 유진이 조치해놨다. ** 1월31일 - 트레킹 3일차 (고라파니-푼힐전망대-고라파니-데우라리-타다파니) 6시에 일어나도 되는걸 앞방 미란다(영국아가씨)를 깨우는 다른 가이드 소리에 우리까지 5시가 좀 지나 잠이 깼다. 6시쯤 출발하여 봉우리를 천천히 오르다보니 1시간 걸려 전망대다. 대만 단체관광객들이 가득하고 한국대학동아리 사람들도 잔뜩이고 침낭을 둘둘 두르고 올라온 사람들도 있었다.ㅋㅋ 날은 흐려 일출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파노라마 뷰를 처음 본 셈이다. 사진만 잔뜩 찍고 나서 7:30에 내려오기 시작해 8:15 아침밥을 먹었다. 우리 롯지의 별미인 french onion soup (이후 그렇게 맛있는 프렌치오니온 스프을 못먹었다)과 오믈렛으로 가볍게 먹고 9:30에 출발했다. 푼힐과 고라파니는 고도가 꽤 되는 편이라 (3200, 2800)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었고 오전내내 눈길을 걷었다. 고도가 가파르게 내려가는 만큼 길도 꽤 긴 내리막이었다. 11:30 데우랄리에서 밀크티를 마시고 이후 긴 내리막을 또 한참 지나고 반단티(2500)에 도착했다. 이때 시각 13:00. 반단티는 내리막길 끝에 평평한 땅이었고 유원지같은 분위기였다. 이곳부터는 티벳사람들이 운영하는 롯지라고 한다. 부처의 눈을 형상화한 티벳불교풍 기념품들도 팔았다. 별달리 특이한 눈길은 아니었다. 단지 규모가 말해줄 뿐, 더 길고 더 높고 더 깊었다는 사실, 계곡옆길은 분명한데 계곡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내려다 보면 까마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3~4시간 걷고 나니 눈에 피곤함도 좀 느껴졌다. 강낭콩을 볶아준 달밧을 먹고나서 계단식 논밭을 둘러둘러가서는 Tadapani가 나타났다. (3:40) 오늘의 숙박지. 이 근처에는 랄리구라스라는 네팔의 국화가 피는 큰 나무 숲이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날은 약간 흐렸고... 타다파니에서 묵은 SUPER VIEW 롯지는 나중에 알고보니 엽서에도 찍혀서 더욱 그리워진다. 저녁전까지 최선배는 잠시 낮잠을 청했고, 나는 날이 추운만큼 부엌에서 요리하는 아궁이 근처를 배회했다. 6시즈음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히말라야에서 보는 첫눈. 가슴 콩닥. * 그날 밤은 동네 처녀들과 총각들의 노래이어부르기 두어시간이 하이라이트였다. 나는 짧게 비디오를 가지고 있고, 혼자왔다는 한국인 트레커 한 사람도 사진과 비디오를 많이 찍었다. 마을 처녀 수실라, 마야, 샨티... 그립다. ** 2월1일 - 트레킹 4일차 (타다파니-촘롱) 7:30 기상, 8:00 아침식사, 9:30 출발 10:30 화장실도 없는 Chiule 마을을 지나서 (눈은 계속 내리고) 또 계속 하염없이 길을 가다보니 11:35 siprung gorkha lodge에 도착했다.고도를 좀 낮추다보니 그새 눈이 비로 바뀌었다. 날은 슬슬 개는 분위기이고, 산을 보니 일정한 높이에서 그 위는 하얗고 아래는 푸르다. 그리고 마을들은 대부분 그 아래편에 들어있다. ㅎㅎㅎ 자연과 사람의 지혜로운 조화. 이 곳에서 잠시 고르카의 역사, 네팔 용병사를 얘기했다. 가다보니 산사태난 지역이 많다. 자연의 섭리일텐데 가슴이 싸해질 정도로 크게 사태난 곳도 많다. 가이드말로는 다친 사람이나 집들은 없단다. 이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니 어느 곳이 사태발생가능지역인지 다 알기 때문일까. 낮 1시쯤 되고 보니 언제 아침에 눈오고 추웠냐는 듯 햇볕이 좋아져서 가볍게 반팔차림으로 걸어야 했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재잘대는 학교옆길도 지나고 ghurujung lodge에서 1시쯤 도착하여 귀걸이를 양쪽 각 14개씩 걸은 할머니가 해주신 맛난 달밧으로 점심을 먹었다. 물론 또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는다. 언제 만난 인연이었을까. 나와 이 할머니는.. 2:15 다시 길을 나선다. 다시 날이 좀 흐려지면서 촘롱에 도달하니 안개가 자욱한 분위기이다. 롯지이름 excellent top view lodge. 그 다음날 그 진가를 알게 된다. 이 곳에서는 저녁으로 닭백숙을 먹었다. 자그만치 1000루피나 주고 (일반적인 식사는 200~250루피 정도)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면서 롯지주인이 요리법을 배웠다고 하고 물론 가이드가 코치했겠지만... 오랜만에 푸진 한국식 식사를 해서 기분은 좋았으나, 롯지안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호주사람들에게 지쳐 일찍 잠에 든다
6:20 기상/ 7:50 출발 촘롱힐에서는 엄청난 돌계단 내리막을 내려와야 한다. 끔찍... 물어보니 나중에 하산할때도 이곳을 반드시 거친댄다. 아 그땐 더 끔찍하겠군. 이 계단 오르막이라니... 1시간쯤 걸어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간다. 윽... 09:00분에 내리막 오르막 마치고 바누아다라 라는 마을에서 차를 마셨다. 10:15 시누아 롯지에 도착하여 또 차를 마시다. 이 곳에서는 원주클라이머스 연합에서 온 한국남자 두명을 만났다. 내려오는 길이랜다. 데우랄리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별로 사람사는 곳 같지않은 분위기랜다. 가슴이 더 뛴다. 그래 내가 원하던 분위기다. 시누아를 지나고 뱀부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라 아주 편하게 내리닫았다. 계속 안나푸르나가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12시 뱀부에 도착하여 네팔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1시에 다시 출발했다. 이때까지는 날씨도 좋았다. 도반까지는 천천히 경사가 다시 올라간다. 2시경 도반을 지나고 잠시 초코렛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바로 출발했다. 4시쯤 히말라야 호텔에 도착했다. (참 많이도 걸었다. 아침8시부터) 이름만 호텔일뿐 결국 롯지인데 그래도 책에서 보면서 기대했던 그 곳을 왔다는 생각에 벌렁벌렁... 사람도 아직 적고 조용하기만 했다. 모두의 상태가 오케이여서 바로 1시간 반을 걸려 데우랄리까지 도전한다. 이 구간이 압권이었다. 점차 흐려지던 날씨가 점점 심해지고 눈길이 되버렸다. 게다가 길도 계속되는 오르막이고 피곤이 점차 느껴지는 게다. 데우랄리 도착 5:30 오래 걸으니 지나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하루였다. 촘롱에서부터 등장하던 테이블 아래 난로가 이곳에서도 역시 있었고 1인당 30루피씩 내는 거였다. 사람들이 좀 많아서 20명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떠들어대는 저녁 시간 풍경은 마치 어느 외국의 펍같은 분위기였다. 가스등에 아래는 토치난로... 카드놀이하는 가이드,포터 그룹들... 내일은 MBC까지만 고도를 올린다고 한다. 데우랄리는 3200대, MBC 3700, ABC 4100대니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3천고도가 넘어서게 되고 따라서 하루에 500미터씩만 고도를 올리기로 했다. 경치를 충분하게 즐기려면 아프지 않아야겠지... 샤워하기는 구찮은데다 무지 추우니 그냥 버티기로 했다. 찬물 한 바가지 간신히 구해서 양치질 세수 발까지 씻었다. 롯지 멍멍이가 나와서 그 물을 마시기까지 했으니 정말 알뜰하지 않았나. 8:30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2월3일 - 트레킹 6일차 (데우랄리 - MBC) 6시 45분 기상하여 아침식사로 구룽브레드, 야채오믈렛, 누들수프를 먹고 블랙티까지 마셨다. 손도 눈도 많이 부었는데도 식욕은 여전한가 부다. 기분좋게 화장실까지 다녀와서 8시반쯤 롯지내에서 제일 늦게 출발한 트레커가 되었다. 아마도 우리만 마차푸차레 B.C가 목표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ABC까지 가는 듯 하다. 길은 잘 나있고 좌우 가파른 절벽이 늘어선 협곡사이를 지나 3시간 걸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원래 두시간 거리라는데 사진찍고 주변 경치 구경에 아주 아주 천천히 올랐다. 강가푸르나, 안나푸르나 3봉, 그리고 마차푸차레… 13:00 이 곳 날씨는 고도를 높일수록 하루에도 여러 번 사계절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막 도착했을 때는 화창, 그 자체였는데 차마시며 롯지 앞에서 잠시 노닥이는 사이에 눈가루가 슬슬 날린다. 심심한 김에 롯지 사람들 도와줄 겸 앞마당의 눈과 얼음을 삽과 쓰레기받이로 치워주다보니 날이 점차 흐려져 주변 경관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ABC쪽도 데우랄리 쪽도. 내 발 아래는 멍멍이뿐. 롯지에 도착하면 처음 하는 일은 짐을 꺼내 적당히 옷을 갈아입는데, 맨 먼저 양말, 신발부터 갈아신는다. 모양말, 바닥과 발가락, 뒷꿈치쪽이 적당히 부풀려있어서 확실하게 따듯하다. 양말을 사준 박충길 선생님에게 새록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만두, 밥에 고추장과 낙지젓을 곁들인 동일 메뉴의 점심, 저녁식사. 카드놀이하는 가이드와 포터, 그리고 우리 둘 만이 롯지안에서 눈내리는 바깥과 분리되어 있다. 이제 밖이 전혀 보이지도 않고 그저 눈 쏟아지는 소리만 들린다. 부엌에서는 요리사가 노래를 하는데 정겨운 소리다. 오후 3시쯤 이스라엘 친구와 한국인 선생님이 도착했다. 날이 흐려 고생이 많았을 듯 하다. 난로는 저녁이나 되어야 틀어주기 때문에 나는 침낭을 가져와서 발과 다리를 감싸고 책 몇장 넘기다가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초저녁에 일어나서는 훌라게임을 좀 하다가 눈 세수, 눈에 발씻기, 눈에 양치질 하기등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잠에 들었는데 고도 탓인지.. 낮잠 탓인지.. 몇 차례씩 깨다 자다를 반복하면서 밤을 지샜다. ** 2월4일 - 트레킹 7일차 (MBC-ABC) 어제와 같은 시간 눈을 뜨고 나와서 눈(雪)으로 세수하고 침낭을 꾸렸다. 식사하란 소리에 식사를 하러가서 어제와 같은 아침식사를 하고 똑같이 기분좋은 배변한 후에 9시, 다시 길을 나섰다. 노련한 현지 멍멍이가 제일 앞장선다. 알고 보니 그 녀석 어제 데우랄리에서 본 그 녀석인게다. 한국인 선생님과 에레즈(이스라엘 남자)가 먼저 출발한후 여전히 우리는 노세노세 걸음으로 간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뿌옇기만 하다. 오르막길 30분, 멀리 ABC 롯지가 보인다. 조금씩 올라가는 길인가 보다. 그래도 아주 멀어뵈진 않고 게다가 다리힘도 어제보단 나아진 편이다. 그제 봤던 사람들이 ABC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어영부영 사진도 찍고 천천히 오르다보니 금새 ABC 롯지앞이다. 드디어 ABC라니… 감개무량하고 있는데 헤어밴드를 두른 듯한 두통이 느껴진다. 11:20 스노우랜드 롯지 도착. 여기 ABC에는 총5개 롯지가 있는데 지금은 2개만 열고 있었다. 잠깐씩 느껴지던 두통으로 물을 좀 잔뜩 마시고 한참 쉬고 나니 통증이 사라진다. 옆 롯지에도 놀러 가보니 그쪽엔 한국인들이 많았다.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스위스에서 왔다는 키큰 두 남녀와 한국인 선생님이 통일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데모니 한국사회, 경제상황등… 관심있는 분야 얘기에 선배까지 동참하고, 별 관심없는 나는 눈보라치는 밖으로 나와서 할 일도 없고 힘은 남아돌기에 쌓인 눈속에서 설동을 파기 시작했다. 우리 방 앞에서 옆롯지를 향한 방향으로 부삽을 들고 눈을 퍼대기 시작했다. 롯지안에서 쳐다보던 선배가 나와서 사진을 찍어주러 나왔다. 나 혼자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파놓고는 몸을 구겨 간신히 들어간 사진이었다. 이스라엘 청년 에레즈와 그간 서로 찍은 사진들을 디카로 구경하고, 4명의 코리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호병에 담은 녹차를 다 마셨다. 그 중 한 명은 고산병에 걸려서 감기몸살 증세를 보이고 있어서 준비해간 다이아막스를 꺼내주었다. 그 사이 원래 우리가 묵던 롯지에는 일단의 대만사람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잠시 돌아가보니 엄청난 인파와 시끄러운 이야기 소리에 질려서 다시 옆롯지로 옮겨왔다. 벌써 오후 4시. 오늘은 어제보다 시간이 잘 간다. 롯지안의 한국인들, 에레즈, 스위스 커플.. 즐거운 사람들이었다. 저녁내내 그 사람들과 영화와 유명인사들에 대한 스무고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2월5일 - 트레킹 8일차 (ABC) 6시45분 기상하여 날이 맑은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섰다. 화창한 안나푸르나 그리고 환상의 프로포즈 오랜 시간 그렸던 모습을 보여준 ABC를 뒤로 하고, 다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르는 길만큼이나 내려오는 길 또한 힘들고 멀어지만 새로웠다.
ABC를 내려오는 길은 촘롱까지만 같은 길이었고, 촘롱이후 지누단다를 거쳐 나야풀까지는 지름길로, 처음 간 구간이었다. 덕분에 2월7일에 나야풀까지 완전히 하산하고 포카라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ABC에서 대기하려고 비워두었던 예비일이 있던 덕에 2월 8,9일 양일은 포카라 구경에 몽땅 써버렸다. 거리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멀리 시장까지 다녀오고, 내친 김에 페와 호수에서 여유있게 카약도 탔다. 가이드 유진과 포터 빠담과 거한 회식도 했다. 2월10일은 오전에 사랑곶에서 마지막 안나푸르나 일출을 구경하고 카트만두로 이동했다. 언젠가 다시 오고 싶은 곳 안나푸르나.. 동화 같은 기억들뿐이다. ** [Annapurna]운행일정 출발전 올린 일정과 운행결과 비교입니다. 덕분에 여유일을 모두 포카라관광에 쓸 수 있어서 트레킹에 쌓인 피로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Fewa호수가 있는 포카라, 눈을 들면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마차푸차레가 보이는 휴양도시입니다.
** [Annapurna]하루 일과 지난 2주간은 매일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다. 네팔은 아직도 부엌에 화덕을 두고 나무로 불을 때고 전기도 안들어오는 데가 대부분이고 (정전은 자주 되나 전기가 들어오긴 한다. 그러나 통신, 가스시설이 잘 안되어 있다) 전반적으로는 우리나라 50년대 분위기이다. 따라서 Fast Food란 개념은 아예 없다. 식사주문 하면 그때부터 밥하고 국하고 야채를 볶기 때문에 주문하고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트레킹은 오전 8-9시에 시작해서 한참 걸어가다가 10-11시 사이에 만나는 롯지에서 차를 마시는데 차 메뉴는 다양하다. 롯지란 트레커를 위한 guest house다. (여러분의 상상만큼 열악하지 않다. 이쁘장하고 서구화 되어있는 숙소겸 식당이다.) 나는 주로 hot lemon을 마셨는데, 그외에 커피,홍차,네팔티,핫초코 그외 콜라 캔등도 다 판다. 점심은 대략 12시30분에서 1시 사이에 만나는 롯지에서 먹게 된다. 가이드가 알아서 롯지를 정하고 나면 그네들 주식인 달밧(밥,야채볶음,녹두국)을 먹거나 아니면 그외 트레커를 위해 개발해놓은 다양한 메뉴들 -fried rice, omelette, toast, spagetti, pizza, noodle, soup, momo(만두), potatoes -중의 하나를 시켜먹었다. 입맛에 너무 잘맞는게 흠이라면 흠이지. 트레킹 와중에 살이 찔 정도였다. 그리고 1~3시간 정도 더 걷고 나면 4-5시가 되곤 했다. 그날 밤을 보낼 마을에 도착하게 되면 또 적당한 롯지를 가이드가 정해서 들어가고 방을 구경하여 정하고 저녁을 주문하고 포터가 가져온 큰 짐을 풀어서 옷을 갈아입고 그후로는 노는시간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햇볕이 워낙 좋기 때문에 낮에 데워놓은 물로 뜨건 샤워를 할 수 있는 롯지도 있고 (그러나 아주 뜨거운 건 아님) 부엌에서 덥힌 물을 바케스로 파는 롯지도 있었다. 이런 날은 적은 물로나마 샤워를 하게 되는데 샤워를 하고 나면 대단한 사치를 한 기분이다. 가이드와 포터는 롯지에서 쉴때면 자기 전까지 카드놀이를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다른 트레커들과 수다를 떨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부엌 화로에서 따뜻한 불을 쬐면서 몸을 녹인다. 때론 부엌에서 현지 아가씨들이나 아줌마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이 동네 사람들은 외국인 트레커들이 워낙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다들 웬만큼은 영어를 하거나 영어를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도 바디랭귀지로 대략 의사소통을 잘하는 편이다. 익숙해진 탓이리라. 부작용이라면 아주 어린 아이들이 사탕과 초콜렛을 달라고 따라다닐 때인데 한국 50년대 어린이들마냥 안쓰러워 보인다. (사탕과 초코렛이 없기도 했지만) 그래서 절대 주지 않았다. 네팔에서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침에 아주 피곤하다. 그만큼 자야하는데 8~11시간... 그립다
** 2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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