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에 관한 바른 말 사용 (2004.11.29)
우리가 교회의 공식적인 주일 예배시에나, 혹은 그 외의 예배 시에 마지막 순서로(흔히 축도를 대신해서) 하는 소위 ‘주기도’에 관한 몇 가지 바른 말 쓰기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가 다같이 음송하는 마태복음 6장 9-13절까지의 내용에 대한 ‘주기도’라는 명칭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말에서 ‘주기도’라는 말은 영어의 “The Lord's Prayer" 즉 ‘주의 기도’를 줄여서 부른 명칭인데, 이것은 결코 ”주께서 하신 기도“라는 뜻이 아닌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우리말과 같이 영어의 전통을 따른 것으로는 프랑스어의 La priere du Seigneiur (the prayer of the Lord) 와 일본어 ”主の祈り“(=主의 기도), 중국어의 ”主祈禱文“ 등이 있으나,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그 본문의 첫 마디를 그 명칭으로 쓰고 있다(영어에서도 카톨릭에서는 본문의 첫 마디를 따서 ”Our Father"라고 한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Vater Unser", 이태리에서는 Padre Nostre, 스페인어로는 El Padre Nuestro, 러시아어로는 Отчӗ HāƜ (오체 나시) 등이 모두 그 본문의 첫 마디 즉 ”우리 아버지“이다. 성경의 그리스어 원문으로는 다른 서구어와 마찬가지로 ‘우리 아버지’가 첫 마디로 된 것이 우리말이나 일본어와 다르다. 즉 Πατήρ ημών 이 문자대로는 ‘아버지여’ 가 먼저이고 ‘우리’가 뒤이므로 서구어의 낱말 순서도 그와 같이 되어 있다(영어로는 물론 Our Father이다).
어떤 문장의 제목을 그 글의 첫 마디로 삼는 관습은 흔히 있는 일로서, 히브리어 구약성경의 책명이 그 첫 마디, 예컨대 ‘창세기’ 가 아니고 ‘태초에‘로 한 것이나, 마태복음 13장 1-9절의 비유를 그 첫 마디를 따라 ”씨 뿌리는 자의 비유“라고 한 것 등을 볼 수 있다. 그비유도 그 내용에 맞게 제목을 붙인다면 ”네 가지 땅에 떨어진 씨 비유“라고 해야 한다. 이러한 어법은 어린이들에게도 알기 쉽게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예컨대 어린이와 같이 식사기도를 할 때, ”식사기도 하자“라고 하지 않고 ”다같이 ’날마다‘ 하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날마다‘ 는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니 ...“ 하는 어린이들의 식사기도 노래).
‘주기도’라는 명칭을 문법적인 분석을 따라 한다면 영어나 일본어가 나타낸 그대로 주께서 하신 기도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마태복음 6장에 있는 본문은 결코 주께서 하신 기도가 아니고 주께서 제자들에게 하라고, 그럼으로써 그 후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라고 가르쳐 주신 우리들의 기도이다. 그러므로 이 기도에 대한 정확한 바른말은 “주께서 가르치신 기도”가 된다. 따라서 ‘주기도’ 또는 ‘주님의 기도‘ 는 정확한 문법적 분석으로는 주께서 하신 기도로서 예컨대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기도(마 26:39)나 요한복음 17장에서 예수께서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한 것 등이다.
주기도에 관한 바른말 쓰기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주기도문을 외우겠습니다”라는 말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결코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그대로 따라 외우는 것 즉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주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 자신의 기도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주기도’는 다른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문처럼 중언부언 외우는 것이 아니다. 또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이 ‘주기도’는 우리가 수없이 많이 하는 기도이어서 형식적으로 하기가 쉬운 것이다. 그것은 외우는 기도로 하기 때문에 더더구나 그렇게 되기 쉬운 것이다. 그러므로 일찍이 루터는 “주기도가 그리스도인에 의하여 수많이 순교를 당한다”고 말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께서 가르치신 그 중요한 기도를 아무렇게나 형식적으로 하는 기도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형식적으로 주기도를 하는 것은 주기도를 죽이는 것이요, 그것은 결국 그 기도를 가르쳐 주신 예수를 배반하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