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두 시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를 지난 뒤에 생각하면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성경필사를 중지할까 생각했습니다. 일천번제를 중단할까 생각했습니다. 제자반을 자퇴할까 생각했습니다. 이명 치료를 중단할까 생각했습니다. 집사 직분을 내려놓을까 생각했습니다. 6월 첫 월요일 새벽에 하나님께 하소연했습니다. “하나님 무엇을 그만 둘까요?” 묻고 또 물어도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럼 제가 학교를 그만 둘까요?” 그렇다면 이미 마감한 조기 퇴직자 신청 서류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주시면 하나님의 뜻으로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무겁게 걸어나왔습니다. 이미 모든 서류를 마감하여 보고가 끝났고 보고 기간도 끝난 일이기에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목요일(5일)에 교내 연락망을 통하여 조기 퇴직 희망자는 6월 27일까지 서류를 갖추어 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괜찮은지 몰랐습니다. 담당자는 기회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막상 기회가 주어지니 망설여졌습니다. 봄에 언제 퇴직하는 것이 좋으냐고 여쭈어 본 적이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원로장로님께서 삼태기에 담아 퍼낼 때까지 꾹 눌러 있으라고 하신 일이 있는데 어느 말씀을 따르는 것이 옳은지 몰라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내 입으로 그만 두겠다고 기회를 달라고 하고 나서 망설인다는 것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하나님께 맡겨드리고 싶었습니다. 연약한 인간의 마음이 왜 이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지 몰랐습니다. 일단 서류를 제출하고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조기 퇴직이 하나님의 뜻이면 서류가 통과될 것이고,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반려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다시 하나님께 매달립니다. “아버지께서 결정하여 주십시오. 저는 마음이 갈팡질팡합니다.” 오늘 6월 16일 서류를 완비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아버지께 그만 두겠다고 기회를 달라고 하고서 다시 망설여지는 것이 죄송하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중 한 아이는 내년 2월에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고 우깁니다. 아마 아이는 하나님께 매달리겠지요. 내년 2월까지 기다리게 해 달라고요. 저는 아버지께 다 맡기렵니다. 그렇게 하니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한 것을 괜히 힘들여 고생했다고 생각됩니다.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그 말 한마디에 군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모리아 산으로 갔던 아브라함이 존경하고 싶습니다. 십자가가 달려 죽음으로써 온 인류의 죄를 대신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신 예수님께 경배를 드립니다. 언제 나도 아브라함처럼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죽기 전에 그런 믿음을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그간 하루가 26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24시간을 다 사용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아마 한 두 시간쯤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