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어느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었습니다.
주제와 장소만 정해주고 밑도 끝도 없이 사진을 찍어오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션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영문도 모른 채 찍어온 사진 속 그 장소는 수 십년 전 부모님의 추억을 간직한 곳이었습니다.
내 모습이 담긴 사진과 같은 공간에 서 계신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출연자들을 배경으로
제작진은 단 두 줄의 자막을 통해 프로그램 전체를 설명합니다.
'처음부터 특별한 공간은 없다. 추억이 그 곳을 특별하게 할 뿐.'
우리 가스펠선교회에게 그런 장소가 어느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가스펠과 고락을 함께 했던 선한이웃교회,
금요일이면 어김 없이 찬양이 넘쳐나던 3학생회관 식당 입구,
축제 때마다 '쉴만한물가'를 열던 등나무 쉼터,
복음성가경연대회가 열렸던 영탑지와 노천극장 등등.
지난 26년 간의 가스펠선교회의 발자취를 모두 되짚다보면 아마 이 편지를 보내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다름아닌 동아리방이었습니다.
예배와 모임의 장소로, 사역 연습의 장소로, 공강 때 들를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가스펠 회원이라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었을 장소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더군다나 동아리방에서 10년의 간격을 두고 비슷한 구도로 찍힌 사진들을 보니 '아! 이거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래서 어줍잖은 실력이지만 비슷한 느낌만이라도 내보려 노력했습니다.
졸업 이후 각자에게 주신 비전과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가시느라
가스펠에 대한 기억은 어느덧 매개물 없이는 기억나지 않을 만큼 되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 편지를 통해, 영상 속 동아리방의 모습을 통해 추억을 살짝 꺼내볼 기회가 되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곧 다가올 가족의 밤에서 그 추억의 이야기들을 동고동락했던 멤버들과 오랜만에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간 나누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들이 추억과 어우러져 오고가는 자리가 되고,
재학 중인 현역 회원들과의 반가운 인사와 격려가 오고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번 가족의 밤이 열리게 될 그 장소가 우리 모두의 추억을 담은 또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 3월 28일(금) 오후 7시
장소 : A Capella 지하 세미나실(대학로145번길 13(궁동 421-2))
2010년 이후, 4년 만에 열리게 된 가족의 밤으로 이번에는 꼭 모시고 싶습니다.
p.s 오후 7시는 주요 행사(라고 하기엔 단출하지만..;;)가 시작되는 시간일 뿐,
장소 사용시간은 5시부터 10시까지이니(17:00 ~ 22:00) 정해진 시간이 부담스러우신 분들도
주저하지 마시고 언제든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