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여자 축구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네요...
문소리라는 골키퍼가 다음과 같은 글을 그의 홈피에 올렸다고 하지요? 독일하고 할 때, 잘 한다는 골키퍼가 어이없는 실수로 두 골을 주어 안타까웠는데, 보니까 아주 똑똑하고 괜찮은 여성인 것 같네요...^^ 사실 이번 월드컵 공 '자블라니' 때문에 고생한 골키퍼들이 많았지요...
친구들이 핑크빛 하이힐을 신고 거리를 나설 때
나는 흙 묻은 축구화를 신고 운동을 나서야 했고
친구들이 빛깔 좋은 청바지를 입고 맵시를 낼 때
나는 땀에 젖은 운동복을 입고 운동장에서 땀을 흘렸습니다.
친구들이 나이트에서 춤을 추고 즐거워할 때
나는 운동장에서 가쁜 숨을 쉬며 고통을 호소하며
친구들이 노래방에서 멋지게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운동장에서 목 아프게 팀을 이끌어야 했습니다.
친구들이 화장을 하고 얼굴을 꾸밀 때
나는 햇빛에 얼굴이 타가며 운동을 했고
친구들이 자명종 소리에 단잠을 깰 때
나는 새벽기상 소리에 선잠을 깨어야했고
친구들이 배낭을 메고 여행을 나설 때
나는 큰 가방을 메고 힘든 전지훈련을 나서야했고
친구들이 저녁별을 보며 사색에 잠길 때
나는 새벽별을 보며 운동을 나가야 했습니다.
한편의 좋은 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에리히 케스트너의 '손'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손
(잘난 척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시류를 좇는 속물들이 미울 때)
더 찬미받는 손도 있겠지요.
더 아름다운 손도 많겠지요.
그러나 여기 있는 것은
세탁하는 손입니다.
이 손은 매니큐어도 모릅니다.
손톱 소제도 모릅니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본 일도 없습니다.
놀이를 위한 손이 아니라
세탁하기 위한 손입니다.
이 손은 손바닥을 서로 비벼 씻는 일도 하지만
대부분 힘껏 빨래를 하지요.
다른 사람의 옷들을 세탁합니다.
세상을 다시 하얗게 만들어 놓지요.
이 손에는 라벤더의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양잿물 냄새와 소금 냄새가 납니다.
짜고 비비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손입니다.
이 손은 빨갛게 붓고 트기도 합니다.
동상이 걸리고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마음껏
쓰다듬을 수가 없답니다.
더 찬미받는 손도 있겠지요.
더 아름다운 손도 많겠지요.
그러나 여기 있는 것은
세탁하는 손입니다.
(에리히 케스트너, 마주보기: 마음을 위한 약상자, 윤진희 역, 한문화, 2004, 88쪽)
에리히 케스트너(Erich Kaestner), 현대 독일의 풍자 작가이자 시인, 어린이 동화 작가, 독일의 국민 작가이지요. 실제로 그의 어머니가 아들 뒷바라지에 헌신하였답니다. 어머니의 직업은 세탁은 아니었고, 미용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아들 옷 세탁은 언제고, 대학 진학을 하여 멀리 떠난 뒤에도, 집으로 부쳐 어머니가 빨래해서 보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