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인 내가 내 돈을 들여(출혈 과다로 쓰러지면 어쩌지ㅜㅜ) 임대인의 사무실 용도를
바꾸어 주는 셈이다. 건축설계사 친구에게 부탁하고 있지만, 친구한테 싸게 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세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설계도면을 가지고 캐드 작업을 하고 관
청을 찾아다니고, 자세히는 모르지만(그리고 내가 알 필요도, 알 도리도 없다. 그게 친구
가 지닌 자산이니까 말이다. 다들 자신의 자산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나도 내 자산으로
살려고 하는 것이니 말이다) 여하튼 그런 절차를 거쳐 용도가 변경된단다. 그 절차가 끝
나면 교육청에 등록하러 가야 한다. 이 절차는 파악했다. 그럼으로써 1월 2일 개강이 가능
하다.
그 전에 냉난방기도 정비하고, 인테리어도 완료(기존 인테리어에 변형을 가하는 정도)
하게 될 것이다. 복사기를 비치한 다음 내 책들을 모두 가져와 작은 도서관처럼 꾸미면 강의
준비 끝이다. 오늘은 책장을 한번 살펴보았다. 종이 사전들이 참 많기도 하다. 아, 그렇구나.
내 취미가 책 모으는 것이었다. 자료로 쓸만하다 싶으면 신간이고 중고책이고 사들였으니
말이다.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내 책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약간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책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
는다. 이번에는 많이 버려야겠다고 다짐한다. 일본어 관련 자료 자체만이라면 교습소 자습실
에 비치할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어쨌거나, 아직 마치지 못한 일들이 많다. 그 중에서 <강의 텍스트> 준비는 더욱 속도를
내야겠다. 되도록이면 시중의 책이 아니라 내가 제작하여 쓰고자 하니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런 것보다 집필 시간이 부족한 게 문제다.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옮기는 것
뿐인데도 만만치만은 않다. 서둘러야겠다. 그리고, 나는 출판사 대표였으며, 책도 낸 적이
있는 편집자이기도 하다. 책 파는 게 신통찮아서 그렇지 출판의 모든 과정을 혼자서 다 해낸
위대한 사람이다. 많이 팔지 못하였으므로 신통찮은 사람이기도 하다.
신세계일본어학원이라는 괜찮은 이름에서 <신세계일본어교습소>로 개명할 수밖에 없는
비애야 덮어두기로 하자. 그건 그렇고, 어째서 내가 앞에 <신세계>라는 명사를 붙이게 되었
는지에 대하여, 그 경박한 까닭을 밝혀 두고자 한다. 어떤 이는 <신세계백화점> 같은 것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나의 <신세계>는 그렇게 추종적이거나 위선적이지 않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중에 <원피스>라는 십 년 이상을 이어온 작품이 있다. 만화 원작이고
지금은 100권을 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찾아봐야 하는데, 몇 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뻔뻔스레 넘어가자). 텔레비전 시리즈 520화를 넘어선 지금, <원피스> 속의 주인공들(해적단)
은 새로운 세계, 즉 <신세계>라는 곳을 향하여 모험 중이다. 군웅이 활거하는 곳,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도달하지도 못하는 곳,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근거림과 설레임>이 있는 곳.
원피스 이야기만으로 소논문 수십 편은 쓸 수 있을 것 같으므로 자세한 것은 앞으로 차차
조금씩 적어가야겠다. 어찌됐건, <신세계>라는 이름은 거기에서 유래한다. 유치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내 아이폰 벨소리도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인트로 부분 30초이다.
<신세계일본어교습소>는 <운명>이다. 수강하러 올 당신도 내게는 <운명>이다.
당신에게도 나는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