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Dark B;John 원문보기 글쓴이: 다크비존-db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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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실습을 위해 우연히 주워온 시체가 알고 보니 일제시대 한 세도가의 자제라는 것을 알게 된 의학도 광수(류덕환役). 살인 누명을 쓸 위기에 처한 그는 주로 불륜현장을 급습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사설 탐정 진호(황정민役)를 찾아가 사건을 의뢰하고, 거액의 현상금에 혹한 진호는 뛰어난 의학지식을 갖춘 광수를 조수 삼아 사건을 맡기로 하는데...
황정민 주연의 신작 <그림자 살인>은 제목에서 풍기는 것 처럼 본격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면모 보다는 오히려 괜찮은 오락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듯한 느낌이다. 적당히 두 남자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꿔주고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춰가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헐리우드 버디 무비 스타일. 물론 신선한 시도는 아니다. 안성기와 박중훈이 이미 십여년 전에 <투캅스>에서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강우석 감독이 보여줬던 과거의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추어 보다 세련되게 발전시켰다는 느낌이다. 코메디 일변도(一邊倒)에 적당히 액션을 끼워넣어 구색을 맞춘 모양새가 아니라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유머가 적당히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일제 강점기로 삼았는데, 마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혈의 누>처럼 시대극의 틀 안에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탐정 추리극의 옷을 입은 버디 무비로서 선사하는 유쾌한 재미야말로 이 영화의 장점인 반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가 그리 크지 않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영화는 살인 사건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긴장감이 부족하다. 최초에 시신을 발견한 자신이 범인으로 의심받을까 두려워 수사를 의뢰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중에서 광수가 경찰에 쫓기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건이 본격적인 연쇄 살인으로 발전하며 만약 한시라도 빨리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진호나 광수 혹은 그들과 가까운 사람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이 전제되지도 않는다. 즉, 시간의 촉박함 같은 제한 사항이 없다는 것이 극의 긴장감을 약화시키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범인이 누군지 쉽게 짐작할 수 있어서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도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추리 수사물을 보며 얻을 수 있는 재미 중에 하나는 아무래도 범인의 정체와 범행 동기를 주인공들 보다 빨리 알아내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범인의 정체나 범행 동기를 영화의 중반부에 짐작할 수 있어서 그 재미가 반감되어 버린 느낌이다. 거기에 더해서 범행 동기가 밝혀졌을 때 느껴지는 의외성이나 범인에 대한 동정심, 혹은 범인의 심정에 공감하도록 만드는 힘 마저도 약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미스터리 스릴러물 혹은 추리 수사물로서 보여지는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영화가 재미있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의 힘이 꽤나 괜찮았기 때문이다. 사막 한가운데 던져놔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날 것만 같은 주인공 진호의 매력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인데, 그저 돈만 밝히는 삼류 흥신소 직원 같았던 그가 과거에 군관으로 복무했던 점이나 설렁설렁 하다가 의외로 예리한 모습을 번뜩이는 순간이 만들어낸 쾌감은 그것을 지켜보는 이를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마치 셜록 홈즈의 조수 왓슨 박사 같은 역할을 하는 광수-둘 모두 직업이 의사라는 점도 같다-나 <007> 시리즈의 Q 처럼 갖가지 신기한 장비를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는 순덕(엄지원役)까지. 이 영화는 시리즈물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출처: Dark B;John 원문보기 글쓴이: 다크비존-db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