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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하계등반 후기 글쓴이 : 양 영 희
암벽반 같은 조원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설악산에서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대로 이곳에서 살고 싶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가슴으로 더 이상 까말 수 없는 나의 팔뚝을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본다. 7월 30일 저녁 10시 30분 출발 --> 8월 13일 저녁 11시경 귀가.
저녁 9시 광나루역 집합. '드디어 출발이구나..' 으아~~ 무지 좋다. 2주동안의 산행이라니..,가면서도 믿어지질 않는 것이었다. 대 선배님들과 함께 가는 start가 너무나 든든했다. 새벽 1시경..드디어 용대리 도착. 설악산 기슭의 기운이 몸을 가볍게 한다. 주차장 한 구석에 차를 주차하고 만물 봉고차안에서 커다란 접시며 양념통이며 이것저것을 꺼내어 우리는 종선선배님의 호박전을 양념장에 찍어서 먹어본다. '아~ 맛있다!' 7월 31일 새벽 4시경 평평하게 닦아놓은 탄탄대로를 따라 백담사를 지나치니 점점 훤하게 날이 밝아와 산 꼭대기에 하얗게 개스가 낀 설악이 눈에 들어 온다. 이제부터는 힘든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계곡산행이 시작되었다. ^^;
12시 30분경 3중폭포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중근이형과 종선선배님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하산하셨다. 중근이형은 내 배낭을 모두 부은 뒤 정말로 짐검사를 하며 내 서브배낭과 몇가지 필요없다 싶은 것들과 쓰레기까지 들고 하산하였다. 정말 너무 고마울 따름이었다. 내 배낭꾸림이 뽀대나게 꾸려지지 못했음에 또 다시 실망.. 에라 모르겠다. 오후 1시 30분 쉰길 폭포 도착. 큰 귀떼기골과 작은 귀떼기골이 갈라지는 곳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방울뱀 비슷한 독사를 만난다. 경희씨가 대장으로 앞장서서 가다가 갑자기 여성스러운 비명을 지른다. 장기활 선배님 스틱으로 탁탁 쳐서 뱀의 시선을 아랫쪽으로 돌리시고 경희씨와 현중이, 나, 운회선배님은 산행을 진행했다. 계속 앞장을 서던 경희씨는 자기 페이스에 맞추어 올라온다고 뒤고 가고 장기활 선배님과 김운회 선배님, 현중이가 앞서서 나갔다. 오후 2시 30분 중간 휴식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이 뻘뻘나니 쓰고 있던 모자를 목에 느러뜨리고 열심히 걷다보니 귀청에 거의 도착. 5시 30분경 장기활선배님과 경희씨, 현중이가 샘터를 찾아 서북주능쪽으로 내려가는데 운회 선배님은 배낭을 지키고 앉으시고 나도 좀 씻을 생각으로 뒤따라 내려갔다. 한 5분 정도만 내려가면 샘터가 있을 거라고 하시구선 내려간지 30분이 지났는데도 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한 20년 전에는 여기 근처에 있었는데..."하신다. ^^; 나는 따라가다가 거의 탈진할 것 같아 그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아 혼자 올라가려다 길을 잃을뻔했다. 한참뒤 물을 찾아 모두 올라왔는데 결국은 저 아래 계곡까지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 아무튼 힘든 몸을 이끌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저녁 7시경 귀청에 도착하였다.
산꼭대기에서 보니 엄청큰 보름달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귀청에는 바람이 엄청 새차게 불었다. 장기활, 김운회 선배님과 경희씨가 옛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에 빠져있을때 현중이랑 나는 부실한 옷차림에 추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경희씨는 내일 합류할 민하언니에게 문자메세지로 만날 약속을 하고 앉아서 이것저것을 꺼내어 배를 채운다. "그놈의 햄!" 모두의 배낭속에서는 스팸이 지겹도록 많이 나왔다. 배도 채울겸 짐도 줄일겸 그놈의 햄을 어찌나 구워 먹었던지 한동안은 햄이 꼴도보기 싫을 것만 같았고 자꾸만 아까운 물을 먹어대는 것이었다. 8월 1일 일요일 새벽 4시경?
귀떼기청봉에서 곡백운을 따라 수렴동 모텔에서 식사를 하고 원래 계획은 곰골을 통과하여 마등령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귀청에서 내려오면서 흠뻑 젖은 몸을 하고 곰골을 통과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하에 우리는 각자의 의견을 통합하여 만경대를 지나고 오세암을 거쳐 마등령으로 오르기로 했다. 귀청에서 새벽 5시 30분경 출발하여 워킹을 하는데 전날 춥다고 입었던 칠부바지속의 반바지가 걸리적거리는 것이었다. 처음엔 행색이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산행하면서 춥고 배고프고 기타등등 시간이 흐르면서 행색보다는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하는 내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산행에 집중하고 있었다. 칠부바지속의 반바지를 벗어버리고 조금은 가볍게 수렴동 모텔로 향하는데 아름다운 백운폭포를 지나 몇몇 사람들을 만나니 마치 아는 사람들을 만난양 굉장히 반가움을 느낀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웃으며 대답하니 장기활 선배님께서 영희 제가 외간 남자를 보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는 둥 민망한 농담을 자꾸만 하신다. --;
11시 30분경 사진으로만 보았던 수렴동 청악모텔이 눈 앞에 나타났다. 바로 등산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빗방울이 떨어지는 관계로 우리는 지붕형태를 띠고 있는 큰 바위아래 굴속으로 배낭을 정리하고 밥을 짓고 또 다시 워킹을 시작하고 운회선배님과 장기활선배님, 민하언니의 친구분이 만경대로 갈라지는 길목에서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눈 앞에 아담한 오세암이 나오고 우리는 오세암에서 물 한잔씩 마시고 마등령에 도착하였다. 희귀하게 생긴 나무뿌리였는지 백조였던가 독수리였던가.. 아무튼 그런 모양을 띤 조각같이 생긴 것이 마등령 꼭대기 위에 놓여있었다. 저녁이 늦었는데도 비는 그칠줄 몰랐다. 우리는 얼른 후라이를 치고 현중이는 누군가가 사용했던 흔적이 있는 커다란 비닐을 후라이를 지탱하는 끈에 널어서 빗물에 흙탕물이 씻겨 내려가게 하였다. 또 스틱과 나뭇가지를 사용해서 배수로도 팠다. 처음에는 민하언니와 내가 배수로 파는 것을 현중이가 바라 보면서 "참 잘하시네요~!"하면서 농담섞인 말을 하며 웃더니 조금 있다가 군대갔을때 배수로 팠던 이야기를 하며 엄청 깊고 넓게 배수로를 다시 팠다. 그리고는 배수로는 울퉁불퉁 파면 안되고 깊이가 같게해서 평평하게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닐을 바닥에 까네마네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은 바닥에 깔고 하이포써미아에 걸릴 것만 같은 위협을 느끼며 여자 셋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현중이에게 후라이밖에서 밖을 바라보고 서 있으라고 하였다. 현중이는 후달후달 떨며 아직도 안됐느냐고 자꾸만 묻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한 처사였다. 후라이 안에서 뒤돌아보고 있어도 되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모두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버너를 켜서 따뜻한 라면을 끓여먹고 버너에 젖은 옷을 말리며 불을 쬐고 있자니 몸이 점점 따뜻해졌다. 그제서야 왜 선배님들이 장비는 절대로 젖어서는 안된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계속 산행을 진행하려면 마른 옷도 있어야하고 버너도 젖으면 음식을 해먹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비바람이 점점 심해져서 꼼짝 않고 싶은 몸을 이끌고 다시 오버트라우져를 걸치고는 후라이를 A자 형태로 만들고 바람이 치는 곳에 배낭을 나란히 놓아 바람을 막았다. 그랬더니 정말 텐트속처럼 따뜻함을 느꼈다. 초적인 본능을 해결하고 나니 서서히 상헌이형이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이정도 비면 입산통제 되었을텐데..내일 합류하시겠지.. 하며 이곳 저곳 쑤신 곳에 근육테이프를 서로 붙여주고 잠을 청한다. 드디어 아침이었다. 8월 2일 새벽 4시 20분경. 짙은 안개속에 아침을 맞이했다는 것이 정말 기뻤다. 7시까지 식사를 하며 우리는 상헌이형을 기다렸으나 오시지 않았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양폭에서 뵙기를 기대하며 또 다시 산행을 시작하였다. 앞으로 남은 산행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마른 옷을 또 다시 젖게 할 수 없어 전날 입었던 젖은 옷과 양말로 갈아입고는 젖은 릿지화에 발을 담그고 또 다시 워킹을 시작하였다.
마등령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다가 경희씨는 동물적인 본능에 의지한채 계곡을 치고 내려가는 워킹을 씩씩하게 앞장섰다. 설악골을 만나려는 우리의 힘든 고행이 시작되었다. 거친 나뭇가지와 푹푹빠지는 땅, 그리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뱀도 걱정하며 혹시나 우리가 가는 길이 막다른 벼랑이 아닐까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마치 인디아나존스 영화를 찍는 듯한 느낌으로 어찌나 재미있는 산행이었는지 그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산넘고 물건너 내려가니 계곡의 물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하였다. "얏호! 계곡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이내 사람의 흔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길을 찾았음에 너무나 기뻐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부터는 계곡물을 따라 계속 아래로 아래로 향했다. 이미 속옷까지 흠뻑 젖은 상태였기때문에 별로 거리낌없이 계곡물을 만나면 풍덩 앉았다 일어나고 거의 물을 가르며 진행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후 3시 20분경. 민하언니와 아쉬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내 고장난 스틱한개를 주고는 암벽반때 고쳐다 달라고 부탁하며 언니를 보냈다. 언니의 가는 뒷모습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오늘이 8월 2일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참 시간이 안가는 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드디어 5시 40분경 양폭산장에 도착하였다. 8월 3일 별길릿지 별길릿지는 첫피치부터 아직 빗물이 마르지 않아 축축하였고 칫피치를 오르는데만 2시간 30분이 걸려버렸다. --; 그것도 상헌이형이 발을 받혀주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1피치를 올랐고 계속 진행하는데 워킹에 지친 몸상태로 너무 자주 쉰탓에 겨우 4피치를 등반한 후 하강하였다. '별길' 이름도 이쁜 별길에 와 있다는 것이 너무 황홀했다. 능선위에 누군가가 밥을 해먹었는지 밥풀과 멸치가 물웅덩이속에 보였다. 3시경 경희씨는 핸드폰을 꺼내어 중근이형과 전화통화를 하였고 유신이가 12시차를 타고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였다. 유신이와 전화통화를 하며 맛있는 것을 많이 사오라고 하니 유신이 자신에 넘치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우리는 오랫만에 내리쬐는 땡볕에 몸을 말리고 소나무에 자일을 걸어서 2줄하강을 하는데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렸다.
생각보다 편히 하강을 하여 7시경 양폭산장에 거의 도착하니 현중이가 너무 반가워하며 손을 흔든다. 주인을 기다리는 바둑이의 심정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중간에 소나기가 내려 비설겆이를 잘했는지 보니 현중이가 모든것을 치웠는데 경희씨와 나으 속옷만 못치우고 비를 철철 맞게 놓아두고 미안해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비선대로 가는 것이었으나 비선대는 비좁고 사람들도 많아 양폭에서 1박을 더하기로 하고 유신이도 양폭으로 오도록 연락하였다. 그래도 등산로를 따라 오는 길인데 조난을 당할일은 없겠지 하며 잠시 누워서 쉬고 있는데 어느 분이 옥상으로 올라와 이유신씨가 귀면암에서 우리를 기다린다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양폭옥상에 도착하니 경희씨와 상헌이형이 무수하게 많은 부식을 보고는 푸하..하고 웃는다. 8월 4일 대청봉 워킹. 구조대분들이 너무너무 잘해주시고 즉석카메라로 경희씨와 나를 찍어서 산장에 전시도 하였다. 양폭에 온 첫날 비에 젖은 행색이 얼마나 불쌍했었는지 머리도 감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나를 보고는 구조대분이 "첫날에는 모르겠더니 자꾸보니 미인이네요"하신다. 라면을 끓여먹고는 오후 3시 30분경 소토왕골로 이동하기 위해 구조대분에게 인사를 드리니 다음에 또 오라며 이름모를 막대기로 담군 술을 주시고 내 고장난 스틱도 고쳐주시며 너무 상냥하게 우리를 보내주신다. 하산하는데 유신이가 안경이 깨져서 렌즈를 사러 속초시내에 가야한다고 한다. 산악인의 집에서 유신이가 한잔을 사서 모두 한모금씩 걸치고 경희씨와 나는 먼저 소토왕골 비박지에 자리를 잡았다. 모기장도 치고 목욕도 하고 기다리는데 음침한 소토왕골에 앉아있기가 오늘따라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경희씨랑 나는 무전기를 들고 현중이랑 유신이를 마중나갔고 내려가는 길에 산죽이 많은 곳을 지나치는데 멀리서 불빛이 가끔 보이고 이상한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불빛은 반딧불이었고 노랫소리를 소공원쪽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였던 것이었다. 현중이와 유신이를 놀려주려고 길옆에 랜턴을 끄고 숨어있는데 둘이서 이마트 봉지를 하나씩 들고 오는 모습이 처량하여 차마 장난질을 못하고 랜턴을 켜서 위치를 알려주고 봉지를 받아들어 비박지로 행했다. 정말 썰렁한 저녁이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경희씨가 만든 맛난 된장국에 밥을 뚝딱 없애고는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8월 5일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와서 후라이 속에서 재미를 찾다가 현중이와 나 을표형은 게임을 해서 손목이 시퍼렇게 얻어 맞고 다른 분들은 피곤에 주무시고 술에 골아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경희씨가 자다가 일어나 또 호박전을 해서 우리들의 배를 흐뭇하게 해주었다. 회장님은 새벽운전으로 피곤하셔서 주무시다가 일어나 빅월등반기술 중 도르래로 짐을 올리는 기술(션트, 도르래를 3지점을 이용해서 짐 끌어올리는 기술)을 가르쳐주셨다. 잠에서 깨어있던 현중이와 나는 장비를 만져보며 선배님이 하시는대로 해보기도 하였다. 비는 계속 무지하게 많이 내렸지만 나는 잠도 오지 않고 이렇게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이 너무 아쉬워 오버트라우져를 입고 소공원쪽으로 나서려고 하였다.모두 잠든 탓에 현중이에게 말하고 다녀오려고 하니 현중이도 함께 가겠다고 한다. 회장님의 차에서 자일과 후라이, 가스 등 이것저것을 가져오라는 주문을 받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틈을 타서 배낭도 없는 편안한 워킹을 한다. 산아래 '탐방로 아님' 표지를 지나 다리를 건너가니 또 다른 세상속으로 나온 느낌이다. 어제 소토왕으로 오는 길에는 정말이지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 틈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었다. 저녁을 먹고 을표형과 나, 현중이, 경희씨, 원식이형은 카드놀이를 시작했다. 카드놀이 한지가 오래되어 처음에는 버벅대다가 나중에는 서로 얻어맞지 않으려고 실력이 부쩍부쩍 느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어찌나 얻어맞았던지 팔목에 모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 8월 6일 비가 그치고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릿지를 나섰다. 이번 릿지를 통해서 한 팀이 자일을 가지고 어떤 시스템으로 운행해나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한 팀이 놀고 있는 사람이 없이 선등자가 선등을 나서면 다음사람은 선등자 빌레이를 보고 다음 사람은 자일을 풀어주며 선등자를 관찰해야 했고 선등자 다음 사람이 등반을 나가면 선등자가 빌레이를 봐주고 마지막 사람은 등반자를 관찰하며 뒷줄을 풀어주는 시스템을 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구간에서는 그지 어렵지 않아 처음, 중간, 끝부분을 팔자로 묶고 세사람이 함께 운행한 구간도 있었다. 이때는 서로의 간격이 5미터 이내로 좁게 잡고 멀어지면 자일을 목에다 사리며 앞사람의 등반속도에 맞추어 풀어주었다가 사렸다가를 반복했다. 정상 가까운 곳에서 릿지화대신 암벽화로 갈아신고 조금 아찔해보이는 턱을 넘어가는 구간도 있었다. 현중이가 앞장을 서고 경희씨가 맨 뒤에 서서 서로 무전기를 들고 싸인을 맞추기도 하였다. 회장님께서는 무전기로 계속해서 우리들의 상태를 점검하시고 멋진 노래도 불러주시고 가끔 조언도 한마디씩 해주셔서 마치 함께 등반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셨다. 드디어 정상 땡볕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경치가 매우 좋은 곳이라고 했는데 불볕더위로 경치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빨리 하산해서 계곡물에 풍덩!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신기하게도 정상 가까운 곳에 잠자리가 무지 많았다. 짧게 하강하는 구간에서 팔자하강기를 자일에 끼려고 하는데 순간 더위탓인지 정신이 아찔하고 몽롱해서 그만 팔자하강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내가 더위때문에 긴장이 풀렸구나하는 것을 알고 경희씨의 하강기를 빌려 반성하는 마음으로 경희씨와 함께 나란히 하강하였다. 내려오니 현중이가 8자하강기 떨어뜨린 것에 주의를 주고 벌칙으로 자일을 매고 올라며 먼저 내려가 버렸다. 나는 팔,다리가 풀린 상태에 목에다 자일까지 매니 온몸에 힘이 빠져 거의 굼뱅이 수준으로 하산하였다. 하도 늦게 오니 유신이가 기다리다가 자일을 받아주었다. 하산도 만만치 않았다. 바들바들 떨며 한참을 내려가니 쫄쫄 처음으로 물줄기가 흐르는 곳을 발견하고 현중이와 원식이형이 건네주는 물을 단숨에 1리터 이상을 들이키고야 조금 정신을 차렸었다. 그리고는 토왕에 도착. 평평하게 다져놓은 비박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퍼져서 한참을 누워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목욕을 하러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나는 일사병 증세가 있었던 것 같다. 밥 먹으라는 말에 다음 산행을 위해서는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나 열심히 먹고 땀에 절은 몸을 씻고는 모두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8월 7일 아침에 일어나니 내 머디맡에 씨에라가 있어서 사람들이 또 다시 한차례 웃었었다. 소토왕에 도착하자 회장님께서 냉면을 맛나게 해주셨고, 선배님들께서 개척하신 소토왕골의 한피치짜리 등반코스를 등반하였다. 현중이가 제일 왼쪽 코스를 선등해보라고 하여 나는 들뜬 마음으로 그러겠다고 하였다. 나에게는 최초의 선등이었기 때문에 긴장도 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등반하였는데 옆구리에 무전기를 차고 등반하여서 회장님과 경희씨의 조언을 들으며 호강에 겨운 선등을 하였다. 어려운 곳을 지나치니 회장님이 "잘했어!"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보이고, 경희씨는 "아줌마 짱이야!"하는 소리가 들린다. 헤헤..찌나 덥던지 어떻게 어떻게 정상까지 가서 완료를 외치니 갑자기 구토증세가 느껴진다. 4시가 넘어도 내가 뻗어서 일어나지 않자 한두명씩 나를 불러 등산학교에 안갈거냐고 묻는다. 사실 그때는 정말이지 등산학교를 잘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안가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나에게는) 비박지를 정리하고 모두 함께 하산하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매표소를 지나 선배님들과 맥주를 한캔씩 마시고 선배님들과 아쉬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민하언니를 만나 일주일간의 등산학교로 다시 입교하였다. 등반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팀웍의 중요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고, 산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제는 내 한 몸 챙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를 생각할 줄 아는 내가 되도록 노력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한주동안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 건 선배님들의 세심한 배려덕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못난 저 때문에 제 짐을 귀청까지 날라주신 운회선배님 정말 감사드리구요. 체력과 지구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장기활 선배님께서 빌려주신 파일복 때문에 제가 감기에 걸리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파일복 꺼내 입을 때마다 "고마우신 선배님의 파일복!"하며 좋아했었습니다. ^^* 그리고 우리를 용대리까지 태워다주신 김종선 선배님께도 너무 감사드리고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빌려주신 양말도 암벽반때 지친 발목을 보호해주었고(그런데 사람들이 어디서 그런 60년대 양말을 가져왔느냐고 묻더라구요..ㅋㅋ) 또 중근이형의 수통 암벽반 끝날때까지 생명의 물을 잘 떠가지고 다녔습니다. 또한 재석선배님과 선희씨도 감사드리구요, 을표형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등반대장을 믿음직스럽게 잘 해준 경희씨 정말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현중이도 여기저기 아픈데도 많고 마음이 안좋은 일도 있었는데 끝까지 책임감있게 이끌어주어 고마웠어. 민하언니, 상헌이형, 유신이, 원식이형 ! 모두 고맙습니다. 淸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