顯 :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즉, 이 지방이 이 사람을 뜻한다는 말입니다. 지방 앞에 공통으로 붙습니다.
考 : 죽은 아비를 뜻합니다. 考의 다른 뜻으로 "죽은 아비 고"가 있습니다. 제주를 기준으로 해서 아버지면 考를, 할아버지라면 그 앞에 祖를, 증조부면 曾祖를, 고조부면 高祖를 붙입니다.
學生/處士 : 학생이나 처사가 붙으면 벼슬을 못했다는 소리입니다. 대신 인생을 배우다 갔노라, 아니면 관직에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말입니다. 예의상 붙이는 것입니다. 솔직히 옛날에 양반 아닌 상것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얘기였습니다. ^^;; 처사라는 말도 향리에 거처하는 선비라는 뜻으로, 일찌기 관직에 뜻이 없어 초야에 묻혀 학문을 벗삼아 지냈다는 뜻입니다. 집안에 따라 어느 집은 '학생'을 어느 집은 '처사'를 씁니다. 만약에 정승을 지내거나 판서를 지내거나 병마사를 지내거나 했다면 그 관직명을 학생이나 처사 대신 넣어주면 됩니다. '현고절도사부군신위'처럼요. 옛날에는 중앙집권제라서 관직 외에는 인정 받을 지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저런 관직명을 적을 게 없지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대학 총장이나 중학교 교감을 지내셨다고 현고총장부군신위나 현고교감부군신위라고 하기엔 참 뭐하죠. 그래서 조선시대나 그 이전에 벼슬하신 분이 아니라면 그냥 속편하게 학생이나 처사를 쓰면 됩니다.
府 : 집안을 뜻합니다.
君 : 어르신을 높이는 말입니다.
府君 : 집안의 어르신이라고 조상을 떠받드는 형식적인 말입니다.
神位 : 영령이 깃든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여자는 考 대신 女比(둘을 합친 글자)를 씁니다. 죽은 어미 비입니다.
그리고 뒤에 孺人을 붙입니다.
孺는 '젖을 먹인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식들을 낳아 힘껏 젖을 먹여 잘 키워낸 사람이란 뜻입니다. 어차피 과거의 여성은 관직에 나아갈 수 없었고 오로지 주된 일은 살림하고 자식들 키우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제주 입장에서 보면 그 어머니가 있었기에 자신이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으니 그것을 높이 받들어 기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관직명 없는 허전한 자리에 당신은 우리를 키워주신 것으로도 큰 벼슬을 하신 것입니다 하는 뜻으로 '젖 먹여 키워주신 이'라는 의미인 '유인'을 넣는 것이니다.
더불어 과거의 여성은 시집을 오면 이름을 거의 잃어버리게 되어 옛 여성들은 유명한 사람일지라도 그 이름은 모르고 성만 알게 됩니다. 신사임당처럼요. '사임당'은 호죠. 그리고 그냥 김씨, 이씨, 박씨 등이라고 적으면 동성동본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도 있으며(만약 부부가 성씨가 같은 경우) 애초에 시집 와서 이름을 잃었기에 다른 여자들과 구분도 지을 겸해서 꼭 그 본관을 성 앞에 붙여둡니다.
할머니,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 역시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에 붙은 방식처럼 이 역시 '비'자 앞에 '조', '증조', '고조'를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