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는 살아있는 활어와 일단 죽여서 숙성시킨 선어로 구별한다. 펄떡거리는 활어를 그 자리에서 회 쳐 먹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확인 사살"해 그 자리에서 쳐낸 활어만을 굳게 신뢰하지만
각종 횟감은 먼 바닷가나 양식장에서 시장이나 음식점으로 실려오면서 온갖 사투를 벌이고, 중간 유통업자를 거쳐 최종 소비처로 팔려가는 과정을 생각하면 우스갯소리로 스트레스에 뇌진탕에 골절상을 입은 소위 "중병 걸린 생선"을 먹게 되는 꼴이다.
바닷가에서 곧바로 옮겨온 물고기도 그대로 먹는 법이 아니다. 사람들은 바로 도착한 놈이 좋다고 그저 믿어 버린다. 그래서 횟집에는 반드시 수조가 있어야 하지만, "사시미의 나라" 일본에는 살아있는 물고기만이 싱싱하다는 믿음은 없다. 회 문화는 일본에서 들여왔으면서도 이것만은 우리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신선한 자연산 생선일지라도 수족관에서 이틀만 지나면... 스트레스로 인해 과다한 점액질 분비로 육질이 변하게 되어 제대로 된 육질맛을 즐길 수 없다. 반면 선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피를 뺀다음 찬 온도에서 4~6시간 경과후 손질하게 되면, 육질 탄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한결 맛이 더 좋을 수 밖에...
눈 앞에서 퍼덕이는 생선만을 싱싱하다고 믿는 활어문화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
한국인은 쫄깃한 횟감을 선호한다. 한마디로 "씹히는 맛"을 즐긴다. 그래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즐긴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씹히는 맛보다 미각을 선호한다.
한국은 넙치, 우럭, 농어 같이 육질이 단단하여 씹힘성 좋은 흰살 생선을, 일본은 방어, 참치, 전갱이 같이 육질은 연하지만 혀로 느끼는 맛이 좋은 붉은살 생선을 선호한다. 선어는 갓 잡은 활어보다 씹힘성은 떨어지지만 잡은 뒤 10∼15시간이 지나면 육질부의 이노신산이 많아져 맛이 극대화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