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삶
교육출판부 임정숙
나의 시댁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다. 우리 식구는 주말에 하루는 어머님 댁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돌아온다. 6월 말 일요일, 시댁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어두운 밤길 우리 식구는 10m거리를 잠깐 달리기를 한다. 어느 날과 같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신발이 운동화가 아니라 슬리퍼란 사실을 인지했을 때에는 나의 몸은 공중에 있었다. 그리고 철퍼덕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순간 아픔보단 부끄러움이 컸다. 주위가 어둡고 아무도 없다는 걸 안 순간부터 무릎이 아팠다. 다음날 무릎 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
처음은 낯설고 어렵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은 불편하고 깁스는 어색했다. 목발 대신 바퀴달린 의자를 끌고 다니며 아이의 등교 준비를 도와주고 최소한의 집안일만하고 아이가 하교할 때까지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세 식구가 다 모이는 저녁이면 난 앉아서 필요한 것을 부탁한다. 아이는 하루에 5번만 심부름한다고 통보하고 신랑을 한꺼번에 시키라며 눈치를 준다, 쳇... 치사한 서씨들!!!
골절에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직접 몸으로 느꼈다. 다친지 3주 후부터 발을 바닥에 딛을 수 있었고, 화장실 다닐 때 만 걷고, 집에서만 걸어 다니고... 차츰 좋아지면서 깁스를 풀고 외출까지 가능해졌다. 감금 아닌 감금이 풀렸다. 절뚝거리며 부서모임도 나가고 친구들과 만나서 차 마시며 수다 나누고, 도서관에서 책 대출도 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란다 물청소하면서 미끄러지면서 9월말 2번째 골절!!, 나의 계획은 또 무너졌다. 다친 소식을 또 주위사람들에게 알리며 약속을 취소했다. 발은 아프고 마음은 심란하고 불편한 생활이 또 시작된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래도 깁스 한 채로 절뚝거리며 움직일 수 있어서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쳐서 불편함과 답답함도 있었지만, 함께 다니질 못하니 아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생활반경이 커지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니 여름방학동안 삼시세끼를 꾸준히 하다 보니 식사준비시간이 조금씩 빨라졌다. 반찬투정 하던 남편도 아픈 다리로 저녁을 차려주니 감사히 먹는다. 우리 식구는 이렇게 한 단계 성장했다.
걱정해 주시고 위로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저의 골절생활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첫댓글 아이고 정말 고생많으셨네요.
이제 평생에 골절은 다시 없는걸로!!
수고스러움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