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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지는 부산 문화예술행정의 현주소 |
지원금 나눠주기 구태 답습 '문화 낙후' 자초 |
'민간자율 제고'로 급물살 '모르쇠' |
기존방식 안주… 타 시·도와 딴판 |
2005/12/23 024면 11:08:38 PDF보기 |프린터 출력 |뉴스 배달서비스 |
# 중앙의 혁신,지역의 무관심 '자율,참여,분권.' 참여정부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가장 혁신적인 성과를 보인 부처 중 하나로 문화관광부가 꼽힌다. 정부가 지난 10월 공포했던 '문화헌장'은 문화적 권리를 사회경제적 권리와 대등한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2004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지난 8월 문화예술진흥원은 민간협의기구인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됐다. 현장과 괴리된 문화정책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에 따라 민간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기존의 소액다건식 지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배분으로,행사 위주 지원은 다년간 지속 지원제로 바뀔 예정이며,창작자·장르 중심의 지원 체계는 유통 소비까지 확대되는 쪽으로 개선된다. 전체 문예진흥금의 50%를 서울 외 지역에 분배하는 혁신도 예고됐다. 더 나아가 지난 8일 국회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진흥법'이 극적으로 통과됐다. "나이,성별,사회적 신분,경제적 여건,신체적 조건,거주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창의성과 문화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게 법 제정 취지다. 기능 습득 위주 교육을 탈피하기 위해 문화부 문화예술교육과는 한국문화교육예술진흥원을 설립,이미 2004년부터 시범교육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중앙의 급물살을 실감하기 어렵다. 지방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이 단적인 예다. 문화부는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지방문화예술위원회 또는 지방문화예술재단을 둘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해 지역 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부산 문화행정은 예총·민예총 등 예술단체 중심으로 지원금을 받아내는 전근대적인 방식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 문화관광국은 기존의 문화예술진흥위원회가 당연직 공무원과 교수,방송국 간부 등 25명의 고위급 인사들이 1년에 두 차례 모이는 유명무실한 단체라고 인정하면서도 "(돈만 들지)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으로 뭐가 달라질까" 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김해문화재단 출범,광주 문화예술위원회 추진,경기문화재단 맹활약 등의 전국적인 지형 속에서 부산이 문화적으로 침몰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의 소극성은 내년도 사업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부산시는 내년 학술용역 사업으로 '부산문화산업 2020 비전과 전략추진 과제''부산 예술의전당 건립 타당성''국립부산도서관건립''시립문화시설 운영방안개선'과 함께 '(가칭)부산학예진흥원 설립' 용역을 추진한다. "학자·예술가를 통해 부산의 학술문화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문화부 정책기조(부산문예진흥원)와 성격이 상이한 기구를 설립 추진하면서도 시는 "부산시 출연금 지원 불가시 설립 애로"란 회의적인 단서를 붙여 사업 실현성에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미 2003년 부산발전연구원에 발주했던 용역 '부산문예진흥원 설립 기본계획'이 무용지물이 됐던 경험은 회의론에 더욱 그림자를 드리운다. # 재정 문제는 결국 공동 책임 기본적으로 부산시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과 신설 조직들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다. "위원회 내의 민주주의가 불가능해진다면 더 큰 독과점이 될 수 있다"는 지역 문화계의 우려도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문화예술행정의 민간화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대의는 부산시 내에서도 공감을 얻는 편이다. 부산시 김준섭 문화예술과장은 "공무원이 예술지원을 핸들링하던 때는 지났다"고 동의한다. 그렇다면 부산 문화정책 혁신의 핵심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관계자들은 재정과 네트워크로 원인을 지목한다. 내년도 부산시 예산 총액은 3조4천499억원. 이 중 2%도 안 되는 443억원이 문화예술과에서 지출될 예정이다. 문화예술재단 설립 등을 위해 시가 축적해 온 문예진흥기금도 현재 96억원에 불과해,만일 지역 예술인들이 바라는 대로 재단을 설립한다 해도 출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 정책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전문 연구소 부재 속에 예술계에서 문화계에서 정책 비전을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 했다. 이에 대해 민예총 정책연구소 구모룡 소장은 "지역 자발성 없으면 문화분권은 실패한다. 시 예산 3%는 확보해야 지역 문화행정에 힘이 실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예총 정정회 사무국장은 "특정 기구를 만들기 위해 한쪽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면서 예총이 가진 기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기도 했다. 부산예술대학 박홍배 교수는 실기능을 담당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화예술 실무자 중심의 위원회를 구상할 때다. 또 현재로선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나서는 시민단체가 없는데,시민단체,문화예술인이 연합전선을 형성해야 시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신라대 안원현 교수는 문화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했다. "시장이 의지가 없는 것에 가장 큰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문화부 사업의 정책기조를 읽고 발빠르게 대처하는 지역이 국비 예산을 따낼 수 있다." 이런 파편화된 목소리를 엮어내는 노력에서부터 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부산시와 시의회,문화예술계의 공동 노력 없이는 부산은 여전히 '문화 빈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