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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맛집 스크랩 꽃 피는 봄 눈으로만 느껴야 되나? - 맛으로 느끼는 봄 소선재
해나 추천 0 조회 94 08.04.04 14:0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꽃피는 봄이 왔다???

대게 봄이 오면 우리는 꽃피는 봄이 왔다고 말을 한다. 좀 식상한데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 '봄 바람소리는 따뜻하고 달콤해~'라든지 좀 더 감각적인 말은 없나? 그럼 생각해 보자. 우리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을 얼마나 골고루 사용하고 있는지. 혹여 아예 무시해 버린 것들은 없는지.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어둠속의 대화(dialogue-in-dark)라는 체험전시에 참가했었을 때, 그동안 내가 가진 감각들을 무시한채 몇개의 감각에만 의존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속의 대화는 칡흑같이 완전한 어둠 속에서 훈련된 시각장애인과 함께 공원, 슈퍼, 도로, 술집 등 일상생활을 느껴보는 것으로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새까만 공간 속에서 겁도 나고, 눈을 억지로 크게 뜨려 해보고 발을 헛디디기도 했으나 10분 쯤 지나자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평범한 것도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더라. 눈이 아니어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우리는 시각이라는 감각에 70-80%를 의존해 안타깝게도 또다른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봄도 마찬가지다. 꽃놀이를 가고 산나물을 먹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눈을 감고 봄의 바람을 느껴보고, 마셔보고,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한다면 봄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우리 모두 오늘부터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는 버릇을 갖는게 어떨까? 특히 오늘은 온몸의 감각을 이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는 음식을 소개할테니 지금부터 온몸의 감각기관을 깨워주시길 바란다.

 

 

산풀꽃 계절음식(Herb-Flower Seasonal Korean Cuisine)은 뭐지?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름에 우선 호기심이 드는데?정확히 무엇을 파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계절음식이라면... 봄음식이 나올테니 오늘은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맛보기로 하고 입장한다.

 

 

소선재의 실내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세련미를 보인다. 테이블 위와 구석구석에는 갓 싹을 피운 듯한 연노란색의 소박한 화분들과 처음보는 듯한 특이한 꽃들이 그득하다. 그 야생초 분위기 나는 꽃들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들은 소박한 인테리어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아주 작은 규모의 음식점은 아니나 평일 점심시간이라 앉을 자리가 없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꽃 냄새를 맡아보는데 지난주에 갔던 원당허브랜드에서 본 꽃 같아서 '혹시 나나 크러스인가?'라고 중얼거리자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밝게 웃으시면 맞다고 그 꽃이라고 칭찬을 해주시더라.

 

사람은 참 예상치도 못했던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다른 음식점에서는 화병의 꽃을 만지거나 하면 면박을 받기 일쑤였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메뉴에는 떡갈비, 메로구이 같은 일품요리가 있고 민들레 정식, 소선재 정식, 제비꽃 정식, 수라상 정식이 있는데 가격이 조금 비싸 평소에 먹으러 가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게다가 10% 부가세까지 붙게되면 심지어 한끼에 5만원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소선재에서 단연 인기있는 것은 만오천원짜리 민들레 정식이다. 인기좋고 가격좋은 민들레 정식을 시켰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앞접시와 수저와 컵까지...따뜻한 결명자차는 구수해서 좋다.

 

 

민들레 정식으로 맨 처음 죽이 나온다. 아마 빈속을 달래주려는 의미겠다. 노란 조가 듬뿍 들어간 죽은 심하게 묽으면서도 심심하다. 처음에 한입 넣어 먹으면 '윽-이게모야...'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밍밍한데 천천히 씹어 넘기다보면 구수한 내음이 나고 쌀의 단맛이 느껴진다.

 

강한 맛에 익숙한 신군은 병원 미음 같다는 둥, 왜 이런 것을 돈주고 먹냐는 둥, 툴툴대기 시작하더니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꾸역꾸역 먹었다. 이렇게 소선재의 음식은 유난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음 순서의 음식이 기대가 된다. 음식을 기대하면서 예상하면서 먹는 것이 어디 흔한일인가.  

 

 

자, 그 다음은 토마토 샐러드다. 사실 상추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채들로 이루어진 샐러드는 재료를 씻어 올려 놓기만 했다고 할 정도로 원재료에 가까웠다. 매일 먹던 강한 드레싱에 항상 익숙해져있던 터라 그저 풀로만 보이던 것들이 이렇게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는지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최소한의 양념을 가지고 만들어 그동안 불투명한 드레싱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색도, 향기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재료 그대로 내어 놓고 이게 무슨 음식이야?' 라고 타박말고 향과 질감, 맛을 느껴보는 것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을 테다. 샐러드가 맛없다는 신군은 결국 야생초전과 함께 나오는 간장에 무, 토마토 할 것 없이 다 찍어 먹고 만족했으니... 혹여 조미료 맛을 너무나도 사랑한다면 찾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연의 맛을 느껴 보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음식을 평소에 먹고 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야생초전 메뉴로는 녹두전과 파래전이 나왔다. 녹두전에서는 향긋한 생강냄새가 난다. 처음 먹어보는 파래전은 독특하면서도 씹는 촉감이 좋다.

 

별다른 맛을 느끼지 못하던 신군마저도 맛있다고 했는데 아마 그전의 음식에 익숙해져가 조금씩세심한 미각이 느끼기 시작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죽어있던 미각세포들이 조금씩 깰 수 있게 음식의 순서에도 깊은 이유가 있나보다.

 

 

밥을 먹고 있으면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눈빛과 손놀림이 매우 빠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은 만들어져 있던 것이 아니라 손님의 식사 속도에 맞추어 바로바로 요리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음식은 편육과 장김치다. 울릉도에서 나는 야생 마늘 잎으로 만든 쌈은 절이는 과정에서 어떤 요술을 부렸는지 시기도 하면서 달달하기도 하다.

여태까지 나왔던 적은 양의 음식에 속이 상했다면 편육과 장김치는 그러한 섭섭함을 달래준다.

 

절인 마늘 잎 위에 백김치와 편육을 올려 싸서 먹으면 그 맛이 정말 끝내준다. 맵고 짠 양념장 없이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참고로 조미료 좋아하는 신군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는. 소문에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바로 이 편육과 장김치라고 한다. 

 

 

 마지막, 백반 나오기 전의 요리, 두부소박이다. 마치 샌드위치처럼 보이는 두부소박이는 버섯과 굴을 갈아 두부 안에 넣고 튀긴 것으로 느끼하지 않고 씹히는 맛이 좋다. 버섯과 굴은 흡사 고기의 맛과도 비슷하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담백해 달콤한 소스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두부로도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집에서 만들어보아도 좋을 듯 하다.

드디어!  잔칫상이다. 흑미 밥과 계란찜, 된장, 김치, 장조림,콩나물,김,나물, 오징어 등. 일반 백반상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정갈함과 소박함이 매력이다. 또한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반찬은 재료의 특성을 죽이지 않고 그 향과 질감이 살려 요리했다.

 

단, 밥의 양이 좀 적다는 것이 흠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러 가지 요리로 조금씩 배를 채웠다면 적은 양으로도 배부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후식으로는 구수한 메밀차와 쑥떡이 나온다. 첫 음식부터 후식까지 소선재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과하지 않는 소박함. 정성도 과하지 않고, 음식에 있어서 꾸밈과 맛도 강하지 않다.

 

 

 

인테리어, 아주머니들, 맛할 것 없이 어떠한 것도 과하지 않고 강하지 않다. 물질적으로 배가 부르기 위해서 찾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곳이다. 다만.시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세심한 감각을 이용해서 음식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면 소선재의 음식도 기막히게 맛난 음식으로 느껴질 것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봄도, 사람도, 사랑도 온몸의 감각으로 느껴보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세상을 경험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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