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집을 나섰습니다.
봄철에는 한주만에 보는 산야들이 어쩌면 그리 달라지는지..
와아~~~ 나뭇잎들이 저리 컸네! 하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양평을 지나 6번 지방도로를 따라 횡성을 향해 가지요.
이번에는 양평길에서 파는 수박도 두 덩어리 사서 가지고 갔습니다.
동네 할머님댁에 한덩이는 드릴 것이고
우리도 일하다 조갈이 나면 밭 아래 계곡에서 먹으려구요.
가는 도중 길가에 핀 산괴불주머니, 애기똥풀이 지지허천으로 노란색으로 뒤덮고
조팝나무가 하얗게 늘어져 있고 흰색, 노란색, 분홍색, 꽃천지의 봄입니다.
흘깃 흘깃 들꽃을 보면서 기운찬 푸른잎을 보면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둔내를 갑니다.
이젠 하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집에서부터 130킬로나 되는 곳인데도 별로 먼 느낌이 없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동네 어귀 멋진 정자나무도 보이고
졸졸 맑은 개천의 시냇물도 따라 가고
농부들의 트랙터도 만나며
옆지랑 그간 못했던 얘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면서
푸른 나뭇잎이 달랑거리는 나무들을 보면서 차문을 열고
흠흠!! ...맑은 바람이 볼을 스치는 봄향기도 친숙하게 느끼면서 갑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
도둑머리 고개에 다다르면 보현정 아래 흘러나오는 약수를 뜨고
제재소에 들려 지지대 등등..도 사고 주위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을 몇 포기 얻어서
혹여 바람에 잎이 마를까 염려되어 무릎에 얹고 갔지요.
자글거리는 섬강 강언덕으로 피어있는 꽃 들~~~
강 속에 예쁜 돌들이 물 위로 쏘옥 얼굴들은 내밀고 있더라구요.
아기자기한 섬강은 언제봐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근 2시간여 달려 둔내에 도착하면
심어 놓은 싹들이 신기하게도 부쩍부쩍 커 있답니다.
제가 씨앗을 심어 놓은 다음 날은 아주 때를 맞춰 비가 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가뭄을 타지 않고 제때 제때 싹이 잘 나오는군요.
꽃밭에 떨어진 야생화 씨앗이 식구들을 데리고 흙 위로 봄놀이 나왔답니다.
꽃삽으로 떠서 이별의 아픔도 맛보게 햇지요 .ㅋㅋㅋ
풀을 매다가 지쳐 밭가에 엎드려 있으면
안쓰러운지 옆지는 제초제를 뿌리자고 야단입니다.
제가 무공해를 외치다 보니 옆지와 가끔은 언쟁을 벌일 때도 있습니다.
저는 밭가에 난 잡초에 약을 치는 것 조차도 용납을 안하고 있거든요. ㅎㅎㅎ
우리 밭에서 농약은 절대로 발을 못 붙입니다.
힘이 들때는 가끔 유혹도 있지만
제초제에게 만큼은 절대 제가 안 집니다. ㅋㅋㅋ
일을 하다가
별 반찬도 없이 주위에서 채취한 두릅이랑 머위, 미역취나물 등등.. 하고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인 된장찌게와 먹고 난 뒤
녹차를 끓여 그 위에 들꽃을 한송이 띄워 마시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쁜 꽃들이 정답게 피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아무나 들려 차를 마시는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 보는 것이 제 꿈 입니다.
다음 주 정도면 사진도 찍을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홀딱벗고새의 노래 소리도 들리고, 노랑턱멧새도 돌아다니고, 하얀나비도 보이던데
봉복사에 가서 당개지치도 찍고, 밭에 난 새싹들도 사진 찍고..
몸빼 입고 호미를 든 제가 할일이 너무 많아 마음이 바쁩니다.
봄인가 싶었는데
한여름 같이 더운 요즘입니다.
꽃차를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은 오랜 바램이 이루어져
다음 달부터 수업을 받게 되었으니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 올 여름이 될 듯 합니다.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들 하시어요.^^*
ㅡ 봉복사 '당개지치' ㅡ
첫댓글 글속에서 행복함이 뚝~~~뚝 묻어 나네요.
꽃이 주는 행복감에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하는듯 합니다
우리 花茶人들의 로망인 귀촌... 과 귀농생활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시군요. 꽃차창업 2차반에서 뵙게돠면 실크시라고 말씀해 주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귀촌의 일상이 마냥 부럽기만 한데... 소소한 이야기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