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의 명화 이야기
이매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고 우울증까지 더해지던 때, 인터넷
서점을 뒤적이다 우연히 [방구석 미술관]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긍정적인 밝은 에너지를 주는 그녀가 떠올랐다. 그림을 좋아하고
미술 관련 일을 하는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었다.
책을 펼치자 맨 먼저 에르바르 뭉크의 '절규'가 눈에 들어왔다.
미술에 무지하고 관심이 부족한 탓인지 오슬로 국립미술관에서 뭉
크의 '절규'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떠올랐다. 그림의 가치에 놀랐
는데 내노라 하는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뭉크의 절규를 가장 높
이 평가한다는 점이다. '절규'는 엄청난 보험에 가입되었을 뿐 아니
라 그 작품 때문에 경비까지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자신의
심장을 열고자 하는 열망에서 태어나지 않은 예술은 믿지 않는다."
라는 뭉크의 다섯 살 때 엄마의 죽음에 이어 누나의 죽음까지 겪으
며 어린 시절부터 슬프고 절망적인, 정신적 불안정 상태의 삶을 살
았다. 그동안 뭉크의 '절규'는 비호감이었지만 그의 인생을 이해하고
만나니 그의 심장의 소리가 느껴졌다. 가장 불행한 예술가라 생각
했던 뭉크를 민병일 작가는 '명화 인문학 산책'에서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여 고독을 자기발견이나 내적 성장, 존재의 아름다움으
로 승화시켜 세계인이 사랑하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빈센트 반 고흐는 산토닌 중독의 부작
용으로 황시증에 시달렸다 한다.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증상은 노
란색을 더 샛노랗게 보이게 한다. 고흐가 생명을 활활 태우며 꽃피
운 대표작 '해바라기'가 노랗다.
누군가 고흐가 녹색 악마인지 녹색 요정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방구석 미술관]을 읽은 후, 매주 교구에서 발간되는 주보에 실
린 민병일 작가의 '명화 인문학 산책' 코너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주고 새로운 앎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했다.
이별의 고통으로 힘들었을 때 J 선생님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선
물한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와 '론강의 별 달밤' 등의 소품을 만
나면서 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빛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라는 작가의 명화 이야기도 가슴에 꽂혔다. 문학책을 즐
겨 읽는 독서광이기도 한 고흐는 삶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예술
과 인생을 고민하면서도 별을 보며 희망을 품었나 보다.
빈 예술계의 반항아이며 빈 표현주의를 연 구스타프 클림트. 그
의 대표작 '키스'가 오랫동안 우리 집의 쟁반 임무를 수행했지만,
무신경한 눈빛은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아는 만큼 보이는 모양이다.
작가는 크림트의 '생명의 나무'를 소개하는 글에서 수많은 소용돌
이 속에서도 삶은 나무처럼 변함없이 수직으로 견고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숭고하게 지속한다고 하였다.
반 고흐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클로드 모네는 '미래로
가는 문을 연 남자'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19세기 카메라의 발명
으로 화가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그는 인상파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으며,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사물에 반사된 빛일 뿐이라고 하
였다. 연작 '건초더미'에는 '빛'을 인생의 주제로 삼은 모네의 철학
이 담겨있다.
모네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들판의 단순한 건초더미를 빛
을 통하여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래서 모네를 빛의 연금술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보이는 건초더미의 색깔이 빛에 의해 조금씩 변한다는
당연하고 단순한 사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접수시킨 폴 세잔- 인류 3대 사과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라는 말까지 유행시켰다 하
니 그의 명성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19세기 중반 이후 마네
가 미래의 회화로 가는 문을 발견했다면 모네가 그 문을 열고 세
잔이 인상주의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간 대부분 화가가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20세기 초 삶을 예술의 용광로에 던져 새로운 회화를 창조해 낸
피카소가 형태를 강조한 입체주의라면, 세잔이라는 고지를 점령하
고 전설이 된 문제작 '모자를 쓴 여인'의 앙리 마티스는 야수를 그
렸다는 비평가들의 발로 "야수파"라는 새로운 장르로 색을 중시했
으며 종이 오려 붙이기 걸작을 탄생시켰다.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을 지닌 인간에게 신은 날개 대신 꿈을 주
었다는 작가의 멋진 평도 인상적이다.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도자'의 자리로 자존심 싸움을 하던 마티
스와 피카소는 나이가 들어서는 절친이 되었다 하니 서로의 예술
에 대한 깊은 존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방구석 미술관]은 며칠 동안 미술의 문외한인 나에게 화가들의
인생과 작품을 이해하게 해주는 스승이 되어준 셈이다.
주보를 통해 6개월 동안 작가의 인문학 산책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림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데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되었다.
첫댓글 * 2024년 문학춘추작가회 연간집에 수록.
6개월 동안 인문학 산책을 즐기며 명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에 앞서가는 작가의 정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기 자신에게 어떤 목표를 부여하고 실천해 나가는 행동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란 말 전합니다.
좋은 글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