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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목우재 원문보기 글쓴이: 섬돌(정승수)
초발심자경문
(初發心自警文)
고려 중기 지눌(知訥)이 지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과 신라의 원효(元曉)가 지은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고려 후기 야운(野雲)이 지은 《자경문(自警文)》을 합본한 책이다. 야운의 《자경문》이 고려 후기에 저술된 것을 보면 조선시대 때 합본된 것이 분명하나 언제, 누가 합본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계초심학인문》은 지눌이 조계산 수선사에서 대중을 인도하고 교화시키기 위하여 지은 기본규율서로 주요 내용은 행자의 마음가짐과 지켜야 할 규범, 일반대중이 지켜야 할 준칙, 선방에서 지켜야 할 청규 등이다. 《발심수행장》에는 수행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적혀 있고, 《자경문》에는 수행인이 스스로 일깨우고 경계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해제
고려 중기에 지눌(知訥)스님이 조계산에서 수선사(修禪社)를 만들고 새로운 선풍(禪風)을 일으켰을 때, 처음 불문에 들어온 사람과 수선사의 기강을 위해서 이 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은 불교의 수행의범(修行儀範)인 율문(律文)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 중 핵심이 되는 부분만을 추린 뒤 우리나라의 사원생활에 맞게 구성하였다. 내용은 크게 세부분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초심자를 경계한 것으로서 가장 많이 비중을 두었다. 처음 불문에 들어온 사람은 나쁜 사람을 멀리하고 착한 친구만 가까이 해야하며, 오계. 십계등을 받아서 지키되,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등, 마음가짐, 몸가짐, 말하는 법, 어른 섬기는 법, 예불하고 참회하는 법, 심지어는 세수하고 밥 먹는 법에 이르기까지 승려생활의 요점을 밝혔다.
둘째는 일반 승려를 경계하고 있다. 승려들이 대화. 토론. 대인관계. 출행(出行). 공양(供養) 때에 갖추어야 할 주의사항 등, 흔히 저질러지고 있는 잘못들과 사원생활의 화합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를 경계하였다.
셋째는 선방에서 수행하는 자들을 경계한 것이다. 교학(敎學), 수면, 청법(請法), 정진, 발원(發願) 등 잘 지켜지지 않는 율법 몇 가지와 선을 닦는 사람이 경전이나 스승에 대해서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또 이 책은 1397년 태조의 명을 받아 전국 사원의 청규(淸規)로 시행하게 됨에 따라 불교 교과목의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었으며, 승려는 물론 일반 신도까지 배워야 할 기본서가 되었다.
誡初心學人文 (계초심학인문)
海東沙門 牧牛子 述
(해동사문 목우자 술)
夫初心之人 須遠離惡友 親近賢善 受五戒十戒等 善知持犯開遮
(부초심지인은 수원리악우하고 친근현선하며 수오계십계등하여 선지지범개차하라)
무릇 처음 발심(發心)한 사람은 모름지기 나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도 착한 이를 가까이하며 오계와 십계 등을 받아서 지키고(持) 범하는(犯) 일과 열고(開) 닫는(遮) 일을 잘 알아야 한다.
※십계(十戒, 사미십계): 오계[五戒:불살생, 불투도, 불망어, 불사음, 불음주] 외에,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지 말 것, 노래하고 춤추고 풍류를 즐기지 말 것, 높고 큰 평상에 앉지 말 것, 제때가 아니면 먹지 말 것, 몸에 금은보화를 지니지 말 것이다
但依金口聖言 莫順庸流妄說
(단의금구성언하고 막순용류망설이어다)
단지 부처님이 말씀하신 성스러운 말에 의지할 뿐, 용렬한 무리들의 망령된 이야기는 따르지 말라.
旣已出家 參陪淸衆 常念柔和善順 不得我慢貢高
(기이출가하여 참배청중이어든 상념유화선순하되 부득아만공고어다)
이미 출가하여 청정한 대중으로 참여하여 자리하였으면 항상 온화하게 잘 따를 것을 생각할 뿐, 자만하여 스스로를 높이 여기지 말라.
大者爲兄 小者爲弟 儻有諍者 兩說和合 但以慈心相向 不得惡語 傷人
(대자위형하고 소자위제니라 당유쟁자어든 양설화합하여 단이자심상향이언정 부득악어상인이어다)
큰 사람을 형으로 삼고 작은 사람을 아우로 삼을 것이며, 만일 다툼이 있다면 양 쪽의 말을 모두 들어 화합시킴에 단지 자비로운 마음으로써 서로를 대하게 하여야지 나쁜 말로써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
若也欺凌同伴 論說是非 如此出家 全無利益
(약야기릉동반하여 논설시비인댄 여차출가는 전무이익이니라)
만약 같은 도반을 속이고 업신여기며 옳고 그름을 따져 말한다면 이와 같은 출가는 아무 이익도 없을 것이다.
財色之禍 甚於毒蛇 省己知非 常須遠離
(재색지화는 심어독사하니 성기지비하여 상수원리어다)
재물과 여색으로 인한 재앙은 독을 품은 뱀보다도 심하니 자신을 돌아보고 그름을 알아서 항상 멀리해야 할 것이다.
無緣事則 不得入他房院 當屛處 不得强知他事
(무연사즉 부득입타방원하며 당병처에는 부득강지타사하며)
인연되는 일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방이나 처소에 들어가지 말 것이며, 은밀한 곳에 있을 때는 억지로 남의 일을 알려고 하지 말 것이며,
非六日 不得洗浣內衣 臨盥漱 不得高聲涕唾
(비육일이어든 부득세완내의하며 임관수에 부득고성체타하며)
여섯 째 날이 아니면 속옷을 세탁하지 말 것이며, 낯 씻고 양치질할 때는 높은 소리로 침을 뱉지 말 것이며,
行益次 不得搪揬越序 經行次 不得開襟掉臂
(행익차에는 부득당돌월서하고 경행차에는 부득개금도비하며)
이익 되는 일을 하는 자리에서는 당돌하게 순서를 넘어서지 말 것이며, 지나다닐 때에는 옷깃을 열어젖히거나 팔을 흔들지 말 것이며,
言談次 不得高聲戲笑 非要事 不得出於門外
(언담차에는 부득고성희소며 비요사어든 부득출어문외니라)
얘기를 할 때에는 높은 소리로 희롱하거나 웃지 말 것이며, 요긴한 일이 아니면 문 밖을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有病人 須慈心守護 見賓客 須欣然迎接
(유병인이어든 수자심수호하며 견빈객이어든 수흔연영접하며)
병든 사람을 보면 모름지기 자비로운 마음으로 간호해야 하며, 손님을 보면 모름지기 기쁜 마음으로 맞아 들어야 하며,
逢尊長 須肅恭廻避 辦道具 須儉約知足
(봉존장이어든 수숙공회피하며 판도구하되 수검약지족이어다)
윗 어른을 만나면 모름지기 엄숙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길을 비켜 드려야 하며, 수도에 필요한 기물들을 갖춤에 있어서는 모름지기 검약하면서도 족함을 알아야 한다.
齋食時 飮綴 不得作聲 執放 要須安詳 不得擧顔顧視
(재식시에 음철에 부득작성하며 집방에 요수안상하여 부득거안고시하며)
공양을 할 때는 마시고 씹는 소리를 내지 말고, (음식을) 집거나 놓을 때 반드시 차분해야 하며, 얼굴을 쳐들어 사방을 둘러보지 말아야 하고
不得欣厭精麤 須黙無言說 須防護雜念
(부득흔염정추하며 수묵무언설하며 수방호잡념이어다)
(음식이) 좋거나 거칠다 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 하며, 모름지기 침묵하여 얘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잡된 생각을 막아야 할 것이다.
須知受食 但療形枯 爲成道業
(수지수식이 단료형고하며 위성도업이어다)
모름지기 음식을 받아먹는 것은 단지 육체가 수척해지는 것을 예방하여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함인 것을 알아야 한다.
須念般若心經 觀三輪淸淨 不違道用
(수념반야심경하되 관삼륜청정하여 불위도용이어다)
《반야심경》을 생각하고 삼륜(三輪)의 청정함을 직관하여 도업을 위해 쓰이는 일임을 어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赴焚修 須早暮勤行 自責懈怠 知衆行次 不得雜亂
(부분수하되 수조모근행하여 자책해태하며 지중행차하고 부득잡란하라)
나아가 열심히 수행할 때는 모름지기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행함에 스스로 게으름을 꾸짖으며 대중이 행하는 절차를 앎으로써 번잡하거나 어지럽지 말아야 할 것이다.
讚唄祝願 須誦文觀義 不得但隨音聲 不得韻曲不調
(찬패축원하되 수송문관의하고 부득단수음성하고 부득운곡부조하며)
찬불하고 축원할 때는 모름지기 글을 외우며 그 뜻을 직관하되 단지 소리만을 따라해서도 안 될 것이고 음절이 고르지 않아도 안 될 것이며,
瞻敬尊顔 不得攀緣異境
(첨경존안하되 부득반연이경이어다)
우러러 부처님의 존안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되 다른 경계로 인연을 이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須知自身罪障 猶如山海 須知理懺事懺 可以消除
(수지자신죄장이 유여산해하여 수지이참사참으로 가이소제니라)
모름지기 자신이 지닌 죄의 업장이 마치 산과 바다와 같음을 알아야 하며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그 업장을) 녹여 없앨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深觀能禮所禮 皆從眞性緣起 深信感應 不虛 影響相從
(심관능례소례가 개종진성연기하고 심신감응이 불허하여 영향상종이니라)
절을 하고 절을 받는 것이 모두 참된 품성을 좇아 인연이 일어난 것임을 깊이 직관하고, 그로 인한 감응이 헛되지 않음이 마치 그림자나 메아리가 뒤따르는 것 같음을 깊이 믿어야 할 것이다.
居衆寮 須相讓不爭 須互相扶護
(거중료하되 수상양부쟁하며 수호상부호하며)
대중의 처소에 거처할 때는 모름지기 서로 양보하여 다투지 말고 서로 도우며 보호해야 할 것이다.
愼諍論勝負 愼聚頭閒話 愼誤着他鞋 愼坐臥越次
(신쟁론승부하며 신취두한화하며 신오착타혜하며 신좌와월차니라)
승부를 다투어 논쟁하는 일을 삼가야 하며, 무리지어 모여서 한가한 얘기하는 일을 삼가야 하며, 다른 이의 신을 잘못 신는 일을 삼가야 하며, 앉고 누움에 순서를 뛰어넘는 일을 삼가야 한다.
對客言談 不得揚於家醜 但讚院門佛事
(대객언담에 부득양어가추하며 단찬원문불사어다)
손님을 대하여 얘기할 때는 집안의 좋지 못한 일을 들추지 말고 단지 경내의 불사(佛事)를 칭찬해야 할 것이다.
不得詣庫房 見聞雜事 自生疑惑
(부득예고방하여 견문잡사하고 자생의혹이어다)
부질없이 고방(庫房)에 이르러 잡다한 일들을 보고 들음으로써 스스로 의혹을 내지 말아야 한다.
非要事 不得遊州獵縣 與俗交通 令他憎嫉 失自道情
(비요사어든 부득유주렵현하고 여속교통하여 영타증질하며 실자도정이어다)
요긴한 일이 아니면 대처(大處)로 나가 노닐며 세속과 더불어 왕래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미워하고 시기하게 하여 자신의 수도하는 뜻을 잃게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儻有要事出行 告住持人 及菅衆者 令知去處
(당유요사출행이어든 고주지인과 급관중자하여 영지거처니라)
만일 요긴한 일이 있어 나들이를 하게 되면 주지 스님과 대중을 관리하는 자에게 아뢰어 가는 곳을 알게 해야 한다.
若入俗家 切須堅持正念 愼勿見色聞聲 流蕩邪心 又況披襟戲笑 亂說雜事
(약입속가어든 절수견지정념하여 신물견색문성하고 유탕사심이어늘 우황피금희소하여 난설잡사랴)
만약 속가에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바른 생각을 견지하여 삼가 색(色)을 보거나 소리(聲)를 듣지 말고 삿된 마음은 쓸어 내어야 하거늘, 하물며 옷깃을 열어젖히고 희롱하여 웃으며 잡된 일들을 어지러이 이야기하겠는가.
非時酒食 妄作無碍之行 深乖佛戒
(비시주식으로 망작무애지행하여 심괴불계아)
때가 아님에도 술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망령되게 거리낌 없는 행위를 하여 깊이 부처님의 계율을 어기겠는가.
又處賢善人 嫌疑之間 豈爲有智慧人也
(우처현선인의 혐의지간이면 기위유지혜인야리오)
또한 어질고 착한 사람들이 혐오하고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어찌 지혜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住社堂 愼沙彌同行 愼人事往還 愼見他好惡
(주사당하되 신사미동행하며 신인사왕환하며 신견타호오하며)
사당(수행처)에 머물 때는 사미(沙彌)와 함께 다니는 일을 삼가야 하며, 인사치례하며 분주히 다니는 일을 삼가야 하며, 다른 사람의 좋거나 나쁜 점을 보는 일을 삼가야 하며,
愼貪求文字 愼睡眠過度 愼散亂攀緣
(신탐구문자하며 신수면과도하며 신산란반연이어다)
문자를 탐구하는 일을 삼가야 하며, 지나치게 잠자는 일을 삼가야 하며, 산란스럽게 인연을 이어가는 일을 삼가야 한다.
若遇宗師 陞座說法 切不得於法 作縣崖想 生退屈心
(약우종사 승좌설법이어든 절부득어법에 작현애상하여 생퇴굴심하며)
만약 으뜸되는 스승께서 자리에 올라 법을 설하게 되면 법에 있어 아득히 여기는 생각(懸崖想)을 지음으로써 물러서고자 하는 마음(退屈心)을 내지 않아야 하며
或作慣聞想 生容易心 當須虛懷聞之 必有機發之時
(혹작관문상하여 생용이심할지니 당수허회문지하면 필유기발지시하리라)
혹은 매번 들은 것이라 여기는 생각(慣聞想)을 지음으로써 쉽게 여기는 마음(容易心)이 생기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응당 모름지기 비워놓는 마음으로 그것을 들으면 반드시 근기(機)가 발동될 때가 있을 것이다.
不得隨學語者 但取口辦
(부득수학어자하여 단취구판이어다)
말로만 배우는 자들을 따라 단지 입으로만 분별하는 것을 말아야 한다.
所謂蛇飮水 成毒 牛飮水 成乳 智學 成菩提 愚學 成生死 是也
(소위사음수면 성독하고 우음수면 성유하니 지학은 성보리하고 우학은 성생사라함이 시야니라)
소위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을 만들며, 지혜로운 자의 배움은 깨달음(菩提)을 이루고 어리석은 자의 배움은 생사(生死)를 이룬다] 하였으니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又不得於主法人 生輕薄想 因之 於道有障 不能進修 切須愼之
(우부득어주법인에 생경박상하라 인지하여 어도유장이면 불능진수하리니 절수신지어다)
또한 법을 주재하는 사람을 가벼이 여기는 생각(輕薄想)을 내지 말 것이니, 그로 인하여 도에 장애가 있으면 능히 나아가 수행하지 못할 것이므로 결단코 이를 삼가야 할 것이다.
論 云 如人 夜行 罪人 執炬當路 若以人惡故 不受光明 墮坑落慙去矣
(논에 운하되 여인이 야행에 죄인이 집거당로어든 약이인오고로 불수광명하면 타갱락참거의라 하시니)
《논》에 이르기를 [만일 어떤 사람이 밤에 길을 가는데 죄인이 횃불을 들고 길에 나옴에 만약 그 사람이 밉다하여 불빛을 받지 않는다면 구덩이에 빠져 떨어져 버릴 것이다] 하였으니,
聞法之次 如履薄氷 必須側耳目 而聽玄音 肅情塵 而賞幽致 下堂後 墨坐觀之
(문법지차에 여리박빙하리니 필수측이목하여 이청현음하며 숙정진 이상유치하다가 하당후에 묵좌관지하라)
법을 들을 때에는 마치 엷은 얼음을 밟듯이 하여 반드시 귀와 눈을 기울여 현묘한 법음(法音)을 듣고 본성의 티끌을 깨끗이하여 그윽한 이치를 맛볼 것이며, 거처에 돌아온 후에는 조용히 앉아 그것을 직관하라.
如有所疑 博問先覺 夕惕朝詢 不濫絲髮
(여유소의어든 박문선각하며 석척조순하여 불람사발이어다)
만일 의심나는 바가 있으면 먼저 깨우친 이들에게 널리 물어서 저녁때까지 삼가 생각하고 아침에 다시 물어 실 한 올이나 머리털 하나라도 함부로 흐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如是 乃可能生正信 以道爲懷者歟
(여시라야 내가능생정신하여 이도위회자여아)
이와 같아야 바른 믿음을 낼 수 있으며 도를 가슴에 품은 자가 아니겠는가.
無始習熟 愛欲恚痴 纏綿意地 暫伏還起 如隔日瘧
(무시습숙한 애욕에치가 전면의지하여 잠복환기함이 여격일학하니)
비롯함이 없이 익혀온 애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은 의지의 바탕에 솜 얽히듯 하여 잠시 숨어들었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마치 하루거리 학질병과도 같이 하니,
一切時中 直須用加行方便智慧力 痛自遮護
(일체시중에 직수용가행방편지혜력하여 통자차호언정)
일체의 시간 중에 곧장 수행을 도울 수 있는 방편과 지혜의 힘을 사용하여 간절히 스스로를 보호해 야 할 것인데,
豈可閒謾 遊談無根 虛喪天日 欲冀心宗而求出路哉
(기가한만으로 유담무근하고 허상천일하고 욕기심종이구출로재리오)
어찌 한가하고 게을리 근거 없는 얘기로 노닥거리며, 아까운 나날을 헛되이 보내고도 마음의 종지(心宗)를 바람으로써 나갈 길을 구하고자 하겠는가.
但堅志節 責躬匪懈 知非遷善 改悔調柔
(단견지절하여 책궁비해하며 지비천선하여 개회조유어다)
단지 의지와 절개를 굳건히 하여 그릇되고 게으른 것은 몸소 책망하고 옳지 않은 것을 깨달아 착한 것으로 옮겨가며 조심스레 후회되는 바를 고쳐 가야 한다.
勤修而觀力 轉深 鍊磨而行門 益淨
(근수이관력이 전심하고 연마이행문이 익정하리라)
부지런히 수행하면 곧바로 바라보는 힘이 점차 깊어지게 될 것이며, 단련하고 또 연마하면 행하는 문이 점차 깨끗해 질 것이다.
長起難遭之想 道業 恒新 常懷慶幸之心 終不退轉
(장기난조지상하면 도업이 항신하고 상회경행지심하면 종불퇴전하리라)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길게 일으키면 도업(道業)이 항상 새롭게 느껴질 것이고, 경사스럽고 행복하다는 마음을 항상 품으면 끝까지 물러나지 않게 될 것이다.
如是久久 自然定慧圓明 見自心性
(여시구구하면 자연정혜원명하여 견자심성하며)
이와 같이 오래도록 하면 자연히 정혜(定慧)가 원만하게 밝아져 스스로의 심성(心性)을 보게 될 것이며,
用如幻悲智 還度衆生 作人天大福田 切須勉之
(용여환비지하여 환도중생하고 작인천대복전하리니 절수면지어다)
실재하지 않는 자비와 지혜로 중생들을 제도함으로써 사람과 하늘 가운데 커다란 복밭(福田)을 일구게 되는 것이니, 오로지 이에 힘 쓸 것이로다.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해제
신라의 원효(元曉)가 출가 수행자를 위하여 지은 발심(發心)에 관한 글.
수행인이 부처 될 마음을 일으켜 거룩한 행을 닦는 요긴한 말을 적은 총 706자의 사언절구(四言絶句)로 된 짧은 글이다.
내용은 애욕을 끊고 고행(苦行) 할 것, 참된 수행자가 될 것, 늙은 몸은 닦을 수 없으니 부지런히 닦을 것 등, 서론. 본론. 유통분(流通分)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모든 부처님이 열반(涅槃)의 적멸궁(寂滅宮)을 장엄한 것은 한량없는 세월 동안 욕망을 버리고 고행 정진을 쌓은 때문이고, 중생들이 고해(苦海)의 불집 속에 사는 것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이며, 입산수도(入山修道) 한 모든 사람들이 큰 도(道)를 성취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애욕에 구속되어 실천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한, 이 몸뚱이는 허망한 것이고 곧 무너질 것이므로 아무리 아끼고 보호해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니, 세속에 대한 미련을 끊고 계행(戒行)을 철저히 지켜서 조사(祖師)가 되고 부처가 될 목표를 세워 정진하라고 하였으며, 만약 계행을 깨끗이 지녀 지키지 못하면 타인의 지도자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주의 공양(供養)과 예배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행 할 때는 계(戒)와 지혜를 쌍으로 닦을 것을 강조하였으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대승행(大乘行)을 닦아 청정한 마음으로 행하면 하늘이 찬양할 뿐 아니라 마침내는 여래(如來)의 사자좌(獅子座)에 나아간다고 하였다.
끝으로 세월의 덧없음을 강개 절묘한 문장으로 환기하여, 부서진 수레는 짐을 실을 수 없고 늙은 몸은 닦을 수 없는 것이니 발심수행이 급하고 급함을 간곡히 당부하였다.
發心修行章(발심수행장)
芬皇寺 沙門 元曉 述
(분황사 사문 원효 술)
夫 諸佛諸佛 莊嚴寂滅宮 於多劫海 捨欲苦行
(부제불제불이 장엄적멸궁은 어다겁해에 사욕고행이요)
무릇 모든 부처님들이 열반의 궁전에 장엄하게 자리하신 것은 억겁의 바다에서 욕심을 버리고 고행하신 때문이며,
衆生衆生 輪廻火宅門 於無量世 貪慾不捨
(중생중생이 윤회화택문은 어무량세에 탐욕불사니라)
모든 중생들이 불타는 집의 문안에서 윤회를 거듭하는 것은 무량한 세상에서 탐욕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無防天堂 少往至者 三毒煩惱 爲自家財
(무방천당에 소왕지자는 삼독번뇌로 위자가재요)
가로막는 자 없는 천당이건만 가서 이르는 자가 적은 까닭은 삼독과 번뇌로써 자기 집의 재물을 삼은 때문이며,
無誘惡道 多往入者 四蛇五欲 爲妄心寶
(무유악도에 다왕입자는 사사오욕으로 위망심보니라)
유혹하는 자 없는 지옥(惡道)이건만 가서 들어서는 자가 많은 까닭은 네 마리의 뱀과 다섯 가지 욕심으로 망녕스럽게 마음의 보물을 삼은 때문이다.
人誰不欲歸山修道 而爲不進 愛欲所纏
(인수불욕귀산수도리요만 이위부진은 애욕소전이니라)
사람 가운데 그 어느 누가 산으로 돌아가 도 닦고자 아니 하겠는가 마는 그렇게 나아가지 않는 까닭은 애욕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然而不歸山藪修心 隨自身力 不捨善行
(연이불귀산수수심이나 수자신력하여 불사선행이어다)
그렇지만 깊은 산으로 돌아가 마음을 닦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힘에 따라 착한 것을 행하는 일은 버리지 말라.
自樂能捨 信敬如聖 難行能行 尊重如佛
(자락능사하면 신경여성이요 난행능행하면 존중여불이니라)
스스로 쾌락을 능히 버릴 수 있으면 성인과도 같이 믿음과 공경을 받을 것이며,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할 수 있으면 부처님처럼 존중받을 것이다.
慳貪於物 是魔眷屬 慈悲布施 是法王子
(간탐어물은 시마권속이요 자비보시는 시법왕자니라)
재물을 아끼고 탐하는 자는 바로 마귀의 권속이며, 자비를 베푸는 자는 바로 법왕의 자식이다.
高嶽峩巖 智人所居 碧松深谷 行者所捿
(고악아암은 지인소거요 벽송심곡은 행자소서니라)
높은 산의 험준한 바위는 지혜로운 사람이 거처하는 곳이고 푸른 소나무의 깊은 계곡은 수행하는 자가 머무는 곳이니라.
飢餐木果 慰其飢腸 渴飮流水 息其渴情
(기찬목과하여 위기기장하고 갈음유수하여 식기갈정이니라)
배고프면 나무 열매를 먹어 주린 창자를 달래고 목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셔 갈증나는 마음을 쉬게 할 것이다.
喫甘愛養 此身 定壞 着柔守護 命必有終
(끽감애양하여도 차신은 정괴요 착유수호해도 명필유종이니라)
달디 단 음식을 먹어 사랑으로 기를지라도 이 육신은 반드시 허물어질 것이요, 부드러운 옷을 입어 지키고 보호하더라도 이 목숨은 필연코 마침이 있을 것이다.
助響巖穴 爲念佛堂 哀鳴鴨鳥 爲歡心友
(조향암혈로 위염불당하고 애명압조로 위환심우니라)
메아리가 울리는 바윗굴을 염불하는 불당으로 여기고, 애처로이 우는 기러기 소리를 기쁜 마음의 벗으로 삼으라.
拜膝 如氷 無戀火心 餓腸 如切 無求食念
(배슬이 여빙이라도 무련화심하고 아장이 여절이라도 무구식념이라)
절하는 무릎이 어름같이 시리더라도 불기운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 주린 창자가 마치 끊어지듯 하더라도 음식을 구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忽至百年 云何不學 一生 幾何 不修放逸
(홀지백년이어늘 운하불학이며 일생이 기하인데 불수방일고)
일백 년도 잠깐인데 어찌 배우지 않는다 말할 것이며, 한 평생이 얼마나 되관데 수행하지 않고 놀기만 할 것인가.
離心中愛 是名沙門 不戀世俗 是名出家
(이심중애를 시명사문이요 불연세속을 시명출가니라)
마음 속에 애욕을 떨쳐 버린 이를 이름하여 사문(沙門)이라 하고, 세속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출가(出家)라 한다.
行者羅網 狗被象皮 道人戀懷 蝟入鼠宮
(행자라망은 구피상피요 도인련회는 위입서궁이니라)
수행하는 자가 비단을 걸친 것은 개가 코끼리 가죽을 덮어 쓴 격이며, 도를 닦는 이가 애욕을 품는 것은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들어간 격이다.
雖有才智 居邑家者 諸佛 是人 生悲憂心
(수유재지나 거읍가자면 제불이 시인에 생비우심하고)
비록 재주와 지혜가 있으나 세속의 마을에 거처하는 자는 모든 부처님이 그 사람으로 인해 슬퍼하고 근심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고,
說無道行 住山室者 衆聖 是人 生歡喜心
(설무도행이나 주산실자면 중성이 시인에 생환희심하니라)
설령 도를 닦는 수행이 없더라도 산 속의 처소에 거주하는 자는 뭇 성인들이 그 사람으로 인해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된다.
雖有才學 無戒行者 如寶所導而不起行
(수유재학이나 무계행자는 여보소도이불기행이요)
비록 재주와 학문이 있더라도 계행(戒行)이 없는 자는 마치 보물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여도 일어나 가지 않는 것과 같으며,
雖有勤行 無智慧者 欲往東方而向西行
(수유근행이나 무지혜자는 욕왕동방이향서행이니라)
비록 부지런히 수행하더라도 지혜(智慧)가 없는 자는 동쪽 방향으로 가고자 하면서 서쪽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같다.
有智人 所行 蒸米作飯 無智人 所行 蒸沙作飯
(유지인의 소행은 증미작반이요 무지인의 소행은 증사작반이니라)
지혜가 있는 사람의 수행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으며, 지혜가 없는 사람의 수행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
共知喫食 而慰飢腸 不知學法 而改癡心
(공지끽식 이위기장하되 부지학법 이개치심이니라)
모두들 밥을 먹어 주린 창자를 위로할 줄은 알면서도 불법을 깨우쳐 어리석은 마음은 고칠 줄을 모르는구나.
行智具備 如車二輪 自利利他 如鳥兩翼
(행지구비는 여거이륜이요 자리이타는 여조양익이니라)
수행과 지혜를 모두 갖추는 것은 마치 수레의 두 바퀴와 같으며,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나아가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은 마치 새의 양쪽 날개와 같다.
得粥祝願 不解其意 亦不檀越 應羞恥乎
(득죽축원하되 불해기의면 역부단월에 응수치호며)
죽을 얻고서 축원하면서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역시 단월(시주)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得食唱唄 不達其趣 亦不賢聖 應慚愧乎
(득식창패하되 부달기취면 역불현성에 응참괴호아)
밥을 얻고서 찬불을 하면서도 그 이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역시 성현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人惡尾蟲 不辨淨穢 聖憎沙門 不辨淨穢
(인오미충이 불변정예이듯 성증사문이 불변정예니라)
사람들이 똥벌레가 깨끗하고 더러운 것을 분별하지 못함을 싫어하듯이 성현께서는 사문(沙門)들이 깨끗하고 더러운 것을 분별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것이다.
棄世間喧 乘空天上 戒爲善梯
(기세간훤하고 승공천상은 계위선제니)
세간의 시끄러움을 버리고 천상으로 오르는 데는 계행(戒行)이 훌륭한 사다리이니,
是故 破戒 爲他福田 如折翼鳥 負龜翔空
(시고로 파계코 위타복전은 여절익조가 부구상공이라)
그러므로 계행을 깨트린 이가 남을 위하는 복밭(福田)이 되려는 것은 마치 날개 부러진 새가 거북을 업고 하늘로 오르려는 것과 같다.
自罪 未脫 他罪 不贖 然 豈無戒行 受他供給
(자죄를 미탈하면 타죄를 불속이라 연하니 기무계행하고 수타공급이리오)
스스로의 죄업을 벗지 못한 이는 다른 이의 죄업을 풀어 줄 수 없다.
그러니 계행이 없는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의 공양을 받을 수 있겠는가.
無行空身 養無利益 無常浮命 愛惜不保
(무행공신은 양무이익이요 무상부명은 애석불보니라)
행함이 없는 빈 몸은 고이 기르더라도 이익이 없으며, 항상성이 없는 뜬 목숨은 사랑하고 아끼더라도 보존하지 못한다.
望龍象德 能忍長苦 期獅子座 永背欲樂
(망용상덕하야 능인장고하고 기사자좌하야 영배욕락이니라)
용상의 큰 덕(龍象德)을 가지기 바라거든 기나긴 고통을 능히 참아야 하며, 사자의 자리(獅子座)에 오르기 기대하거든 욕망과 쾌락을 영원히 등져야 한다.
行者心淨 諸天 共讚 道人 戀色 善神 捨離
(행자심정하면 제천이 공찬하고 도인이 연색하면 선신이 사리하나니라)
수행하는 자로서 마음이 깨끗하면 모든 천신들이 함께 찬양할 것이며, 도를 닦는 이로서 여색에 연연하면 착한 신들이 버리고 떠날 것이다.
四大 忽散 不保久住 今日夕矣 頗行朝哉
(사대가 홀산이요 불보구주니 금일석의라 파행조재인저)
사대(四大)는 홀연히 흩어지니 보존하여 오랫동안 머물지 못할 것이며, 오늘 저녁이 될지도 모르니 아침부터 서둘러 행해야 할 것이다.
世樂 後苦 何貪着哉 一忍 長樂 何不修哉
(세락이 후고어늘 하탐착재며 일인이 장락이어늘 하불수재리오)
세상의 쾌락은 고통이 뒤따르니 어찌 탐내어 붙들 것이며, 한 번 참으면 길이 즐거울 것이니 어찌 수행하지 않겠는가.
道人貪 是行者羞恥 出家富 是君子所笑
(도인탐은 시행자수치요 출가부는 시군자소소니라)
도를 닦는 사람의 탐욕은 수행인의 수치이며 출가한 이의 부귀는 군자의 웃음거리이다.
遮言 不盡 貪着不已 第二無盡 不斷愛着
(차언이 부진어늘 탐착불이하며 제이무진이어늘 부단애착하며)
핑계로 하는 말은 다하지 못하기에 탐욕의 집착은 그칠 줄 모르며, 이어지는 일은 끝남이 없기에 끊임없이 애착을 가지게 되며,
此事無限 世事不捨 彼謀無際 絶心不起
(차사무한이어늘 세사불사하며 피모무제어늘 절심불기로다)
이 일로써 한정을 지을 수 없기에 세상의 일을 버리지 못하며, 저 계책으로 시기를 그을 수 없기에 끊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今日不盡 造惡日多 明日無盡 作善日少
(금일부진이언만 조악일다하며 명일무진이언만 작선일소하며)
오늘도 (세상과의 인연을) 다하지 못하기에 악업을 짓는 날자가 많아지게 되고, 내일 또한 (세상과의 인연을) 다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선업을 지을 날자는 적어지게 되며,
今年不盡 無限煩惱 來年無盡 不進菩提
(금년부진이언만 무한번뇌하며 내년무진이언만 부진보리로다)
올해에 다하지 못하니 번뇌는 한이 없고, 내년에도 다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깨달음(菩提)에 나아가지 못한다.
時時移移 速經日夜 日日移移 速經月晦
(시시이이하여 속경일야하며 일일이이하여 속경월회하며)
한 시간 한 시간 옮겨가니 하루는 어둠으로 신속히 지나가고, 하루하루 옮겨가니 한 달은 그믐으로 신속히 지나가며,
月月移移 忽來年至 年年移移 暫到死門
(월월이이하여 홀내년지하며 년년이이하여 잠도사문하나니)
한 달 한 달 옮겨가니 홀연히 연말에 이르고, 한 해 한 해 옮겨가니 잠시간에 죽음의 문에 도달하나니
破車不行 老人不修 臥生懈怠 坐起亂識
(파거불행이요 노인불수라 와생해태하고 좌기난식이니라)
부서진 수레는 구르지 못하듯이 늙은 사람은 수행할 수 없으니 누우면 게으름과 나태만이 생기며 앉아 있으면 난잡한 의식만 일어난다.
幾生不修 虛過日夜 幾活空身 一生不修
(기생불수어늘 허과일야하며 기활공신이어늘 일생불수오)
몇 생을 수행하지 않고서 헛되이 밤낮을 보내었으며, 이 빈 몸은 얼마를 살 것이관데 한 평생 수행하지 않는가?
身必有終 後身 何乎 莫速急乎 莫速急乎
(신필유종이니 후신은 하호아 막속급호아 막속급호아)
몸은 반드시 끝마침이 있으니 내생에는 어찌할 것인가?
다급하고도 다급한 일이 어찌 아니겠는가!
자경문(自警文)
해제
고려 후기의 승려 야운(野雲)이 수행자가 스스로를 경책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쓴 책.
자경이란 신삼(身三), 구사(口四), 의삼(意三)이라 하여 몸으로는 살생. 도둑질. 간음을, 입으로는 거짓말. 독설. 이간질. 모략중상을, 뜻으로는 탐냄, 시기. 질투. 분노. 그릇된 주장 등을 한 자신을 참회하고, 깨닫는 그날까지 잘못된 모든 행위를 돌이켜 자비한 마음으로 뭇 생명을 사랑하고 베풀어주며, 깨끗한 행을 닦고 마음을 살펴 몸과 입과 뜻을 항상 경계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잠(箴).명(銘).녹(錄).감(鑑).경(鏡).문(文).계(誡).신(神) 등으로 표현하여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장소에 붙여 놓고 자신을 경책하여 왔는데, 이 글은 저자 자신을 경책한 것이지만 공부하는 승려를 아울러 경책하는 것이다.
내용은 10문(門)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마음을 깨쳐 해탈한 사람이 수없이 많으나 내가 아직도 괴로움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진리의 길을 등지고 일시적인 즐거움에만 탐닉하였기 때문인데, 그 결과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부처와 거리가 먼 말세이고, 불법을 만났지만 믿고 실행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말세라고 걱정하는 것도 내 마음 탓이니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깨닫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고 열가지 신조를 꼭 지켜 수행에 도움이 되도록 항상 경책하여야 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열가지 경책은
1.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절대로 수용하지 말라,
2. 내 것을 아끼지 말고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
3. 말을 적게 하고 행동을 가볍게 하지 말라 ,
4. 좋은 벗과 친하고 나쁜 벗을 사귀지 말라 ,
5. 삼경(三更) 외에는 잠을 자지 말라 ,
6. 자신을 높이고 남을 업신 여기지 말라 ,
7. 재물과 여자를 대하거든 바른 생각으로 대하라,
8. 세속 사람과 사귀어 같은 대중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하지 말라,
9.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10. 대중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평등하게 하라 등이다.
각 항목마다 간략하게 설명을 붙이고 또 시를 지어 그 뜻을 부연하고 있다.
이어서, 사람으로 태어나는 일이 눈먼 거북이 바다에서 나무토막을 만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므로, 열가지 경책을 지키면서 속히 바른 깨달음을 얻어 괴로움에서 헤메이는 가여운 중생을 모두 구제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自警文 (자경문)
野雲比丘 述
(야운비구 술)
主人公 聽我言 幾人 得道空門裏 汝何長輪苦趣中
(주인공아 청아언하라 기인이 득도공문리어늘 여하장륜고취중가)
주인공아! 나의 말을 들어라.
수많은 사람들이 공허로운 문(空門) 안에서 도를 얻었건만 너는 어찌하여 이토록 오랫동안 괴로움 속에서 전전하고 있는가?
汝自無始已來 至于今生 背覺合塵 墮落愚癡
(여자무시이래로 지우금생히 배각합진하고 타락우치하여)
너는 시작함도 없는 예전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등지고 세상의 티끌에 부합한 채 어리석고 어리석은 지경에 떨어져
恒造衆惡 而入三途之苦輪 不修諸善 而沈四生之業海
(항조중악하고 이입삼도지고륜하며 불수제선하고 이침사생지업해로다)
항상 여러 악업을 지어 삼도(三途)의 괴로운 수레바퀴 아래로 들어갔으며 모든 선업을 수행하지 않았기에 사생(四生)의 업 바다에 빠진 것이다.
身隨六賊故 或墮惡趣 則極辛極苦
(신수육적고로 혹타악취하면 즉극신극고하고)
신체는 여섯 도적(六賊)을 따른 까닭에 언제나 악취에 떨어지니 곧 지극히 고통스러운 것이며,
心背一乘故 或生人道 則佛前佛後
(심배일승고로 혹생인도하면 즉불전불후로다)
마음은 일승(一乘)을 등진 까닭에 언제나 사람의 길로 태아나도 곧 부처님 이전이거나 부처님 이후인 것이다.
今亦幸得人身 正是佛後末世 嗚乎痛哉
(금역행득인신이나 정시불후말세니 오호통재라)
금생에도 다행히 사람의 몸을 얻었으나 때는 바야흐로 부처님 이후의 말세이니 오호 애통하도다!
是誰過歟 雖然 汝能反省 割愛出家 受持應器 着大法服
(시수과여아 수연이나 여능반성하여 할애출가며 수지응기하고 착대법복하여)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비록 그렇지만 너는 능히 반성하여 애욕을 베어내고 출가하여 발우를 받아 지니고 큰 법복을 입고서
履出塵之經路 學無漏之妙法 如龍得水 似虎靠山 其殊妙之理 不可勝言
(이출진지경로하고 학무루지묘법하면 여용득수요 사호고산이라 기수묘지리는 불가승언이니라)
세속을 벗어나는 길을 밟으며 빈틈없는 오묘한 불법을 배우게 되었으니 이는 마치 용이 물을 만난 듯하고 범이 산에 의지한 듯 하기에 그 뛰어나고도 오묘한 이치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人有古今 法無遐邇 人有愚智 道無成衰
(인유고금이언정 법무하이하며 인유우지언정 도무성쇠하나니)
사람은 예전과 지금이 있으나 법은 멀고 가까움이 없으며 사람은 어리석음이나 지혜로움이 있으나 도에는 번성과 쇠락이 없으니,
雖在佛時 不順佛敎則何益 縱値末世 奉行佛敎則何傷
(수재불시나 불순불교즉하익이며 종치말세나 봉행불교즉하상이리오)
비록 부처님의 시대에 태어나더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을 것이며 설령 말세에 자리하더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면 어찌 상함이 있을 것인가.
故 世尊 云 我如良醫 知病設藥 服與不服 非醫咎也
(고로 세존이 운하사대 아여양의라 지병설약이나 복여불복은 비의구야며)
그러므로 세존께서 이르기를 [나는 훌륭한 의사와 같아서 병을 알아 좋은 약을 처방할 것이지만 먹고 먹지 않고는 의사의 허물이 아니며,
又如善導 導人善道 聞而不行 非導過也
(우여선도하여 도인선도하나 문이불행은 비도과야라)
또한 나는 선한 길잡이와 같아서 사람들을 착한 길로 인도할 것이지만 듣고도 가지 않는 것은 길잡이의 잘못이 아니다.
自利利人 法皆具足 若我久住 更無所益
(자리이인이 법개구족하니 약아구주라도 갱무소익이라)
스스로를 이롭게 하여 남을 이롭게 하는 길은 법에 모두 갖추어져 있으니 만약 내가 오래도록 머무르더라도 또한 무슨 이익이 있을 것인가.
自今而後 我諸弟子 展轉行之 則如來法身 常住而不滅也
(자금이후로 아제제자가 전전행지면 즉여래법신이 상주이불멸야라하시니)
이제부터는 나의 모든 제자들이 차례로 옮아가며 이를 행하면 곧 여래의 법신(法身)은 항상 머물러 있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였으니
若知如是理 則但恨自不修道 何患乎 末世也
(약지여시리면 즉단한자불수도언정 하환호 말세야리오)
만약 이와 같은 이치를 안다면 단지 스스로 도를 닦지 않음을 한탄할지언정 어찌 말세임을 근심하겠는가?
伏望 汝須興決烈之志 開特達之懷 盡捨諸緣 除去顚倒
(복망하노니 여수흥결렬지지하며 개특달지회하고 진사제연하고 제거전도하며)
엎드려 바라건데, 너는 모름지기 굳세고도 힘찬 뜻을 일으키고 특별히 꿰뚫은 가슴을 열어 젖혀서 모든 인연을 남김없이 버리고 뒤바뀐 생각들을 제거하여
眞實爲生死大事 於祖師 公案上 宜善參究 以大悟 爲則 切莫自輕而退屈
(진실위생사대사하여 어조사 공안상에 의선참구하여 이대오로 위칙하고 절막자경이퇴굴이어다)
진실로 삶과 죽음이라는 큰일을 위하여 조사의 화두(公案)로 마땅히 깊이 연구함에 큰 깨달음으로써 법칙을 삼을 것이니, 결단코 스스로를 가벼이 여겨 물러서지 말 것이다.
惟斯末運 去聖時遙 魔强法弱 人多邪侈
(유사말운에 거성시요하여 마강법약하고 인다사치하여)
말세의 운을 생각건대 성인이 가신 지는 요원하니 마군은 강성하고 불법은 미약하여 사람들은 많이 간사하고도 거만하며,
成人者少 敗人者多 智慧者寡 愚痴者衆 自不修道 亦惱他人
(성인자소하고 패인자다하며 지혜자과하고 우치자중하여 자불수도하고 역뇌타인하나니)
남을 도와 이루려는 자는 적고 남을 해치려는 자는 많으며, 지혜로운 자는 드물고 어리석은 자는 많으며, 스스로 도를 닦지 않음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괴롭히니
凡有障道之緣 言之不盡
(범유장도지연은 언지부진이라)
무릇 도에 장애가 되는 인연이 있음에 말로 다 할 수 없다.
恐汝錯路故 我以管見 撰成十門 令汝警策
(공여착로고로 아이관견으로 찬성십문하여 영여경책하노니)
그대가 길을 잘못 들까 하여 내가 조그만 견해로써 열 가지 문을 마련하여 너를 경책하고자 하노니
汝須信持 無一可違 至禱至禱
(여수신지하여 무일가위를 지도지도하노라)
너는 모름지기 믿고 굳게 지니며 하나라도 어기지 말 것이니, 간절히 빌고 또 빌 뿐이다.
頌曰, 愚心不學增憍慢 癡意無修長我人
(송왈, 우심불학증교만이요 치의무수장아인이로다)
송(頌)하여 이르기를: 미련한 마음에 배우지 않으면 교만심만 더해 가고,
어리석은 뜻에 닦음이 없으면 자만심만 자라난다.
空腹高心如餓虎 無知放逸似顚猿
(공복고심여아호요 무지방일사전원이로다)
빈 뱃속에 마음만 높으면 마치 굶주린 범과 같으며, 아는 것 없이 노닐기만 하면 마치 넘어진 원숭이와 같다.
邪言魔語肯受聽 聖敎賢章故不聞
(사언마어긍수청하고 성교현장고불문이로다)
삿된 말과 마군의 말은 흔쾌히 받아 듣고,
성인의 가르침과 현인의 글귀는 기어코 듣지 않는구나.
善道無因誰汝度 長淪惡趣苦纏身
(선도무인수여도리오 장륜악취고전신이니라)
착한 길로는 인연이 없음에 그 누가 너를 제도할 것인가,
길이 추한 구덩이에 빠져 괴로움이 몸을 감쌀 것이다.
其一 軟衣美食 切莫受用
(기일은 연의미식은 절막수용이어다)
그 첫 번째로 말하노니, 부드러운 옷과 맛있는 음식은 결단코 받아쓰지 말라.
自從耕種 至于口身 非徒人牛 功力多重 亦乃傍生 損害無窮
(자종경종에 지우구신히 비도인우의 공력다중이라 역내방생의 손해무궁이어늘)
밭 갈고 씨 뿌림으로부터 먹고 입기에 이르기까지 비단 소나 사람이 드린 노력 막중함은 물론 축생의 손해가 다함이 없거늘
勞彼功而利我 尙不然也 況殺他命而活己 奚可忍乎
(노피공이이아라도 상불연야인테 황살타명이활기를 해가인호아)
저들의 힘을 수고롭게 하여 나를 이롭게 하는 것도 오히려 마땅치 않은 것인데 하물며 다른 이의 생명을 죽여서 나를 살린다면 이를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農夫 每有飢寒之苦 織女 連無遮身之衣 況我長遊手 飢寒 何厭心
(농부도 매유기한지고하고 직녀도 연무차신지의인데 황아장유수하니 기한에 하염심이리오)
농사짓는 사내도 주리고 추운 괴로움이 늘 있으며 베 짜는 아낙도 몸을 가릴 옷이 없는데 하물며 나는 오랫동안 손을 노닐면서 주리고 춥다고 어찌 싫어하는 마음을 내겠는가.
軟衣美食 當恩重而損道 破衲蔬食 必施輕而積陰
(연의미식은 당은중이손도요 파납소식은 필시경이적음이라)
부드러운 의복과 맛있는 음식은 응당 그 은혜만 무겁게 할 뿐 도에는 손해되는 것이며, 헤진 옷과 소박한 음식은 반드시 시주의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이기에 남몰래 덕을 쌓는 것이리다.
今生 未明心 滴水 也難消
(금생에 미명심하면 적수도 야란소니라)
금생에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한 방울의 물이라도 삭이기 어려울 뿐이다.
頌曰, 菜根木果慰飢腸 松落草衣遮色身
(송왈, 채근목과위기장하고 송락초의차색신이오)
송(頌)하여 이르기를: 풀 뿌리 나무 열매로 주린 배를 달래고,
소나무 껍질과 풀 옷으로 이 몸을 가리며,
野鶴靑雲爲伴侶 高岑幽谷度殘年
(야학청운위반려하고 고잠유곡도잔년이어다)
들녘의 학과 푸른 하늘의 구름으로 벗을 삼고,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에서 남은 세월을 보낼 것이다.
其二 自財 不悋 他物 莫求
(기이는 자재를 불린하고 타물을 막구어다)
그 두 번째로 말하노니, 자신의 재물은 아끼지 말고 남의 물건은 탐내지 말라.
三途苦上 貪業 在初 六道門中 行檀 居首
(삼도고상에 탐업이 재초요 육도문중에 행단이 거수니라.)
삼도(三途)의 괴로움 가운데 탐욕의 악업이 그 처음이며 육도(六度)로 들어서는 문 가운데 보시(행단, 단나)를 행함이 으뜸을 차지한다.
慳貪 能防善道 慈施 必禦惡徑
(간탐은 능방선도요 자시는 필어악경이니라.)
아끼고 탐내는 마음은 능히 선한 길을 가로막고 자비로운 보시는 필시 악한 길을 막아설 것이다.
如有貧人 來求乞 雖在窮乏 無悋惜 來無一物來 去亦空手去
(여유빈인이 내구걸이어든 수재궁핍이라도 무인석하라. 내무일물래오 거역공수거라.)
만일 빈곤한 사람이 와서 구걸하면 비록 궁핍하더라도 인색하지 말라. 올 때는 하나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니 갈 때도 빈손으로 갈 뿐이다.
自財 無戀志 他物 有何心 萬般將不去 唯有業隨身
(자재도 무연지어든 타물에 유하심이리오. 만반장불거요 유유업수신이라)
자신의 재물에 연연해하는 뜻이 없음에 다른 이의 물건에 어찌 마음을 둘 것인가. 1만 가지가 있더라도 실어 나르지 못하며 오로지 업(業)만이 이 몸을 따를 뿐이다.
三日修心 千載寶 百年貪物 一朝塵
(삼일수심은 천재보요 백년탐물은 일조진이니라)
사흘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물이 될 것이요, 백 년 동안 탐내어 모은 물건은 하루아침의 티끌이 될 뿐이다.
頌曰, 三途苦本因何起 只是多生貪愛情
(송왈, 삼도고본인하기오 지시다생탐애정이로다)
송(頌)하여 이르기를: 삼악도의 괴로움은 본디 어디에서 생기는가?
단지 많은 생에서 익혀온 탐욕과 애욕의 뜻이로다.
我佛衣盂生理足 汝何蓄積長無明
(아불의우생리족커늘 여하축적장무명이리오)
우리 부처님의 한 벌 옷과 하나의 발우는 삶의 이치를 만족시키거늘,
어찌하여 쌓고 모음으로써 길이 무명에 있을 것인가.
其三 口無多言 身不輕動
(기삼은 구무다언하고 신불경동이어다.)
그 세 번째로 말하노니,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을 가볍게 하지 말라.
身不輕動 則息亂成定 口無多言 則轉愚成慧
(신불경동하면 즉식난성정이요 구무다언하면 즉전우성혜니라.)
몸을 가벼이 움직이지 않으면 산란한 마음이 가라앉아 선정(禪定)을 이루고,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을 돌이켜 지혜를 이룰 것이다.
實相離言 眞理非動 口是禍門 必加嚴守 身乃災本 不應輕動
(실상이언이요 진리비동이라 구시화문이니 필가엄수하고 신내재본이니 불응경동이니라.)
실상은 말을 떠나고 진리는 동치 않는다. 입은 화(禍)의 문이니 반드시 엄하게 지켜야 하고 몸은 재앙의 근본이니 가벼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數飛之鳥 忽有羅網之殃 輕步之獸 非無傷箭之禍
(삭비지조는 홀유라망지앙이요 경보지수는 비무상전지화니라)
자주 나는 새는 그물에 걸리기 쉽고 가벼이 날뛰는 짐승은 화살에 맞을 위험이 있다.
故 世尊住雪山 六年坐不動 達磨居少林 九歲黙無言
(고로 세존주설산하되 육년좌부동하시고 달마거소림하사 구세묵무언하시니)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6년을 설산에 앉아 움직이지 아니했고 달마 스님은 소림굴에서 9년을 말이 없이 지냈으니
後來 參禪者 何不依古蹤
(후래 참선자가 하불의고종이리요.)
후세에 참선하는 이가 어찌 이 일을 본받지 않겠는가.
頌曰, 身心把定元無動 黙坐茅庵絶往來
(송왈, 신심파정원무동하고 묵좌모암절왕래어다)
송(頌)하여 가로되, 몸과 마음 선정에 들어 동하지 않고,
뗏 집에 홀로 앉아 왕래를 끊으라.
寂寂寥寥無一事 但看心佛自歸依
(적적요요무일사하고 단간심불자귀의어다)
고요하고 고요하여 아무 할 일이 없으면,
내 마음 부처를 보고 귀의 하리라.
其四 但親善友 莫結邪朋
(기사는 단친선우하고 막결사붕하라)
그 네 번 째로 말하노니, 좋은 벗을 친하고 나쁜 벗을 멀리 하라.
鳥之將息 必擇其林 人之求學 乃選師友
(조지장식에 필택기림이요 인지구학에 내선사우니)
새가 쉴 때는 숲을 가려 앉듯, 사람도 배우려면 스승을 잘 선택하여야 하니
擇林木 卽其止也安 選師友 卽其學也高
(택림목하면 즉기지야안하고 선사우하면 즉기학야고니라)
좋은 숲을 찾으면 편히 쉴 수 있고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학문이 높아진다.
故 丞事善友 如父母 遠離惡友 似寃家
(고로 승사선우를 여부모하고 원리악우를 사원가니라)
그러므로 좋은 벗은 부모처럼 섬기고 나쁜 벗은 원수처럼 멀리해야 한다.
鶴無烏朋之計 鵬豈鷦友之謀
(학무오붕지계니 붕기초우지모리오)
학은 가마귀를 벗하지 않는다. 붕새(鵬)가 어찌 뱁새를 짝하겠는가.
松裏之葛 直聳千尋 茅中之木 未免三尺
(송리지갈은 직용천심이요 모중지목은 미면삼척이니)
소나무 사이에서 자라는 칡은 천 길이라도 올라가지만 잔디 가운데 자라는 나무는 석자를 면할 수 없으니
無良小輩 頻頻脫 得意高流 數數親
(무량소배는 빈빈탈하고 득의고류는 삭삭친이어다)
착한 마음이 없는 소인들은 그때마다 멀리하고 뜻이 높은 사람들은 항상 가까이 친하라.
頌曰, 住止經行須善友 身心決擇去荊塵
(송왈, 주지경행수선우하여 신심결택거형진이어다)
송(頌)하여 가로되, 가고 오고 어느 때나 좋은 벗을 사귀어,
몸과 마음 결택하여 번뇌의 가시덤불 벗어나라.
荊塵掃盡通前路 寸步不移透祖關
(형진소진통전로하면 촌보불이투조관이니라)
번뇌의 가시덤불 벗어나 앞 길이 툭 트이면,
한 발짝 옮기지 않고 조사관(祖師關)을 뚫으리라.
其五 除三更外 不許睡眠
(기오는 제삼경외에 불허수면이어다)
그 다섯 번째로 말하노니, 삼경 외에는 잠자지 말라.
曠劫障道 睡魔莫大 二六時中 惺惺起疑而不昧 四威儀內 密密廻光而自看
(광겁장도는 수마막대니 이륙시중에 성성기의이불매하며 사위의내에 밀밀회광이자간하라)
끝없는 오랜 세월을 두고 수도를 방해하는 것은 잠 보다 더한 것이 없다. 12시진(十二時辰 :24시간, 하루 종일) 맑은 정신으로 의심을 일으켜 흐리지 말고, 사위[가고(行)ㆍ오고(住)ㆍ앉고(坐)ㆍ눕고(臥)]의 거동으로 촘촘히 혜광을 되돌려 비춰 스스로 보라.
一生空過 萬劫追恨 無常刹那 乃日日而驚怖
(일생공과면 만겁추한이니 무상찰나라 내일일이경포요)
한평생 헛되이 보내면 두고두고 한이 될 것이다. 무상은 찰라라 나날이 놀랍고 두려우며
人命須臾 實時時而不保 若未透祖關 如何安睡眠
(인명수유라 실시시이불보니라 약미투조관이면 여하안수면이리오)
사람의 목숨은 잠깐이라 잠깐도 보증할 수 없다. 만약 조사의 관을 뚫지 못했다면 어떻게 편안하게 잠잘 수 있겠는가.
頌曰, 睡蛇雲籠心月暗 行人到此盡迷程
(송왈, 수사운롱심월암하니 행인도차진미정이로다)
송(頌)하여 가로되, 졸음 뱀이 구름 끼니 마음 달이 흐려져, 도 닦는 사람이 여기 와서 갈 바를 모른다.
箇中拈起吹毛利 雲自無形月自明
(개중염기취모리하면 운자무형월자명하리라.)
이 속에 날 샌 칼(취모검) 빼어들면, (졸음뱀의) 구름은 사라지고 마음 달은 저절로 밝으리라.
其六 切莫妄自尊大 輕慢他人
(기육은 절막망자존대하고 경만타인이어다)
그 여섯 번째로 말하노니, 나를 높이고 남을 업신여기지 말라.
修仁得仁 謙讓 爲本 親友和友 敬信 爲宗
(수인득인에는 겸양이 위본이요 친우화우에는 경신이 위종이라)
인(仁)을 닦고 얻는 데는 겸양이 근본이고 벗을 친하고 사귀는 데는 공경과 믿음이 으뜸이 된다.
四相山 漸高 三途海益深 外現威儀 如尊貴 內無所得 似朽舟
(사상산이 점고면 삼도해익심하나니 외현위의는 여존귀나 내무소득은 사후주니라)
사상산(四相山: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이 높아지면 삼악도의 바다가 깊어지나니, 겉으로 나타난 위의는 존귀한 듯 하지만 안은 텅 비어 썩은 배와 같다.
官益大者 心益小 道益高者 意益卑
(관익대자는 심익소하고 도익고자는 의익비니라)
벼슬이 높을수록 마음을 낮게 가지고 도가 높을수록 뜻을 더욱 낮게 하라.
人我山崩處 無爲道自成 凡有下心者 萬福自歸依
(인아산붕처에 무위도자성하나니 범유하심자는 만복자귀의니라)
인아산(人我山, 아상ㆍ인상)이 무너지는 곳에 무위도(無爲道)가 이루어진다. 마음이 겸손하면 온갖 복이 스스로 돌아온다.
頌曰, 憍慢塵中藏般若 我人山上長無明
(송왈, 교만진중장반야요 아인산상장무명이라)
송(頌)하여 가로되, 교만한 티끌 속에 지혜가 묻히고,
인아산(人我山, 아상ㆍ인상) 봉우리에 무명 번뇌 자라난다.
輕他不學躘踵老 病臥辛吟限不窮
(경타불학용종로하면 병와신음한불궁이니라)
남을 가벼이 여기며 배우지 않고 종종걸음치는 늙은이 되면
병들어 누워 신음하게 될 때 한탄을 다함이 없으리라.
其七 見財色 必須正念對之
(기칠은 견재색이어든 필수정념대지어다)
그 일곱 번째로 말하노니, 재물과 여색을 바른 생각으로 대하라.
害身之機 無過女色 喪道之本 莫及貨財
(해신지기는 무과여색이요 상도지본은 막급화재니라)
몸을 해치는 것은 여색보다 더한 것이 없고, 도를 잃게 하는 것은 재물에 미칠 것이 없다.
是故 佛垂戒律 嚴禁財色
(시고로 불수계율하사 엄금재색하사대)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여 재물과 색을 엄금하시되
眼覩女色 如見虎蛇 身臨金玉 等視木石
(안도여색이어든 여견호사하고 신림금옥이어든 등시목석하라셨다)
[여인을 보거든 독사와 호랑이처럼 여기고 금옥이 몸에 닿거든 나무나 돌을 대하는 것 같이 하라] 하신 것이다.
雖居暗室 如對大賓 隱現同時 內外莫異
(수거암실이나 여대대빈하고 은현동시하며 내외막이어다)
비록 어두운 방에 홀로 있더라도 큰 손님을 대한 듯이 하고 남이 볼 때나 안 볼 때나 한결 같이 해서 안과 밖을 달리하지 말라.
心淨則善神 必護 戀色則諸天 不容
(심정즉선신이 필호하고 연색즉제천이 불용하나니)
마음이 깨끗하면 선신이 수호하고 여색을 생각하면 천신들이 용납치 않으니
神必護則 雖難處而無難 天不容則 乃安方而不安
(신필호즉 수난처이무난이요 천불용즉 내안방이불안이니라)
선신이 보호하면 험한 곳에 있어도 편안하고 천신들이 용서하지 아니하면 비록 편안한 곳에 있어 도 불안하게 된다.
頌曰, 利欲閻王引獄鎖 淨行陀佛接蓮臺
(송왈, 이욕염왕인옥쇄요 정행타불접연대니라)
송(頌)하여 가로되, 이욕(利慾)은 염라대왕이 지옥으로 인도하고,
청정(淸淨)은 아미타불이 연화대로 모셔간다.
鎖拘入獄苦千種 船上生蓮樂萬般
(쇄구입옥고천종이요 선상생련낙만반이니라)
쇄고랑을 차고 지옥가면 고통이 천 가지나 되고,
반야선를 타고 연화대에 나면 기쁨이 만 가지나 된다.
其八 莫交世俗 令他憎嫉
(기팔은 막교세속하야 영타증질이어다)
그 여덟 번째로 말하노니, 세속 사람과 사귀어 남에게 미움 받지 말라.
籬心中愛曰沙門 不戀世俗曰出家
(이심중애왈사문이오 불련세속왈출가니라)
마음속에서 애욕을 끊어 버린 이를 사문이라 하고, 세상일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 한다.
旣能割愛揮人世 復何白衣 結黨遊
(기능할애휘인세이니 부하백의로 결당유리오)
이미 애정을 끊고 세상을 떠났는데 무엇 하러 세상 사람과 다시 사귀어 놀 것인가.
愛戀世俗 爲饕餮 饕餮 由來 非道心
(애련세속은 위도철이니 도철은 유래로 비도심이니라)
세속을 그리워하고 못 잊어 하면 도철(음식과 재물을 탐내는 전설상의 동물)이 된다. 도철이란 본래 도 닦는 마음이 아닌 (짐승인) 것이다.
人情濃厚 道心疎 冷却人情永不顧
(인정농후하면 도심소니 냉각인정영불고니라)
인정이 짙으면 도(道)로부터 마음이 멀어지니 냉정히 인정을 버려 길이 인정을 돌아보지 말라.
若欲不負出家志 須向名山窮妙旨
(약욕불부출가지인댄 수향명산궁묘지하라)
만약 출가의 뜻을 저버리지 않으려면 명산을 향하여 묘한 이치를 연구하라.
一衣一鉢 絶人情 飢飽 無心道自高
(일의일발로 절인정하면 기포에 무심도자고니라)
가사와 발우로 인정을 끊고 주리고 배부른데 무심하면 저절로 도가 높아질 것이다.
頌曰, 爲他爲己雖微善 皆是輪廻生死因
(송왈, 위타위기수미선이나 개시윤회생사인이라)
송(頌)하여 가로되, 남과 나를 위하는 일 비록 작은 선이나,
그것은 모두 윤회와 생사의 씨앗이라.
願入松風蘿月下 長觀無漏祖師禪
(원입송풍라월하하여 장관무루조사선이어다)
솔바람 칡넝쿨 달빛 아래서, 무루(새지 않는)의 조사선(祖師禪)을 길이 관할지어다.
其九 勿說他人過失
(기구는 물설타인과실하라)
그 아홉 번째로 말하노니,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雖聞善惡 心無動念 無德而被讚 實吾慙愧 有咎而蒙毁 誠我欣然
(수문선악이나 심무동념이니 무덕이피찬은 실오참괴요 유구이몽훼는 성아흔연이니라)
칭찬하고 헐뜯는 말을 듣더라도 마음에 움직이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잘한 일 없이 칭찬을 받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요 허물 있어 시비를 듣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欣然則 知過必改 慙愧則 進道無怠 勿說他人過 終歸必損身
(흔연즉 지과필개요 참괴즉 진도무태니라 물설타인과하라 종귀필손신이니라)
기뻐하면 잘못을 고치게 되고 부끄러워하면 도 닦는데 채찍질이 될 것이다.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마침내는 그 허물이 내게로 돌아온다.
若聞害人言 如毁父母聲 今朝 雖說他人過 異日 回頭論我咎
(약문해인언이어든 여훼부모성하라 금조에 수설타인과나 이일에 회두논아구니)
남을 해치는 말을 들으면 부모를 헐뜯는 말과 같이 생각하라. 오늘 아침에 남의 허물을 말하는 것 같지만 내일은 다시 내 허물을 말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雖然 凡所有相 皆是虛妄 譏毁讚譽 何憂何喜
(수연이나 범소유상이 개시허망이니 기훼찬예에 하우하희리요)
모든 일이 다 허망한 것인데 비방과 칭찬에 어찌 걱정하고 기뻐할 것인가.
頌曰, 終朝亂說人長短 竟夜昏沈樂睡眠
(송왈, 종조난설인장단타가 경야혼침낙수면이로다)
송(頌)하여 가로되, 종일토록 남의 잘못 시비하다가, 밤이 되면 흐리멍텅 잠에 빠지니
如此出家徒受施 必於三界出頭難
(여차출가도수시라 필어삼계출두난하리라)
이 같은 출가는 빚만 늘어서, 삼계를 벗어나기 더욱 어렵다.
其十 居衆中 心常平等
(기십은 거중중하여 심상평등하라)
그 열 번 째로 말하노니, 대중과 함께 살면서 마음을 평등하게 가지라.
割愛辭親 法界平等 若有親疏 心不平等 雖復出家 何德之有
(할애사친은 법계평등이니 약유친소면 심불평등이라 수부출가나 하덕지유리오)
애정을 끊고 부모를 하직한 것은 온 세상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이다. 만일 가깝고 먼 것이 있다면 마음이 평등하지 못할 것이니 비록 출가하나 무슨 덕이 있겠는가.
心中 若無憎愛之取捨 身上 那有苦樂之盛衰
(심중에 약무증애지취사하면 신상에 나유고락지성쇠리오)
마음에 사랑하고 미워하며, 취하고 버림이 없다면 어찌 이 몸에 괴롭고 즐거운 성쇠가 있으랴.
平等性中 無彼此 大圓鏡上 絶親疏
(평등성중에 무피차하고 대원경상에 절친소니라)
평등한 성품에는 나와 남이 없고 큰 거울에는 멀고 가까운 것 없다.
三途出沒 憎愛所纏 六道昇降 親疏業縛
(삼도출몰은 증애소전이요 육도승강은 친소업박이니라)
삼악도에 드는 것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요, 육도에 오르내리는 것은 친하고 성긴 업으로 이루어진다.
契心平等 本無取捨 若無取捨 生死何有
(계심평등하면 본무취사니 약무취사면 생사하유리요)
마음이 평등하면 가지고 버릴 것이 없으니 가지고 버릴 것이 없다면 생사가 어디 있겠는가.
頌曰, 欲成無上菩提道 也要常懷平等心
(송왈, 욕성무상보리도인댄 야요상회평등심이어다)
송(頌)하여 가로되, 위없는 보리도를 얻고자 하면,
언제나 마음을 평등하게 가지라.
若有親疏憎愛計 道加遠兮業加深
(약유친소증애계하면 도가원혜업가심하리라)
만일 사랑하고 미워하는 차별이 있으면,
도는 더욱 멀어지고 업만 깊으리라.
主人公 汝値人道 當如盲龜遇木 一生幾何 不修懈怠
(주인공아 여치인도가 당여맹귀우목이어늘 일생기하인대 불수해태리오)
주인공아! 그대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눈 먼 거북이 나무토막을 만난 것처럼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한 평생이 얼마나 된다고 닦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겠느냐.
人生難得 佛法難逢 此生失却 萬劫難遇
(인생난득이요 불법난봉이라 차생실각이면 만겁난우니라)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어렵지만 불법 만나기는 더욱 어려운 일, 금생에 놓쳐 버리면 만겁을 지내도 다시 만나기 어려우리니,
須持十門之戒法 日新勤修而不退 速成正覺 還度衆生
(수지십문지계법하여 일신근수이불퇴하고 속성정각하여 환도중생하라)
이 열 가지 계법을 지키고 부지런히 닦아 물러나지 말고 속히 정각을 이루어 중생을 제도하라.
我之本願 非謂汝獨出生死大海 亦乃普爲衆生也 何以故
(아지본원은 비위여독출생사대해라 역내보위중생야니 하이고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 혼자만 생사의 바다에서 뛰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건지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汝自無始以來 至于今生 恒値四生 數數往還 皆依父母而出沒也
(여자무시이래로 지우금생히 항치사생하여 삭삭왕환함이 개의부모이출몰야일새)
그대가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도록 사생(난생ㆍ태생ㆍ습생ㆍ화생)을 만나 나고 죽을 때에 그 때마다 번번히 부모를 의지했을 것이니,
故 曠劫父母 無量無邊 由是觀之 六道衆生 無非是汝多生父母
(고로 광겁부모 무량무변하니 유시관지컨대 육도중생이 무비시여다생부모라)
그 끝없는 세월에 부모 되었던 이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와 같이 생각하면 육도 중생이 그대의 부모 아닌 것이 없다.
如是等類 咸沒惡趣 日夜 受大苦惱 若不拯濟 何時出離
(여시등류 함몰악취하여 일야에 수대고뇌하나니 약부증제면 하시출리리요)
이러한 중생들이 모두 악도에 떨어져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밤낮으로 받고 있으니 그들을 제도하지 않는다면 어느 때 벗어날 것인가.
嗚呼哀哉 痛纏心腑 千萬望汝 早早發明大智 具足神痛之力
(오호애재라 통전심부로다 천만망여하노니 조조발명대지하여 구족신통지력하며)
가슴을 오리는 듯 애닯고 슬픈 일이 아닌가.
천만번 바라노니 그대는 어서 큰 지혜를 밝히고 신통변화를 갖추어
自在方便之權 速爲洪濤之智楫 廣度欲岸之迷倫
(자재방편지권하여 속위홍도지지즙하여 광도욕안지미륜이어다)
자유자재한 방편으로 거친 파도에 지혜의 배가 되어 탐욕의 기슭에서 헤매는 미혹의 중생을 제도하라.
君不見 從上諸佛諸祖 盡是昔日 同我凡夫
(군불견가 종상제불제조 진시석일에 동아범부러니라)
그대는 아는가. 삼세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이 우리와 같은 범부였다는 사실을,
彼旣丈夫 汝亦爾 但不爲也 非不能也
(피기장부요 여역이니 단불위야언정 비불능야니라)
그도 장부요 나도 장부이니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古曰 道不遠人 人自遠矣 又云 我欲仁 斯仁至矣 誠哉 是言也
(고왈 도불원인이라 인자원의라하며 우운 아욕인이면 사인지의라시니 성재라 시언야여)
옛 사람의 말에 [도가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도를 멀리한다] 하였으며, 또 이르기를 [내가 어질고자 하면 어진 것이 스스로 따라온다] 하였으니 진실로 옳은 말이다.
若能信心不退 則誰不見性成佛
(약능신심불퇴면 즉수불견성성불이리요)
만일 믿는 마음만 물러서지 않는다면 누가 자신을 깨쳐 부처를 이루지 못하겠는가.
我今 證明三寶 一一戒汝
(아금에 증명삼보하옵고 일일계여하노니)
이제 삼보를 모시고 낱낱이 그대에게 경계하였으니
知非故犯 則生陷地獄 可不愼歟 可不愼歟
(지비고범하면 즉생함지옥하리니 가불신여며 가불신여아)
만일 잘못인줄 알면서 일부러 범한다면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頌曰, 玉兎昇沈催老像 金烏出沒促年光
(송왈, 옥토승침최로상이요 금오출몰촉년광이로다)
송(頌)하여 가로되, 옥토끼(달)는 오르고 내리며 늙음을 재촉하고,
금까마귀(해)는 뜨고 지며 세월을 재촉한다.
求名求利如朝露 或苦或榮似夕烟
(구명구리여조로요 혹고혹영사석연이로다)
명예 이익 구하는 것은 아침 이슬 같고,
혹 괴롭고 혹 즐거운 것은 저녁 연기와 같다.
勸汝慇懃修善道 速成佛果濟迷倫
(권여은근수선도하노니 속성불과제미륜이어다)
너에게 은근히 도 닦기를 권하노니,
속히 불과(佛果)를 이루어 중생을 건지어라.
今生若不從斯語 後世當然恨萬端
(금생약부종사어하면 후세당연한만단하리라)
이 생에 나의 이 말을 쫓지 아니하면,
후세에 반드시 한스러움이 만 갈래나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